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19화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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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저게 뭐지? 위험해 보이는데.”

본능적인 감각이 뛰어난 홍영기가 불안함을 느끼며 수혁을 쳐다보았다.

입가의 미소가 짙어진 수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넌 탈출 게이트로 나가있어. 나는 잠시 저 게이트에 들어갔다 오마.”

“저도 같이 가야죠! 우리는 한 팀인데!”

위험해 보이는 게이트에 사장 혼자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홍영기가 침 튀기며 말했다.

자신을 걱정하는 홍영기를 보자 가슴 한 쪽이 찌르르 울렸다.

왠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 하나가 저 깊숙한 곳에서 단단한 벽을 뚫고 나온 느낌이었다.

“걱정 마. 저 게이트는 내가 레벨 업을 할 공간이니까. 조금 걸릴 테니 봉고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라.”

그간 냉철했던 눈빛이 아닌 수혁이 따스한 눈망울로 홍영기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을 느꼈을까 홍영기가 곧바로 대답했다.

“사장님. 왜 눈을 그렇게 떠요? 징그럽게.”

“이 새끼가?!”

수혁이 어째서 저런 수상한 게이트에 관해 알고 있는지 홍영기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가족을 잃고 방황하던 자신을 도와준 수혁에게 무한한 감사를 가질 뿐이었다.

무엇보다 수혁이라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전부 극복할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었다.

“저 월급 줘야 되니까 빨리 오세요~”

낯간지러운 말을 도저히 못하는 홍영기가 도망치듯 탈출 게이트를 통과했다.

수혁 역시 겉으로는 거칠게 콧김을 내뿜으며 성난 척 했지만 홍영기가 떠나자 입가의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Lv.1 등급(슈퍼 노비스)

- 신체 : 70 + ??

- 마력 : 67 + ?? + (1)

- 종합전투력 : 137 + ?? + (1)

- 경험치 : 9982/10000 ]

레벨 업 직전에 나타나는 게이트라.

우연인가 필연인가.

이 세상이 과거로 돌아온 본인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그저 버릴 순 없다.

믿을 건 오로지 실력뿐이니.

어떻게든 살아남아 주겠다.

수혁은 게이트로 들어갔다.

[단독으로 깨기 어려운 난이도입니다. 탈출용 스크롤을 제공합니다.]

[탈출용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차갑고 눅눅한 공기가 코를 스친다.

습기로 인해 질펀한 흙바닥과 어스름한 달빛이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담력이 부족한 자라면 이런 어두운 숲속에서 홀로 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었다.

수혁에게는 어둠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밤하늘을 보자 추가 능력치가 활성화되며 힘이 샘솟았다.

“답답한 동굴은 아니라 다행이군.”

품속에서 나침판을 꺼내 마력을 주입하자 뱅글뱅글 돌다 한 방향을 가리켰다.

몽둥이를 꺼내든 수혁이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멈칫.

비릿하면서도 썩은 냄새가 사방에서 풍겨오는 것을 느낀 수혁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어어어어.

야성적이고 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숲속 수풀을 해치고 나타난 것은 썩어서 너덜한 살점과 뭉개진 얼굴, 그러나 두 눈은 충혈된 것처럼 붉게 물든 구울이었다.

삐죽한 손톱은 거무튀튀한 것이 지독한 독이 묻어있었다.

썩어 문드러진 성대에서 끊임없이 먹잇감을 찾는 울부짖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런... 이번에는 상성이 안 좋군.”

수혁이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그들의 피가 심하게 썩어있다는 점이었다.

구울들을 처치하고 피를 빠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점이 분명했다.

시무룩한 수혁을 포위한 구울들이 갑자기 흉포한 소리와 함께 입을 크게 벌리며 달려들었다.

느릿한 움직임 대신 먹이를 발견한 야생의 치타처럼 재빨라졌다.

캬아아아악.

“...냄새가 심하군.”

빠각.

구울의 머리통을 날려버린 수혁이 크게 반원을 그리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퍼버버버벅.

썩은 체액이 비산하며 상반신이 날아간 구울들이 연달아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수혁이 2레벨에 도달했다.

[Lv.2 등급(슈퍼 노비스)

- 신체 : 119 + ??

- 마력 : 116 + ?? + (1)

- 종합전투력 : 235 + ?? + (1)

- 경험치 : 2/15000 ]

갑작스럽게 끓어오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한 수혁이 거센 괴성을 토해냈다.

