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23화 (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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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보스

퍽.

오우거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화살은 눈을 덮은 눈꺼풀을 맞췄으나 눈가죽을 뚫지 못하고 화만 돋궜다.

“쿠워어어어-!”

오우거가 분노의 외침을 내뱉는 사이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려는 홍영기가 곧바로 망치를 들고 뛰었다.

“흐웁!”

홍영기가 있는 힘껏 위에서 내리친 망치가 오우거의 머리로 향했다.

망치 반대편 끝에 공기가 압축되며 로켓처럼 내뿜더니 추진력을 얻은 망치가 순식간에 오우거에 도달했다.

오우거는 눈을 감은 와중에도 자신을 향한 위험을 느끼자 재빠르게 손을 들었다.

콰지직.

망치가 오우거의 손을 분쇄했으나 머리를 타격하지 못했다.

“쿠워어-!”

자신의 손이 부셔지는 걸 느낀 오우거가 반대편 손을 다급히 휘둘렀다.

퍼억.

“크윽.”

묵직한 손과 부딪친 홍영기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렀다.

아무리 방심했어도 오우거는 오우거다.

대충 휘둘러진 손을 홍영기가 방패로 막아냈지만 몸이 붕 떠서 날아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오우거가 가진 타고난 힘은 지상의 생물체 중 손에 꼽으니.

붕 떠서 날아가는 홍영기의 발밑으로 수혁이 검을 치켜들고 달려갔다.

오우거의 다리에 접근한 수혁이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붉은 기운이 넘실대는 검이 무릎을 거침없이 가르자 오우거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졌다.

잘린 무릎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쿠우우우-!”

쾅.

고통의 울음소리와 함께 손을 휘둘렀으나 이미 수혁이 뒤로 빠진 상태라 애꿎은 땅만 강타했다.

어느새 수혁의 곁에 다시 돌아온 홍영기와 활을 겨누고 있는 박이현이 나타났다.

“다리가 하나 없으니 차분히 잡으면 되겠죠?”

“길드장님. 이번에는 제가 오우거를 날려버리겠습니다. 아까 좀 자존심이 상해서요.”

“아니. 빨리 잡고 가야지. 계속 여기에서 시간 낭비할 수는 없어.”

무릎에서 피가 멈추지 않아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죽을게 뻔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울부짖는 오우거를 향해 세 포식자가 천천히 다가갔다.

다가가던 포식자의 발걸음이 멈춰진 것은 땅에서 울리는 진동 때문이었다.

“?”

“뭐지?”

쿵. 쿵. 쿵. 쿵.

오우거의 뒤편에 있던 커다란 동굴에서 집채만한 나무로 만든 몽둥이를 든 오우거들이 여럿 나타났다.

개중에는 가슴이 조금 더 튀어나온 녀석과 덩치가 조금 더 작은 녀석이 마구 섞여있었다.

새로 나타난 오우거들은 다리가 잘린 동료를 보고는 흉포한 울음소리를 마구 내뱉으며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쿠워어어어어.

“...오우거는 무리 생활 안하는 거 아니었어요?”

박이현이 수혁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머쓱해진 수혁이 코를 쓱 훔쳤다.

오우거 일가족들이 모여 사는 동굴이라니.

처음 안 사실에 재미를 느낄 뻔 했다. 전투 중만 아니라면.

“오우거도 지 혼자 태어나지는 않았겠지.”

“그래. 그게 뭐가 중요해? 이제야 싸워 볼 만 하겠네! 으아아아-!!!”

더 많은 적이 나타났음에도 전의를 불태우는 홍영기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오우거들이 각자의 무기를 홍영기를 향해 휘둘렀다.

나무 몽둥이 여러 개가 그를 짓이기기 직전이었다.

망치 뒤편에만 생겼던 공기의 압축이 이번에는 홍영기의 온 몸을 감싸더니 뒤로 분사되었다.

부스터 스킬로 탄력을 받은 홍영기가 오우거의 몽둥이들과 거세게 충돌했다.

쿠우웅.

뒤에서 밀어주는 부스터 덕분인지 이번에는 여러 오우거의 공격을 방패 하나로 버텼다.

다만 홍영기는 버텼지만 땅은 버티지 못했다.

안 그래도 진창이었던 땅으로 홍영기의 하체가 박혀들었다.

“지금!!!”

“알고 있어!”

홍영기의 다급한 외침보다 박이현의 행동이 빨랐다.

연달아 화살 3개를 속사로 쏘아냈다.

날아간 화살 하나마다 빛을 내뿜으며 분열되더니 어느새 5개씩 개수가 늘어났다.

