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37화 (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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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빵

허공에 반짝이던 자주색 게이트에 쩌저적 하며 균열이 일어났다.

게이트의 변화에 관리국 직원들이 혹시 폭주할까 싶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은 예상과 달리 게이트가 없어지며 나타난 블러드 길드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휴~ 이번에는 체감이 제법 길었네요. 혹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하루가 아직 덜 지났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잔뜩 지쳐있는 길드원들이 보였다.

“다들 고생했습니다. 내일까지 푹 쉬어야겠네요.”

“고생은 길드장님이 제일 많이 하셨지요. 그런데 곧 길드전인데 다시 모여서 손발은 맞춰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들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이명한이 수혁을 바라보았다.

수혁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휴식이 먼저입니다. 이틀 뒤에 길드전이니 직전에 한 번 모여 보죠.”

“역시! 우리 길드장님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게 맘에 듭니다. 하하하하. 제가 길드 하나는 가입을 잘했네요. 다들 안 그래요?”

이명한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김예현이 격렬하게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그의 말에 씩 웃은 수혁이 작별인사를 하는 사이 관리국 직원들이 다가왔다.

“이수혁 길드장님. 게이트를 공략하느라 힘드시겠지만 연락이 와있습니다.”

“연락이요?”

“헌터협회장님과 게이트 관리국장님이 회의를 요청하셨습니다.”

헌터협회가 김상중의 노력으로 인해 국가에 종속되는 대신 민간헌터들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면, 게이트 관리국만큼은 정부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석으로 세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수입을 충당하고 길드의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하기 좋았다.

그것만큼은 김상중으로써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국가의 적절한 통제가 없다면 개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남미 같은 경우는 카르텔이 통제하며 빌런들의 레벨이 급증해 정부를 이길 정도였으니.

빌런의 활성화를 막기 위해서도 용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헌터협회와 게이트 관리국의 적절한 균형으로 대한민국이 유지되었다.

수혁이 헌터협회장의 사무실에 찾아가자 그를 반기는 인물이 있었다.

“이수혁 길드장님. 오랜만입니다.”

“많이 출세하셨군요. 이창 관리국장님.”

그와 초창기에 게이트를 깨는데 협력했던 국정원 출신의 이창이었다.

수혁과 함께 부산의 게이트를 없애며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대한민국의 실세 중 하나가 되었다.

“뭐... 이수혁 길드장님 덕분에 잘 된 것도 있습니다. 제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창-Lv.32(솔저)]

수혁이 심미안(초급)스킬로 그를 꿰뚫어보자 어느새 각성까지 한 상태였다.

“각성하셨군요.”

“이야... 바로 알아보십니까? 틈틈이 시간을 내서 게이트를 깨봤죠. 명색이 관리국장인데 각성도 안 한 낙하산이 될 수는 없잖습니까?”

“각성과는 별개로 워낙 능력이 출중해서 잘 된 거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 건 언제 들어도 기쁘군요.”

이창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거물이 되어버린 그는 과장된 손짓과 몸짓에서 넘쳐흐르는 자신감이 보였다.

똑똑 문을 두드린 김상중의 비서가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나가자 김상중이 본론을 시작했다.

“지금 길드전에 관해 말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최초로 열리는 것도 그렇고 이권도 그렇고.”

“후르릅. 100억빵이라고도 하죠. 지금 온 국민들이 다 눈이 벌게져있죠. 불법 도박으로도 자금이 엄청 들어갈 정도라고 하더군요. 정부에서도 이번 사건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창이 커피를 마시고는 말을 더했다.

말을 하는 김상중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

“내가 그동안 길드전을 막아왔던 이유는 단순히 승패를 가리기 전에, 국가의 헌터들이 길드전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할까봐 그런 것도 있어. 그들 하나하나가 그동안 어떻게 성장했는데 이런 걸로 다치거나 죽는다면 큰 손해야. 외국에서는 길드전으로 인해 은퇴하는 사람들이 많아.”

“점점 게이트의 출몰 빈도가 늘어나는 와중에 실력 있는 헌터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 역시 국가의 큰 손해가 맞습니다.”

둘의 공통적인 의견에 수혁이 묵묵히 들으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길드전을 치룰 때 날이 없는 무기로 대신하고 방어구와 스킬도 좀 제한을 하는게...”

“전 반대입니다.”

