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님 안마하신다-94화 (94/286)

< 천마님 안마하신다 94화 >

‘그렇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심장의 상태가 꽤 좋아졌다는 주치의의 말.

그 말에 장우영은 새삼 흥미를 보이며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이전 것보다 이번에 촬영한 사진의 상태가 좀 더 좋아 보이는 느낌이다.

“원래 건강한 혈관들은 여기, 이 부분처럼 하얗게 찍힙니다. 이 두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확실히 오른쪽 사진이 하얀 부분이 더 많아지고 굵어졌죠.”

흥미를 보이는 장우영에게 주치의는 양쪽의 사진들을 차례차례 가리키며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실 심장 쪽의 문제는 원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쾌차를 보이는 게 힘든데··· 굉장히 보기 드문 경우라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이걸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장우영뿐만이 아니었다. 사진만 놓고 봤을 때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라도 한 듯한··· 마치 회춘이라도 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보고된 사례들을 찾아보면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순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로 해야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혹시 최근에 따로 하신 활동이라도 있으십니까?”

“글쎄···”

호기심이 담긴 주치의의 질문에, 장우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짚이는 부분은··· 물론 있었다.

얼마 전, 협심증 발작으로 쓰러졌다가 한 젊은이에게 도움을 받은 이후로, 장우영은 안 그래도 몸의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침에 몸이 개운하다든가, 혈액순환이 잘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만 원래는 갑자기 쓰러질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있었는데, 안마를 받고 이렇게 곧바로 몸의 상태가 좋아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생각했을 뿐이다.

받은 시간도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수준이었으니,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 정도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검진 결과 건강이 좋아졌다고 하니, 장우영으로선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연히··· 안마를 받은 게 한 번 있었지.”

“흐음··· 그 외에 다른 건 없으십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의 말에 주치의 또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안마가 혈액순환에 큰 도움을 주기는 하는데··· 한 번 받은 것으로 이런 극적인 효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군요. 혹시 최근에 시작한 운동이나, 그런 건 없으십니까?”

그의 반응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안마라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정기적으로 꾸준히 받았다면 모를까, 단번에 이런 극적인 효과를 냈다는 것은 아무래도 가능성이 너무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그 뒤로도 몇 차례 문답이 이어졌지만, 주치의는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으로선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겠군요···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회장님의 건강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것이겠죠.”

요 근래 평소와 달랐던 생활습관들이 있는지를 고려해보고, 그걸 계속 유지한다면 더욱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실 거란 결론을 내리며, 검진결과의 설명은 마무리되었다.

* * *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조심히 가시게.”

그렇게 주치의가 자리를 떠나고 난 후.

장우영은 찻잔에 남아있던 차 한 모금을 마저 들이키고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 그래. 재만아. 저번에 받았던 천마안마 명함 있지? 그래, 그때 호텔에서 만났던.”

전화를 건 상대는 다름 아닌 그의 수행원.

그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일정 비어있는 날에 예약 한 번 잡아봐라.”

잠깐 받았을 때의 효과가 이 정도인데, 제대로 받게 된다면 그 효과는 어느 정도겠는가. 생각만으로도 기대감이 올라가는 장우영이다.

다만 장우영의 관심이 단순히 안마를 받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만났던 그 신비로운 분위기의 청년. 그와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이전에 예약문의를 한 번 해봤습니다.]

“그러냐? 역시. 알아서 잘 해뒀을 줄 알았다.”

[예. 다만···]

수행원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는 장우영. 허나 그 뒤에 이어진 말은 기대하지 않았던 말이었다.

[그 청년에게 안마를 받으려면, 적어도 3주 뒤에나 가능하다는 모양입니다. 주말은 한 달 뒤에도 힘들다는 모양이고요.]

“뭐? ···으음.”

장우영은 잠시 놀란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납득했다. 이 정도 실력과 효과라면 사람이 몰리는 게 당연하다. 아니, 오히려 아직 이름이 덜 알려진 상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혹시 VIP우대 같은 건 없다더냐?”

요 몇 십 년간 어딜 가더라도 아쉬운 소리를 해본 적이 딱히 없던 장우영이었지만, 그의 입에서 살짝 모양이 빠져 보일 수 있는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원래 우물은 목마른 사람이 파는 법이지 않겠는가. 지금 상황에서 아쉬운 건 어디까지나 자신이지, 상대방이 아니었다.

[그게, 예약을 잡을 때는 가게 규정상 예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 직접 찾아가서 물어볼까요?]

“···아니다. 그럼 됐어.”

장우영은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 따로 조건들을 내세우며 부탁을 한다면야 안 될 것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의 머릿속에는 그때 청년이 했던 말 한 마디가 떠올랐을 뿐이다. 자기는 단지··· 복도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도와드렸을 뿐이라고 했던 말이.

“기다렸다가 받는 것도 나름의 맛이 있겠지.”

그런 그에게 굳이 억지를 부린다면 일종의 실례가 되지 않을까. 장우영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쇼파의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 *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그냥 뭐··· 현장만 정신없어졌죠. 특히 단역 분들이 많이 고생하셨고요.]

평소처럼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강태한.

그는 귓가에 스마트폰을 댄 채로, 유세아와 한참 통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번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 이후.

예전에는 카톡은 자주 주고받았어도 전화는 약속이 있는 날에나 1분 정도 통화하는 것이 전부였다.

헌데 지금은, 지금 시간쯤에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유세아로부터 전화가 왔다. 연인 사이가 되면서, 예전에 하고 싶어도 망설였던 걸 마음껏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 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해서, 내심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는 강태한이었다.

“근데 촬영하는 이야기를 하니까, 새삼 세아 씨가 배우라는 걸 느끼네요.”

