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님 안마하신다-39화 (39/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39화>

서울 황학동의 아파트단지 인근에 위치한 카페.

이곳은 세련된 조명과 탁 트인 공간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가게였으나···

구석의 한 테이블, 한 남자가 앉아있는 곳은 주변과 달리 유독 우중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남자의 앞에는 최신 모델의 태블릿PC가 거치되어 있었고, 화면에는 방금 남자가 막 그려낸 콘티가 띄워져 있었다.

얼핏 엉성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문성이 느껴지는 작업물.

허나 내용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화면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표정은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뭐라도 좀 나와라···”

그의 이름은 이병호.

직업은 웹툰 작가로,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웹툰 플랫폼에서 ‘무림헌터’라는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나름 인지도 높은 인기작가였다.

웹툰 작가라 하면 요 근래 장래희망 순위에 꼽힐 정도로 인기직업이고, 그 안에서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섰으니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좀 애매했다.

매일 같이 새벽까지 작업에 매달리고, 해 뜨는 아침에 잠들고, 그럼에도 매주 마감에 뒤쫓기고···

어쩌다 여유가 좀 생겨도, 병원 몇 번 들락거리고 밀린 용무 좀 처리하면 다시 마감일이 다가온다.

어시스트도 늘려봤지만 거기서 거기.

결국, 무림헌터는 며칠 전부터 장기휴재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개가 막혀 콘티도 잘 안 나오는 와중에, 오랫동안 앓고 있던 터널증후군 증상이 심해지면서 악재가 겹친 탓이다.

‘막힌 전개라도 좀 뚫리면 좋겠는데.’

허나 휴재라고 마냥 편히 쉴 수도 없다.

휴재는 연재를 쉬는 것이 아니라 단지 뒤로 미뤄두는 것뿐.

실망시킨 독자들에 대한 미안함, 다음 원고에 대한 막막함, 자기 건강관리 하나 제대로 못했다는 자책···

하다못해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자더라도 머리맡에 칼이라도 묶어둔 것처럼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건 완결을 냈을 때뿐이라던데, 그 말이 딱 맞았다.

혹시나 장소를 바꾸면 아이디어가 좀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카페에 와봤지만···

그런다고 떠오를 아이디어였으면 집에서도 떠올랐겠지.

이병호는 애꿎은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아, 피디님.”

그때, 자리로 다가온 한 남성이 인사를 건네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 연락을 하더니, 잠깐 들르겠다고 했던 무림헌터의 담당 프로듀서였다.

“에이, 작가님. 이번 주 정도는 좀 편히 쉬시지···”

“하하··· 콘티도 없이 쉬려니까 영 불안해서요.”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PC를 보고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자, 이병호가 힘없이 웃으며 답했다.

그를 보는 김 피디의 얼굴에 안쓰러운 기색이 나타났다.

카페에 있다고 할 때부터 왠지 이런 상황일 것 같긴 했지만, 실제로 보고 있으려니 느낌이 다르다.

“···혹시 음료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신가요?”

“음료는 아직 남았고··· 당분이나 좀 사주십쇼.”

“알겠습니다.”

머리를 회전시키기 위해선 당분이 필요한 법.

이병호가 옆에 놓인 접시 위 포크를 달그락거리며 말하자, 김 피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김 피디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매장에 있는 조각 케이크 여섯 종류를 모두 가지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피디님은 손이 커서 좋다니까요.”

“회사 돈인데 작가님한테 아낄 필요 있나요.”

이병호는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떼어 입 안에 집어넣었다.

초코크림의 짙은 단맛이 퍼지자 그나마 머리가 활기를 되찾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뇨··· 그냥, 휴재하시고 사흘이 지났으니 안부 인사차 뵈려고 했죠. 마침 밖에 계시다고 하시니까.”

사실은 휴재 이후 연재일정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보아하니 지금 말을 꺼내는 건 상황만 악화시킬 것 같다.

김 피디는 자연스레 미소를 지으며 본래의 용건을 감췄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뇨··· 그래도 푹 자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냥 똑같네요.”

이병호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툭하면 바늘로 쑤시듯 아픈 오른손목도 문제지만, 뿌연 안개라도 낀 것처럼 탁한 머릿속과 이곳저곳 삐걱거리는 이 몸뚱이도 문제다.

휴재를 한 덕에 수면시간은 그나마 좀 넉넉해졌지만, 잠 좀 길게 잔다고 회복되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본 게 도대체 언제쯤 일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였으니까.

단 한 번만이라도 좋다.

몸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욱신거리는 오른손목과 온몸 구석구석 찌들어있는 피로의 흔적들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지만.’

종종 그런 소망을 떠올리곤 하지만, 그런 일은 무협지에서나, 그것도 기연을 만날 때나 일어나는 일이다.

무협지가 아닌 현실에선 기연으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리라.

“작가님. 그러지 마시고 평소 바빠서 못 가던 곳이라도 가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못 가던 곳이요?”

