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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117화 (117/286)

< 천마님 안마하신다 117화 >

땅 밑으로 수맥이 흐르는 것 자체는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냥 밑에서 흐르고 있는 지하수 자체가 수맥이었으니까.

다만 물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그렇듯, 대부분의 수맥들도 음기를 띄고 있기 마련인데···

간혹 가다 땅의 기운이 모이는 지점에서 수맥이 함께 흐르고 있을 경우,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양기를 품고 있는 경우도 간혹 가다 발견되곤 한다.

‘이건 십중팔구 온천인데.’

강태한은 잠시 제자리에 멈춘 채 기감을 펼쳤다.

땅 속으로 스며들듯이 서서히 확장되어가는 감각의 영역. 머지않아 기감으로 수맥의 위치를 감지하는 데 성공한 강태한은, 확신을 되뇌듯 천천히 고개를 두어 차례 끄덕였다.

“이런 곳에 온천이라···”

땅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지열로 한껏 달궈져있는 뜨거운 온수. 꽤 먼 곳에서부터 흘러들어오는 이 온천수맥은, 인근의 지대를 살짝 맴돌다 다시 땅속 깊이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딱 이 부분만 골라서 샀군.’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온천의 수맥이 흐르는 곳은 그리 흔하지 않다. 더군다나 본인이 구매한 땅에서 온천이 나오는 일은 더욱 흔치않다.

강태한은 슬쩍 조원호 쪽을 쳐다봤다.

그만큼 운이 좋은 걸까. 아니, 어쩌면 그만큼 땅을 알아보는 직감이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조원호가 땅 속에 흐르는 온천수맥을 확인하고 구매한 건 아니겠지만, 지하의 수맥마저 양기를 품고 있는 만큼, 인근 지대자체가 다른 곳보다도 짙은 양의 기운을 띄고 있었으니까.

그걸 직감적으로 감지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을 쯤.

“온천이라니? 왜, 사우나라도 가고 싶어?”

방금 전 강태한이 중얼거린 혼잣말을 들었었던 건지, 조원호가 히죽거리는 얼굴로 강태한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여기 펜션에서 온천까지 나오면 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어요.”

굳이 설명할 필요까진 없기에 적당히 말을 돌리는 강태한. 그러면서 가볍게 온천에 대한 조원호의 생각도 좀 떠보기로 했다.

본래 어떤 물건이건 간에 본인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나온다면, 불필요한 수준이 아니라 방해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이곳은 산자락에 위치해있지만 시야도 탁 트여있고, 풍광도 괜찮으며 경치도 뛰어난 곳이다.

강태한의 생각으론 여기에 노천탕 하나가 있다면 정말로 환상적일 것 같았지만··· 그건 일단 강태한의 생각이고, 정작 땅 주인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공사에 방해가 된다든가, 본인이 구상해놓은 사업 계획에 어울리지 않는다든가.

수맥이라는 것이 한 번 뚫어놓으면 다시 막는 데에도 나름 손이 많이 가는 것이기에, 무턱대고 온천을 뽑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럴 때 가장 확실한 건 역시,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 강태한은 별 생각 없는 듯한 가벼운 목소리로 슬쩍 질문을 던졌다.

“온천? 야, 좋지! 생각만 해도 끝내주네.”

그러자, 조원호는 탄성까지 터트리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른손으로 턱을 감싸 쥔 채로 주변을 슥 둘러보며 말했다.

“바로 앞에는 골프장이 있고, 저쯤에다 정원이랑 산책로도 만들고··· 여기에다가는 바베큐장을 설치하고, 주말에는 캠프파이어도 할 거야.”

그는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구석구석을 가리키며, 사업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마치 자기가 만든 레고 구조물을 설명하는 아이 같은 얼굴이었다.

“근데 여기에 온천까지 나온다? 그럼 저쯤에다가 노천탕 하나 만들어서 울타리를 두르고··· 크으, 바로 핫 플레이스 등극이다.”

