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47화 (4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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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윙 길드장

“도망가야 된다고오-!”

“이봐. 김인수 헌터! 정신 차려! 나 백호 길드의 장이산이야. 내 눈 봐봐.”

김인수가 계속해서 발악하자 장이산이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싼 후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잠시 뒤 흐릿했던 김인수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장이산 헌터님?”

“그래. 정신이 들어?”

“여길 어떻게...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이곳은 우리가 감당할 곳이 아니에요. 등급과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요! 지금이라도 빠져나가야 합니다!”

“빠져나가다니? 긴급탈출용 스크롤은 아무도 가진 사람이 없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그...그럼?”

“우리는 보스까지 잡고 게이트를 공략할 겁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수혁이 나서서 얘기하자 김인수의 눈이 의문을 표시했다.

“블러드 길드의 이수혁 길드장이네.”

“블러드...? 50레벨대? 베테랑 등급?”

수혁의 정체를 알고 나자 김인수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지금 너 같은 수준의 헌터가 끼어들 곳이 아니야! 내가 장이산 헌터님하고 얘기하고 있는 거 안 보여?”

“크흠. 그러지 말아.”

“어디 등급도 낮은 헌터가 껴들어?”

“이봐 김인수 헌터. 지금 이 곳의 리더는 이수혁 헌터야. 함부로 말하지 말어.”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백호 길드의 장이산 헌터님이 이렇게 있는데 어찌 저런 놈이?!”

“크흠. 흠. 흠.”

김인수의 발악 아닌 발악에 민망해진 장이산이 헛기침을 연신 날렸다.

수혁은 가만히 있었지만 오히려 블러드 길드원들의 눈초리가 험악해졌다.

“감히 길드장님을?”

“저 새끼 입을 꿰매버릴까?”

“대가리에 철퇴를 맞아도 싼 인간이군요.”

“...죽일까여?”

“허허허허. 다들 진정하시구요. 아무래도 죽다 살아난 사람이라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미친놈이에요.”

결국 보다 못한 수혁이 앞으로 더 나섰다.

“화이트윙 길드장. 당신을 살려준 것에 대한 보답은 바라지 않아. 하지만 내 통제에 따르지 못한다면 당신 스스로 갈 길을 가라고. 우리는 보스를 잡으러 갈 거니까.”

“그래. 블러드 길드장 말이 맞아. 나 역시 블러드 길드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으니 자네를 더 이상 도울 수는 없어. 스스로 탈출 할 수 있으면 가라고. 게이트가 폭주하면서 바깥 세상과 통로가 연결되었으니 게이트 시작지점으로 간다면 나갈 수도 있겠지. 행운을 비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블러드 길드장~ 이래보여도 챔피언 등급의 헌터니 도움은 될 거야. 우리 쪽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줄게.”

“...알겠습니다.”

“호민아-! 남는 검 하나만 갖다줘라!”

백호 길드의 이호민 헌터가 자신의 아공간에서 검 하나를 김인수에게 건네주었다.

잠시 떨리는 손으로 검을 잡아든 김인수가 깊게 호흡을 내쉬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려준 만큼 밥값은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장이산 헌터님.”

“살려준 건 내가 아니라 저쪽이래도.”

“......”

장이산이 전담한다고 하니 수혁은 더 이상 김인수에 대해 깊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반면 블러드 길드원들은 서로 모여 김인수에 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영상에서 보다 실물이 더 별로네.”

“인터넷에서는 뭐 얼짱에 성격은 쾌활하다더니 완전 쫌생이잖아?”

“길드장님한테 한 주먹거리도 안될 놈이 내가 가서 확 깔아뭉갤까.”

“다들 그만해.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자. 아직 게이트를 깨려면 많이 남았어. 이현이는 선두로.”

길드원들을 진정시킨 수혁이 손짓하며 일행들을 다시 앞으로 이끌었다.

처음보다 흥분이 많이 가라앉은 김인수의 모습에 장이산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좀 괜찮은가?”

“...네.”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장이산의 물음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김인수에게 쏠렸다.

잠시 목을 가다듬던 그가 게이트에서 벌어졌던 일을 털어놓았다.

“처음에 게이트에 진입해서 마주한 몬스터는 나무에 붙어있던 크기가 웬만한 소보다 큰 거대한 무당벌레였죠. 등껍질이 어찌나 단단한지 우리가 가진 무기로 박히지 않아서 스킬까지 써가며 간신히 잡았죠. 그런데 공격받는 동안 반격은 안 하길래 슈페리얼 등급이지만 깰 수는 있겠다 생각했는데...”

