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33화 (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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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간의 갈등

“무게감이 좋습니다.”

수혁이 사준 모닝스타를 마린느가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모낭스타의 끝에 달린 날카로운 추부분과 헤드쪽에 삐쭉 솟은 가시들을 손톱으로 튕기며 가지고 놀았다.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녀의 근력 또한 상당하니 못쓸 이유는 없어보였다.

이번에는 갑옷을 맞추러 경매장의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였다.

“이게 누구신가. 게이트를 마구잡이로 깬다는 블러드 길드장님이네?”

“?”

누군가 경매장에서 수혁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담긴 적대감은 노골적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대머리에 체격이 비대한 남성 하나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 가느다란 눈매에 날렵한 인상을 가진 남성이 난처한 얼굴을 지었다.

“나 비룡 길드장 김세헌이야. 인천지역에서 활동 중이지.”

김세헌이 두툼한 손을 내밀며 수혁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블러드 길드의 이수혁입니다.”

꾸욱.

김세헌이 맞잡은 수혁의 손에 힘을 주었다.

자신의 자랑인 힘으로 한 번 기를 꺾어주려 했다.

이마와 볼이 붉어지며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세게 쥐었지만 수혁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런 씨...’

이대로 망신당하기 직전, 비룡길드의 부길드장인 이상철이 적절히 끼어들었다.

“비룡 길드 부길드장 이상철입니다.”

김세헌과의 악수를 푼 수혁이 이상철과 새로 악수했다.

이번에는 신경전 같은 건 없었다.

자신의 손을 주무르던 김세헌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 인천 주안에서 게이트 하나를 블러드 길드가 먼저 깼던데, 그거 우리 관할구역인거 모르나?”

“우리 블러드 길드엔 게이트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얘기해줘야겠군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 돼? 왜 너희만 그런 걸 가지고 있냐 이 말이야! 그것 때문에 다른 길드에서도 불만이 얼마나 많은데, 게이트 관리국하고 헌터협회에 정식으로 요청해서 불공정계약을 파기해달라고 했어!”

음, 김상중 협회장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비룡 길드에서 불만을 가지고 협회에 민원을 제기한 모양이었다.

“그야 우리 길드는 그만한 실력을 인정 받았...”

“그럼 우리는? 우리는 실력이 없단 얘기야? 엉?!”

수혁의 말까지 끊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적대감을 표출하는 모습에 마린느가 모닝스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자 수혁이 조용히 그녀에게 눈짓했다.

불만어린 표정으로 마린느가 모닝스타를 들어 올리던 걸 내려놓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길드전을 신청한다. 너희의 권리를 놓고 한 번 싸워보자는 거야. 왜 쫄리냐?”

“길드전이라.”

길드전은 서로간의 실력도 확인하고 교류의 장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지만 실상은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 결국 무력으로 해결하는 수단이었다.

해외에서는 간간히 서로의 이익을 위해 길드전이 한 번씩 이뤄졌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헌터협회장인 김상중이 서로의 분란을 막기 위해 금지했던 이유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누른다고 막아질 일은 아니었다.

수혁 역시 게이트를 선점한다는 이유로 결국 이런 일이 생길 건 예상한 일이었다.

“자신 있나 보죠?”

“자신? 너야말로 홍영기 믿고 까부나본데. 네가 명색이 길드장이면 홍영기한테 가서 싸워달라고 빌지 말고 지금 정해봐.”

아무래도 홍영기의 레벨이 높다보니 모두들 수혁을 너무 얕보았다.

이상철 또한 첫 길드전에 조마조마했지만 블러드 길드에 패배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수의 인원이 많다는 점이 자신감에 한몫했다.

두 사람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수혁이 피식 웃었다.

“좋습니다.”

“좋아. 무르기 없기야.”

“길드전이라면 서로간의 보상을 걸어야겠죠. 뭘 걸 겁니까?”

“보상? 좋아. 우리는 너의 게이트 선택권(?) 그걸 우리가 이기면 가져가겠어.”

비룡 길드에 대해 머릿속으로 생각해봤지만 특출한 아이템이나 사람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필요한 건 하나다.

