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50화 (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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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할 때 가라.

쿠과광.

키메라의 몸뚱아리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이명한의 위력에 모두들 잠시 멈춰섰다.

그 틈에 홍영기의 몸에 있던 실을 모두 잘라냈으나 갑옷이 흉측하게 녹아있었다.

“내 갑옷! 괜히 마력 아꼈다가 큰일 날 뻔했다.”

“기다려. 아직 안 끝났어.”

“이 헌터님의 마법에 맞았는데요?”

홍영기의 믿기지 않는 다는 말에도 수혁은 정면만 응시했다.

심상치 않은 표정에 블러드 길드원들 모두가 연기가 치솟는 곳을 바라보았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몸의 일부분이 그을린 키메라가 걸어나왔다.

“아니?!”

“키메라는 기본적으로 마법저항력이 높아. 마법의 위력을 더욱 강하게 압축하던지 더 강한 물리력으로 베어내야돼. 물론 재생력도 높지.”

이명한은 자신의 마법이 통하지 않자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수혁은 자신이 나서면 금방 죽일 수 있지만 이번 기회를 길드원들의 키메라 실전연습으로 삼기로 생각했다.

기괴하고 해괴망측한 수단으로 헌터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키메라를 길드원들이 한 번 겪어보길 원했다.

그래야 나중에 탑에서 만날 때에 덜 당황할 수 있을테니까.

처음으로 자신의 마법이 소용없는 적을 만난 이명한은 속이 크게 상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마법의 위력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수혁의 얘기를 들으니 무언가 무능력한 길드원이 된 것처럼 자괴감이 들었다.

그의 기분을 눈치 챈 것인지 수혁이 이명한에게 다가와 위로했다.

“너무 속상해 할 필요 없습니다. 차라리 지금 시점에 저런 녀석을 만난 것도 복이죠.”

“하.하.하. 그렇죠? 나중에 위급한 상황에서 만났다면 큰일 나긴 하죠.”

“네. 그러니 이 헌터님이 목표할 지점은 바로 저기입니다.”

수혁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부분은 다른 블러드 길드원들과 맞서 싸우는 키메라였다.

허리춤이 기묘하게 꺾이며 뒤에 있던 김예현을 등껍질로 쳐낸 키메라는 수혁과 이명한을 제외한 블러드 길드원들과 맞먹고 있었다.

마린느의 철퇴를 손톱으로 잡은 키메라가 주둥이를 내밀자 그 사이로 박이현의 화살이 꽂혔다.

그러나 상처에 아랑곳하지 않은 키메라는 다시금 브레스를 내뿜었다.

철퇴를 급히 내려놓고 마린느가 옆으로 뒹굴었다.

브레스로 인해 입에 박힌 화살이 녹아 없어지고 상처에는 새살이 돋아났다.

“꺽. 꺽. 꺽.”

마치 비웃는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키메라와 블러드 길드원들이 다시 충돌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명한은 수혁이 흘린 말에 깊이 빠져있었다.

“마법저항력이 높으면 더 강한 마법으로 뚫으면 됩니다. 새로운 마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마법을 더욱 강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겁니다. 물리적인 능력과 달리 마법엔 상상력도 힘의 원천이니까요.”

수혁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전생에 탑에 올랐던 영국의 마법헌터, 영국의 멀린이라 불린 비비안을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강대한 마력량과 더불어 기초마법을 응용하는 능력 역시 뛰어났다.

일반사람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어찌 저런 생각을 할 정도로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그녀를 지켜본 수혁은 이명한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의 말을 들은 이명한이 고개를 숙이더니 사색에 잠겼다.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조용해진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수혁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더 강한 마법... 화염에 공기를 감싸서 폭발이 일어났을 때 산소공급으로 위력이 극대화될 거라 생각했는데 위력이 너무 분산되어버렸다. 위력을 좀 더 모아야하는데, 마력으로 불과 공기를 더 모으고 불길이 엇나가지 않게 틀을 짠 뒤에 공간에 가둔 다음......’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어가던 이명한이 손을 뻗자 공중에 붉은 불덩이 하나가 생겨났다.

기존처럼 전 방향으로 열기를 내뿜던 게 아닌 가까이에서도 열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을만큼 공간을 단절시켰다.

이윽고 불덩이에 공기를 집어넣으며 담금질이 시작되자 붉은 빛이 새하얗게 변하다가 궁극에는 푸른 색으로 변했다.

파란 불덩이를 모으고 모아 공기로 반죽하며 길쭉하게 빼든 이명한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되찾았다.

“다들 뒤로 물러나세요-!”

그의 외침에 블러드 길드원들이 일제히 뒤로 빠져나갔다.