“으응? 무당벌레? 우리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는데?”

“저희가 깊숙이 들어가면서 보이는 족족 사냥을 했거든요. 나중에는 벌레들이 죄다 숲 밖으로 날아가더니 저 머나먼 돌산쪽으로 도망가더라구요. 그러더니 갑자기 산 쪽에서 용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날아와서 우리를 공격했죠. 공격은 먹히지도 않고 공중에서 브레스를 쏘아대는데 반격도 어렵고...”

“용은 아니고 와이번이야.”

김인수의 말을 듣고 있던 마린느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린와이번이 세코이아 무당벌레를 먹이로 삼는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들이 브레스로 딱딱한 무당벌레의 껍데기를 녹여 영양분을 빨아먹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린와이번은 지능이 상당해서 자신의 영역에 들어와 먹이를 사냥하는 인간들을 괘씸히 여겼을 겁니다.”

“으음?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지?”

김인수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자 이명한이 대신 대답했다.

“마린느 헌터는 특수한 스킬로 인해서 게이트의 정보를 약간이나마 습득하는 재주가 있죠.”

“이야~ 블러드 길드는 다들 능력이 좋군 그래.”

장이산이 엄지손가락을 위로 척하며 들어올렸다.

자신의 어깨를 으쓱한 마린느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녀의 입이 다물어지자 김인수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와이번 한 마리를 간신히 쫓아낸 뒤에 중간에 보인 호숫가에서 잠시 정비하는 사이, 이번에는 와이번이 떼를 지어서 저희를 습격했죠. 그곳에서 블랙몽키랑 청향 길드 모두 죽어나가자 저는 길드원들에게 흩어져서 도망가라고 명령을 했죠. 하아... 다른 길드원들은 무사한지 걱정되네요.”

“무사하길 빌어야지. 혹시라도 발견한다면 우리가 최대한 구출해볼테니 걱정 마. 도와줄 거지? 우리 블러드 길드장?”

“저희가 가는 길에 발견한다면 돕겠습니다.”

씁쓸한 얼굴로 고개 숙인 김인수의 어깨를 장이산이 토닥여주었다.

하지만 수혁은 김인수를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김인수가 수혁에게 함부로 대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생에서 김인수는 빌런 집단인 비셔스에 가입해 헌터들을 살해하고 협회와 게이트 관리국을 테러했던 전적이 있던 자였다.

비셔스는 각성자들이 일반인보다 우월하다는 사상을 지닌 만큼 철저히 상하논리를 중요시하는 조직이었다.

수혁이 정보를 이용해 선점한 덕에 전생과는 많은 것이 달라진 현재였지만 사람의 기본 성향이 바뀐 건 아닌 듯 보였다.

김인수가 수혁에게 헌터의 등급으로 깔보며 행동한 것 역시 전생과 다름없는 성격이었다.

그가 이미 비셔스와 접촉해서 활동하는지, 빌런 짓을 향후 할지에 관해서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젠 나에게 찍혔어. 빌런이 되기만 해봐라.

먹어치워 주마.

“여기를 파보세요.”

박이현의 손짓에 백호 길드원 중 한 명이 검집을 뻗어 나무뿌리 밑을 파냈다.

흙덩이를 몇 번 파내자 빛을 내뿜는 마석이 손에 들렸다.

“이번에는 블러드 길드에서 가져갈 차례네요.”

“네. 저한테 주시죠.”

이명한이 마석을 받아 자신의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석은 두 길드에서 번갈아가며 챙기기로 결정되었다.

블러드 길드원들은 아공간 반지를 가진 덕에 마석을 줍는 족족 아공간으로 집어넣었으나 김예현만 아쉬운 듯 지켜보았다.

그녀는 아직 아공간이 깃든 아이템을 얻지 못해 홀로 짐가방을 짊어진 상태였다.

수혁이 그녀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최대한 빨리 구해줄게.”

“아... 저 괜찮아요. 등에 가방이 있어서 하체 단련도 되고 좋아요.”

“곧 얻을 수 있을 거야.”

수혁이 이번에 게이트에 들어온 이유도 김예현의 아공간이 깃든 아이템을 위해서였다.

헌터옥션에서도 올라오는 족족 사라질 정도로 구하기 힘든 물건이지만 이번 게이트에서 보스를 잡을 시 나올 예정이었다.

