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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73화 (73/286)

< 천마님 안마하신다 73화 >

“찬혁 씨도 예약했어요?”

“전 바로 잡았죠. 마음 같아선 스케쥴 비는 날 전부 잡고 싶었는데, 한 사람당 한 주에 하루만 예약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찬혁이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일단은 이주일치만 예약해놨죠.”

“이주일치요?”

“네. 오픈하는 주에 잡고, 그 다음 주에도 잡아놨죠. 오픈하는 주는 주말 자리가 하나도 안 남은 모양인데, 두 번째 주는 주말 자리도 좀 남았더라고요.”

“많이··· 마음에 드셨나보네요.”

서경우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배우들 중에 원래 그런 사람이 많다만, 조찬혁은 그 중에서도 특히 사적으로 만나기가 힘든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관계에서 까칠하다거나 사람을 가린다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지금처럼 살가운 편이지만, 일이 없으면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고 약속도 잘 잡지 않아, 따로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선 집 안에서 일을 해결하려하고, 공적인 일로 외출을 해도 되도록 한 번에 몰아서 처리한다는 모양. 들리는 소문으로는 한참 공황장애로 고생할 때쯤부터 자리 잡힌 생활패턴이라는 모양이다.

딱 잘라 간단하게 말하면, 상당한 집돌이.

지금 이렇게 서경우와 둘이 만나고 있는 것도, 프로그램 관련으로 용건이 있다고 해서 만든 자리지 완전히 사적인 자리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찬혁 씨가 가게 예약을, 그것도 두 번이나 잡아놓다니···’

이건 그 자체로 그 가게의 실력을 보증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의 반응을 본 서경우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 가게 번호 좀 다시 보여주실래요?”

“여기 있습니다.”

서경우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조찬혁이 보여주는 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기왕 하시는 거 지금 바로 예약을 잡아놓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건 빠를수록 좋으니까.”

“···그럼 잠깐 통화 좀 해도 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애초에 자기가 꺼낸 말이었기에, 조찬혁은 권하는 손짓을 하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몇 분 후.

“예. 그럼··· 금요일 아침 11시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네.”

어우.

예약을 마친 서경우는 작은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진짜로 예약들이 꽉 차있네요.”

“그래요?”

“네. 나중에는 그냥 저쪽에서 비어있는 시간을 말해주더라고요.”

그마저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았다. 거의 사실상 예약이 꽉 차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거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네요.”

원래 갖기 힘든 것이 더 탐나는 법!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다가도, 이렇게 어렵사리 예약을 잡고 나면 없던 기대감도 생기는 법이다. 서경우의 반응에 조찬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마 뭘 기대해도 그 이상일 겁니다.”

“그래요? 지금 제 기대가 꽤 높은데··· 그럼 무협지에 은둔고수 정도는 되어야할 것 같은데요?”

막연하게 떠올린 이미지를 입에 담는 서경우.

그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과장된 표현이었지만, 조찬혁은 그것 참 적절하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그 표현 잘 어울리네요. 역시 PD님이라 그런 건가, 표현력이 참 좋으시네.”

“···네?”

“그 선생님 분위기도 약간 신비롭고 묵직한 게, 딱 은둔고수 느낌이거든요.”

순간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친 건가 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조찬혁의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이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을 무렵.

“근데, PD님.”

“아, 네.”

“좀 이야기가 멀리 돌아오긴 했는데··· 그래서 오늘 절 부르신 용건은 뭡니까?”

“···맞다. 깜빡하고 있었네요.”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나눌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불렀는데, 정작 안마 이야기로 불이 붙어 아직 본론은 한 마디도 꺼내놓지 않은 상황.

뒤늦게 떠올린 서경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도 모르게 이마에 손을 올렸다.

* * *

“이야···”

“와, 이건 생각했던 거 이상인데?”