길드원들 사이로 지나간 푸른 화염의 창이 그대로 키메라의 상체에 꽂혔다.

“꺽. 꺽. 꺽. 꺽.”

단단한 외피의 껍질마저 그대로 뚫어버린 푸른 화염의 창이 곧바로 키메라의 내부를 녹여버렸다.

이번엔 고통의 울음소리가 확실했다.

불꽃을 떼어내려 땅에 몸을 비비며 버둥거렸지만 몸에 붙은 푸른 불꽃은 더욱 활활 타올랐다.

전과 다른 위력에 길드원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대이상의 위력에 수혁이 멀리서 엄지를 척 들어주었다.

“숨통을 끊자!”

키메라는 자신의 몸통 절반 이상이 녹아 없어졌지만 여전히 꿈틀거리며 특유의 생명력을 유지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블러드 길드원들에게 꺽 꺽 거리며 위협의 소리를 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일제히 관통하는 검과 철퇴에 키메라의 숨통이 끊어지며 게이트 공략 보상이 땅에 나타났다.

[아공간 반지 : 작은 아공간이 담겨있는 반지]

[랜덤 스킬북 : 무엇이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코이아 무당벌레 갑옷 : 단단한 등껍질을 엮어 만든 갑옷. 신체 + 45]

[그린와이번 각반 : 공기저항을 줄여주어 착용자의 속도가 3% 증가한다. 신체 +14]

모두의 시선이 아이템을 향할 때 수혁의 그림자가 흘러나온 키메라의 녹진한 피를 빨아들였다.

[강화된 상처 재생력을 얻었습니다.]

기존의 특성이 강화된 수혁이 아이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예현아. 아공간 반지는 다들 가지고 있으니 이건 네 꺼다.”

“헤헤.”

수혁이 아공간 반지를 넘겨주자 바로 손가락에 낀 김예현이 등에 짊어진 가방을 집어넣었다.

“하체훈련은 나가서 해도 되니깐...”

“그 다음, 갑옷은 영기 네가 써라. 마침 부서졌으니 잘 됐네.”

“아... 그런데 모양새가 영...”

판금 갑옷을 입다 벌레의 등껍질로 된 갑옷을 입으니 열대우림의 원주민이 따로 없었다.

“자... 잘 어울리네. 푸흡.”

“크험험험. 제법 야만용사 같기도 하고. 푸흐흡.”

모두들 입을 틀어막으며 웃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박이현과 이명한의 입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강도는 기존 착용하던 강철보다 훨씬 더 단단하니 일단은 써.”

“...네. 간지가... 간지가 안나...”

좋은 갑옷을 입고도 시무룩한 홍영기였다.

“각반은 이현이 네가 쓰는 게 낫겠다.”

“넵!”

“그리고 백호 길드원들 전부 데려와.”

“...저 밑으로 다시 내려가라구요?”

“그럼? 다 같이 나가야지. 더 빨리 내려가라고 주는 거야.”

“맙소사.”

그린와이번 각반을 착용한 박이현이 제자리에서 통통 뛰어보더니 재빠르게 달려갔다.

쏜살같이 산의 계단을 내려간 그녀의 움직임은 날쌘 제비 같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템인 랜덤 스킬북을 들고 고심하던 수혁이 이명한을 쳐다보았다.

“혹시 괜찮다면 이 스킬북 제가 써도 되겠습니까.”

“아휴. 저야 오늘 좋은 스킬을 만들어내서 지금 기분이 충만합니다. 스킬이 없으면 만들어 내면 되죠.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앞에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박혀있는 가죽으로 된 책을 열자 새하얀 종이 몇 장이 샤르륵 넘어갔다.

중간쯤 펼쳐진 책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얼굴을 뒤덮었다.

너무나 밝은 빛에 눈을 감은 수혁의 머릿속에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이 인자 측정 중......]

[우월 인자 확인으로 스킬 강화로 변경됩니다.]

[. . . . . . ]

[심미안(중급) : 상대방의 레벨과 등급, 종합전투력을 꿰뚫어본다. *숙련도 (0/100)

심미안(초급)스킬을 가지고 있었는데 랜덤 스킬북이 스킬을 주는 대신 강화해버렸다.

예상 밖의 일에 얼떨떨했지만 심미안이라는 고급 스킬이 강화된 거라 만족스러웠다.

[홍영기-Lv 80.(슈페리얼)

종합전투력 : 2,342 + (74)]

[김예현-Lv 73.(챔피언)

종합전투력 : 1,630 + (98)]

[이명한-Lv 75.(챔피언)

종합전투력 : 1,523 + (65)]

“오호.”

