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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5화 (25/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5화>

“유세아라···”

강태한이 화면의 스크롤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스마트폰에 검색을 해보니 관련된 인터넷 기사만 해도 수두룩하게 쏟아질 정도다.

최태준 때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었다.

기사 몇 개를 읽어보니, 요 근래 연달아 히트작이 터지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는 모양.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와, 그 외모를 부각시키는 뛰어난 연기력까지 갖춘 실력파 배우라고 한다.

‘확실히 평범한 외모는 아니었지.’

잘은 몰라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외모는 확실했다.

길을 가다 만났다면 저도 모르게 흘깃 눈길이 돌아갔을 테니까.

그녀가 선글라스를 내렸던 순간, 만약 강태한이 일반적인 또래의 청년이었다면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 미안한 일을 했나···’

강태한은 유세아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햇빛이 강한 날도 아닌데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다는 것은, 괜히 자기 신원을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럼에도 강태한에게는 굳이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보답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강태한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해 효과는 없었지만··· 어쨌거나 그녀 나름의 리스크를 감수했다는 뜻이다.

카톡!

그 순간 카톡 알림이 울렸다.

아무것도 없는 기본 프로필 사진.

다름이 아닌 유세아의 카오스톡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도움 받았던 유세아입니다.]

[혹시 괜찮다면 내일 저녁에 시간되시나요?]

여기에 둥글둥글하게 생긴 토끼 이모티콘까지.

안 그래도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시의적절한 카톡이다.

‘흠. 어쩐다···’

이렇게 계속 호의를 내보이는데, 계속 거절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리라.

문제가 있다면 일이 일반적인 저녁시간보다 늦게 끝난다는 것인데···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유세아의 카톡에 답장을 보냈다.

한편, 그러는 와중에도 김성훈은 아직도 대기실 안쪽에서 열심히 뻐근해하는 중이었다.

“어깨가 영 뻐근하네··· 뻐근한데···”

원래라면 다른 안마사라도 붙어서 안마를 해줬겠지만···

손님들이 갑자기 몰려왔는지, 강태한은커녕 주변의 다른 안마사들도 모두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결국 혼자 처량하게 앉아 어깨만 휘적거리고 있는 상황.

묘하게 쓸쓸한 기분에 빠진 김성훈이었다.

‘자식들. 내가 그동안 안마를 얼마나 해줬는데.’

물론 다들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왠지 서운한 기분!

서운한 나머지 원래 이러고 있었던 목적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성훈이 형이었죠?”

그렇게 등을 돌리고는 작게 한숨을 푹, 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괜찮으면, 저라도 좀 주물러드릴까요?”

그건 다름이 아닌 강태한.

그가 피곤하지 않다는 것은 간파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좀 처량했기에 장단에 맞춰주기로 한 것이다.

“어··· 어! 고마워요, 태한 씨.”

“별 말씀을요.”

안마 솜씨는 둘째 치고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

원래 외로울 때 손 내미는 사람은 두 배로 고마운 법이다.

다른 안마사들에게 서운했던 감정은 사르르 녹아들고, 그 대신 강태한에 대한 좋은 인상이 자리를 잡는 김성훈이다.

‘뭐, 본격적으로 할 필요는 없겠지.’

확인해보니 역시 딱히 뭉쳐있거나 불편한 곳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평소에도 꾸준히 단련이 되어있는 건강한 몸이다.

뭘 해주고 싶어도 불편해 보이는 곳이 없으면 해줄 수가 없는 법.

어디 문제도 없어 보이니, 그냥 근육에 활력을 더하고 주변 혈자리만 살짝 짚고 넘어가는 정도밖에 해줄 수가 없다.

‘이야···이거, 확실히 다르네.’

허나 그걸 받는 김성훈의 느낌은 완전 달랐다.

뭉치거나 불편한 곳이 딱히 없는데도 근육이 풀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

강태한의 손이 지나간 곳을 따라 시원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서서히 맴돈다.

몸이 멀쩡할 때에도 이 정도인데, 정말 피곤할 때 받는다면 어떻겠는가.

과연, 찾는 손님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이해가 가는 손맛이다.

납득한 김성훈이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그냥 설렁설렁하는 수준이라곤, 조금도 생각할 수 없는 손맛이었다.

* * *

한하의 3년차 투수, 최태준.

그는 요즘 들어 최고의 컨디션으로 새로운 전성기에 접어 들어가고 있었다.

저번 주까지 슬럼프로 끙끙거리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변화였다.

“야, 태준아. 너 요즘 좀 달라 보인다?”

“하하하. 다 형들 덕분이죠.”

“짜식, 잘 아네! 그럼 이따 밥이나 먹으러 갈까?”

“좋죠, 형. 오늘은 제가 한 번 살게요.”

더불어 근래 선배들과의 관계도 한층 더 좋아졌다.

찜질방 목욕탕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던 이후, 좀 더 주변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관계를 소중히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은 덕분이다.

사실 그 전에도 관계가 안 좋은 건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후배를 미워하는 선배는, 적어도 제대로 된 인간 중에는 없는 법이니까.

다만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부족해 살짝 거리감이 있을 뿐이었는데, 그 거리감이 좁혀지자 한층 더 친근한 관계가 된 것이다.

이런 부분이 팀워크에 영향을 준 것일까?

팀의 기세도 함께 올라, 시즌 내내 꼴찌에 있던 것이 당연했던 한하의 성적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뒤에서 세 번째였지만, 꽤 오랫동안 이어진 연패를 끊고 흐름을 바꿨다는 것이 중요했다.

“태준아. 요즘 보기가 좋다.”

“코치님!”

최태준의 얼굴에 화색이 맴돌았다.