“하긴, 좋기는 하겠네요.”

상상만 해도 좋다는 듯한 반응.

술술 나오는 걸 보아하니, 단지 방금 막 떠올린 게 아니라 이미 비슷한 생각을 한 번 해본 모양이다.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맞장구쳤다.

“하지만 온천이 뭐 내가 만들고 싶다고 해서 뽑아낼 수 있는 건 아니잖냐. 그냥 나 혼자 망상이나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다만 조원호는 곧 실없어 보이는 웃음을 흘린 다음, 어깨를 으쓱이곤 다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젠 별 문제 없군.’

한편, 강태한은 그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쓸 데 없는 도움이 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본인도 그걸 원하다고 하니 강태한으로서는 공사 허가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디보자, 온천을 낼만한 위치는···’

강태한은 재차 기감을 펼쳐 가볍게 수맥의 위치를 더듬었다. 내부의 압력이 비교적 강하게 작용하고, 지표와도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지점···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마침 조원호가 온천을 생각하며 짚었던 ‘저쯤’과 비슷한 위치다. 인근지대의 안정성과 다른 시설들과의 거리를 살펴본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강태한은 오른쪽 다리를 슥,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내리찍듯이 힘차게 땅을 밟았다.

구우웅!

갑자기 지면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소리.

그와 동시에 인근의 땅이 살짝 흔들렸다.

“···뭐야?”

“설마, 지진인가?”

그 대지의 진동에, 앞서 걸어가고 있던 강호연과 조원호가 자세를 엉거주춤하게 낮추며 조심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살짝 어수선해진 숲의 분위기와 푸드덕거리며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새들. 왠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 뒤로는 아무 일없이 잠잠하더니, 숲은 다시 금방 고요를 되찾았다.

“···별 일은 아니었나본데?”

“어디서 굴착기라도 돌리고 있남···”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자세를 고쳐 잡는 두 사람.

“왜 그래요?”

“아니, 갑자기 땅이 흔들린 것 같았는데 말이야.”

“저는 못 느낀 것 같은데.”

그러는 사이, 강태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가와 슬쩍 다시 일행에 합류했다.

‘하루나 이틀 정도 걸리려나.’

일단은 온천의 수맥에 충격을 가해놓은 상황.

수맥의 안쪽까지 충격이 닿았으니 자극은 충분할 것이고, 땅 속에도 자연스레 경로가 뚫리도록 조치를 취해뒀으니, 가만히 둬도 머지않아 자연스레 온천이 샘솟기 시작할 것이다.

마음먹으면 당장 솟구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상황이 좀 복잡해질 수도 있거니와, 어쨌거나 오늘은 아버지와 함께 구경을 온 것이지 온천탐색을 하러 온 게 아니었으니까.

“다음에 또 오면 좋겠네요, 아버지.”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걷던 강태한은, 앞에서 걷던 강호연에게 넌지시 말했다.

아마 다음번에 왔을 때는 노천탕이 딸려있는 펜션에서 온천까지 즐길 수 있으리라. 그 생각에 강태한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 * *

다음 날, 목요일.

“···슬슬 시간인가.”

서울의 자취방에 돌아와 아침부터 계속 침대에 누워있던 강태한은, 슬쩍 시계를 쳐다보고는 평소처럼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천마안마의 강태한 원장님이십니까?”

그렇게 집 밖으로 나서자, 처음 보는 정장차림의 누군가가 공손한 말투로 그렇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만.”

“괜찮으시다면, 모시겠습니다.”

강태한이 답하자, 그는 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뒤에 세워진 세단의 뒷문을 열었다. 그의 깔끔한 정장차림과도 비슷한 검은 세단이었다.

“그럼 사양은 안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태한이 뒷좌석에 오르자, 남자는 문을 닫고 나서 돌아와 운전석에 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출발하는 차량.

