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20화 (2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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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과 결심

손목을 물어뜯은 수혁이 있는 힘껏 피를 빨아들였다.

서큐버스가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애썼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신선한 피를 빨아들이며 중독된 피를 밖으로 내뿜었고, 몸속에서는 치열한 피의 사투가 벌어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미라처럼 변한 서큐버스의 팔을 옆구리에서 빼낸 수혁이 배를 붙잡고는 힘겹게 걸어갔다.

꿰뚫린 배에서는 상처가 아물지 않아 검게 물든 죽은피가 줄줄 흘렀다.

머리통이 깨진 서큐버스의 시체에 다가간 수혁이 무릎을 꿇고는 곧장 피를 빨았다.

창백했던 얼굴에 점점 혈색이 돌아왔다.

[미약한 독 내성을 얻었습니다.]

“제길. 위험했네.”

출혈은 멈췄으나 아직 살이 아물지 않은 상태라 고통을 참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을 감고 내면을 바라보며 남아있는 독을 찾기 시작했다.

미약한 독에 중독된 피들이 혈관을 돌아다녔으나 독 내성 특성을 얻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 피들을 당장 빼내기에는 현재 몸 안의 피가 부족해서 불가능했다.

“아니다... 차라리 이 중독된 피를 써먹는 게 낫겠다.”

독 내성 특성을 얻었으니 자신의 피에 섞인 독기를 적에게 써먹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에 살이 차오른 뒤, 생각을 마친 수혁이 휴식을 그만두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통나무 집 마당에 탈출포탈과 보상이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몽둥이를 다시 주워서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보상을 향해 걸어갔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물건이 수혁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의 정령 아크네의 메달 : 마법 공격을 자동으로 막아준다(1회)]

“일회성이지만 괜찮군.”

메달 위에 달린 푸른 보석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그마한 파도가 끊임없이 물결치는 모양새였다.

자신의 가슴 안쪽 주머니에 메달을 집어넣은 수혁이 게이트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독으로 슈퍼 노비스 등급의 게이트를 공략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추가 능력치가 2씩 증가합니다.]

[탈출용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아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다시 한 번 수혁의 앞에 빛이 나며 물건이 생겨났다.

검붉은 색에 손톱 부분이 잘려나간 얇은 장갑 한 쌍이었다.

[아라크네의 실로 짜여진 장갑 : 마력 주입 시 착용자의 손을 도검류로부터 보호해준다.]

직접 손에 차보니 착용감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얇았다.

마력을 주입하고 손가락을 튕겨보자 부드러우면서도 탄성 가득한 반발력이 느껴졌다.

후반까지도 지속적으로 써먹을 정도로 귀한 아이템이었다.

흡족한 얼굴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맛에 게이트를 깨는 구나.”

당당하게 좋은 아이템들을 끼고 거리를 활보하는 고위 헌터들을 보며 어둠 속에서 부러워했던 순간이 생각났다.

빌런 시절, 다른 헌터를 죽이고 얻은 아이템들은 흔적이 남기 때문에 잘 사용도 하지 못했다.

싼값에 장물로 팔기 급급했던 시절도 이제는 한때처럼 느껴졌다.

[Lv.2 등급(슈퍼 노비스)

- 신체 : 122 + ??

- 마력 : 119 + ?? + (1)

- 종합전투력 : 241 + ?? + (1)

- 경험치 : 8540/15000 ]

상태창을 확인한 후 또다시 경험치의 늪에 빠진 수혁이 주린 배를 붙잡고는 탈출 포탈로 진입했다.

“많이 늦는군요.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상부에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끊임없이 날아오는 무전에 이창은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벌써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초조해지는 자신과 달리 오히려 컵라면을 먹으며 느긋하게 기다리는 홍영기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위험한 게이트를 그것도 혼자서 놔두고 오다니.

이들이 동료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원수지간이었나? 게이트 안에서 싸웠나?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의 눈에 게이트가 덜덜거리며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국물을 마시던 컵라면을 땅에 내려놓은 홍영기가 외쳤다.

“왔다!”

게이트가 없어지고 수척해진 표정의 수혁이 나타나더니 곧바로 이창에게 달려갔다.

“오셨군요!...오?”

“갑시다! 빨리!”

“네? 어딜...”