“우리가 이기면 현금 100억입니다. 일시불로.”

“배... 백억?”

수혁의 부름에 김세헌의 말문이 턱 막혔다.

이상철 역시 예상치 못한 금액에 침을 꿀꺽 삼켰다.

“어... 길드장님?”

“시끄러.”

이상철이 김세헌의 팔을 붙잡았지만 그는 잽싸게 뿌리쳤다.

잠시 동안 머리를 열심히 굴려본 결과 홍영기만 잡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좋아. 콜이다. 단, 용병은 금지야. 순수 길드원만 가능해.”

“콜. 헌터 협회에 공증을 요청하겠습니다. 일단 게이트를 깨야하는 일정이 있으니 이번 주 내로 연락하죠.”

“좋아. 백억 빵! 생각만 해도 화끈하네! 가자.”

돌아가는 길에서 이상철이 불안한 얼굴로 김세헌을 바라보았다.

“블러드 길드가 돈 많은 건 알잖아요. 아까 옆의 외국여자도 길드원으로 들이는 것 같던데.”

“야. 그래서 용병은 금지했잖아. 이번 주 내로 길드원을 받아봤자 어중이 떠중이만 들어올 거야. 그 정도는 우리가 숫자로 밀어붙이면 돼. 어차피 프리로 뛰는 헌터들 중 고렙 애들은 잘 없어. 아니면 뭐 외국에서 애들 스카웃 해오겠어? 걔들이 뭐 당장 바로 오진 못해. 내가 협회에 따질 거니까. 됐고, 이제부터 애들하고 합동훈련 들어가. 이기면 우리가 지역관할이 뭐야~ 전국구 되는 거야~ 오케이?”

“...”

벌써 승리에 취한 김세헌은 전국구 길드로 발돋음하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에도 이상철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건방진 인간들입니다. 왜 그냥 놔두십니까.”

수혁과 김세헌의 언쟁이 제법 컸기에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수군대며 눈치를 보다 사라졌다.

아마도 길드전을 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질 것이다.

“우리 길드의 첫 제물이 될 건데 그 정도는 봐줘야지.”

미안하지만 수혁에게 비룡 길드는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블러드 길드의 이권을 노리고 길드전이 들어올 것이 뻔했으니까.

웬만한 길드들이 함부로 생각도 못하도록 크게 짓밟을 예정이었다.

어중이 떠중이들을 전부 상대해줄 필요는 없으니.

“약한 자들에게 자비로우십니다. 마스터.”

“너도 알다시피 자비로울 권리는 강자에게 있는 법이야. 이제 너의 갑옷을 찾아보자.”

“네. 마스터.”

수혁이 마린느의 장비를 맞춰주고 헌터경매장을 떠나기도 전에 길드전을 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엄청 빠른데?

박이현과 홍영기는 길드전을 한다는 소식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고 수혁의 실력까지 알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헌터협회장인 김상중이 통화로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 정말 미안하구나. 내가 최대한 신경 안 쓰게 하려고 했는데, 다른 길드에서도 불만이 너무 쌓였어.

“괜찮아요.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었어요.”

- 너희의 실력은 알지만 구설수에 오르는 게 좋지는 않잖니. 어찌됐건 이리된 거 장소를 구해봐야겠어. 힘껏 싸워도 튼튼한 곳으로.

“신경써주면 고맙죠. 아,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건 길드전은 비공개로 해주세요. 다른 곳에 전력노출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 좋아. 참관은 나를 비롯한 협회의 최소인원으로 한정할게. 게이트에 곧 들어갈테니 길드전은 공략 후 일주일정도 쉬었다 할래?

“아뇨. 빨리 끝내죠. 3일 뒤로 잡아주세요.”

- 음... 무리하지는 말고.

“괜찮아요.”

그 다음 또 깨야할 게이트가 있거든요.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마침내 수혁이 사전에 골라놓은 게이트 공략 날이 다가왔다.

그간 쓸모 있는 갑옷을 찾지 못했던 그가 꼭 가지고 싶었던 갑옷의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었으니.

