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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49화 (4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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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길드

레벨이란 무엇인가.

그 사람이 쌓은 경험을 능력으로 환산시켜 주는 수단이자 강함의 척도였다.

수혁이 달성한 레벨은 52레벨.

아직도 남들의 시선은 고작 베테랑 등급이라고 무시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따로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냥 베테랑이 아닌 슈퍼 베테랑 등급이었다.

그가 다시 각성한 날부터 모든 등급의 앞에는 슈퍼가 붙었다.

그만큼 막대한 경험치를 요구하고 성장이 느렸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능력치의 상승은 다른 자들을 월등히 뛰어넘었다.

수혁의 달라진 움직임을 먼저 알아차린 건 가장 옆에 있던 홍영기였다.

얼굴에 잔뜩 묻은 체액을 무시하고 애벌레를 잡던 그는 수혁의 검에 더욱 활력이 넘쳤다.

“에잇. 퉤. 퉤. 길드장님 렙 업 했어요?”

“그래.”

수혁의 대답에 무당벌레의 주둥이를 방패로 쳐낸 홍영기가 입을 모았다.

“오오오. 이크. 길드장님 렙 업 하셨다아-!”

“정말요?”

“축하드립니다! 윈드 애로우-!”

“...멋쪄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냄새나는 몬스터들을 잡고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웃을 일이 없겠지만, 모두들 자신의 일처럼 축하해주었다.

수혁의 입가에 어색하면서도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가족을 가져보지 못했던 수혁은 이럴 때 마다 낯설면서도 따스함을 느꼈다.

시작은 먼 훗날을 위한 단순한 인재 영입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가족 같은 길드를 추구한 적은 없었지만 이제는 진짜로 이들이 아니라면 누구를 가족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다들... 끝나고 맛있는 거 먹자고-!”

몬스터들 사이에 떨어진 수혁의 검이 돌풍을 일으키며 적들을 도륙했다.

기분전환도 잠시, 끊임없이 나오는 적들을 상대하며 상대적으로 멀쩡한 수혁과 달리 블러드 길드원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굼떠졌다.

곤충형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가 바로 너무나 많은 숫자였다.

자신의 은신처에 들어온 블러드 길드를 상대하기 위해 몰려든 무당벌레와 애벌레들은 도무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끄덩.

벌레의 체액에 뒤덮인 홍영기의 망치가 손에서 미끄러지며 옆으로 떨어졌다.

“이크. 워 배리어-!”

황급히 앞으로 간 뒤, 방패로 전방을 막자 무당벌레의 주둥이가 배리어에 부딪히며 불똥이 튀었다.

“제엔장.”

“침착해.”

수혁의 검이 무당벌레를 꿰뚫는 사이 망치를 주워든 홍영기가 밑에서 위로 휘둘렀다.

망치에 주둥이가 터진 무당벌레가 180도 돌며 뒤에 있던 애벌레와 부딪쳤다.

이어서 수혁이 향한 곳은 이명한의 옆이었다.

마력포션을 입에 물고 있던 이명한이 뒷걸음질치다 체액으로 인해 미끄러운 바닥에 벌러덩 넘어졌다.

그 틈에 다가온 애벌레가 실을 내뿜었다.

“우푸풉.”

순식간에 허옇게 변한 몸이 굳어버리자 빈틈을 포착한 무당벌레가 주둥이를 내밀었다.

“어딜!”

수혁이 주둥이를 잘라내고 고통에 비틀거리는 무당벌레의 배에 마린느의 철퇴가 뚫고 지나갔다.

단검을 꺼내 꽁꽁 묶인 이명한의 얼굴부분을 자르자 쿨럭하며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허억. 허억. 숨 못 쉬어서 죽는 줄 알았네.”

“아직 안 끝났어요. 마력은 어느 정도 남았죠?”

“포션 먹고 적당히 차올랐습니다.”

“공기가 앞에서 불어오니 우리 뒤편에 화염마법 한 방 날려줘요.”

“네. 길드장님.”

“마린느. 이명한 헌터 마법 쓸 때까지 지켜!”

“네. 마스터.”

이명한이 주문을 완성하는 동안 수혁은 다시 전장을 살폈다.

벌레들의 너무 많은 숫자에 거리를 내지 못하는 박이현은 요리저리 움직이며 활 대신 단검으로 무당벌레의 머리통을 찍고 있었다.

아직은 날렵한 그녀 대신 수혁이 향한 곳은 후방에서 검기를 마구 뽑아내는 김예현이었다.

“이 헌터가 큰 거 한 방 날릴 거야! 뒤로 물러나!”

수혁의 얘기를 들은 김예현의 검이 더욱 거세게 빛을 내뿜었다.

