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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112화 (112/286)

< 천마님 안마하신다 112화 >

“오빠!”

여덟 시 이후의 저녁 시간.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반기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듣기만 해도 들뜬 기분이 전해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보니까 반갑네.”

“오랜만이에요! 후후.”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님은 다름 아닌 채은비.

얼마 전까지 미국에 있었지만, 그동안 잡혀있던 일정들을 얼추 마무리하고 재충전의 시간도 가질 겸 한국으로 되돌아온 그녀였다.

가족들과도 만나고, 엄마가 해주는 김치찜도 먹고···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하고 싶었던 건 많았지만, 그래도 역시 재충전이라는 목적을 생각했을 때,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따로 있었다.

“미국에 가 있는 동안에도 여기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니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강태한의 안마.

아무래도 타지에 나가있다보니 컨디션 관리에 난조를 겪을 때도 많았고, 미국의 특성상 한참동안 이동하는 일이 많아 몸에 피로가 누적되는 일이 잦았다.

때로는 경기 중에도 그 영향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이곳의 안마 생각이 얼마나 났는지 모른다.

“타지 생활이 힘들었나보지?”

“아유, 말도 마요··· 아무래도 단기간에 여기저기 참가하다보니, 버스에만 있었던 시간이 반이에요.”

그녀는 짐짓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과장을 붙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동시간이 길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것치고는 여기저기서 활약했던 모양인데.”

그녀의 말에 강태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기사들 봤어요?”

“가끔 찾아봤었지.”

현대에 적응한 만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살펴보는 빈도도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강태한은 꾸준히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그에게 생긴 또 하나의 취미는, 다름이 아니라 지인들의 기사를 검색해보는 것.

한하 호크스의 선수들이나 프리미어 리그의 강주완, 고드윈 선수. 그리고 연예계의 조찬혁, 이한건 등.

별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기사에 행적이 실릴만한 유명인들을 알게 되었고, 개중에는 사적인 친분이 쌓인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 이들의 이름을 찾아서 근황을 훑어보는 일은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었다.

아는 사람과 관련된 기사를 보는 것 자체가 재밌기도 했거니와··· 조금 과장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안마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들이기도 했으니까.

“얼마 전에는 메인에도 떴던데. 꽤 규모 있는 마이너리그에서 우승했다고.”

강태한이 찾아보는 사람들의 목록에는 채은비도 포함되어 있었다.

원래는 따로 검색을 해야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그새 성과를 거둔 덕분인지 언급되는 빈도가 꽤 잦아져 있었다. 한국 여성 골프 강세를 이어갈 후보 중에 한 명이라나.

“진짜 찾아봤나보네.”

“거짓말할 필요가 어디 있겠냐.”

강태한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괜히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라, 채은비의 기사를 보면 다른 사람들이 활약했을 때보다 뿌듯한 마음이 좀 더 크게 와 닿았다.

발랄한 여동생을 보는 기분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이들과 달리 가게에 찾아온 손님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오지랖을 부려 고쳐준 경우라서 그런 것일까.

문파의 제자들 중에서도 자기가 직접 발굴한 인재에게 좀 더 눈길이 가는 것 마냥, 그리 대단한 기사가 아니더라도 읽다보면 괜히 미소가 지어졌었다.

“···헤헤.”

“왜 그렇게 이상하게 웃어?”

“그냥요. 그보다, 슬슬 안마도 해줘야죠.”

채은비는 머쓱한 표정으로 웃다가, 갑자기 침대 위에 엎드리며 얼굴을 베개에다 묻었다. 괜히 기쁘면서도 쑥스러운 기분이 든 탓이다.

“그렇긴 하지.”

한편, 그녀의 말에 강태한은 천천히 다가와 어깨를 붙잡았다. 이야기가 길어지는 와중에 몸 상태는 대충 훑어둔 상태였기에, 기감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생략하고 곧바로 안마에 들어간 것이다.

“으극?!”

순간적으로 경련하듯 어깨가 움츠러드는 채은비.

왠지 지난번보다 자극이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기겁하며 몸을 비틀었다.

* * *

“···핫.”

한 시간 정도 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채은비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부터 잠에 들었던 걸까.

항상 겪으면서도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채은비는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음, 좋아.”

뻣뻣하던 근육은 물론이거니와 쌓여있던 피로감마저 싹 씻겨내려 간 것이, 거의 미국으로 떠나기 전의 몸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이런 효과가 나오지?’

이쯤 되면 단순히 솜씨가 좋은 게 아니라 신비로운 수준이다. 영험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 달까.

마치 게임처럼 컨디션을 세이브 해뒀다가 불러오기로 가져오는 느낌이다. 옛날에 해봤던 게임을 떠올리며, 채은비는 새삼스런 감탄을 터트렸다.

“일어났네.”

그때, 누군가 방으로 들어오며 조명등을 켰다.

다름 아닌 강태한. 그는 싱긋 웃으며 들고 온 쟁반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뭐야. 오빠 원래 퇴근하는 시간 아니에요?”

