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마님 안마하신다 122화 >
“아이고, 형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전 9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
강호연이 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오자, 자동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원호가 조수석의 창문을 내리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뭐야,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원래 매번 형님이 빨리 나와서 기다리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선수 좀 쳤죠. 형님도 일찍 나온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만나기로 한 시간보단 10분 정도가 이른 시간.
강호연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자연스레 조수석에 올라 벨트를 맸다. 찰칵, 하고 벨트가 고정되는 소리. 이윽고 조원호의 지프가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좋겠습니다, 형님.”
“뭐가?”
“가게 말이에요. 부럽습니다.”
크게 우회전을 돌며 대로에 합류하고 난 뒤, 조원호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뭘··· 태한이 덕이지.”
“그러니까요. 크~ 나는 언제쯤에나 우리 한빛이한테 그런 선물 받아보나!”
오늘 두 사람이 동행을 한 이유는, 가게자리를 보러 다니기 위함이었다. 지난 번 강태한이 아버지에게 했던 말은 빈 말이 아니었으니까.
“본인 말로는 나한테 투자하는 거라던데.”
“그거야 형님이 계속 사양하니까 그러는 거죠. 아, 커피 드실래요?”
잠시 신호에 멈춰있는 사이, 조원호는 기어 뒤쪽의 홀더에 끼워놓은 커피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강호연은 머쓱해하는 얼굴로 그걸 받아들었다.
“허허, 참. 뭘 커피까지 이렇게.”
“제 꺼 사는 김에 같이 사는 건데요 뭐.”
“잘 마실게.”
차가운 물기가 맺혀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강호연은 감사인사를 건네고는 빨대를 입으로 물었다. 차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커피 한 모금을 빨아 마시니, 그 맛이 제법 각별했다.
“형님이 말씀하셨던 데가 저쪽이죠?”
“맞아. 저기 주차장 넓은 곳.”
그러던 중, 조원호가 한 쪽을 가리키며 말하자 강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강호연이 가게를 옮길만한 곳으로 염두 해두고 있던 자리였다.
“다들 보는 눈은 비슷한가봐.”
원래 근방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장사가 잘 되던 오리집이었는데, 오리집이 나가고 들어선 다른 가게들은 세 번 연달아 폐업을 했다.
허나 그건 단지 그 가게들의 실력이 시원찮았을 뿐. 주변 상권과 교통, 가게의 넓은 공간, 그리고 인근에 있는 공영주차장의 존재까지 생각하면,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마침 연달은 폐업으로 값도 많아 낮아졌겠다, 싶어서 강호연이 콕 집어 염두에 두고 있었던 곳인데···
“그것도 하필이면 내가 부동산 찾아가기 사흘 전인가에 나갔다고 하더라고. 거의 두 달 동안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말이야.”
그러고 있었던 게 본인만은 아니었는지, 이미 그 전에 다른 사람이 계약을 해간 모양이었다. 강호연은 못내 아쉬워하는 기색으로 빨대를 물었다.
“뭐 오늘 더 좋은 자리 알아보면 되죠.”
“하긴, 조 사장 덕분에 든든하긴 해.”
조원호의 당당한 목소리에 강호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조원호가 요식업을 해본 경험은 없지만, 평소 인망도 좋고 큰 거래도 종종 하다 보니 알고 지내는 부동산 업자가 많은 편이었다.
“사실 형님한테 연락받고 한 번 살짝 물어봤는데··· 유성구 쪽에 좋은 자리가 하나 난 모양이더라고요.”
게다가 이미 한 번 슬쩍 알아보기까지 해놓은 상태.
조원호의 말에 강호연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이쪽으로 가고 있었구만?”
“예. 보니까 자리가 진짜 괜찮기는 하더라고요. 한 번 보시면 어떨까 해서.”
조원호가 머쓱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새 보니까 그 뭐야, 형님 손님들이 맛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런 SNS 손님들은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으니까, 동구보단 유성구 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동구 쪽 상권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비교적 구 번화가의 느낌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요즘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 층이 바뀐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비교적 상권을 구성하는 연령대가 낮은 곳으로 옮기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판단.
“으음··· 하지만 말이야.”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조원호의 말에 강호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었지만··· 이내 침음을 삼키더니,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조 사장한테도 말했었지만, 내 가게는 오랫동안 힘들었어. 위치도 위치지만, 어깨가 많이 안 좋았거든.”
때문에 단순히 수타면만 못 칠 뿐만 아니라, 요리하는 것 자체에 여러모로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중화요리는 힘을 써야하는 일이 많았으니까.
“근데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내가 힘들 때 꾸준히 찾아와준 단골 분들이 있어서였거든.”
비단 김씨와 최씨처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간혹 가다 들러 짜장면 한 그릇, 짬뽕 한 그릇씩 팔아주고 가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여기만큼 옛날 맛이 나는 곳이 없다나.