“예. 어디 잠깐 여행을 다녀오신다든가··· 아니면 소소하게 사우나라도. 기분전환이 되실 지도요?”

“갑자기 여행은 좀 그렇고··· 사우나라.”

은근히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어렸을 적엔 종종 친구들과 놀러가거나 싼값에 밤을 새러 가곤 했었는데, 요 몇 년 동안엔 근처도 가본 적이 없다.

“아는 작가분이 다니는 사우나가 있는데, 사우나는 둘째 치고 거기 안마샵 솜씨가 끝내준답니다.”

이병호가 관심을 보이자, 김 피디가 뒤에 서술을 덧붙였다.

허나 오히려 이병호는 갸우뚱한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 안마를 받아봤을 때 아프기만 하고 별 효과를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안마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저도 잘은 모르는데, 거기 안마장인이 한 분 계시다나? 그 작가님은 안마 좀 자주 받으시는 분인데, 그냥 손맛부터가 다르데요. 애초에 예약을 안 하면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에이··· 그 정도라고요?”

그 말을 다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흥미가 생기는 이야기다.

이병호가 아닌 척 은근히 관심을 보내자, 김 피디가 미소를 지었다.

“뭐 과장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기분전환용으로 한 번 다녀와 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관심이 있어서 번호를 받아뒀었는데···”

아, 여기 있네요. 김 피디는 등록해둔 연락처를 띄우고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럼 피디님 믿고 한 번 다녀와 볼까요.”

거짓말처럼 몸이 개운해지는 일은 없겠지만, 말마따나 기분전환 정도는 되겠지.

이병호는 스마트폰을 꺼내 조용히 번호를 옮겨 적었다.

* * *

“대체 지하철로 가는 길이 어디야···”

강남의 시외버스 터미널.

그곳에 도착한지 십 분이 지났건만, 채은비는 스마트폰을 들고 이곳저곳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서울은 올 때마다 복잡하다니까.’

사람도 많고 길도 찾기 어렵고.

채은비는 결국 고개를 저으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서울이 문제가 아니라 길도 모르면서 이제야 지도 어플을 켜는 본인이 문제겠지만, 그런 생각은 조금도 떠올리지 않았다.

“···에휴. 괜히 왔나.”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곳까지 왔을까.

···이미 포기하기로 했으면서.

채은비는 씁쓸한 표정으로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날부터였을까.

채은비는 스윙을 휘두를 때마다 허리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지만,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리고 집중을 흩어놓기에는 충분한, 딱 그 정도의 증상.

처음에는 허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생긴 습관성 염좌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골프를 치다 허리를 삐끗하는 일은 워낙 잦았으니, 그런 증상의 연장선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허나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보다 정확히는, 뭐가 문제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병원에 가도 신경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애매한 대답만 나올 뿐.

정확한 문제를 모르니 해결방안도 알 수 없다.

그냥 조심하면 나아지겠지, 근성으로 버텨야지···

그런 애매한 상태로 골퍼 생활을 이어갔지만, 그 결과는 빈말로도 좋게 말할 수 없었다.

사실 당연한 부분이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공을 치기 바로 직전에 호흡이 딱딱 끊기는 상황이었으니.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성인으로서 처음으로 출전했던 대회를 형편없는 성적으로 마무리했던 날.

그 날 이후로 어떻게든 극복을 해보려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효과가 좋다는 민간요법들까지 알아봤지만,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결론을 내린 날, 그녀는 깔끔하게 골프의 길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랬었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있는 걸 어떻게 해···’

창고에 넣어둔 골프채를 괜히 만지작거리고.

골프 연습장에 갔다가 제대로 된 스윙은 이제 칠 수 없다는 사실만 다시 한 번 깨닫고.

그러다 이젠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말만 듣고 서울까지 올라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꽤 우스운 꼴이다.

이런다고 허리를 치료할 수 있을 리도 없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묘하게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단 말이지.’

목소리에 묘한 힘이 실려있었다고 할까.

마주보는 눈은 깊으면서도 맑았고,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게 괜스레 믿음이 갔다.

그리고 거기에 더불어.

‘잘 생기기도 했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눈을 마주한 채 가볍게 미소짓는 강태한의 얼굴이 떠오른다.

막 엄청 잘생기진 않았지만, 계속 생각이 난다고 할까.

솔직히 여기까지 온 이유에 그 외모가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뭐··· 그냥 그 아저씨 보러 온 거라고 칠까!”

허리에 성과가 딱히 없더라도, 사람을 서울까지 불러냈으니 밥 한 끼 정도는 사주겠지.

그 정도만 되더라도 헛걸음은 아니라는 것이 채은비의 계산이었다.

* * *

“으아. 힘들다.”

토요일 저녁. 7시가 조금 넘어간 시간.

이제 막 일을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온 최성현이 기지개를 폈다.