길드원들의 능력치가 조금 더 세세하게 나왔다.

[마린느 보우스턴 – Lv 77.(챔피언)]

정보를 볼 수 없던 마린느의 기본 정보마저 볼 수 있자 이번엔 확실히 놀라웠다.

“으음...”

“길드장님 무슨 스킬인데요?”

수혁의 신음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헌터들의 개인 능력치를 볼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지만 반대로 스킬을 당하는 헌터들의 입장은 기분이 불쾌했다.

자신의 실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온 몸이 홀딱 벗겨지는 느낌과도 같았다.

그래서 스킬의 위력을 잠시 축소해서 알려주었다.

“상대방의 등급을 볼 수 있는 스킬이네.”

“등급? 아... 그 정도면 구라치는 놈들은 거를 수 있겠네요.”

“뭐... 나쁘지는 않은데 좋은 건가?”

어깨를 으쓱인 수혁이 길드원들에게 전부 털어놓지 못해 민망해진 얼굴을 돌렸다.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난 뒤, 박이현의 뒤로 백호 길드원들과 구출했던 화이트윙 길드원들이 올라왔다.

부상이 심해 움직이지 못하는 자들을 업은 상태로 돌산의 정상까지 올라온 길드원들은 탈출 포탈을 보자 웃음을 지었다.

장이산이 양 팔을 벌리고 수혁에게 다가와 격하게 포옹했다.

“고생했어. 우리 동생.”

“하하. 아닙니다.”

“밖에서 내가 크게 대접할 테니 도망가지 마.”

“기대하죠.”

“자~ 나가자-!”

장이산의 외침에 부상 입은 길드원들이 절뚝거리며 탈출 포탈을 통과했다.

모든 길드원들이 빠져나간 후 잠시 전투의 흔적을 공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수혁이 탈출 포탈로 들어갔다.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도 잠시, 눈을 뜨자 예상 밖의 상황에 눈살이 찌푸러졌다.

먼저 나가있던 장이산이 격하게 욕을 하며 누군가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저 빌어먹을 새끼가 어디라고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대? 넌 죽었어.”

“백호 길드장님. 게이트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사람한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뭐라고? 네가 뭘 안다고 앞을 막아?”

“너? 지금 반말을 해?”

백호 길드와 맞서는 것은 국내 10대 길드로 손꼽히는 신성 길드였다.

신성 길드원들 사이에서 김인수가 눈알을 굴리며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화이트윙 길드원들은 길드장인 김인수를 향해 원망의 눈초리를 쏘아댔다.

“백호 길드장님. 제가 신성 길드를 비롯한 여러 길드에 도움을 요청해서 이분들이 이렇게 온 겁니다.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뭐? 길드원들도 버리고 도망친 녀석이 나한테 훈계를 해?”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함부로 지어내면 안 됩니다.”

“내가 구라를 친다고? 여기 살아 돌아온 너희 길드원들한테도 얘기를 해 보지 그래?”

장이산이 화이트윙 길드원들을 지목하자 신성 길드원들의 눈초리가 김인수로 향했다.

“다들... 살아 돌아왔구나!!! 어흑흑흑. 모두 죽은 줄 알았어...”

“지랄! 우릴 버리고 도망간 건 너잖아!”

김인수가 악어의 눈물을 흘리자 화이트윙 길드원들이 더욱 분개했다.

주변의 기자들이 계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찍어댔고 게이트를 깰 명분마저 없어진 신성 길드의 길드장이 머릿속으로 이득을 계산해보았다.

‘이건 이득이 없군.’

“화이트윙 길드장. 이제 우린 빠지겠네. 게이트도 없어졌고 길드원들도 살아 돌아왔으니.”

“에...예?”

“백호 길드장.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보아하니 다들 병원신세 지게 생겼고만 무슨 자신감이야? 얘들아 가자.”

“뭐가 어째?!”

신성 길드장의 일침에 백호 길드장이 더욱 길길이 날뛰자 김이현이 간신히 그를 말렸다.

“없는 말 지어내지 마라!”

“도망친 놈이 뻔뻔하게!

다른 한쪽에서는 김인수와 화이트윙 길드원간의 말싸움이 지속되었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특종거리에 신이 난 기자들과 험악한 길드간의 냉전, 게이트를 공략했음에도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수혁이 앞으로 나섰다.

“김인수 길드장?”

“?”

“내가 좋게 말할 테니 잘 들어봐. 그 주둥아리 다물고 빨리 꺼져.”

우리 길드원들 쉬어야 된다.

그러니 어서 꺼져.

뜨거운 레이저 눈빛에 김인수의 동공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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