쉬지 않고 다른 오우거를 향해 계속해서 손가락을 튕겼다.

어느새 허공에는 화살비로 덮이더니 오우거들의 얼굴을 향해 사나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홍영기를 공격하느라 틈이 생긴 오우거들이 화살비를 피하지 못했다.

“우워어어-!”

혼란에 빠진 오우거들의 머리 위로 어느새 검을 높이 든 수혁이 날아올랐다.

“봤어? 내가 오우거들 압도한 거?”

“땅에 처박힌 건 봤는데?”

“야! 그건 여러 마리가 공격해서 그러지. 만약 한 마리였다면 내가 이겼을 거야!”

“늬에~ 늬에”

홍영기와 박이현이 노닥거리는 사이 수혁은 오우거들 곁으로 향했다.

바닥에 흐른 오우거의 피를 빨아들이자 오우거의 특성을 얻었다.

[매우 질긴 피부를 얻었습니다.]

홉고블린을 잡고 얻었던 특성인 약간 질긴 피부가 상위 특성으로 바뀌었다.

피부가 질겨질 뿐 내장이나 속근육이 질겨진 건 아니라서 아쉽긴 했지만 제법 큰 수확이었다.

말라 비틀어진 오우거의 시체를 뒤로한 수혁이 홍영기에게 다가갔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홍영기가 전투식량을 뜯으며 찌그러진 방패에 마력을 계속 주입했다.

“오래 걸려?”

“아직 수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요. 마력이 쭉쭉 빠지네요.”

“네가 마력량이 딸리는 건 영약으로 해결해야지.”

“영약 살 돈이 없는데... 크흠. 명색이 국내 최고 레벨인데 에헴...”

“그런 놈이 오우거도 못 이기냐?”

“아니요! 진짜 다구리 맞아서 그런 거 봤잖아요!”

억울한 듯 입을 삐쭉이는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이 더욱 험악해졌다.

“잠시 여기서 정비하고 가자. 난 오우거들이 나왔던 동굴을 살펴볼게.”

“길드장님~ 저도! 저도 같이 가요!”

어느새 수혁의 옆에 따라붙은 박이현이 실실 미소를 흘렸다.

무언가 돈 냄새를 맡았는지 귀신같이 그의 곁으로 붙었다.

오히려 그녀가 다가오자 수혁은 마음이 놓였다.

박이현이 나선 일 치고 수확이 전무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오우거들이 살고 있던 동굴은 동물 썩은 내와 똥오줌이 섞인 지독한 악취가 가득했다.

코를 부여잡은 박이현이 맹맹한 소리를 내었다.

“으... 더러워.”

“스킬을 써봐.”

“네.”

박이현이 눈을 감고 손을 펼치더니 바닥에 붙였다.

마력을 주입하자 가느다란 실 같은 빛이 동굴을 감싸더니 이내 깊숙이 들어갔다.

동굴이나 미로 같은 지역의 일정 범위를 탐색해 지도화 시킬 수 있는 맵핑 스킬이었다.

“응?”

“왜?”

“어... 동굴이 생각보다 깊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까 오우거들이 뛰쳐나올 때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네요. 어딘가 숨겨져 있는 공간이 있나 봐요. 히힛. 어머.”

숨겨진 아이템을 찾을 줄 알고 기뻐한 박이현이 본능적으로 웃음을 뱉고는 스스로 놀라 입을 막았다.

힐끗 수혁의 눈치를 봤으나 그는 생각에 빠진 채 박이현의 웃음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전생에서 히든 보스가 나온 게이트라는 것만 들었을 뿐 언제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들은 적은 없었다.

다만 입장했던 헤라 길드에서 아이템을 얻은 대신 길드원들 대부분이 죽어 해체수순으로 갔다는 사실은 기억났다.

베테랑 등급의 게이트니 안전한 공략을 위해 최소한 60레벨 이상의 길드원들이 15명에서 20명 사이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들도 분명 오우거를 사냥했을 테고,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정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머지는 이 동굴을 수색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만약 히든 보스를 당장 만나버렸다면?

물론 나중에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혹시 최악의 가정을 한다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헌터들의 숫자가 부족한 상태라 크게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그 당시에 10대 길드에 들었던 헤라 길드에서 큰 피해가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히든 보스를 잡았다.

히든 보스만 잡아도 탈출 게이트는 생겨났으니 살아남은 사람들이 돌아왔을 테고.

수혁은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박이현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장비를 복구중인 홍영기를 제외하고 혹시라도 지금 히든 보스를 만났을 때 박이현과 단 둘이 깰 수 있는가?