강태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창밖의 풍경을 쳐다봤다.

‘신기한 기분이구만···’

당연히 예전에도 남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본 적은 있지만, 남자의 정장차림 때문인지, 정중한 태도 때문인지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좀 더 뭐랄까··· 몇 배로 머쓱해진다고 할까.

무림에서 천마로 있었던 시절에도, 답답하고 불편한 가마보다는 차라리 혼자 다니는 걸 더 좋아했기에, 여러모로 어색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게 이쪽의 체면이겠지.’

강태한은 명함지갑을 꺼내곤, 황 실장에게 건네받았던 명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대청그룹 장태현 회장.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에는 그 아홉 글자와 함께 조그마한 전화번호만 달랑 적혀있었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다고 했었지만··· 아마 본인이 따로 초대한 손님이니,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배려하고 싶은 것이 저쪽의 입장일 것이다.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강태한은 조용히 차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났을까.

분명 아직 도심 한복판일 터인데, 들판 수준으로 드넓은 정원과 그 가운데에 한옥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약간 서울 같지 않은 곳에 도착했다.

“원장님! 와주셨군요.”

수행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한 남자가 화색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름이 아니라 방금 전에 읽은 명함의 주인, 대청그룹의 장태현 회장이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들었는데,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별 말씀을 다하시네요.”

장태현이 내민 손을 잡는 강태한.

그렇게 가볍게 악수를 주고받은 후, 두 사람은 자연스레 자리에 앉았다.

‘전세를 낸 모양이군.’

자리에 앉은 강태한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겉에서 보이는 것처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한옥 인테리어. 이 정도로 좋은 가게라면 손님들로 미어터질 만도 한데, 가게 안에는 자신과 장태현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차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으음··· 저는 이걸로 하지요.”

한옥인만큼 음료도 차 위주로 되어있는 구성.

강태한이 메뉴판에 적힌 찻잎을 고르자, 근처에 서있던 수행원이 조용히 주문을 하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주문했던 음료가 나오자, 찻잔에 차를 따라내며 장태현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혹시, 제 얼굴을 기억하십니까?”

“그야 뭐. 최근에 찾아온 손님들은 기억하고 있죠.”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강태한. 그러자, 장태현은 머쓱한 표정과 함께 쑥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원장님이 저한테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도 기억하고 계시겠군요.”

강태한은 바로 대답을 하는 대신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때도 그랬듯이, 그에게는 조금 예민한 문제일 수 있었으니까.

“제가 말씀드렸던 효과는 좀 보고 계십니까?”

“···정말,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장태현은 괜히 정수리 부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여전히 가발을 쓰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희망의 싹들이 서서히 돋아나고 있었다.

“사실 오늘 원장님을 뵈려 했던 목적 중에 하나가,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따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더라고요.”

장태현은 잠시 자세를 고쳐 잡다니,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장님. 덕분에 큰 근심 하나를 덜 수 있었습니다.”

비록 살짝 쑥스러워하는 목소리긴 했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진심어린 감사를 느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안마사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강태한의 반응에, 장태현은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충분히 생색을 내거나 다른 욕심을 품을 만도 한데, 그런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귀인, 말 그대로 귀하신 분이로군.’

처음 아버지에게 들었을 땐 ‘사이비가 아닌가’하는 오해를 만든 호칭이었으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이것만큼 어울리는 호칭도 없다. 장태현은 본인의 생각에 동의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크흠, 그리고 또 다른 목적은··· 원장님에게 안마를 받았던 그 날 떠올렸던 생각입니다만.”

허나 지금은 더 중요한 이야기를 꺼낼 때였다.

장태현은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살짝 환기한 다음, 강태한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혹시, 바디케어라는 회사를 알고 계십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유명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안마의자 사업이 점점 커지면서 인지도가 올라간 회사다. 강태한은 얼마 전 마트에서 봤던 안마의자 체험 코너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회사가 저희 그룹에 소속되어있습니다만··· 사실, 요즘 경쟁업체에 밀려 시장에서 많이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쟁업체라면, 릴렉스홈인가요?”