요즘처럼 손님으로 붐비는 일은 없었지만, 어찌됐거나 강호연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던 건 자신의 맛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말인데, 난 역시 우리 가게에서 너무 멀지 않은 주변 동네가 좋을 것 같아.”
강호연은 쑥스러운 얼굴로 코밑을 훑으며 말했다. 비록 살짝 낯이 뜨거워지는 말이긴 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새로 오는 손님들한테도 감사하지만, 나 힘들 때 찾아와준 손님들도 중요하니까. 주 고객층이 바뀌었다고 홀랑 떠나고 싶지는 않네.”
“···그렇습니까.”
그 말에 조원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조용히 운전에 집중을 하고 있었을까.
“크으~ 조금 감동했습니다, 형님.”
유턴으로 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며, 조원호는 감탄 섞인 목소리로 탄성을 터트렸다.
“거의 뭐 감동 다큐 마무리 멘트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안 놀려도 충분히 낯간지러우니까 그만해.”
“아이,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짭니다.”
웃음기가 섞여있긴 하지만 진중한 분위기.
조원호의 대답에 강호연은 괜히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짜라고 해도 낯이 간지러운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어쨌거나, 뭐··· 주변 동네가 좋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형님. 안 그래도 요 근방에 아는 동생이 한 명 있으니까, 그쪽부터 한 번 가보죠.”
조원호는 빙긋 웃으며 천천히 핸들을 돌렸다.
* * *
“으아··· 정말 좋았다.”
전용기에서 내려 터미널에 도착한 천마안마 일행들.
최성현은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방금 비행의 소감을 짧고 담백하게 입에 담았다.
“의자가 생각보다 편하더라.”
“그러니까요. 그리고 기내식도 맛있었고.”
옆에 걷던 김성훈이 한 마디 말하자, 최성현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르케시가 개인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전용기.
여차한 경우 구단 선수들 모두가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도록 좌석을 꽤 많이 배치했고, 그렇기에 럭셔리나 사치와는 조금 거리가 멀긴 했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항공사들의 이코노미 석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객관적으로 따져 봐도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었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까 기내식으로 마셨던 와인이 내가 마셔본 와인 중에 가장 비싼 와인일 거 같다.”
“식사로 나왔던 스테이크도 엄청 맛있었고··· 거의 공중 레스토랑이었지.”
한 명이 먼저 말하자,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는 소감들. 저마다 다른 말을 하고 있었지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짐은 어디서 찾습니까?”
“그야 숙소까지 따로 옮겨지죠.”
수하물 찾는 곳이 보이지 않아 동행한 직원에게 질문을 꺼내는 황 실장. 그러자 그 직원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비행기에 탑승한 손님들 모두 저희 회사의 손님들이니까요.”
“아··· 그렇구만.”
그의 말에 황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승객들 각자 수하물을 찾아 제 갈 길을 가지만, 이건 출발지부터 목적지, 그리고 묵을 숙소까지 쭉 이어지니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 수하물에 당장 필요한 물건이 있으신 거면, 따로 빼놓으라고 말해놓을까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황 실장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오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가 있었다. 마치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느낌.
그리고 버스에 올라 잠시 주변 풍경을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산자락에 세워져있는 멋들어진 리조트와 호텔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프장인가···”
“와, 진짜 좋다!”
풍경 곳곳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이국적인 느낌. 그러면서 먼 해외까지 놀러왔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는지, 호텔이 가까워질수록 일행의 분위기도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어서 오십쇼. 환영합니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호텔의 로비로 들어서자.
자주빛 정장에 모자를 쓰고 흰 장갑까지 끼고 있는 벨보이들이 그들을 맞이하며, 각자 들고 있던 짐들을 받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아왔던 장면.
게다가 로비의 천장은 3층 정도 높이는 되어 보일 정도로 높았고,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웅장함이 있었다.
“와···”
약간 현실성이 떨어지는 광경에, 일행은 입을 벌린 채로 당황 섞인 탄성을 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여기서부턴 아마 호텔에서 안내를 해줄 겁니다.”
한편, 한국에서부터 이곳까지 쭉 동행해왔던 인도인 직원, 다르비는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강태한에게 조용히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럼, 부디 좋은 휴식이 되시길.”
“여기까지 같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르비.”
“하하. 제 일이었는데요, 뭘.”
강태한이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자, 다르비는 빙긋 웃으며 손을 젓고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 * *
호텔에 도착하여, 각자의 방으로 안내를 받고난 후.
아무런 긴장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일행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여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부는 리조트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고, 몇 명은 리버풀 관광투어를 신청하여 다시 버스를 타고 시가지로 나갔다.
“으와아!”
그리고 나머지는 들어올 때 봤던 수영장으로 직행.