“선지국집. 24시간되는 곳으로 빨리.”

선지국 3그릇을 시켜서 입으로 때려 넣는 수혁의 모습에 홍영기가 입맛이 돋았는지 자신도 한 그릇 더 추가했다.

“현재 03시 20분, 처음과 달라진 점은 알파의 손에 못 보던 장갑을 끼고 있음. 상의가 많이 찢어져서 임시로 옷을 건네줌. 전투의 흔적으로 보임. 그것 말고는 특이사항 없음. 선지국을 야식으로 취식 중, 한 그릇 더 추가시킴. 이상.”

두 남자의 먹성 좋은 모습을 식당 밖에서 지켜보던 이창이 보고를 마쳤다.

“와... 사장님이 이렇게 많이 먹는 줄 몰랐네요. 선지만 대체 몇 그릇인지. 피가 부족해요? 헌혈이라도 하고 왔어요?”

“헌혈? 날 죽일 셈이냐?”

“헌혈이 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의 홍영기를 무시한 수혁이 밥이 말린 선지국을 크게 한 술 떴다.

잘 익은 석박지를 숟가락에 올리고는 한 입에 우겨넣었다.

부드러운 우거지를 국수 먹듯이 후루룩 입으로 빨아들였다.

선지국을 전부 다 먹은 후, 부족한 영양분이 채워지는 걸 느낀 수혁이 포만감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후... 살겠다.”

“꺼억~ 아. 사장님이 너무 맛있게 먹어서 내가 한 그릇 먹어버렸네. 이러다 살찌겠는데.”

“많이 먹어 둬야지. 내일 또 힘 쓰려면.”

“그 얘기는 내일, 아니 오늘 아침 일찍부터 게이트 진입한다는 얘깁니까? 이제 3시간 남았습니다. 휴식이 부족하진 않습니까. 강행군인 것 같군요.”

어느새 식당으로 들어온 이창이 수혁에게 물었다.

아직 수혁의 비밀도 알지 못했는데 그가 무리하다 게이트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정부에서도 큰 손해였다.

이창의 말에 담긴 속뜻을 짐작이라도 한 수혁이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시작입니다. 숙소에서 잠시 쉬고는 좀 이따 다시 뵙죠.”

“...알겠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홍영기가 동영상 플랫폼인 오튜브를 보며 혼자 낄낄댔다.

수혁의 시선을 느낀 홍영기가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을 보여주었다.

“사장님. 이거 봐요. 전원 각성자로 이루어진 걸그룹이라던데, 그 중 한 명이 몸놀림이 기가 막히네요. 고블린을 막 농락해요.”

수혁이 영상을 보자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비쥬스타즈의 박이현.

열심히 가수로 성공한다더니 결국 고블린이나 때려잡는 중이었다.

“비쥬스타즈네.”

“오... 사장님이 걸그룹도 알아요?”

“그래. 혹시 이 걸그룹 노래는 알아?”

“노래요? 노래는 잘... 망한 것 같은데요. 그러니 이런 컨셉으로 홍보하는 것 같던데.”

최 사장... 잘 지내지?

자신만만하던 최 사장이 요즘은 뭐하고 있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직은 저 머나먼 곳에서 수혁의 희미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 살아는 있는 듯 했다.

수혁이야 걸그룹이 없어지면 박이현만 데려가면 그만이라 딱히 상관은 없지만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은 무언가가 망했다는 상실감은 그조차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나중에 서울 가서 보지 뭐. 별 일 있겠나.

이제는 휴식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수혁이 흔들리는 차 안에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면 사냥에 집중해야 한다.

***

또다시 게이트에서 고블린들이 쏟아졌다.

강원도 부근의 작전구역으로 돌아온 김상중은 대원들과 검을 들고 대기했다.

자신들이 제일 흉포하다는 듯 괴성을 지르고 자신감 넘치는 저 모습들.

그러나 자신의 칼질 몇 번에 겁먹은 녀석들은 뒤돌아서 도망갈 것이 뻔했다.

도망치는 괴물들을 쫓아 모조리 소탕하는 것이 그의 반복되는 임무.

어느 순간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 속 묘한 갈증이 나타났다.

적들을 도륙해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그것은 수혁하고 싸운 다음부터 생겨났다.

파지지지직.

“김 상사님이 스킬 쓴다! 뒤로 물러나-!”