영등포구의 당산동에 새롭게 지어진 22층짜리 신축빌딩, 그곳의 20층에 위치한 강태한의 가게에서,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최성현, 김성훈, 황태진. 강태한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온 셋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감탄을 내뱉으며 주변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로비부터 딱 느낌이 오네.”

문제없이 인테리어 공사까지 끝마친 가게.

일단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넓은 로비가 여유로운 인상을 주고, 군데군데 동양풍으로 꾸며져 있는 설비와 장식품들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침대도 엄청 좋은데?”

“휴게실도 훨씬 넓다, 야.”

“방마다 공기청정기도 있네?”

셋은 모델하우스라도 온 것 마냥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각자 발견한 내용들을 공유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세 사람이 신나고 들떠서 돌아다니는 그 모습에, 강태한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때요. 새 직장은 좀 마음에 드세요?”

“아, 물론이지, 태한 씨. 벌써부터 애사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느낌인 걸?”

강태한의 말에 황태진이 답했다.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듯, 그의 눈에는 총기가 맴돌고 있었다.

한 층의 삼할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공간도 넓은 데다, 엘리베이터를 나오면 바로 입구가 보일 정도로 위치선정도 좋다.

거기에다 로비부터 방까지 이어지는 내부 인테리어도 훌륭하고, 심지어 직원들의 휴게실까지도 꽤 많이 신경을 썼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훌륭했다.

“내가 직원이 아니라 손님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일단 여기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옆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김성훈이 옆에서 거들듯이 한 마디를 던졌다. 확실히, 전에 있었던 안마샵에 비하면 입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이 위에 사우나도 들어온다는 거지?”

“네. 22층에는 사우나가 들어오고, 21층에는 피트니스 센터가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5층부터 19층까지는 호텔로 쓰이고요.”

키야아.

강태한의 말에 김성훈이 탄성을 터트렸다. 그러고도 남을 정도의 라인업이었던 것이다.

“사우나에, 피트니스 센터에, 호텔까지··· 이건 뭐 위치가 좋아도 너무 좋구만.”

이 정도면 막말로 빌딩 내부의 손님들만 좀 끌어들여도 망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보다 더 이상적인 구성이 있을 수 있을까? 적어도 김성훈은 떠올릴 수 없었다.

“근데, 오늘 우린 왜 부른 거야?”

그러던 와중, 안쪽 끝의 손님방까지 둘러보고 나온 최성현이 넌지시 물었다. 세 사람은 그냥 가게를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 강태한이 용건이 있다고 해서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

“그냥 가게 견학시키려고 온 건 아닐 테고.”

“그건 물론 아니지. 그랬으면 저녁까지 시간을 비워달라고는 안했을 테니까.”

강태한은 싱긋 웃으며 최성현의 말에 답하고는, 세 사람에게 모여 달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앞장서서 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황 실장님한테 들었겠지만, 성현이랑 두 분은 장인코스를 담당하게 되실 겁니다.”

“아, 그 이야기는 들었지.”

강태한의 말에 세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안마샵 천마안마는 기본적인 일반코스 외에도 두 가지의 프리미엄코스가 준비될 예정이었다.

먼저 가게를 대표하는 강태한의 천마코스.

그리고 강태한이 따로 선정한 안마사들이 담당하게 될 장인코스. 여기에 모여 있는 세 사람은, 그 장인코스를 담당하게 될 안마사들이었다.

김성훈 같은 경우에는 이미 강태한과 함께 장인코스를, 그것도 나름 괜찮은 고객만족도를 유지하며 담당하고 있었고.

최성현과 황태진 같은 경우에도 다른 안마사들보단 훨씬 뛰어난 솜씨를 지니고 있었으며,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다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많고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강태한은 굳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슬쩍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세 분 모두 저한테 안마를 배우고 싶다고 하셨죠. 성현이랑 성훈 씨는 이미 좀 배우셨고요.”

이번에도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들의 의욕을 표현하고 싶은지 방금 전보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이다.