“파破!”

빛의 조각들이 별무리를 이루며 동굴을 수놓았다.

벌레들이 주춤하는 사이 주문을 완성한 이명한의 손에서 불덩이가 날아왔다.

콰아-앙.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후폭풍이 동굴 속 모두를 덮쳤다.

벌레들의 사체에 옮겨 붙은 불이 거세지자 연약한 애벌레들이 열기에 꿈틀대며 벽에 붙은 몸을 돌렸다.

고약한 냄새와 타오르는 연기는 수혁의 말처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뒤편으로 흘러 블러드 길드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몇몇 전방의 남은 무당벌레들을 처리하자 붉은 화염이 치솟는 동굴에 잠깐이나마 평화가 찾아왔다.

“으윽.. 끈적거려.”

“이 곳의 주된 몬스터는 와이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 벌레들 아니에요? 우리가 죽인 와이번 숫자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는데.”

죽은 무당벌레의 껍질을 단검으로 쿡쿡 찌르던 박이현이 의문을 던졌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어찌되었건 최대한 적을 잡아야 백호 길드도 우리에게 무사히 합류할 수 있어.”

“지금 이 연기 때문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거 아니에요?”

“글쎄.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가늠이 안 되네.”

“아직 하루도 안 지났어요.”

수혁과 박이현의 말을 듣고 있던 홍영기가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배꼽시계가 정확하죠.”

게이트 내부에 들어선 뒤로 시계와 같은 전자장비들은 작동이 되지 않았다.

하늘이라도 볼 수 있으면 날을 가늠하겠지만 동굴 속에선 전혀 알 수 없었다.

힘들지만 홍영기 덕에 얼굴에 미소를 얻은 블러드 길드원들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기가 앞에서 불어온다면 어딘가 통하는 통로가 있다는 얘기지.”

수혁이 말을 하며 앞장섰다.

공기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던 수혁이 길게 손가락을 뻗어 위를 가리켰다.

“저기.”

수혁이 향한 곳으로 이명한이 작은 불꽃을 쏘아 올리자 위로 향하는 통로가 드러났다.

그리고 통로에 잔뜩 모여 있던 무당벌레들이 날아든 불꽃에 화들짝 반응하며 몸을 떨었다.

이윽고 블러드 길드를 향해 날개를 부웅 펼치며 떨어졌다.

전투와 휴식, 그리고 이어지는 전투,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벌레들의 습격이 점차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잠잠해졌다.

기감을 끌어올려 동굴을 살펴보아도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동안에 이명한과 김예현이 각각 레벨 업을 하며 성장했다.

“끝인가?”

“그런 말 하지 마. 클리셰 몰라?”

“징글징글하다. 내가 입맛을 잃을 줄이야.”

헬쓱해진 홍영기가 메마른 입술을 핥으며 박이현이 건넨 수통을 들이켰다.

“이제 마력 포션도 몇 개 안 남았는데 이거 어쩌죠.”

“이거 가져가라. 인간.”

“아이고~ 마린느 헌터님 잘 쓸게요.”

포션을 주고받는 마린느와 이명한, 그 옆에서 멍한 표정으로 육포를 질겅질겅 씹고 있는 김예현이 있었다.

블러드 길드가 그 동안 여러 게이트를 공략하며 경험을 쌓았다지만 슈페리얼 등급의 게이트는 기존과 차원이 달랐다.

“끝이 보이니 다들 힘내자. 이제 진짜로 끝이 보여.”

수혁이 격려하자 모두들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벌레들의 은신처에서 경사진 통로로 위를 향해 움직이다 겨우 휴식을 취한 그들이었다.

계속되는 공격에 잠도 못 자 눈이 모두들 퀭했으나 눈빛만큼은 기죽지 않았다.

다행히도 더 이상 벌레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기에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위를 향해 올라가던 그들은 훨씬 더 강한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

“시원하다.”

각성을 하며 일반인보다 월등히 뛰어난 체력을 지녔다고 땀도 안 흘리는 로봇같은 몸은 아니었다.

전투와 행군으로 열이 잔뜩 올라온 블러드 길드원들의 몸을 동굴 속 차갑고도 시린 바람이 식혀주었다.

통로에 끝에 다다르자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는 거대한 동공이 그들을 맞이했다.

벽의 곳곳에는 와이번이 지나다닐 만한 틈이 벌어져있어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덕에 시야가 어둡지 않았다.

푸드덕. 푸드덕.

벽에 매달린 와이번들이 침입자의 등장에 놀라 날개를 퍼덕거리며 공중을 날아다녔다.

그간 사냥해온 와이번에 비해 덩치가 작은 것이 새끼처럼 보였다.