“맞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아직 인지도는 저희 바디케어 쪽 제품이 앞섭니다만, 성장세는 그쪽이 훨씬 더 매섭죠.”

이럴 때는 에둘러서 말해봤자 역효과다. 장태현은 회사의 상황을 솔직하게 입에 담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제품 개발에 힘을 좀 쏟아야하는 입장인데···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의 안마를 받게 된 겁니다.”

“···흐음.”

대충 이야기의 갈피는 파악이 됐다.

강태한은 침음을 삼키며 턱에 손을 올렸다.

“단도직입적으로, 선생님을 바디케어 신제품 개발의 기술고문으로 초청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본론을 입에 담는 장태현.

그 말에 강태한은 살짝 의문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저는 기계 같은 건 잘 만질 줄 모릅니다만.”

“괜찮습니다. 선생님께선 안마에 관해 본인께서 알고 계신 요령과 기술만 짚어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주신다?”

“바로 그렇죠.”

장태현의 말에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만 아직 길게 고민할 때는 아니었다. 강태한은 턱을 짚고 있던 손을 내려놓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조건부터 한 번 들어볼까요?”

자고로, 이런 고민을 할 때는 조건들부터 살펴보고 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 법이었다.

* * *

“김씨! 그쪽 작업은 어떻게 되가남!”

“얼추 끝나가!”

옆에서 들려오는 동료의 목소리.

김 씨라 불린 남자는 큰 소리로 그에 답한 다음, 이마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묵묵히 작업을 시작했다.

유성구 인근에 새로 생기고 있는 골프장.

그 바로 앞에선 펜션을 짓는 공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 작업에 참가한 인부들이었다.

“그건 그렇고, 여기 경치가 엄청 좋긴 하네.”

“그러게. 딱··· 이쯤에 의자 하나 놓고, 커피 한 잔 쭉 들이키면 더할 나위 없겠구만.”

앞을 보면 탁 트인 골프장이 눈에 들어오고, 좀 더 고개를 들면 푸르른 산림이, 더 고개를 들면 병풍처럼 펼쳐진 산세와 푸른 하늘의 조화가 기가 막혔다.

“나중에 한 번 와봐야겠구만.”

“뭐여, 김 씨. 골프도 칠 줄 알어?”

“아이, 뭐 골프만 치러 오라는 법 있나? 마누라랑 이런 펜션 와서, 오붓하게 시간 보내고 삼겹살 구워먹으면 그만이지.”

“듣고 보니 그 말도 맞구만!”

허허허, 웃음을 터트리며 잡담을 이어가는 두 사람.

설렁설렁하는 것처럼 보여도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이, 그 자체로 짬이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음?”

그러던 와중.

계속 움직이고 있던 삽을 멈추더니, 김 씨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김 씨. 뭔 일 있어?”

“아니, 그게··· 이 주변에 수도관을 잘못 건드렸남?”

“여기 수도관이 어딨어?”

두 사람이 작업하고 있는 곳은 펜션의 마당으로 예정되어 있는 부분. 배관이 지나갈 이유도 없을 뿐더러, 아직 공사가 들어가지도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근데 여기 지금 물이 나오고 있는디?”

김 씨가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처음에는 좀 습한 곳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좀 더 파고 들어가니 이젠 아예 물이 꿀렁꿀렁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 어째 지금 김도 나는 것 같다?”

“김이 나다고?”

12월의 차가운 공기 속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그렇다는 건, 이 물이 온수라는 의미였다.

순간 당황한 동료가 김 씨에게 걸어오고 있던 와중.

“우아악!”

푸우우우!

갑자기 땅을 뚫고 튀어올라온 뜨거운 물줄기에, 김 씨는 잡고 있던 삽도 내던지고 멀찍이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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