원래도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몸이 꽤 뻐근했지만, 오늘은 유독 힘들었다.

‘좀 무리했나.’

강태한에게 틈틈이 안마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확실히 실력이 늘긴 했는지 최성현을 찾는 손님들도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최성현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간단하면서 효율적인 부분을 강태한이 주로 알려줬기 때문.

덕분에 요즘 들어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던 참인데···

오늘 따라 최성현을 찾는 손님이 유독 많아, 살짝 들뜬 기분이 되어 계속 손님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다 얼떨결에 평소 퇴근하는 시간까지 살짝 넘어버린 것.

최성현은 좌우로 목을 풀며 어깨와 손을 스트레칭했다.

“태한이 자식은 이걸 어떻게 매일 하는지···”

안마라는 건 기본적으로 체력소모가 큰 행동이다.

단순히 힘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안마하는 동안 계속 집중상태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심신양면으로 피로가 쌓이는 것이다.

때문에 안마사들은 본인의 여력이 될 때만 손님을 받고, 중간마다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헌데 강태한은 쉬지 않고 손님을 받는다.

물론 안마를 마치고 나면 잠시 대기실에서 숨을 돌리긴 하지만, 그 시간은 기껏해야 5분 내외 정도.

그럼에도 지친 기색을 보이기는커녕, 가끔은 오히려 출근할 때보다 퇴근할 때 더 안색이 좋아 보일 때가 있을 정도다.

남의 기운이라도 빨아먹지 않는 이상 그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쉬엄쉬엄하라니까.”

“···어라? 너 퇴근 안했냐?”

의자에 앉아 피식 웃는 강태한을 보고, 최성현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전에 저녁 약속이라도 해뒀다면 모를까, 강태한은 평소 마지막 손님까지 마치고 나면 곧바로 퇴근하는 녀석이었으니까.

“설마 나 기다린 거냐?”

“내가? 너를 왜.”

“···아님 말고. 약속 잡아놓고 까먹은 줄 알았네.”

최성현이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그것도 아니면 왜 남아있는 건데?”

“손님 기다리는데?”

“···손님?”

최성현의 고개가 벽에 걸린 시계로 향했다.

애당초 자기가 시간을 착각하고 있나 싶어서.

하지만 시간은 7시를 진즉 넘긴 7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으음···’

평소 칼같이 퇴근하던 친구가 이 시간에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합리적인 가능성 하나를 떠올린 최성현이 입을 열었다.

“너 주식하다 돈 날렸냐?”

“···뭔 소리냐?”

“지금 돈 잃은 거 복구하려고 야간까지 뛰고 있는 거 아니야? 뻔하지 뭐. 에휴.”

안 그래도 얼마 전에 같이 저녁을 먹다 주식에 관해 물어보기에, 어플이라든가 계좌 만드는 법이라든가 이것저것 알려줬던 최성현이다.

처음엔 되도록 소액만 넣어보라 그렇게 경고했거늘, 기어코 사고를 친 모양.

시험 삼아 넣어본 주식이 크게 오르고, 거기에 눈이 돌아가 더 큰 돈을 넣었다가 파란빔 맞고 투자의 쓴맛을 보는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봤을, 최성현 본인도 몇 번은 겪어봤던 일이다.

입으로는 혀를 차지만 친구를 보는 눈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었다.

“괜찮아. 시드는 다시 모으면 되지.”

“···아니, 뭔 소리냐고.”

허나 강태한은 본인은 어이가 없을 뿐이다.

그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주식 얘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돈 잃은 적은 없는데?”

그러면서 최성현 쪽으로 화면을 돌렸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나열되어있는 목록.

어떻게 된 게 파란빛은 하나도 없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대박이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이는 화면···

순간 최성현의 눈빛에 부러움이 아른거렸다.

“씁. 나는 죄다 파란색인데··· 아니, 그보다 그럼 여기 왜 남아있는 건데?”

“말했잖아. 손님 기다리고 있다고. 따로 봐주기로 한 사람이 있어.”

강태한이 어깨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느낀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한 씨, 아까 말했던 손님이 오신 것 같은데.”

때맞춰 문을 열고 대기실로 들어오는 황 실장.

강태한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밖으로 나갔고··· 최성현 또한 몇 발자국 떨어져서 그 뒤를 쫓았다.

직감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로비에서 강태한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끽해야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미모의 여성.

게다가 서로 아는 사이인 듯한 반응이다.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최성현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생각보다 좀 늦었네요.”

“아니 여기 동네가 너무 복잡해요. 시간 없어서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리고 나왔네.”

“하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쪽으로 오시죠.”

안쪽 복도를 가리키며 앞장서서 걸어가는 강태한.

그렇게 두 사람이 방 안으로 사라지고, 빈 복도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최성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황 실장에게 다가갔다.

“실장님. 저 놈 직장에서 데이트를 하는데요?”

“뭔 소리야, 임마. 손님이래잖아.”

황 실장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최성현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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