“줄 게 좀 있어서. 너 자는 동안 위에서 운동이나 좀 하고 왔지.”

강태한이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 층만 올라가면 피트니스 클럽이 나오니 그리 대단한 수고도 아니었다.

“그래도 좀··· 미안해서.”

“그럴 필요 없다.”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썼으면 오라고도 안 했을 것이다. 원래 퇴근 시간은 여덟 시였으니까.

강태한은 그저 피식 웃으며 쟁반 위에 놓인 찻잔을 가리켰고, 채은비는 머쓱해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다.

“···하아.”

단잠으로 말라있던 입을 적시는 달착지근한 온기.

허해져있던 몸에 흘러들어오는 활력에, 채은비는 자기도 모르게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미국에는 언제 다시 가나?”

“한 사흘 뒤?”

“바쁘게 돌아다니네.”

“원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오래 쉬었으니까··· 그만큼 열심히 다니는 거죠. 그러고 싶기도 하고.”

강태한의 말에 채은비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초심(初心)이란 것은 생각보다 애매한 개념이지만, 그녀에게는 비교적 뚜렷하게 잡혀있었다.

허리의 부상으로 연습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시절. 치료를 하고 싶어도 원인을 명확히 짚어낼 수 없어 그저 손만 놓고 있어야했던 시절.

당시엔 필드 위에서 골프 한 번 제대로 쳐보는 것이 소원이었을 정도였으니, 지금 미국에서 프로골퍼로 활동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기적 같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초심을 생각한다면야, 얼마든지 힘을 낼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진 골프를 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다시 안마를 받았으니, 한동안은 컨디션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그래도 이번에 우승해서 일정이 좀 느슨해졌어요. 대회 참가 조건이 얼추 달성됐거든요.”

“다행이네.”

강태한은 싱긋 웃으며, 쟁반과 같이 따로 가져왔던 종이가방을 슬쩍 올려놓았다. 크기는 작았지만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 들린 소리로 보아, 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뭐에요?”

“응원 차 이것저것 좀 챙겨봤지.”

채은비가 안을 들여다보자, 거기엔 큼직한 유리병 두 개와 작은 병 하나가 담겨 있었다.

전자의 두 개는 도라지청과 생강청이요, 후자는 말린 야관문 잎을 담아놓은 병이었다.

“아마 몸에 좀 잘 받을 거야.”

“음··· 어떻게 먹는 건데요?”

“야관문 차는 아침에 녹차 우리듯이 우려서 한 잔씩 마시면 되고··· 도라지청은 피곤할 때. 그리고 생강청은 몸살 기운 있을 때 마시면 돼.”

말이 조금 빠른 탓에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채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도라지청이고, 이게 생강청이에요?”

“반대야. 혹시 유자차 타먹어 본 적은 있나? 그거처럼 컵에다 두 숟가락 정도 넣고 뜨거운 물에 풀어서 마시면 돼. 그리고···”

강태한은 종이가방에 들어있는 병을 꺼내들며 설명을 늘어놓더니, 뒤이어 간단한 스트레칭 방법까지 알려주기 시작했다.

‘···잘생긴 오빠가 생긴 느낌이었는데.’

채은비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보니 잔소리가 좀 많은 오빠였네.’

친한 아는 오빠보다는 걱정이 많은 친오빠의 느낌.

다만 그게 마냥 귀찮은 느낌은 아니다.

거기에 걱정과 응원이 담겨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으니까.

* * *

“요즘 장사가 잘 되는 건 알았는데.”

오후 세 시쯤의 태한반점.

오랜만에 가게에 찾아왔던 최씨가 들고 있던 물 컵을 내려놓으며 한 마디 입을 열었다.

“날이 갈수록 번창을 하네 그려.”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이라 손님도 없고 직원들도 쉬고 있었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웨이팅 줄이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덕분에 강호연은 틈만 나면 수타면을 쳐야할 정도. 원래 인기란 것이 생겼다가도 서서히 빠지는 법인데, 어찌된 게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오는 손님들의 숫자가 늘어만 가고 있었다.

원래는 오랫동안 강호연 혼자서 가게를 봐왔지만, 결국 홀 직원을 한 명 뒀다가, 지금은 홀 직원 두 명에 주방에도 한 분을 고용했다.

그러고 나서도 쉴 시간이 없어 결국 브레이크 타임까지 도입한 상황. 이 정도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다 노가 부러질 지경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래 맛이 좋긴 했잖아.”

“그건 그래.”

옆에 앉아있던 김씨가 말하자, 최씨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이 가게의 단골이었던 건, 강태한과의 친분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음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오던 사람들은 꾸준히 왔었으니까···”

“늦게나마 빛을 본 거지, 뭐.”

그러다 가게 인테리어와 간판을 한 번 싹 바꾸고, 직접 수타면을 치는 게 화제가 되면서 SNS에서 재조명이 되었던 셈이다.

“요즘 좋겠어, 강 사장.”

“응? 하하. 좋지, 그럼.”

마침 주방 정리를 마치고 나온 강호연이 웃으며 답했다. 요즘 가게의 근황을 대표하듯 그의 얼굴은 참으로 밝았다.