단 둘이서 10대 길드 중 하나인 곳을 압도할 수 있는가?

아니, 수혁 혼자서도 길드 하나를 압도할 자신이 있는가.

수혁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무기 잡아. 들어간다.”

어두운 동굴을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벽을 만나게 되었다.

좌우를 살펴봐도 아무런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박이현의 목소리가 동굴 내부에서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흐름을 느끼던 수혁이 고개를 들었다.

“천장에서 오른쪽을 봐.”

“네?”

어두운 동굴을 쉽게 볼 수 있는 수혁과 달리 박이현은 그러지 못했다.

가지고 있던 라이트를 비춰봤지만 별 다른 특이점을 느끼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더 멀찍이 떨어져서 비춰봐.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

수혁의 말에 따라 박이현이 뒤로 물러나서 라이트를 비춰보자 교묘한 각도로 튀어나온 바위의 위에 빈 공간이 드러났다.

“와-! 저렇게 큰 공간이 숨어있는 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나도 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발견 못했을 수도 있어. 올라갈 수 있겠어?”

“당연하죠.”

점프를 몇 번 해보던 박이현은 아슬아슬하게 닿지 못하고 내려왔다.

결국 라이트를 입에 문 그녀는 곧장 벽에 튀어나온 부분을 잡으며 올라갔다.

수혁이 몇 번만에 벽을 박차고 벽을 오르자 그녀가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우구응 오게타.”

“응?”

벽을 다 올라온 그녀가 입에 문 라이트를 손에 쥐더니 똑바로 말했다.

“좋.겠.다.구.요.”

“억울하면 레벨 업을 해. 다리의 근력도 더 키우고.”

“치... 나보다 레벨도 낮으면서.”

수혁이 얼마나 많은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지 알면서도 그녀가 괜히 투정부렸다.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수혁이 움직이자 박이현도 뒤따랐다.

깊이 들어갈수록 동물부터 시작해서 사람으로도 보이는 뼈 잔해가 늘어갔다.

오우거들의 활발했던 먹이흔적들을 구경하면서 가는 와중에 박이현이 눈을 빛냈다.

“저기!”

“?”

그녀의 라이트가 비춘 곳에는 한때는 사람이었던 해골이 잔뜩 삭은 망토와 함께 땅에 박혀있었다.

두개골의 절반이 날아간 것으로 보아 오우거에게 씹힌 듯 했다.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해골의 한쪽 손에 잡혀있던 하나의 단검이었다.

톱날처럼 붉은 검신에 장미 조각이 새겨진 단검.

[붉은 장미덩쿨의 단검 : 출혈과 함께 붉은 장미독을 주입시킨다. 신체 +13]

재미있게도 수혁이 사용하는 검과 같은 이름의 단검이었다.

붉은 장미독은 대체 무슨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와. 이거 세트에요?”

“세트 효과는 따로 없지만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모양이구나. 내가 써도 되겠지?”

“길드장님 쓰세요. 저야 다른 거 있으니.”

허리춤에 걸린 자신의 단검을 툭툭 친 박이현이 싱긋 웃었다.

역시 무언가 보물을 찾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그녀였다.

단검을 챙기는 사이 다른 시체에서 보석이 박힌 반지를 주머니에 넣는 건 모른 척 해줘야겠다.

다시 길을 걷던 와중에 묘한 숨소리가 들려오자 둘의 걸음이 멈칫했다.

그르렁. 그르렁.

박이현을 멈춰 세운 수혁이 자신의 그림자를 일으켰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박쥐 하나가 날아오르더니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퍼덕 퍼덕 날던 박쥐가 발견한 것은 오우거보다 2배나 덩치가 큰 존재가 벽에 기댄 채 코를 고는 모습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 거인의 눈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사이클롭스!’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는 오우거보다도 훨씬 강력하고 베테랑 등급의 게이트에 나올 존재가 아니었다.

못해도 챔피언 등급의 레벨 80언저리의 몬스터였다.

조용히 수화를 시작했다.

‘나침판은?’

‘보스가 아니에요.’

박이현이 들고 있는 나침판은 동굴 밖을 가리켰다.

즉, 저기 잠을 자고 있는 사이클롭스는 히든 보스라는 얘기였다.

60레벨대인 박이현의 공격력이 먹힐지 모르겠지만 수혁으로서는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방심하고 있을 때 공격해야지 홍영기를 데려오는 사이 잠에서 깬다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다.

저 놈을 잡기 위해 이 게이트에 들어온 것이니까.

‘눈을 노려. 여차하면 홍영기에게 합류해.’

박이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오우거보다 낫네요. 눈깔이 하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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