결국 수혁이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이창과 김상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적들과 항상 전쟁을 치루는 중입니다. 언제나 실전을 치루는 입장에서 그런 애들 장난 같은 일은 오히려 우리의 실력을 퇴보시키는 겁니다.”

“하지만 사상자가 안 나온다는 보장은 있습니까?”

블러드 길드의 실력을 잘 아는 김상중과 이창은 수혁만 잘 설득한다면 길드전이 무사히 치러지고 끝날 거라 생각했다.

수혁은 그들의 안일한 생각을 초장에 깨버렸다.

“죽는 게 두렵다면 헌터 같은 직업을 택해서는 안 되죠. 군인도 마찬가지고요. 사상자가 안 나올 거라는 얘기는 못하겠지만 최대한 막아보죠.”

“하지만...”

“목, 목만 붙어있으면 최상급 포션을 때려부어서 최대한 안 죽게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좀 아프겠지만요. 최상급 포션 제가 다 준비해놓죠. 전투에 관해서는 다들 간섭은 안 해줬으면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우리를 약하게 하는 거니까요. 장비도 그렇구요. 이건 실전이지 스포츠가 아닙니다.”

개당 이천만원짜리의 최상급 포션 역시 수혁이 통 크게 준비한다고 하자 둘 다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회복 스킬 가진 헌터만 좀 준비해주시고 장소만 튼튼한 곳으로 잘 골라주세요. 이제부터 길드전이 우리 말고도 잔뜩 일어날 텐데 미리미리 준비해봐야죠. 전 이만 갑니다.”

수혁이 자리를 떠나자 김상중과 이창이 침울한 얼굴로 커피만 홀짝였다.

그러던 중 이창이 급하게 커피를 내려놓고는 손뼉을 쳤다.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

“이수혁 길드장님 얘기를 듣다보니 생각났는데, 길드전을 함부로 치룰 수 없게 조건을 좀 거는 겁니다. 사상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상급 포션을 길드에서 충~분히 다 준비해오라고 시키는 거죠. 길드전이니 최소수량으로 기준치를 둬서 최소한 80개? 그런 것도 안 해오면 못하는 걸로. 어때요? 제 생각이”

개당 이천만원인 포션을 수십 개나 준비해오는 건 길드로써도 굉장히 부담되는 일이었다.

길드전을 치러서 그만한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이창의 말에 김상중이 굳은 표정을 풀고 마주보았다.

“정말 좋은 생각이군요. 길드전을 치루기 어렵게 만들면 되는 것을. 역시 두뇌가 비상하십니다.”

“하하하하. 별 말씀을요.”

마주 보고 껄껄대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

[블러드 길드와 비룡 길드의 첫 대전! 듣기로는 100억이 걸려있어서 양 측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최고의 이벤트인데요. 협회에서는 비공개로 진행한다고는 하나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최고급 가죽 쇼파에 고풍스러운 탁자, 천장에서는 내려오는 샹들리에까지 화려한 공간에 한 중년의 남성이 티비의 전원을 껐다.

뺨에 난 상흔과 날카로운 눈매는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티비에서 시선을 돌린 중년의 남성은 곧 맞은편에 앉아있던 젊은 청년을 바라보았다.

“온통 저 얘기로 시끄럽구나.”

“대한민국에서 최초잖아요. 비룡 길드도 인천에서는 제법 유명하고, 블러드 길드도 소수정예에 홍영기까지 있으니 뭐... 그래봐야 10대 길드인 우리 청룡에는 못 미치긴 하지만. 안 그래요 삼촌?”

준수한 외모의 청년은 자신이 속한 곳의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10대 길드 중 탑으로 꼽히는 청룡 길드였으니까.

그리고 자신은 그 청룡 길드에서도 손꼽히는 에이스였다.

지이잉.

중년 남성이 진동소리에 자신의 폰을 확인해보자 가느다란 눈매가 커졌다.

“예현이가 블러드 길드에 가입했다는구나.”

“예현이가요? 쓰읍... 그렇게 우리 길드에 오라는 건 거절하더니. 하아...”

“지헌아. 너하고 어렸을 때부터 검을 수련한 동문이잖니. 좀 더 잘해주지 그랬느냐. 허허.”

“제 말은 이제 듣지도 않는 걸요.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하겠네...”

최지헌이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중년의 남성이 인자한 표정으로 그를 위로했다.