“으아아아-!”

빨라진 수혁의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한 구울들이 멈칫하는 사이, 흑빛 몽둥이가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추었다.

파바바방.

구울들의 몸이 박살나는 것을 넘어 터져버렸다.

그러나 이지를 상실한 구울들은 자신들의 몸이 터져나감에도 불나방처럼 수혁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접근했다.

잠시 후, 수혁의 주변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검붉은 살점만 남아 주변을 더럽혔다.

“숨도 안차는군.”

확 뛴 능력치에 적응을 못한 수혁이 잠시 서서 눈을 감고 내면을 관조했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차분히 혈액순환을 마무리 지은 수혁이 눈을 떴다.

레벨 업을 하는 건 좋지만 능력치가 너무 큰 폭으로 오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는 것이 단점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찰나의 빈틈이 생길 수도 있겠어.”

긴박한 전투의 순간에 약간의 머뭇거림으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순간을 막아낼 좋은 수단이 있으면 좋으련만.

이럴 때마다 호신강기 특성이 참 탐이 났다.

지속적으로 마력을 쓰지만 자동으로 몸을 방어해주는 최고의 특성이니까.

“흐음... 어디 한 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에 널린 구울의 사체에서 나온 피를 손가락에 찍어 입에 넣었다.

“우웨엑. 퉷퉷.”

시궁창 속에 몇 년 동안 묵혀놓은 우유를 숙성시켜 만든 치즈 맛이 났다.

온 몸이 부르르 떨리며 꿈에서도 나올 것 같은 악취와 맛에 진저리가 쳐졌다.

아공간에서 꺼낸 생수로 입을 잔뜩 헹궜다.

“으... 괜한 시도였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수혁이 나침반을 따라 움직였다.

나침반이 인도한 곳으로 움직이자 어둑한 숲길이 끝나며 넓은 공터에 통나무로 쌓아올린 집이 나타났다.

집 앞에는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는 금발의 여인과 마당의 잡초를 고르는 붉은머리의 여인, 그리고 장작을 쌓아놓고 커다란 냄비에 무언갈 끓이는 흑발의 여인이 있었다.

미모마저 상당한데 중요한 점은 얇은 천으로 중요부위만 가린 상태였다는 점이었다.

게이트 내부에서 몬스터가 아닌 뜬금없는 여인이?

긴장감을 놓지 않은 수혁이 다가가자 세 여인들 역시 수혁이 오는 걸 알아차렸다.

“어머? 잘생긴 인간? 마력이 느껴져.”

“어떻게 구울밭을 통과했지?”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남성이다.”

꺄르륵거리며 자기들끼리 신난 듯 투닥거렸다.

이게 지금 무슨 긴장감 없는 상황인지.

생김새만 봐서는 사람인지 몬스터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세 여인들이 일제히 수혁을 쳐다보았다.

“이리 와. 인간.”

“더 가까이 와.”

“키득키득.”

세 여인에게서 알 수 없는 기운이 쏟아졌다.

시선을 느낀 수혁의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며 몸 안의 혈액이 빠르게 움직였다.

혈액의 일부는 두뇌로 향하고, 대다수는 다리 사이에 있는 수혁의 중요부위로 피가 쏠렸다.

급격히 정신이 몽롱해지자 다급하게 몸 안의 혈액을 다스리고 심장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움직임이 막힌 혈액이 내보내달라는 듯 아우성치며 강한 반발력을 느꼈지만 수혁이 더욱 강한 통제를 걸자 결국 항복했다.

하마터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몸의 통제력을 잃을 뻔했다.

정신 내성 스킬이 있는 남성이 아니라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몸을 되찾은 수혁은 여전히 의식을 빼앗긴 척 밍기적거리며 여인들에게 다가갔다.

“꺄르르륵. 이리 온.”

붉은 머리의 여인이 수혁이 다가오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다가섰다.

“일레나. 저 년이?”

“야! 넌 위아래도 없냐?”

금발과 흑발의 여인이 뭐라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수혁에게 다가간 일레나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덥썩.

수혁이 일레나의 손목을 잡고 몸을 돌려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던 일레나가 자신의 엉덩이를 더욱 들이댔다.

“어멋! 성질도 급해라. 여기... 아악!”