“아휴, 다 장 코치님 덕분이죠.”

최태준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안마사 강태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그 사람이었지만, 안마샵을 알려주고 예약까지 넘겨준 것은 장 코치였으니까.

“녀석. 그냥 네가 평소에 열심히 했던 거지. 컨디션 관리만 좀 되니까 이제 빛을 발하는 거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고맙긴 한데··· 코치님이 알려주신 안마샵, 거기가 진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

실제로 서울에 다녀온 후 급격히 컨디션이 좋아졌었다.

원래는 숨 좀 돌리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놨구나 했었는데, 저렇게까지 말하니 호기심이 생긴다.

“···어땠는데? 거기가 그렇게 솜씨가 좋아?”

“말도 마요. 거기 강 선생님이라고 계시는데, 안마 솜씨가 진짜 말이 안 된다니까요. 일단 무슨 무협지처럼 혈을 파바박! 짚으시는데, 이게 진짜···”

최태준은 신이 나서 그때의 경험을 입에 담았다.

시작하자마자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하더니 개운해지고, 나중에 가서는 머릿속이 새하얘질 정도로 온몸에 쾌감이 막 흐르는데, 다 끝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이 새 것처럼 가벼워졌던.

자기가 말하면서도 거짓말 같지만, 그렇기에 더욱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그 날의 기억이었다.

“···에이. 너, 과장이 너무 심하다?”

“아니 진짜라니까요. 오히려 제가 도중에 기억이 끊겨서 덜 말하는 거에요.”

말하는 사이에 다시 한 번만 더 받고 싶어졌다.

최태준은 괜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짧게 탄식을 터트렸다.

‘···이놈, 안마 받으면서 뽕이라도 맞은 거 아냐?’

말하는 것만 들으면 무슨 환각이라도 본 것 같은 체험담이다.

약간 위험해 보이는 수준.

장 코치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런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때 문 쪽에서 누군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게감이 실려 있는 중후한 목소리.

다름이 아니라 한하 호크스의 감독, 오재윤이었다.

“엇, 감독님. 언제 오셨습니까?”

“나야 아까 왔지. 그보다, 아까 태준이가 하던 이야기가 좀 흥미로운데.”

오재윤 또한 최태준의 급성장의 원인을 궁금해 하던 참이다.

물론 원래부터 최태준에겐 상당한 포텐셜이 있다고 판단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실력이 한 단계 올라간 것이다.

어지간한 계기가 없고서야 이렇게 금방 나올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그래도 딱히 짚이는 게 없어 그만큼 태준이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구나, 싶었는데···

‘안마로 그렇게까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최태준이 얻은 효과가 다른 선수들한테서도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단지 최태준이 과장을 했거나 플라시보 효과였을 뿐인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나도 한 번 가볼 수 있나?”

“감독님이요?”

“요즘 나도 몸이 뻑적지근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한 번 직접 받아보자.

오재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갔다.

정말로 효과가 탁월하면 선수들도 받게 하면 되고, 그냥 최태준의 과장이 좀 심할 뿐이었다면, 그걸로 끝내면 되니까.

“서울 구장 올라갈 때 한 번 다녀와 보지 뭐.”

“그럼 예약도 알아봐야겠네요.”

“예약? 그냥 당일 날 해도 널널하지 않겠어?”

“당일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

안마샵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사람이 붐비는 거였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억을 더듬어보는 오재윤이었다.

* * *

유세아는 오늘 하루를 여러모로 심란한 기분으로 보내고 있었다.

모처럼 스케쥴이 하나도 없는 휴일이었음에도 말이다.

‘아침부터 사고를 당할 뻔하질 않나···’

느닷없이 횡단보도로 달려들었던 차량.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심지어 그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놈은 미친놈이라 불러야겠지만, 그런 미친놈을 아침부터, 그것도 바로 정면에서 목격한 하루였다.

심지어 그 당시에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도망가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살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

모두가 미친놈을 피해 도망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녀와 자동차 사이에 끼어들었던 것이다.

그 순간, 달려들던 자동차의 방향이 두 사람을 피해 휙 꺾이더니, 뒤쪽의 중앙선 가드레일을 혼자 들이받고는 끝이 났다.

‘무얼. 차가 혼자 비켜간 것이거늘.’

유세아의 감사하다는 말에, 그 남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방금 전까지 차에 치일 뻔한 사람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덤덤한 목소리였다.

마치 자기가 치이지 않는다는 걸 이미 확신하고 있었던 것처럼.

거기서 그녀는, 이 사람이 자신을 구해준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물론 자기가 어림짐작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눈앞에 달려오는 자동차에 몸이 굳어 무방비하게 서있었을 때, 그 앞을 한 남자가 가로막았던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괜찮소?’

시대를 착각한 듯한 사극 컨셉의 말투.

허나 너무 정신이 없었던 탓일까, 적어도 그 당시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덤덤하게 건네는 그 한 마디가, 그녀에게 너무나도 큰 안정이 되었다.

“강태한 씨라고 했었지···”

그때의 목소리. 그의 미소. 그가 내밀었던 큰 손.

그 하나하나가 계속해서 생각이 났다.

오늘 하루 종일 심란한 기분이 이어질 정도로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참 융통성이 없다니까.”

예전부터 도움을 받으면 보답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특히 은혜라고 부를 정도로 큰 도움을 받았을 때는, 더더욱.

[괜찮기는 한데, 일 때문에 좀 늦어서나 시간이 날 것 같습니다. 상관없으신가요?]

아마 이번 것도 그런 것이리라.

힐끗힐끗 보고 있던 스마트폰이 울리자마자 답장을 확인하고는, 유세아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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