애초에 드랍 되는 상태로도 쓸 만한 갑옷이었지만 다른 아이템들과 융합한다면 더더욱 후반에도 써먹을 만큼 좋은 녀석이었다.

이 갑옷을 입은 동료가 탑에서 수많은 키메라들에 둘러싸인 채 버텨내던 모습이 그려졌다.

다만 기존의 블러드 길드에서 추가로 프리헌터까지 고용한 이유는 공략할 게이트의 난이도 때문이었다.

전생에 2번이나 공략에 나선 길드가 몰살을 당한 후, 10대 길드 2곳이서 합심해 겨우 클리어 할 정도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수혁의 실력에 박이현과 홍영기가 못 깰 수준은 아니라고 봤지만, 변수를 최소화하고 싶었다.

정확히 게이트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길드원들을 무책임하게 사지에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블러드 길드원으로 받고 싶은 인재들까지 발견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 되었다.

강화도 정족산 옆에 생겨난 자주색 게이트에 블러드 길드원들이 집합했다.

모닝스타와 철제갑옷으로 무장한 마린느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김예현과 이명한이 입을 벌렸다.

“혹시... 한국말 하세요?”

“나 잘합니다. 걱정 마. 인간.”

“아... 잘하시네요. 허허. 제 이름은 이명한입니다.”

“알았다. 인간.”

어색한 웃음을 짓던 이명한은 곧장 다가온 수혁이 귓속말을 건네자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눈물을 터트렸다.

다 큰 중년의 남성이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지만 수혁에게 사전에 얘기를 들은 블러드 길드원들이 그를 위로했다.

연신 눈물을 흘리며 수혁에게 감사하다는 이명한이 울음을 그치며 콧물로 만들어진 커다란 공기방울이 터지자 분위기가 환기되었다.

“코 좀 닦아라. 인간.”

“크흡... 미, 미안합니다. 크흡.”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김예현이 부러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정식 길드원이 아닌 그녀로서는 길드원들의 화목한 모습이 어색했던 탓이었다.

“제법 끈끈하죠? 저희 길드가 수가 적다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라.”

“네. 보기 좋네요.”

조용히 있던 그녀의 옆에 수혁이 다가왔다.

그녀라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할 리는 없었다.

단지 자신으로 인해 생길 불행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는 없었다.

“이명한 헌터님은 저희 길드로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김예현 헌터님은...”

“저는 아직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네요.”

완곡한 말로 거절했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달랐다.

‘가고 싶다. 지치고 외로워. 그런데 안 돼.’

무표정한 그녀의 눈망울이 슬쩍 흔들리는 걸 발견한 수혁이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다들 집합!”

수혁의 외침에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모여들었다.

“이명한 헌터와 마린느 헌터가 블러드 길드에 합류하게 되었으니 모두들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여기 옆에 있는 김예현 헌터가 비록 프리로 뛰지만 게이트 내부에서는 저희 길드원이라 생각하고 화합하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원 무장. 게이트 입장하죠.”

아공간에서 검을 꺼낸 수혁이 게이트에 제일 먼저 들어갔다.

이어서 다들 게이트에 들어가는 와중에 얼굴이 상기된 홍영기가 이명한에게 다가갔다.

“이제 같은 길든데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편하게 대해주세요.”

“네? 어어. 그렇지. 나도 든든하네. 고마워.”

“게이트 깨고 길드전 뛰어야하는 거 알죠? 기대되네요. 흐흐흐.”

“아-! 길드전?! 맞네... 너무 일찍 가입했나?”

퍽. 퍽. 퍽.

홍영기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이명한의 등을 두들겼다.

무지막지한 힘에 이명한의 몸이 휘청댔다.

“하하하하. 걱정 마세요. 형님. 제가 잘 지켜드릴게요. 저만 믿고 팍팍 갈기세요.”

“고... 고맙다.”

농담을 따먹으며 두 사람이 게이트에 들어가자 그들을 지켜보던 김예현의 얼굴에 아쉬움이 담겼다.

“길드전, 재밌겠다.”

그녀는 호전적인 헌터로서의 본능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단지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

자신이 블러드 길드와 함께 길드전을 치루는 상상을 하며 게이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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