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18화 (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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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런

“아무리 미국이라도 이렇게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소! 이것을 위에 보고한 다음 철저히 따질 것이오!”

-한국이야말로 저런 중요인물을 동맹국인 우리에게 감추었소. 오히려 우리가 항의할 사항입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방위비 증액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방위조약들에 여러 가지 수정을 할 수 밖에 없소. 우리의 VIP께서도 불만이 많으니.

“...”

합동참모본부의 비서실장이 곧장 미국측에 전화했으나 오히려 역공을 당했다.

전화를 끊고 망연자실한 가운데 청와대 수석보좌관에게 또 다른 전화가 왔다.

-VIP께서 알파에 관해 보고받으셨습니다. 계약은 예정대로 진행된 것 맞습니까? 부산이 안정화되면 곧바로 서울로 데려오라고 하십니다. 대한민국의 천만 수도권 사람들도 도움이 당장 필요합니다.

“그게... 예정보다 늦어졌긴 하지만 곧 좋은 소식 있을 겁니다.”

-위에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그야 물론이죠!

비서실장은 전화통화가 길어질수록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전화를 끊은 그는 곧장 합참의장에게 달려갔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부르르르릉.

수혁이 머무르는 호텔 정문에 토마스 대사의 차가 멈췄다.

수행원들이 곧장 뒷문을 열어주자 수혁과 나머지 인원들이 하차했다.

어느새 소문이 났는지 곳곳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수혁이 눈짓하자 토마스 대사가 작별악수를 요청하며 입을 열었다.

“미국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이수혁씨의 좋은 결단 기대하겠습니다. 제가 얘기해 본 것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주거지와 세금 면제 혜택 등 원하는 모든 것을 말해주시죠.”

“감사합니다.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가급적 빨리 부탁합니다.”

수혁이 지정해놓은 대사가 토마스 대사의 입에서 줄줄 쏟아진다.

그런데 말로는 웃지만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하다.

로보트야 뭐야. 웃어야지?

토마스 대사의 입꼬리가 조금이나마 올라갔다.

그런데 여전히 주름진 눈은 그대로다.

눈웃음은?

이제야 토마스 대사의 웃는 표정이 자연스러워졌다.

서로 웃으며 마주보던 두 사람의 악수하던 손이 떨어졌다.

“하하하하하하. 이수혁씨를 빨리 떠나보내기 싫어서 제가 너무 오래 잡았군요. 이만 피곤하실텐데 들어가시죠.”

“감사합니다.”

조그마한 구경거리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일반인들 사이 속 급하게 전화나 무전으로 보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만하면 생각한대로 잘 진행된 것 같다.

해가지자 고블린의 피를 잔뜩 묻힌 홍영기가 호텔로 돌아왔다.

씻고 배터지게 저녁을 먹고 호텔룸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특민방에서 수혁을 맞이하던 강영철과 이창이 이번에는 양손을 모으곤 공손한 자세로 직접 찾아왔다.

수혁이 미국과 접촉한 탓에 잔뜩 달아오른 듯 곧장 말을 쏟아냈다.

“혹시 미국 측과 계약하기로 정해진 겁니까?”

“아직 아닙니다. 저에게 주거지 제공과 세금 감면 등 여러 가지 혜택에 관해 얘기하길래 일단 생각해본다고 했습니다.”

“허허허. 아직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군요. 저는 사전에 준비된 계약서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습니다. 혹시 이수혁씨가 추가적으로 원하는 사항이 있다면 가감없이 얘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전부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혁이 수정된 계약서를 들고 와 강영철에게 건네주었다.

“몇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고치거나 더했습니다. 일단 세금 감면부분 비율이 좀 적은 것 같아서 늘렸고, 특민방 대원이라고 정부의 소집에 강제징집당하는 조항 역시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줄줄줄 내뱉는 말에 강영철이 연신 이마의 땀을 닦으며 수혁의 말을 경청했다.

“알파가 원하는 조건 무엇이든 들어준다고 해. 계약 못하게 되면 옷 벗을 각오라도 해야 할 거야.”

이곳에 오기 전 상부의 협박 아닌 협박을 상기한 강영철이 연신 고갯짓을 반복했다.

새로 수정된 계약서를 읽어보며 검토하던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볼 때 이 정도면 상부에서도 오케이 할 겁니다. 그런데... 현재 서울 도심도 수많은 게이트로 인해 말이 많은데 부산에서 게이트 소멸이 된다면 서울에도 갈 수 있습니까? 청와대에서 직접 내려온 사항인지라...”