“예현이 성격이 원래 보통은 아니긴 했다.”

“삼촌도 어렸을 때부터 봐왔잖아요. 사범님하고도 친구였으니까요.”

“예현이 아빠,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청룡 길드도 없었지. 예현이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구나.”

“하아... 제가 나중에 다시 얘기해 볼게요.”

최지헌이 나가자 커다란 방 안에는 중년의 남성만 홀로 앉아있었다.

잠시 후 폰이 울리자 중년의 남성이 통화를 시작했다.

“그래. 얘기는 들었다.”

- 블러드 길드도 예전 방식으로 처리할까요?

“그건 안 돼. 블러드 길드는 그저 그런 길드가 아니야. 신중하게 해야 한다.”

- 하지만 그럴수록 김예현이 함부로 입을 놀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됐어. 어차피 그 애가 그렇게 입이 가벼운 성격은 아니야. 혼자서 끙끙대는 스타일이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봐와서 잘 알아.”

- 다른 방법을 구해보겠습니다.

“그래. 차라리 한 번 쓰고 버릴 녀석들을 찾아봐. 저기 중국이나 러시아애들로.”

- 알겠습니다.

최지헌과 얘기할 때의 부드러운 말투는 온데간데없는 비정한 본모습이었다.

청룡 길드의 길드장인 최용수가 폰을 탁자위에 툭 던졌다.

“세상사가 참 쉽지 않아.”

***

집으로 돌아온 수혁이 아공간에서 갑옷 하나를 꺼냈다.

게이트에서 보스몹을 잡고 나온 여러 가지 중 그가 챙긴 것이었다.

[타락한 기사 실리안의 가시갑옷 : 신체 +35, 적에게 공격당할 시 데미지의 5%를 반사한다.]

검은 돌기가 온통 솟아있는 검붉은 강철갑옷이 수혁이 이번 게이트에서 노린 아이템이었다.

전생에 이 갑옷을 입은 탱커가 준수한 활약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아이템을 더해 합성한다면 더더욱 쓸 만하지.”

특히나 적에게 둘러싸일수록 더더욱 광역딜을 자동으로 넣을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었다.

이제 강화에 필요한 아이템들만 더 게이트에서 확보한다면 완성이 될 것이었다.

“길드전에서 이긴 돈으로 재료를 사 모을까?”

이미 길드전에 질 거라는 생각은 하나도 없는 수혁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남는 돈으로 길드원들 아이템들도 더 강화시켜 줘야하니까... 흐음. 식구가 늘어날수록 돈이 더욱 필요해지네? 길드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네.”

전생에서 독고다이로 자신만 생각했던 수혁은 길드장으로써 성숙해지는 중이었다.

이렇게 길드원들이 성장하고 헌터들이 잘 될수록 더더욱 탑의 꼭대기에서 살아있는 모습으로 볼 확률이 커졌다.

거기에 현재의 사태를 불러온 알 수 없는 존재인 외신(外神)하고도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 날이 온다면...”

수혁이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패배는 용납 할 수 없었다.

오직 승리만 바라볼 뿐이었다.

휴식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길드원들이 모두 모여 잠시 합을 맞췄다.

오히려 짧게 휴식한 덕에 게이트에서 얻은 날카로운 감각이 무뎌지지 않았다.

“우리가 길드전을 치룰 곳은 월드컵경기장입니다.”

“와아- 그 넓은 곳에서요?”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활을 쏠 공간이 나오지.”

“그게 어딘데? 나도 알려줘. 인간.”

속닥거리는 길드원들에게 수혁이 말을 이어나갔다.

“비공개로 치러지는 만큼 경기장에 관한 통제는 협회에서 맡을 겁니다. 최상급 포션도 준비되어있으니 몸을 사릴 필요는 없습니다.”

“숫자가 그쪽이 우리의 3배는 되는데 괜찮긴 하겠죠?”

슬그머니 손을 든 이명한이 불안감을 감추려 멋쩍게 웃었다.

6 vs 20.

누가 봐도 20에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수많은 도박꾼들의 배당률이 압도적으로 증명하는 중이었다.

이명한의 말에 모두들 수혁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불안감을 드러내는 사람,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믿음을 보이는 사람.

모두의 반응을 즐기던 수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블러드 길드에 결코 패배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쭉.”

그렇게 길드전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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