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32화 (3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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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

박이현은 자신의 즐거운 저녁목욕 루틴이 깨졌다는 사실보다 수혁이 자신의 집으로 여자를 데려온 사실이 더 놀라웠다.

그것도 알몸의 여자를!

수혁의 가죽갑옷을 걸쳐서 중요부위를 가렸지만 크기가 맞지 않아 군데군데 새하얀 살결이 보였다.

“이게 지금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크흠. 남는 옷 있으면 좀 빌려줄래? 값은 후하게 쳐줄게.”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니고!”

박이현이 돈을 마다할 정도의 상황인가.

수혁 본인도 황당한데 그녀는 얼마나 더 황당하겠나.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박이현의 집 내부를 둘러보는 마린느였다.

수혁이 게이트에서 일어난 자초지정을 얘기했으나 박이현의 눈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금발의 미녀? 길드장님 취향 확실히 알았네요.”

“웨어울프라니까. 변신한다고!”

“...길드장님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을 텐데, 저도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해요.”

“여자인간. 주인님의 말은 전부 사실이니 의심하지 말지어다.”

“뭐라고?”

박이현이 건네준 옷을 입은 마린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녀의 옷이 좀 타이트한 관계로 마린느의 몸이 더욱 도드라져보였다.

박이현은 마린느의 몸을 훑어본 후 슬쩍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을 쳐다보았다.

묘한 패배감에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에휴...”

“우리는 패배했고 나는 일족의 멸종을 막기 위해 목숨을 구걸했다. 주인님 앞에서 바닥에 누워 배를 드러내며 패배를 인정했다. 주인님께서 내 위에 올라타 독을 제거해주시고 자비를 베푸셨지.”

“...알몸으로?”

박이현이 수혁을 가는 눈으로 째려보았다.

분명 변태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억울하다.

“그런 거 아니야. 마린느. 너는 호칭을 주인 말고 다른 걸로 좀 바꾸자.”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래. 그게 낫겠다.”

“몬스터가 사람에게 복종한다고? 그것도 자신의 가족들을 전부 죽인 사람을? 그리고 외신은 대체 뭔데 너희들을 우리와 싸우게 만들지?”

박이현이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맹점을 짚어냈다.

수혁 역시 그녀의 몸에서 독만 빨아냈을 뿐 자신에게 종속시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강제로 부하로 만들게 되면 행동의 유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박이현의 말에 의구심을 계속 가지고 있던 수혁도 마린느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에도 여전히 태연한 마린느였다.

“우리 일족은 역사적으로 몇 번이나 일족의 멸망을 앞둔 적이 있었습니다. 전전전대의 왕인 케시벌의 반란이나 전대의 ...그 일족과의 전투나.”

마린느가 수혁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더 고대로 향할수록 인간의 고대종족 사냥부터 엘프와의 전쟁까지 수많은 역사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남은 것은 우리 왕족의 유일한 지침 때문입니다.”

“지침?”

“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족의 멸망은 안 된다는 태초의 웨어울프 바우칼라크 님의 유언에 따라 일족 보존을 위해 왕족은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그것이 설령 비굴할지라도.”

“그럼 외신은 대체 뭐야?”

박이현의 말에 마린느가 눈을 감고 잠시 침묵했다.

“그 존재는 저도 잘 모릅니다. 모두의 염원에 따라 등장했다는 것 말고는...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만큼 강력한 존재인 건 확실하지만 소원에는 대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엄청난 얘기인데... 길드장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얘기를 들을수록 혼란에 빠진 박이현이 수혁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꼈지만 딱히 그로서도 할 말이 없었다.

전생에서 탑에서 겪었던 진화인자가 어쩌고 했던 것이 떠올랐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정말 그런 존재가 우리를 시험한다면... 답은 하나야. 어떻게든 시험을 통과하는 것. 강해지고 또 강해져서 외신에게 저항하는 거지.”

누군지도 몰랐던 적의 형태가 나왔다.

전생과 달리 탑에 살아있는 동료들을 데려가는 것이 수혁의 목표인 것은 변함없었다.

오직 앞으로 나아갈 뿐.

“일단 마린느의 신분을 좀 만들어달라고 헌터협회장에게 부탁할 테니 네가 잠시 데리고 있어줘.”

“...네? 저 몬스터하고요?”

떨떠름한 박이현의 말에 마린느가 입꼬리를 올렸다.

