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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138화 (138/286)

< 천마님 안마하신다 138화 >

‘기대도 안하고 있던 운명적 만남이로군···!’

마사지 마스터가 직접 만든 안마의자라니.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법한 환상의 물건이 아닌가?

마르케시에게는 마치 ‘시바 신이 직접 벼려낸 명검’같은 말처럼 들려왔다.

‘이런 걸 모르고 있었다니.’

마르케시는 당장이라도 탄식을 터트릴 법한 얼굴로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런 대박 아이템이 출시되었는데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니.

물론 글로벌 정보망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새로 출시된 안마의자 제품까지 파악하고 있기는 힘들겠지만··· 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마르케시는 그것마저도 아쉽게 느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마의자가 제법 마음에 드셨었나보죠?”

“아, 물론입니다. 최고였어요!”

강태한이 슬쩍 물어보자, 마르케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가면서 까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예전에 사용해봤던 안마의자는 ‘음 이런 기구도 있구나’ 정도였는데, 이건··· 꼭 갖고 싶어졌습니다.”

짙은 소유욕이 묻어나오는 듯한 목소리. 마치 원대한 야망이라도 털어놓는 것 같은 얼굴이다.

그는 아직도 십 분 밖에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었는데, 그게 마스터 강의 안마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 아쉬움이 커진 것이다.

“아무래도 안마를 받던 도중에 끊기셨나보네요.”

“예··· 개인마다 십 분씩만 쓸 수 있더군요.”

얼굴만 봐도 알겠다는 듯이 강태한이 말하자, 마르케시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비키기는 했지만, 마음 같아선 전세라도 내고 계속 앉아있고 싶었다.

“그럼 일단 한 번 보도록 할까요.”

“아··· 네. 그래야죠.”

싱긋 웃으며 말하는 강태한.

그러자 마르케시는 얌전히 침대 위에 몸을 엎드렸다. 간단하게 인사만 나눌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대화가 길어진 탓에 안마시간을 좀 깎아먹은 상황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피로는 많이 풀렸을지도.’

엎드린 상태에서, 마르케시는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이미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안마의자까지 이용한 데다, 기분 좋게 저녁식사까지 하면서 피로랑 스트레스가 많이 풀려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대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만족도가 조금 떨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식사 전에 군것질을 하면 입맛이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흠. 몸 상태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네요.”

그 덕분일가, 실제로 몸 상태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 강태한은 펼쳐놨던 기감을 거둬들이며 손을 떼어냈다.

“하하, 그런가요?”

“네. 그럼···”

하지만.

그렇다고 손 볼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태한은 그의 양쪽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큰 틀부터 손보도록 하죠.”

뻐드드득.

그 순간, 강태한의 손이 마르케시의 양 어깨를 가볍게 비틀었고, 그와 동시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뼈의 울림이 몸속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어어어억!”

아프지는 않았다. 신기할 정도로 고통이 없다.

하지만, 뼈에서부터 울리는 그 소리와 진동이 본능적으로 비명을 내지르게 만든다.

“어···어?”

허나 고통이 없었던 만큼, 비명은 금방 사그라진다.

그 대신 자리를 잡는 편안함. 마치 오랫동안 어긋나있던 부품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은 것 같은, 그런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이 어깨 전체에 느껴졌다.

그러나, 그 편안함은 시작에 불과했다.

달리기 전에 길을 닦아놨을 뿐이라고 할까.

“끄흐으윽?!”

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지압을 시작하는 강태한. 얼핏 보기에는 지난번 영국에서 안마를 받았을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어보였지만, 마르케시가 직접 느끼고 있는 것은 전혀 달랐다.

그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한 느낌!

손가락이 닿은 곳에서부터 신경이 저릿거릴 정도로 강렬한 자극이 터져 나오더니, 이내 어깨 전체로 그 감각이 퍼져 나간다.

‘확실히, 다르다···!’