아이템 관련해서 우선권은 블러드 길드가 가져가고 그에 맞는 금액을 백호 길드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니 문제될 것도 없었다.

순조롭게 진행하던 그들은 곧 돌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늘 끝까지 치솟은 거대한 산을 길잡이들이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깎아지른 절벽에는 사람이 편하게 올라갈 통로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저기 위는 어떻게 올라가지? 무작정 벽을 타고 올라간다면 와이번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한데...”

“그린와이번의 둥지라면 위에 있을 확률이 높지만 세코이아 무당벌레는 그렇게 높은 곳에 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산기슭에 무당벌레의 은신처가 있을 수 있고 그곳과 와이번의 둥지가 연결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와이번은 원활히 먹이공급을 할 수 있고 무당벌레는 자신의 은신처를 그들이 지켜주니까요.”

김이현이 홀로 중얼거리자 마린느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마린느가 공략에 큰 방향을 제시해주네. 다들 들었죠? 산을 수색해서 무당벌레들의 은신처를 먼저 찾아보겠습니다.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이곳에서 백호와 블러드 길드는 양방향으로 찢어져서 찾아보겠습니다. 각자 은신처를 발견할 시 상대방에게 신호를 보내기로 하죠.”

“신호는 어떻게 보내죠?”

“마법사들이 하늘로 마법을 쏘아내면 그곳으로 알고 찾아가겠습니다. 와이번들의 어그로는 끌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좋아. 우리가 우측으로 가지. 행운을 비네.”

수혁과 악수한 장이산이 백호 길드를 데리고 산어귀의 우측으로 향했다.

중간에서 눈치를 보던 김인수가 백호 길드의 뒤편으로 냉큼 걸어갔다.

그로서는 백호 길드에게 붙는 것이 살 확률이 높다고 느꼈을 게 분명했다.

천천히 산을 살펴보던 장이산의 곁에 김인수가 다가왔다.

“장이산 헌터님.”

“응?”

“이렇게 된 거 블러드 길드를 미끼로 사용하죠.”

“...그게 무슨 소리지?”

“사실 게이트에 대해서 자세히 밝혀진 적은 없는데 무슨 외국인 헌터가 말하는 것 그대로 넙죽 믿을 수 있습니까. 어쩌면 그 무당벌레가 산에 동굴을 파고 산다는 것 자체가 거짓일 수도 있구요. 차라리 저들이 와이번의 공격을 받을 때를 틈타서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더 많은 헌터들을 데리고 와서 게이트를 다시 제대로 공략 해보는 거죠.”

김인수의 비겁한 말에 백호 길드원들의 눈길이 싸늘해졌다.

장이산 역시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지금 블러드 길드와 우리 모두 한 뜻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런 제안은 내가 못 들은 걸로 하지. 앞으로는 말을 조심해줬음 해. 김인수 길드장은 언제든지 떠나고 싶다면 떠나도 상관없어. 무기도 줬고 원한다면 식량도 배분해주겠네.”

“하아... 이건 저만 위한 게 아니라 백호 길드를 위한 대승적인 생각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뭐. 더는 말 안하겠습니다.”

“그래. 기왕이면 이제는 나한테 붙지 말아줄래? 내가 비겁한 행동은 정말 싫어하거든. 특히나 의리 없는 행동은 용납 못해.”

“...”

‘의리는 무슨, 살아남아야 의리라도 챙기지.’

속으로 불만을 삭힌 김인수가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그와 함께 백호 길드와의 거리감이 생겨난 걸 느낀 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 백호 길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당벌레들이 드나드는 동굴을 발견했다.

“저 무당벌레 등껍질이 그렇게 단단하다니 제가 한 번 때려보죠.”

김인수로부터 공격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기에 백호 길드의 백연성이 검을 꺼내들었다.

동굴 옆 벽에 붙어있던 무당벌레의 뒤로 간 그가 검에 마력을 담아 휘둘렀다.

퍼석.

등껍질에 옅은 상처와 함께 녹색 진물이 뿜어져 나왔다.

“이 녀석 진짜로 단단하네요?”

백호 길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가 철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던 백호 길드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연성아! 조심...”

콰직.

어느새 몸을 돌린 세코이아 무당벌레가 백연성의 머리통을 주둥이로 터트려버렸다.

“빌어먹을! 다들 공격하고 가람이는 블러드 길드에 신호를 쏴! 김인수는...?”

거짓말이 들통 난 김인수는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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