“걱정마라 여자인간. 안 잡아먹을 테니.”

“참~나. 나를 잡아먹을 수는 있고? 네까짓 게?”

“약한 인간. 흥분하지 마라. 나의 날카로운 손톱은 마스터의 적에게만 향할 테니 곱게 있어라.”

“...야마 돌게 하네. 이거 아무래도 서열정리를 좀 해야겠네. 우리 이쁜 언니?”

“일단 난 내일 다시 올게. 이현이 네가 좀 챙겨줘.”

수혁의 말에도 두 여자에게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서로의 빈틈을 찾으며 노려보는 모습만 보일 뿐.

박이현이 마린느를 이길 수 있으려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린느에게 심미안(초급)을 써봤다.

심미안(초급)의 숙련도를 100까지 맞췄지만 마력의 사용량이 적어질 뿐 따로 스킬 강화가 되지는 않았다.

좀 더 높은 등급의 심미안을 얻고 싶지만 기회가 언젠간 오겠지.

[?????????]

[박이현-Lv 63.(챔피언)]

몬스터라 그런지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다.

수혁이 싸워본 체감으로는 마린느의 신체능력이 박이현보다 더 빠르던데.

아직 60레벨대인 박이현이 상대하기엔 버거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그녀의 눈 속에 느껴지는 뜨거운 투지가 느껴졌다.

파이팅.

띠리리릭.

수혁이 나가며 도어락의 스위치가 작동했다.

의자에 앉은 마린느는 여유로운 표정과 달리 두 팔과 다리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박이현은 양쪽으로 목을 돌려대더니 주먹을 굳게 쥐었다.

“깽값은 각자 처리하자.”

“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넌 말로 싸우느냐?”

“이게 진짜?!”

휙.

박이현의 몸이 날며 발을 뻗자 의자에서 튕겨 오른 마린느의 주먹 역시 박이현에게 향했다.

다음 날, 수혁이 마린느의 신상등록을 하기 위해 헌터협회로 찾아갔다.

김상중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혁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마린느는 블러드 길드 소속, 챔피언 등급의 헌터로 등록되었다.

“또 도움이 필요하면 말만 해.”

“감사합니다. 협회장님.”

“그리고 음... 아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하자. 조만간 다시 연락 줄게.”

“?”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나중에 한다니 뭐.

우람한 덩치가 눈에 띄는 홍영기는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본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펜 주시면 제가 종이에 적어드릴게요. 네? 옷에다 직접요? 하하하하.”

예전의 앳되고 순박한 모습은 없어지고 국내 최고레벨 헌터로 인플루언서의 삶을 잘 즐기는 중이었다.

수혁의 차가 다가가자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옆좌석에 올라탔다.

L사의 붉은색 람보르기니가 거친 배기음을 내뿜었다.

“이거 받아.”

“오. 형님. 이건 웬 거에요? 제법 섬뜩한데요? 짐승의 발톱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라니.”

단 둘이 있을 땐 서로 편하게 대화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번에 게이트에서 얻었어. 육체파인 너한테 좋은 것 같더라. 위급 시에 쓰라고.”

“오오-! 잘 쓸게요. 그런데 어디 가요?”

“이현이 집에. 너도 좀 알아야할 내용이 있어. 가면 알게 될 거야.”

띵-동. 띵-동.

몇 번이고 벨을 눌렀지만 반응이 없다.

전화도 받지 않고, 홍영기와 수혁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단숨에 문을 뜯고 들어가려는 순간, 문이 열렸다.

“왔어?”

“이현아. 대낮에 웬 선글라스야?”

“...그냥.”

부스스한 모습으로 선글라스를 쓴 박이현의 모습에 홍영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 서있는 마린느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눈이 커졌다.

“어?! 이 분은?”

“반갑습니다. 마린느입니다.”

“아~ 네. 이현아. 네 친구분이셔?”

“친구?!”

기겁하는 박이현의 어깨에 마린느의 손이 턱하니 올라오며 어깨동무를 했다.

“맞습니다. 우리는 친구입니다.”

“...”

무슨 일인지 눈치껏 대충 짐작한 수혁이 집으로 들어갔다.

이현이 레벨 업 좀 더 해야겠다.

얌전해진 박이현이 낯선 것도 잠시 홍영기는 마린느의 정체를 듣고는 숨을 턱 들이마셨다.