“당연히 갈 수 있죠.”

“그렇습니까?”

긍정적인 수혁의 반응에 강영철이 환하게 웃었다.

“계약서 내용에 몇 가지 조항을 더 추가 해야겠네요.”

올라간 입꼬리가 금방 내려갔다.

누굴 봉으로 보나.

추후 생길 게이트의 독점권에 정부는 그 어떤 불만도 가지지 않고 수혁을 방해할 시 위약금 조항을 집어넣고 계약서를 수정했다.

“생겨난 게이트의 선택권 및 방해금지조항? 어차피 이수혁씨 말고는 당장 들어갈 사람이 없으니...”

고개를 갸웃거린 강영철은 급한 마음에 계약서에 후다닥 도장을 찍었고 수혁도 만족할 만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각성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조만간 기존의 게이트가 모두 없어지고 새로운 게이트가 나타날 것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알짜 게이트만 골라 경험치와 아이템을 독점하는 것이 수혁의 계획이었다.

거기에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게 대한민국 정부의 보증까지 들어간다면?

합법적인 행동에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수혁은 빌런이 아닌 당당한 헌터니까.

계약 과정을 전부 봐온 홍영기에게 카드를 하나 건넸다.

“계약 기념 파티다. 먹을 거나 실컷 사와. 내일부터는 쉬지 않고 게이트 공략해야 돼.”

“얏호~!”

그저 신난 홍영기가 카드를 챙겨들곤 밖으로 나갔다.

이제 다시 경험치를 올릴 시간이다.

슈퍼 노비스 등급의 게이트가 눈앞에 좀 나타났으면...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눈곱만 뗀 홍영기를 향해 수혁이 핀잔을 주었다.

“이젠 세수도 안 하냐.”

“어차피 게이트 들어가면 피범벅 될텐데요.”

“그건 맞네.”

호텔 정문에서 검정 봉고차를 끌고 와 그들을 맞이한 건 전날에도 보았던 이창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왁스로 빗어 넘긴 머리에 정장까지 흐트러짐이 없었다.

계약서에 수행원 한 명 넣어달라고 했더니 바로 직책을 부여받았다.

“타시죠. 어디부터 가실 껍니까.”

“부산역으로 가죠.”

“간단히 먹을 음식도 가져왔습니다. 취향을 몰라 골고루 준비했습니다.”

봉고차 안에는 김밥과 샌드위치, 쥬스와 커피 등이 놓여있었다.

음식에 진정성이 있는 수혁은 이창을 다시 봤다.

센스가 좋다.

“잘 먹겠습니다~”

지체없이 김밥을 입에 넣은 홍영기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수혁도 샌드위치를 하나 입에 물곤 부산의 게이트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꺼내들었다.

“부산역과 부산항 사이의 4개 게이트를 오늘 전부 깨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동선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수혁의 얘기를 들은 이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게 해야죠.”

“으아아- 어제 밤에 배불리 먹인 이유가 있었네.”

“넌 밥값 할 시간이다.”

“넵!”

자잘한 녀석들은 홍영기에게 맡겼지만 이제는 수혁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보스 경험치를 최대한 많이 먹어야하니까.

이제는 스피드런 시간이다.

봉고차가 부산역으로 가는 동안 신호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마치 대통령 의전이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에 홍영기가 궁금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운전석 백미러로 표정을 본 이창이 입을 열었다.

“교통경찰에게 전부 협조 얻었습니다. 게이트 깨는데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여줄 겁니다.”

“좋군요.”

이런 디테일이라니 생각보다 유능한 수행원이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수혁에게 갖는 기대감이 얼마나 큰 지도 알 수 있었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고블린들은 사전에 대기하고 있던 군병력과 특민방에 의해 모두 진압되었다.

그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느끼던 수혁과 홍영기는 곧바로 게이트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이창이 지켜보다 귀 뒤편의 어느 한 부분을 누르며 보고했다.

“현재 시각 06:30분, 방패와 검을 든 홍영기와 달리 알파는 별다른 무기도 없이 게이트에 들어갔다. 사전에 방검복과 같은 방어용품을 지급하려했으나 거절당함. 이상.”

상부에서 이창에게 수혁이 가진 비밀을 적극적으로 캐내라고 지시했지만 이런 동네 마실나가듯 게이트에 입장하는 탓에 달리 보고할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각성도 못한 자신이 같이 들어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꼬르르륵.

“나도 밥을 먹어볼까.”

새벽부터 활동하느라 몸이 신호를 보내왔다.