왜 더러운 엉덩이를 들이대.

수혁은 그녀를 뒤에서 꽉 붙잡고는 목덜미를 물고 피를 빨았다.

[성 페로몬을 얻었습니다.]

그다지 쓸모없는 특성을 얻었다.

이번 게이트에서는 수혁을 만족시키는 성과가 영 없어보였다.

미소를 잃은 일레나는 온 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비명과 함께 미라처럼 변했다.

“뱀파이어! 탐욕의 일족!”

“저 저주받은 일족이 다시 나타나다니.”

남은 두 여인들의 등에서 혈관이 비치는 피막의 날개가 돋아나더니 몸을 감쌌다.

날개를 펼치자 어느새 길게 솟은 손톱과 이마에 한 개의 뿔이 돋아나며 모습을 바꿨다.

“서큐버스였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뿔이 한 개에 높이가 낮은 것이 하급 서큐버스처럼 보였다.

상급의 서큐버스였다면 길다 못해 휘어진 뿔이 달려있었을 테니까.

날개를 펼친 서큐버스들이 허공에 날아오르며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탐욕 끝에 부스러진 너희가 또다시 밖으로 기어 나왔구나.”

“영겁의 지옥으로 다시 떨어지게 만들어주마!”

수혁의 양쪽으로 날아오른 서큐버스들이 동시에 손톱을 뻗으며 그를 공격했다.

바람을 가르는 손톱 끝이 검게 변색된 것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바닥을 구르며 피하자 서큐버스들이 사나운 돌풍과 함께 그를 지나쳤다.

“치잇. 원거리 수단이 부족한데.”

아무리 강력한 근접무기를 휘둘러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거력이 담긴 몽둥이가 아슬아슬하게 서큐버스의 몸을 스쳤다.

수혁의 헛손질에 주변을 날던 서큐버스들이 비웃음을 날렸다.

“저주받은 일족답게 굼뜨구나. 살아있는 채로 포를 떠서 일레나의 원수를 갚겠다!”

“너의 창자를 뽑아 목걸이로 만들어주마!”

돌풍과 함께 날아든 서큐버스의 손톱이 수혁의 팔뚝을 스쳤다.

화끈한 통증과 함께 독이 침투하는 걸 느끼자 곧바로 중독된 피를 내뿜었다.

아까운 피...

출혈을 방치한 수혁이 이 피의 원수를 꼭 갚기로 마음먹었다.

흐르는 피를 손에 묻힌 수혁이 기회를 엿보다 날아드는 서큐버스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작은 피 알갱이들이 허공을 날면서 박쥐로 변하더니 서큐버스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자그마한 발톱과 이빨이 서큐버스의 얼굴을 마구잡이로 물어뜯었다.

“꺄아악!”

박쥐를 떼어내려는 틈을 이용해 수혁이 껑충 뛰어올라 몽둥이를 휘둘렀다.

다른 서큐버스가 그를 막기위해 뒤에서 날아들었으나 무시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서큐버스의 머리통을 깨부시는 대가로 다른 서큐버스의 손이 수혁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찰나의 순간 몸을 비틀며 서큐버스의 손을 피한 탓에 내부의 장기가 다치는 일은 면했다.

대신 감염된 독이 빠르게 온몸을 파고들었다.

“죽어라. 이 괴물놈아!”

“괴물은 너지.”

미약한 고통 내성의 특성이 발휘되며 근육의 경직을 막아주었다.

수혁의 뒤통수를 꿰뚫으려는 사악한 의지가 담긴 손이 공기를 가르며 쇄도했다.

뜨겁게 달군 돌을 뱃속에 집어넣은 듯한 통증을 견딘 수혁이 고개를 돌렸다.

입을 벌리더니 길쭉한 서큐버스의 손톱을 이빨로 물었다.

“아니?!”

으득.

“퉷!”

단단한 이빨로 손톱을 깨부신 수혁이 부서진 조각들을 서큐버스를 향해 내뱉었다.

손톱조각들이 날아들더니 서큐버스의 얼굴을 덮쳤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수혁의 뱃가죽을 휘저으려했으나 수혁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옆구리가 손에 관통된 상태로 서큐버스에게 다가간 수혁이 한 손으로는 배에 튀어나온 손을 붙잡아 고정시키고, 다른 손으로는 손톱이 부서진 손목을 입으로 끌고 왔다.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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