“최씨가 말해줬나 봐?”

“뭘?”

“태한이가 나 미역국 끓여준 거.”

“······”

알고 보니 가게의 근황 때문이 아니라 아들 자랑할 생각에 얼굴이 밝았던 모양이다. 김씨는 곁눈질로 최 씨를 쳐다봤고, 최씨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얼마 전 강씨 생일 때?”

“응. 아침부터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미역국에다, 갈비찜에다··· 생일상을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놨지 뭐야.”

김 씨가 살짝 말을 던져보자, 강호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날의 일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약간의 과장이 덧붙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 달 정도 가겠구만.’

강호연의 목소리 톤과 반응을 보고, 김씨는 곧바로 견적을 잡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원랜 그런 기미가 없었지만, 요 근래 팔불출스러운 면을 종종 보이곤 하는 강호연이다.

“태한이가 효자구만, 효자야.”

“그렇지. 지난번에 서울에서 호강한 것도 그렇고, 그만한 아들이 없어.”

하지만 강태한에게 대접받았던 것도 있기에, 김씨와 최씨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강호연의 맞장구를 쳐주기 시작했다.

어찌됐거나 강태한이 기특한 건 사실이었고··· 특히 최씨는 이제 사업적으로도 연결되어있었으니, 더욱 자연스레 칭찬이 나왔다.

“허허··· 아, 내가 그 미역국이랑 갈비찜 맛이 기가 막혔다는 것도 말했었나?”

그쪽으로도 이야기가 뻗어가는 건가?

김씨가 그런 생각을 하며 얼굴이 굳으려던 순간.

“사장님.”

다행히 카운터에 앉아있던 직원이 강호연을 불러,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았던 이야기의 맥을 끊었다.

“무슨 일이야?”

“그··· 전화가 왔는데요.”

“오늘은 예약이 다 찼는데.”

강호연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식사 예약이 아니라, 방송작가라고 하는데요.”

“···방송작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운터로 다가가,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QBS의 ‘맛집전국시대’에서 섭외를 맡고 있는 최나윤 작가라고 합니다.]

“···맛집전국시대요? 방송프로그램입니까?”

[네, 맞아요.]

강호연의 질문에 상대가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저희 쪽에서 이번에 지역별 짜장면 맛집을 주제로 사장님들을 물색하고 있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출연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강호연은 잠시 벙 찐 표정으로 김씨와 최씨를 쳐다봤다. 방송이란 말을 들은 탓인지, 두 사람의 눈이 자기 일인 것마냥 초롱초롱 빛을 발하고 있었다.

* * *

“이쯤에 세워두고 가지.”

뒷좌석에서 태블릿PC를 보고 있던 장태현은, 마침 옆에 보이는 유료주차장을 보고는 슬쩍 입을 열었다.

“여기서 목적지까진 좀 거리가 있는데요.”

“그러니까 더 좋지.”

곧이어 차가 멈춰서고, 장태현은 차에서 내리고 가볍게 기지개를 폈다. 그러면서 천천히 골목을 둘러보고는,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좋군.’

차를 타고 가는 것이 편하기야 하겠지만, 가끔은 이런 식으로 길거리를 걷는 것도 좋아했다.

단순히 기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렇게 길거리를 둘러보다보면, 회장실에 틀어박힌 채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긴 가게에 인형 뽑기 기계밖에 없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사업 아이템입니다. 대학가에 특히 많았는데··· 아직 군데군데 남아있더군요.”

“흐음. 그렇구만···”

때로는 수십 장의 보고서를 읽는 것보다 그냥 길거리를 한 번 돌아다니는 게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는 법. 장태현은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까.

근처 공원에라도 다녀왔는지, 공을 들고 뛰어다니는 한 초등학생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보기 좋구만.”

아이들이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활기부터가 다르다. 다소 소란스러울지언정 생기가 넘치는 그 모습에 장태현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헌데 그 무리와 좀 가까워졌을 무렵.

“앗! 공 잡아!”

“아 하지 말라고 했잖아 미친놈아!”

공을 갖고 트래핑 흉내를 내던 녀석이 공을 놓쳤고, 공은 퉁, 퉁 튀더니 차도의 횡단보도 쪽으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짜증을 내면서 뛰어가는 다른 학생.

아무래도 공의 주인인 모양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바로 앞에서 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는 것

길거리에 세워진 차들로 아이들의 시야가 막혀있었지만, 장태현의 눈에는 앞으로 닥쳐올 장면이 눈앞에 훤히 보였다.

“멈춰!”

저도 모르게 다급히 몸을 움직이는 장태현.

같이 옆을 걷던 비서의 제지도 뿌리치고 발을 움직였지만··· 손이 닿을 리가 없다. 장태현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헌데 주변은 그 이후로도 고요했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 소리마저 완전히 지나가고 난 뒤, 장태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차도로 갑자기 달려들면 안 되지.”

거기엔 달려들던 아이의 어깨를 붙잡은 채 훈수를 하는 한 청년의 모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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