쿠과광.

김상중의 검에서 쏘아진 전격에 고블린 십여마리가 타죽었다.

수혁과 싸울 때에는 마력조절을 할 줄 몰라 애먹었지만 이제는 두, 세 번에 마력을 조절해서 탈진을 막을 수준이 되었다.

그럴수록 수혁에게 궁금증이 생겨났다.

자신의 모든 마력을 쏟아 넣은 일격을 가볍게 막은 그는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인가.

레벨이 1이라더니 진짜로 레벨이 1인 게 맞나.

생각이 깊어질수록 김상중은 자신의 갈증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강해지고 싶은 열망 그 자체였다.

쩌저적. 투두둑.

그의 전격을 견디지 못한 검에 금이 가더니 부러져 땅으로 떨어졌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무기보급이 중단되다뇨?!”

“니네만 괴물 잡냐? 전국의 모든 군인들이 힘을 합치는데 너희만 특별대우가 필요해? 당분간은 창고에 있는 강철검 그냥 써! 이제 합금된 검은 안 나오니까.”

김상중이 새로운 무기를 보급 받으러 갔다가 담당자인 이세현 중령에게 거절당했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몸을 돌려나가는 김상중에게 이세현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왜 민간인도 못 이겨서. 쯧쯧. 다른 대원들도 죄다 실력이 그거밖에 안 되는 건가.”

돌아나가던 김상중의 발걸음이 멈칫하더니 이세현에게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왜?”

“티타늄합금검이라고 지원받은 것도 중국산 짝퉁인 거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모든 보급품들이 엉터리뿐인걸 다 안단 말입니다. 그게 현장에서 피땀 흘리는 사람들에게 할 말입니까?”

“이봐. 김 상사. 군인은 젓가락만 주고 싸우라고 해도 군말 없이 적과 싸우는 것이 기본이야! 그게 싫으면 군인을 때려쳐야지! 상부의 명령에 반항하는 건가? 윗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으면 실적을 내란 말이야! 그 민간인처럼 게이트라도 하나 깨라고!”

적반하장으로 이세현이 고함을 질렀다.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던 김상중이 지지 않고 말했다.

“안 그래도 곧 게이트 진입할 겁니다. 이미 들어갈 대원들도 전부 지원받았습니다.”

“그렇게 얘기해도 더 이상 지원은 없어! 네 마음대로 해!”

“알아서 할 테니 방해만 하지 마시죠.”

훽 몸을 돌려나가는 김상중을 이세현이 노려보았다.

“건방진 새끼.”

게이트 부근에 세워진 임시 막사로 돌아온 김상중이 들고 온 물건에 다른 대원들이 의아함을 표시했다.

“김 상사님? 그 검은 뭡니까?”

“이번에 받은 내 검이야.”

“예? 그 티타늄 검은 어쩌구요?”

“다들 잘 들어. 이제부터 그런 지원은 없다. 상부에서는 우리들이 이제 일반 군인들과 별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는군.”

이름난 특수부대에서 차출되어 모인 대원들은 자신들의 자존심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김상중 역시 특수부대 출신으로 자부심 하나로 군생활을 이어갔지만 이제는 한계가 온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수혁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

민간인 각성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중사. 게이트 진입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나?”

“전투식량하고, 토니켓 지혈대, 전술 랜턴에 야간투시경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좋아. 작전팀장님한테 얘기 좀 해보고 올게.”

김상중은 작전팀장이 머무는 막사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눈매를 지닌 박영일 대위가 보고서를 만드느라 집중하고 있었다.

“팀장님. 바쁘십니까?”

“아뇨. 으음... 결심이 확고해 보이네요. 부팀장님.”

김상중의 표정을 보고 상부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한 박영일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예전부터 게이트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번 해왔으니까.

“알다시피 저는 가족이 있어서 게이트에는 직접 못 들어가겠네요. 대신 막사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은 전부 가져가세요. 까짓 거 뭐라 하면 전역해버리죠 뭐.”

“...감사합니다. 꼭 성공하겠습니다. 단결.”

“단결.”

경례를 마친 김상중이 게이트에 들어갈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모두들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각오를 나타냈다.

“들어갑시다.”

김상중과 열 명의 대원들이 모두들 지켜보는 가운데 게이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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