좀 더 본격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지난번 쇼파에 누워 받았을 때는 뭉쳐있던 근육들을 풀어주는 느낌이었고, 안마의자에서 받았던 느낌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아니라, 아예 근육 자체를 새롭게 뜯어 고쳐놓는 느낌이다.

그에게 처음 안마를 받았을 때, 그는 자기가 알고 있던 안마에서 한층 높은 단계를 맛본 것 같았는데.

지금은 거기서 그 다음 단계를 맛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르케시는 고통과 쾌감으로 다리를 떨고 있는 와중에도 감탄을 터트렸다.

‘역시 마스터는 마스터인가···’

안마의자에 앉았을 때, 그 느낌이 강태한의 손길과 굉장히 비슷했고, 오랫동안 받는다면 어느 정도 대체되는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직접 받아보니, 이건 확실히 다르다.

진짜 딸기를 먹는 것과 딸기향이 첨가된 과자를 먹는 것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살살해주셨으면!’

이제 어깨를 벗어나, 등을 타고 허리를 누르고 있는 손길. 척추를 타고 전해지는 그 강렬한 고통과 자극에, 마르케시는 점점 의식이 흐릿해져가고 있었다.

* * *

“하아···”

잠시 후.

천마안마에서 나온 마르케시는, 만족스러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푹신하면서도 안쪽 깊은 곳에서 자세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듯한 느낌. 호텔의 평이 나쁘지 않더니, 확실히 침대도 좋은 걸 쓰는 모양이다.

허나 지금의 마르케시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온몸에 흐르는 이 편안한 느낌이라면··· 설령 맨바닥에서 누워있다 하더라도 안락한 기분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저번보다도 더 좋을 수가 있다니···’

영국 리조트에서 흥미삼아 받아봤었던 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일단 그때보다 훨씬 본격적인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안마를 받고 난 후에 푹 자고 일어난 효과가 천지차이였던 것이다.

당시 캄캄한 안마실에서 눈을 떴을 때.

몸을 일으키던 마르케시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반신을 일으킬 때 느껴진 허리의 느낌이, 너무나도 부드러웠던 것이다.

“···오길 잘했다.”

짧으면서도 만족감이 담겨있는 감상평.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 내에선 마르케시가 이렇게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걸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렇기에 그로서도 나름 위험을 감수하고 방문했던 것인데···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마르케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남는 시간에는 산책이나 좀 다녀와 볼까.”

시간은 이미 늦은 시간.

한국에는 오늘 도착한 참이었으니 여독으로 좀 피곤할 법도 하건만··· 안마를 받은 덕분일까, 오히려 몸이 쌩쌩한 나머지 잠이 올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하는 수준이었다.

그럴 바에는 산책이라도 좀 하는 편이 나으리라.

마침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의 경치가 제법 괜찮았기에, 마르케시는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음?’

헌데, 문득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구석진 곳에 위치해있는, 왠지 눈에 익은 물건.

“···이게 왜 여기에 있지?”

다름이 아닌 안마의자, 더 마이스터.

라이너 호텔 내부에선 스위트룸 이상의 객실에 ‘힐링 스페이스’를 조성해두자는 기획이 진행되었었고,그 기획의 핵심이 바로 이 안마의자였다.

당연히 마르케시의 방에도 배치되어있는 것.

원래라면 기뻐 마땅해할만한 일이었지만···

구석진 방에 놓여있는 이 안마의자의 모습에, 마르케시는 당황스러운 동시에 허탈한 기분을 느꼈다.

‘이게 여기에 있는 줄 알고 있었으면···’

목욕탕에서 굳이 아쉬워할 필요 없이 여기서 실컷 받으면 됐을 텐데! 당시의 아쉬움과 미련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였기 때문에, 기쁨보다는 야속함마저 느끼고 있는 마르케시였다.

“아··· 이것 참, 아이러니하구만.”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한 발자국씩 안마의자와 가까워지는 발걸음.

바로 앞까지 다가간 그는, 자연스럽게 안마의자에 앉더니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쓰라고 놔준 걸 안 쓸 수는 없지.”