봉고차로 들어간 이창이 남아있던 김밥포장지를 열었지만 온통 빈 포장지뿐이었다.

홍영기가 쉬지 않고 입을 오물거리더니...

언제 게이트에서 나올지 모르니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주린 배를 부여잡은 이창이 남아있던 커피만 들이켰다.

파지지직.

게이트가 발광하며 일렁이던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곧이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크기가 사그라들더니 어느새 수혁과 홍영기가 나타났다.

봉고차에 몸을 기대고 있던 이창이 재차 보고했다.

“현재 시각 10시 30분, 게이트 정복하는데 총 4시간 소요. 홍영기의 옷에는 전투의 흔적이 있으나 상처하나 없음. 알파는 아무런 흔적이 없음. 고블린들의 핏방울조차 남아있지 않음. 이상.”

이어서 그들에게 다가간 이창이 물을 건넸다.

“굉장하군요. 이렇게 금방 없앨 수 있다니...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영업비밀이죠. 바로 다음 게이트로 가죠.”

“아... 네.”

은근슬쩍 남의 영업비밀을 캐려고 하자 곧바로 무시했다. 어딜, 씁.

봉고차에 올라탄 수혁과 홍영기가 떠나자 게이트 주변에서 대기하던 군인들과 특민방 대원들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만세를 외쳤다.

“철수다 철수! 퇴근하자!”

“와씨. 드디어 집에 갈 수 있어!”

“저 사람들 누구야?”

“이번에 특민방에서 특수요원들로 고용한 사람들이라던데?”

“크으... 엄청나네.”

2번째, 3번째 게이트도 연달아 휴식 없이 공략했다.

연이은 강행군에 홍영기의 낯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지자 마지막 휴식을 취한 뒤 게이트에 들어가기로 정했다.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숨어있던 밤이 나타났다.

사전에 예약한 소고기집에 들어가자 홍영기가 눈치를 보았다.

“이거 고기 돈은 누가 내요?”

“걱정 마. 정부에서 다 내주기로 했으니.”

수혁의 말에 이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 걱정 말고 마음껏 드시면 됩니다.”

“오예-! 사장님! 여기 꽃등심 10인분부터 주세요.”

대량주문이 예상되자 어깨를 들썩이며 신난 소고기집 사장이 쉬지 않고 고기를 가져왔다.

끝이 안 보이는 흡입력을 보이는 홍영기가 추가적으로 15인분을 더 시킨 뒤에야 주문이 멈추었다.

자신의 배를 두드리는 홍영기의 옆에 이창이 슬쩍 다가갔다.

“홍영기씨.”

“꺼억~ 네?”

“실력이 엄청 좋으신 분이 먹성도 엄청나군요. 배는 좀 차십니까?”

“헤헤. 사실 좀 아쉬운데 후식으로 마무리 하죠.”

홍영기의 앞에는 냉면이 5개가 놓여있었다.

그에게 식초와 겨자를 넘겨주던 이창이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그... 게이트를 어떻게 해야 깰 수 있는 겁니까?”

“간단해요. 다 죽이면 되죠.”

“그...렇죠. 제 말은 그니까 어떤 방법으로 죽이면서 게이트를 깨냐 그건데...”

“아... 눈에 보이는 것들을 죄다 죽이면 깨져요. 검으로도 찌르고 방패로도 패죽이고.”

“그니까 그게...”

“?”

서로 묘하게 핀트가 안 맞는 대화에 이창이 답답한 듯 물을 벌컥 들이켰다.

지켜보던 수혁도 웃는 와중에 오직 홍영기만이 영문을 모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식당을 나온 이창이 침울한 표정으로 마지막 게이트로 안내했다.

“무사하시길 빕니다.”

이창의 말을 들으며 수혁과 홍영기가 게이트에 입장했다.

콰직.

수혁이 고블린 족장의 목을 부수는 사이 홍영기는 주변의 고블린 전사를 정리했다.

“우와아. 드디어 레벨이 5다! 오오. 몸에 힘이 불끈불끈한데?!”

레벨을 올렸다고 신나하는 홍영기를 지켜보던 수혁이 씁쓸하게 웃었다.

오늘은 레벨 2를 찍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 경험치가 약간 부족했다.

아쉽지만 내일로 레벨 업을 미루려고 했던 그 순간,

“어?! 사장님? 저거!”

홍영기가 탈출용 포탈 옆에 나타난 붉은 색의 포탈.

슈퍼 노비스 등급의 게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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