[왜요. 평소에는 배우 같지 않아요?]

“저한테는 약간 좀 그런 느낌이 있었죠?”

강태한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치, 그게 뭐에요.]

“왜요.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저한테 가깝게 느껴진다는 거니까.”

[···그런가?]

유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수화기 너머로도 훤히 보이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태한 씨는 요즘 어때요? 요즘 SNS 같은 곳만 봐도 한참 바쁘실 것 같은데.]

요 근래, SNS에서 언급이 부쩍 많아진 천마안마다.

안마를 즐겨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것은 물론이고, 거의 종교적 간증과도 같은 리뷰나 유명인 목격담들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수준이었다.

얼마 전에는 블미션 멤버 중 세 명이 30분 간격으로 연달아 방문했다며 짤막하게 기사가 나오기도 했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글쎄요. 황 실장님을 보면 확실히 그런 느낌이 있긴 한데, 저야 뭐 매일 받던 만큼의 손님만 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강태한에게 업무적으로 영향이 있는가, 하면, 그건 딱히 아니다. 그는 항상 예약이 꽉 차있었고, 매번 시간을 꽉 채워서 손님을 받아왔으니까.

단지, 황 실장을 비롯해 카운터의 직원들이 아주 바쁘게 움직일 뿐··· 그나마 다행인건, 개업 때와 달리 이제 대부분의 손님들이 예약을 하고 난 이후에 찾아온다는 점이었다.

[그래요?]

“네. 그래도 다른 안마사들도 손님이 많아져서, 다들 예전보다 활기가 넘쳐 좋긴 하지만요.”

한편, 강태한은 그렇게 통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두 손으로는 약초로 환을 빚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스마트폰은 허공에 떠오른 상태로 귓가에 붙어있는 모습.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으로는 내일 가게로 가져갈 칡청과 말린 야관문, 영약으로 쓸 약초 따위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허공섭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집안 정리.

워낙 편리하기도 하거니와 내공을 다루는 감도 유지할 수 있는, 굉장히 유용한 멀티태스킹 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흐음···’

그러다 통화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강태한. 계속해서 물건들이 움직이고 있는 와중, 주변을 훑어본 그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집이 좀 좁아졌군.”

지난번에 잔뜩 캐와 줄줄이 세워져 벽 한 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칡청. 이미 선반이 꽉 차 밖에 꺼내둔 도라지청, 그 외의 약초들과 그 산물들.

이미 비슷한 문제로 예전에 자취했던 원룸에서 투룸으로 이사를 오긴 했지만, 이곳을 가득 채우는 데에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집이라기보다는 창고에 가까운 듯한 느낌. 강태한이 평소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금 문제가 있다고 봐야했다.

‘좀 너무 많이 캐왔나···’

이번 산행에서, 처음부터 산삼을 세 뿌리나 찾으며 조금 흥이 올랐었던 강태한이다. 이젠 산에서 약초를 캐는 것이 거의 취미활동이나 다름없다고 할까.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태다.

기왕 캐온 걸 그대로 썩힐 수도 없으니, 꿀에다 청을 담그거나, 제습기를 돌려 말리고 있지만··· 집 안의 수납공간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혼자 쓰기에는 좀 무리한 양이긴 하지.’

지금도 꾸준히 영약을 섭식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이 복용하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필요 이상의, 그것도 여러 종류의 영약을 한 번에 섭식하면 오히려 그걸 소화시키는 데에 더 많은 내공을 소모하게 되니까.

‘···약초 캐는 양을 줄이던가, 사용처를 늘리던가.’

잠시 장기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음?”

근처에 내려놨던 강태한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유세아에게 연락이 온 걸까, 하고 들어보니 아버지에게 온 전화였다.

“예, 아버지.”

[어, 태한아. 아빠다.]

“네. 말씀하세요.”

[다른 게 아니고··· 최준석이 있잖냐.]

“최준석이요?”

[아, 최씨 아저씨 말이야. 알지?]

최씨 아저씨 이름이었구나.

강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잘 알죠.”

저번에 아버지와 같이 서울에도 올라왔는데 모를 리가 있겠는가. 강태한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양반이 보문산 근처에서 카페를 하거든.]

“얼핏 들었던 것 같네요.”

[그래. 근데 네가 준 도라지청이랑 칡청을 좀 나눠줬었는데··· 뭐 아무튼, 잠깐 그거 관련해서 이야기 좀 나누고 싶다는데, 괜찮겠냐?]

“예, 뭐. 상관없어요.”

강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는 듯한 잡음이 조금 들려왔다.

[어, 태한아. 전화 바꿨다.]

“잘 지내셨어요?”

친숙한 최씨 아저씨의 목소리에 강태한이 피식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유, 그럼. 덕분에 잘 지낸다. 어쨌거나 바로 본론을 들어가면··· 단골손님들한테 몇 잔 줘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지 뭐냐. 그래서 말인데···]

크흠.

최씨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본론을 꺼내놓았다.

[네가 담근 청으로 만든 도라지차랑 칡차를 메뉴판에다가 좀 올려도 될까?]

서로 아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더욱 허락을 받고 나서 시작해야하는 법이다. 평소 실없어 보이긴 하지만, 이런 부분에선 선을 지키는 최씨다.

[당연히 그냥 빈말로 그러는 건 아니고, 혹시 남는 청이 좀 있다면 정식으로 값을 치르고 사고 싶은데··· 부담가질 필요는 없고, 혹시나 해서 말이야.]

“흐음···”

최씨의 말에, 강태한은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안 그래도 방금 전까지 고민을 하고 있던 칡청, 도라지청, 생강청 같은 것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 아저씨, 이틀 뒤에 제가 대전에 가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한 번 해보도록 하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