리모컨을 들고 바로 작동을 시키는 마르케시.

사우나에서 한 번 체험을 해본 덕분인지 손놀림이 꽤나 익숙한 느낌이다.

‘안마는 이미 받고 왔으니···’

이번에는 휴식모드.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안마의자가 사실상 눕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쭈욱 펴지더니, 온몸에 딱 기분 좋은 수준의 압박과 지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나쁘지 않다.

이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 비록 방금 전에 안마를 받고 잠까지 푹 자고 일어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늪처럼 사람을 붙잡아놓는 깊은 매력이 있었다.

‘꼭··· 돌아갈 때 사가야지.’

비록 품귀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구해서 돌아가겠다.

마르케시는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장장 한 시간동안을 안마의자 위에서 보내고 나서야, 산책을 나갈 수 있었다.

* * *

“···후우우우우.”

프로야구팀 한하 선수들의 트레이닝 센터.

들고 있던 벤치 프레스를 내려놓은 남자는 그대로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기구에 누워있는 상태로 이마에 흥건한 땀을 닦아냈다.

“광호 형, 물 좀 드릴까요?”

“어? 아, 고맙다.”

그에게 물병을 건넨 이는 3루수의 김태평.

이광호는 마저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몸을 일으켜 앉은 다음에 천천히 두어 모금의 물을 마셨다.

“형 오늘 좀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뭘, 요새 애들 다 이 정도 하는데.”

김태평이 걱정 어린 말로 묻자, 이광호는 주변을 턱짓으로 훑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말했다.

“뭐 그렇기는 한데···”

김태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대로, 요 근래 한하 선수들의 연습량은 부쩍 늘어나 있었다. 감독이나 코치진의 지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선수 개인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그래도 형은 나이가 좀 있으니까.”

“뭐? 야, 넌 나보다 벤치도 적게 치면서 뭘.”

“아이, 참. 걱정해줘도 난리네.”

나이를 운운하니 살짝 발끈하는 이광호의 반응.

그러자 김태평은 히죽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이광호도 못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이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일 안마 받으러 가거든.”

“아··· 믿는 구석이 있으셨구만.”

“그래.”

그가 말하는 안마는 천마안마의 천마코스.

지난 시즌 한하의 대활약의 숨은 공신이자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강태한이 직접 해주는 안마다.

그렇기에 오늘은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다시 최상의 컨디션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아니, 오히려 살짝 무리를 하는 편이 더 좋다. 그래야 안마를 받을 때의 느낌이 좀 더 각별해지고 만족도가 올라갔으니까.

“아이··· 괜히 부럽네.”

“야, 넌 지난주에 갔다 왔잖아?”

“그러니까 더 부럽죠, 뭐··· 다음 달에나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김태평은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장난이 반 섞여있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반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는 뜻이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강태한이 ‘가게에 오면 따로 퇴근 시간 후에 봐주겠다’라고 말했었지만.

각자 한 번씩만 그렇게 다녀왔을 뿐, 그 이후로는 평범하게 예약을 하고 다니는 중이었다. 호의로 베푼 것을 너무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선수들끼리 자체적으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

“안마 얘기. 광호 형 내일 천마코스 간데.”

“오··· 그럼 제 차 타고 같이 가실래요? 저도 장인코스 받으러 내일 가는데.”

“장인코스? 어느 분한테 받냐?”

“저 최 선생님이요.”

“아··· 그 분 요즘 손맛 장난 아니시지.”

다만 그렇게 해서는 안마의 욕구를 전부 충족할 수 없기에, 자연스레 그 아래 단계인 장인코스, 일반코스까지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저번엔 일반코스로도 받아봤는데, 나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가성비는 이쪽이 괜찮다는 느낌?”

“그래? 난 별로였는데. 누구한테 받았어?”

“윤지호 씨요. 명함 좀 드릴까요?”

“음··· 이따가 단톡방에 한 번 올려줘 봐.”

그러다보니, 천마안마의 안마사들에 관한 후기와 평가도 선수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었다.