야외에 있는 데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쌀쌀한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안쪽에는 미지근한 온수가 채워져 있어 오히려 호화스러운 기분을 더해주고 있었다.
“우하하하, 진짜 원장님이 최고시다!”
방금 막 수영장에 뛰어들었던 안마사 한 명이 얼굴을 씻어 올리며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때마침 일행들 외에는 손님들도 없었기에, 마치 전세를 낸 기분이 들었다.
한편, 직원들이 저마다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에.
“미스터 강! 하하하! 어서 앉으시죠.”
강태한은 그를 초대한 여기 리조트의 주인, 타르빈 마르케시와 일대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초대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는 두 사람.
강태한은 깍지 낀 손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 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 같이 올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으니 말이죠.”
“후후. 원래부터 선생님의 가족 분들, 친구 분들까지 함께 올 걸 전제로 계획해두고 있었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죠.”
마르케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손을 젓고는,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는 찻주전자를 가리키며 넌지시 물었다.
“혹시 홍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
“감사히 받지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차를 따라내는 마르케시.
강태한은 찻잔을 건네받고 천천히 입가로 가져갔다. 제법 솜씨 있는 사람이 우려낸 것인지, 차의 색깔부터 잔 너머로 느껴지는 온기, 은은하게 퍼지는 향까지 꽤나 훌륭한 한 잔이었다.
‘좋군.’
그렇게 한 모금을 머금은 강태한.
그는 찻잔 뒤에서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것이 차에 대한 감상은 아니었다.
‘영어 공부를 해둔 보람이 있어.’
당연한 말이지만, 마르케시는 영어로 말을 했고 강태한 또한 영어로 답했다.
자연스레 흘러간 대화. 원어민마냥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원활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할 수 있었다.
가볍게 속으로 자화자찬을 마친 강태한은, 올라가있던 입 꼬리를 다시 슬쩍 가라앉히며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선수들은 언제쯤 오실 예정인가요?”
그와 동시에, 강태한은 슬쩍 화두를 던졌다. 상대를 배려하여, 상대가 가장 신경 쓰고 있을만한 주제를 일부러 먼저 입 밖으로 꺼낸 것이다.
“아, 안 그래도 언제 말씀을 드려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바로 어제 경기가 있어서 말이죠. 오늘까지는 각자 휴식을 취하는 기간입니다.”
마르케시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일단은 내일 찾아오는 걸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푹 쉬시죠. 필요하신 게 있다면 되도록 편의를 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헬기도 불러드릴 수 있으니까요.”
“···말씀 감사하지만, 헬기까지 이용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봐주는 편의의 스케일에, 강태한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리며 가볍게 손을 저었다.
“···저, 근데.”
그렇게 대화가 일단락되고, 잠시 조용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을 때. 강태한의 눈치를 슬쩍 살피던 마르케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스터 강. 실례가 되는 말일 수도 있는데, 혹시 저도 한 번 봐주실 수 있습니까?”
“봐준다하면?”
“그야 물론! 마사지 말입니다.”
방금 전까지는 진중한 사업가 같은 분위기였는데, 어느새 목소리의 톤이 살짝 바뀌어있었다. 기대랑 설렘이 가득 담긴 느낌이라고 할까.
“···흐음.”
강태한은 잠시 마르케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의도를 살펴보려는 목적. 허나 그의 얼굴에서는 별다른 것 없이, 그저 순수한 호기심만 읽어낼 수 있을 뿐이었다.
‘재미있는 사람이군.’
그렇다고 호기심만으로 안마를 받으려 하는 것이 적절한 행동이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지만··· 안 그래도 불편해 보이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오고 있었던 참이다.
“그럼, 가볍게 한 번 볼까요.”
강태한은 찻잔을 마저 비워낸 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일단 일어나주시죠.”
“오, 그냥 일어나면 됩니까?”
그에 따라 순순히 일어나는 마르케시.
강태한은 테이블을 돌아 그의 뒤로 돌아가더니, 왼쪽 어깨를 붙잡고서 허리를 앞으로 쑤욱 밀어냈다.
“먼저 여기부터.”
쁘드득!
몸에서 가볍게 울려 퍼지는 기묘한 소리.
“우왁?!”
평소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그것도 자기 허리에서 나고 있는 상황에, 마르케시는 기겁하며 상반신을 빼냈다. 아니, 빼내려고 했다.
‘안 움직여?’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강태한의 왼손.
붙잡고 있다고는 해도 가볍고 느슨하게 잡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의 상체는 신기할 정도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북목 낌새도 살짝 보이고.”
그 다음으로는 가볍게 목을 쥐어내는 오른손.
우그그극!
이번에는 머리 바로 아래에서 울리는 소리에, 마르케시는 자기도 모르게 천천히 두 손을 들어올렸다. 항복의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