“웨어울프?!”

“저는 마스터께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저희 일족의 번성을 돌봐주실 겁니다.”

그런 얘기는 안 했던 거 같은데.

얘도 아주 제멋대로 생각하는 스타일이야.

“번성은 대체 어떻게 할 건데? 일족도 혼자 남았다며?”

“저는 반은 인간, 반은 늑대입니다. 강인한 수컷과 짝짓기를 통해 일족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네?!”

홍영기 네가 왜 얼굴이 빨개지는데.

“이제 그만. 마린느는 지적인 생명체로 대화가 통하고 육체적인 능력도 강하니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게이트의 생태계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나보다 될 거야. 그리고 난 내 부하로 들어온 이상 최선을 다할 거야. 그만큼 너도 내 밑에서는 내 명령에 복종해야 해.”

“당연한 말씀입니다.”

마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수혁이 다른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전 환영입니다.”

“...저도요.”

“좋아. 며칠 뒤에 이명한, 김예현 헌터와도 호흡을 맞춰야하니 다들 잘 해보자. 마린느. 너는 나랑 같이 장비를 좀 맞추러 가자. 헌터경매장에 좀 가야겠어. 여기서 해산.”

수혁의 스포츠카 옆좌석에 탄 마린느는 도시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간들의 도시가 어때.”

“정말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저렇게나 투박하고도 높은 건물이라니. 그러나 직사각형으로 건물을 짓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 그걸 튼튼하고 높게 쌓는 게 기술인거야.”

“인간은 참 높은 걸 좋아합니다. 열심히 탑을 짓던 인간들이 생각납니다.”

끼이익.

예상치 못한 단어에 수혁의 스포츠카가 급히 멈췄다.

“탑이라고?”

“네. 외신의 등장 이후 무슨 바람이 분 건지 거대하고도 높은 탑을 만드느라 온 인간들이 달라붙었습니다. 저희에게도 외신의 명령이라며 동원령이라는 둥 찾아왔지만 거부하고 그들과 싸웠습니다. 우리는 건물을 짓는데 재주가 없습니다.”

“인간들과 싸웠다고?”

“네. 인간들이 마치 신의 사도인양 행동하며 모든 종족을 압박했습니다. 그렇게 인간과 타종족간의 전쟁이 벌어진 와중에 빛이 우리를 삼켰습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인간들을 공격하는 이유인가? 그쪽 세상의 인간들은 대체 뭘 한 거지.”

인간과 전쟁 중인 상황에서 게이트를 타고 나타난 인간이면 몬스터들 입장에서는 적이 출현한 것과 마찬가지겠다.

그것도 게이트에 갇힌 상황에서 다른 세계와 연결된 지도 모르고.

생각보다 복잡한 상황이다.

이 모든 걸 설계한 외신이란 존재는 대체 뭐지.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강해지는 것. 그뿐이다.

“나는 저 게이트에 들어가 너와 같은 세계에 살던 몬스터를 사냥할 건데 상관없나?”

“상관없습니다. 그들과 저 같은 일족 아닙니다.”

“좋아. 난 널 믿겠어. 너 역시 내 부하로써 인간 세상에 스며든 만큼 변신은 되도록 금지야. 대신 무기를 들고 인간인 척 싸워.”

“저 역시 인간들 사이에서 제가 배척받을 거라는 건 잘 압니다. 예전에도 그런 역사 있습니다.”

“좋아.”

서로 얘기를 하는 사이 헌터경매장에 도착했다.

게이트에서 나온 아이템 등을 경매로 처리하는 헌터경매장에는 각종 무구와 아이템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했다.

경매로 나온 물품리스트를 확인하던 수혁이 고개를 저었다.

“경매에 쓸만한 건 없군. 일단은 이곳에서 기본적인 무구만 사고 추후에 더 좋은 녀석으로 바꿔줄게. 혹시 원하는 무기 있나? 검? 도? 창? 클로?”

마린느는 발이 빠르니 민첩함을 살릴 수 있는 단검이나 활, 거리를 잘 벌리는 창도 괜찮아 보인다.

아니면 초근접전에서 쓸 수 있는 클로?

무기고를 훑던 그녀의 시선이 하나의 무기에 고정되었다.

“이건... 철퇴?”

“마스터. 전 이게 좋습니다.”

자신의 머리통보다 큰 모닝스타를 붙잡고 마린느가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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