그러는 사이 휴게실에 도착한 강태한은, 안쪽에 칸막이로 분리된 공간을 가리켰다. 거기엔 수면용으로 배치해놓은 두 개의 침대가 놓여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장인코스의 서비스 품질도 상승시킬 겸, 오늘부터 개업일까지 안마수업을 좀 진행할까 합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는 건가?”

“네. 그래서 다들 저녁까지 시간 좀 비워달라고 했던 거예요.”

말하자면, 이건 저녁까지 수업을 계속하겠다는 선포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태한은 덧붙이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어찌 보면 업무의 연장선이니까, 봉급은 챙겨드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성과금은 드릴 수 없겠지만요.”

“하하, 이야. 돈까지 챙겨준다고?”

다만 세 사람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원래부터 강태한을 본받고자 했던 최성현은 물론이고, 김성훈과 황태진 또한 이 일에 열정을 갖고 있었으며, 이것 때문에 강태한을 따라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돈을 내라고 해도 수업은 받았을 텐데.”

“돈까지 준다고 하면 마냥 고맙지.”

톡 까놓고 말해 어디서 돈 내도 받을 수 없는 수업!

강태한으로선 아직 개업도 안한 상황에서 부른 것이기에 미안한 마음이 좀 있었지만, 세 사람의 입장에선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 * *

“그래서,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음. 일단은··· 성훈 씨가 먼저 침대 위에 엎드려보시겠어요?”

강태한이 침대 쪽을 가리키며 말하자, 김성훈과 황태진이 각각 그 위에 엎드렸다. 강태한은 김성훈의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일단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일 테니 한 번 보시죠.”

“꺼흑!”

강태한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엄지손가락으로 척추 쪽의 혈을 지압하는 순간, 김성훈의 입에서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흐으으윽?!”

허나 지압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강태한의 엄지손가락이 척추를 따라 목 아래의 대추혈까지 올라간 것이다. 평소와 달리 충분히 알아볼 수 있도록 천천히 하긴 했지만, 그 자극은 김성훈으로 하여금 괴음을 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뭐지?’

지난 번, 김성훈은 어깨가 뻐근한 척을 하면서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아본 적이 있다. 그때도 강태한의 실력에 감탄을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본격적인 안마를 받아보니,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그냥, 말 그대로 어깨만 주물러주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아니, 본격적인 안마도 아니다.

말 그대로 등만, 그것도 시범용으로 느긋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김성훈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태한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아니, 그럴 때가 아니지.’

그보단 지금 지압 받았을 때의 위치와 느낌을 기억하는데 집중해야한다. 단순히 보는 것뿐만 아니라, 받아보는 것도 충분한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

지금 척추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시원함.

김성훈은 조용히 눈을 감고, 그 감각을 통해 안마의 요령을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반응들이 나쁘지 않군.’

그런 김성훈의 모습을, 강태한은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단순히 시범용으로 안마를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뭔가를 얻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 당연한 말이지만, 굉장히 바람직한 태도라 할 수 있었다.

“처음 시작했던 부분이··· 여기부턴가?”

“아니야. 거기서 조금 더 안쪽이었던 거 같은데.”

최성현과 황태진 또한 마찬가지다. 둘 또한 진지한 모습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 그럼. 이번에는 태진 씨가 누워볼게요.”

“어, 저도요?”

신중한 얼굴로 김성훈의 등을 다시 짚어보고 있던 황태진이, 순간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의 머릿속에선 방금 김성훈이 외쳤던 비명소리가 다시 한 번 재생되는 듯했다.

“돌아가면서 받아보고, 보고 해야지 않겠어요?”

“···그 말도 맞긴 한데.”

별 수 있겠는가. 황태진은 얌전히 옆에 있는 침대 위에 엎어져 누웠고, 강태한은 천천히 그의 옆으로 걸어가 허리를 붙잡았다.

잠시 후, 가게에는 황태진의 비명소리가, 그 뒤에는 최성현의 곡소리가 차례대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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