그러나 블러드 길드를 향해 내뿜는 자그마한 브레스도 자칫 방심하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었다.

홍영기가 산성 브레스를 막아내는 사이 박이현의 화살과 이명한의 마법이 와이번들을 땅으로 끌어내렸다.

슈슈슉.

“에어 릴리즈.”

“끼에에엑-”

머리에 검이 꽂힌 마지막 와이번이 몸을 부르르 떨다 혀를 길게 내빼며 죽어버렸다.

흘러나온 피를 흡수한 수혁은 검을 휘리릭 돌리며 검집에 집어넣었다.

“몬스터가 대충 정리가 다 되었군. 이현아?”

“으음... 저쪽이에요.”

나침반을 든 박이현이 가리키는 곳은 산의 바깥과 연결된 통로였다.

햇살이 들어오는 곳으로 향하자 거친 산바람이 몸을 때렸다.

“오오. 까마득하다.”

돌산 바깥에는 작게나마 위로 향하는 계단이 만들어져있었고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구름이 주변을 맴돌았다.

밑을 쳐다보자 그들이 지나쳐온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숲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우와아-.”

“...이쁘다.”

절경에 시선을 빼앗긴 모두의 입이 금붕어처럼 벌어졌다.

“아~ 셀카 찍어서 안스타에 올려야되는데...”

“누나가 찍어줄까?”

사각형 모양으로 양 손의 엄지와 검지를 모은 박이현이 한 쪽 눈을 감고, 사진 찍는 척 홍영기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홍영기가 입술을 모아 내밀며 유혹의 포즈를 취했다.

“우에엑.”

박이현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허리를 숙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 바닥의 묘한 무늬가 들어왔다.

“응?”

손으로 바닥을 쓸자 알 수 없는 문자들이 길게 새겨져있었다.

“길드장님!”

이제 막 계단을 올라 위로 향하려던 수혁의 발걸음이 멈칫 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박이현이 발견한 글자를 마린느가 살펴보는 중이었다.

“으음... 이건...”

그녀의 입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신이 정한 규칙을 깨부수며 진정한 평화를 이룩했다. 대마법사 키프로스.”

“키프로스? 8대 금지인가를 만들었다던 그 사람?”

“그런데 이곳이 금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리송한 그녀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올라가보면 알겠지.”

고도가 높아지며 뼈를 쑤시는 시린 바람이 휑하며 불었다.

안전장치도 없는 산의 좁은 계단을 오르던 길드원들이 한 번씩 몸을 휘청거렸다.

“다리가 후들거리는데요?”

이명한이 약한 소리를 내뱉자 뒤에 있던 마린느가 그의 등을 억지로 밀었다.

“시끄럽다. 빨리 가라. 인간.”

“...네.”

마침내 구름마저도 발밑에 두어 하늘에 가까워지더니 돌산의 정상에 도달했다.

백두산의 분지처럼 밑이 움푹 파여 있는 공간 가운데에 기묘하게 생긴 생명체가 돌아다녔다.

그린와이번의 머리에 무당벌레처럼 둥그런 등껍질을 지녔으며 꼬리에는 가시가 달려있는 생명체였다.

앞에는 와이번의 4개의 다리가 뒤에는 무당벌레의 가느다란 다리 4개가 반반씩 달려있어 걸을 때마다 미묘하게 엇박자를 내었다.

다들 처음 보는 생명체에 의문을 표하는 동안 수혁만 홀로 정체를 깨달았다.

“키메라다.”

“...네? 그게 뭔데요?”

“이런저런 생명체들을 꼬아 만든 저주받은 존재들이지.”

탑에서나 볼 수 있던 키메라를 이곳에서 볼 줄은 수혁도 예상하지 못했다.

“키메라들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내뱉는 녀석들이라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럼 가보자.”

수혁의 말에 블러드 길드가 진형을 이루어 키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키메라 역시 블러드 길드를 발견하고는 꺽 꺽 대며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방패를 앞세운 홍영기에게 키메라의 입이 꿀렁하며 녹빛 실타래를 내뿜었다.

홍영기가 몸을 회전하며 실타래를 옆으로 흘렸다.

그와 동시에 상체를 들어 올린 키메라의 가슴팍 구멍에서 실이 뿜어져 나오며 홍영기를 묶었다.

산성 성분의 실에 묶이자 홍영기의 갑옷에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으허어엇!”

당황한 홍영기를 묶은 실을 검으로 잘라준 수혁이 뒤돌며 키메라를 발로 쳐냈다.

뻥하고 날아가는 키메라를 향해 박이현의 화살과 이명한의 마법이 동시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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