어떤 분이 손맛이 제법 괜찮네, 받을 때마다 실력이 달라지네, 강 선생님 느낌이 좀 나네···

이런 평가들이 제법 잘 들어맞는지,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받은 안마사들은 실제로 점점 예약을 하기 힘들어지는 경향들이 있었다.

“근데 그래도 다치지 않게 쉬엄쉬엄해요, 광호 형. 그··· 누구야. 얼마 전에 기사 나왔던 역도선수 분.”

“최아람 씨요?”

“그래, 최아람 씨.”

최태준의 말에 김태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아람. 지난 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메달리스트로, 탄탄한 근육질 몸과 어울리지 않는 순박한 외모로 주목을 받은 선수이기도 하다.

덕분에 다이어트 용품 광고를 휩쓸기도 했고, 그로 인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선수였는데···

“그 분도 이번에 훈련하다 크게 다치셨다잖아요.”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는 모양. 아직 자세한 내용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선수 생활이 불투명한 수준이라는 것 같았다.

“뭐··· 항상 조심해야하는 건 맞지. 어쨌거나 운동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직업이기도 하고.”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광호.

“근데 그거랑 별개로 어지간한 부상은 강 선생님이 고쳐줄 수 있지 않을까? 내 허리수술 부작용도 없어지게 해주신 분인데.”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마냥 말하고 있었지만··· 그게 마냥 지어낸 말도 아니었기에, 김태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괜스레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

* * *

라이너 호텔의 비즈니스룸.

탁 트인 천장과 넓은 홀이 갖춰진 곳으로, 대규모 세미나도 열 수 있는 큼직한 공간이었으나, 지금 이곳에는 남자 한 명만이 홀로 앉아있었다.

다름 아닌 타르빈 마르케시.

평소 털털한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들로 유명한 이였지만, 지금의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 꽤나 진지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적막의 시간이 흐르던 와중.

“안녕하십니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다름 아닌 대청그룹의 장태현 회장.

“아, 오셨군요.”

그러자, 마르케시는 그제야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제가 찾아뵈어야 했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수행원이 아무도 없어서 말이죠.”

“아뇨, 아닙니다. 마르케시 씨와는 저도 한 번 꼭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이네요. 하하하.”

평소와 같은 사람 좋아 보이는 목소리.

허나 한편으로는 진지한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 이 만남이 단순히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꽤 진지하구만···’

그걸 느끼는 건 장태현 회장 또한 마찬가지다.

원래 마르케시와의 만남이 예정되어있긴 했지만, 그건 오늘이 아닌 내일이고, 이 자리는 마르케시의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갑작스레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로서는 중요한 자리일 수밖에 없다. 엘리펀트 인더스트리의 대형 공사 프로젝트가 달려있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공적인 자리에서 꺼내기 어려운 협상 내용을 말할지도 모른다. 당장 답변을 하기 어려운 그런 민감한 내용일지도.

“오늘은 날씨가 참 좋더군요.”

그런 긴장감을 애써 감추고, 장태현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일부러 일상적인 주제를 꺼냈다. 조금은 분위기를 가볍게 가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장태현 씨와 만나고 싶었던 건, 비즈니스 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허나 마르케시는 그런 생각이 없었던 모양.

기존에 알고 있었던 이미지와 달리 단도직입적으로 훅 들어오는 그의 말에, 장태현 회장은 애써 당혹감을 감췄다.

“어떤 내용이실까요.”

머릿속에 떠올리는 몇 가지 예상 내용들.

하나같이 당장 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프로젝트를 생각하면 결단을 내려야할지도 모른다. 장태현은 조용히 한 차례 마른 침을 삼켰다.

“귀사의 안마의자를, 정식으로 저희 회사에서 수입을 하고 싶습니다.”

“···예?”

잠시동안 흐르는 정적.

애써 긴장한 티를 내지 않고 있던 장태현이었으나.

“···안마의자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말에, 그는 맥이 탁 풀린 목소리로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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