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15화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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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속.

두두두두두두.

강원도에서 부산으로 군용헬기가 빠르게 날았다.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던 김상중이 헤드폰으로 맞은편에 탄 대위 직급의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정작과장님. 그런데 제가 갑작스러운 파견근무입니까?”

“상부의 지시야. 실력이 의문스러운 민간인이 있는데, 닉네임은 알파. 한 번 테스트해보라는군.”

“민간인을요? 제가 명색이 살인병기로 훈련받은 사람인데... 저보고 민간인과 싸워보라는 얘기입니까?”

“그래. 진짜로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고 쓸만하면 계약 비스무리해서 고용한다는군. 많이 건방지니 콧대를 좀 눌러주라는 지시도 있었어. 개나 소나 각성을 하면서 스킬도 얻고 힘도 세지니 이런 일도 생겨나네.”

“제 밑에 애들도 있는데...”

“나도 알지~ 김 상사가 이런 일에 낄 실력이 아니라는 걸. 그런데 그 알파가 단 둘이서 게이트를 깰 수 있다고 주구장창 말하고 다녀서 위에서 말이 많아. 중요한건 실제로 알파가 2번이나 게이트를 깼다는 점이야. 여기 기록파일.”

정작과장이 보안등급이 찍힌 서류를 넘겨주자 김상중이 바로 읽어나갔다.

“복싱 경력이 좀 있고... 첫 번째 게이트에서는 자기 팀원하고만 복귀했군요. 두 번째는 군인들과 합동작전도 무사 완료. 군인들의 말에 따르면 게이트의 길을 다 아는 듯이 행동했다라... 전투도 능숙했다. 스킬 아니면 아이템일 수도 있겠군요.”

“그래. 알파의 비밀도 차차 알아가야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노하우라도 우리가 가져와야해. 지금 이 정보가 미국측으로도 세어나갔다는 얘기가 있어.”

“... 이런 복잡한 상황은 별론데.”

“일단 자네가 할 일은 시건방진 알파의 기를 한 번 꺾어만 주면 돼. 알았지?”

커다란 호텔방에는 수혁만 홀로 앉아 자신의 내면을 관조했다.

초반과 달리 높아진 마력이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내부의 심장이 거세게 펌핑되며 마력을 머금은 혈액이 온 몸의 미세혈관 곳곳으로 침투하는 것이 느껴졌다.

혈액순환에 지장 없는 것을 확인한 수혁이 눈을 떴다.

일반 사람들에게 원활한 혈액순환이 건강의 상징이라면 수혁에게는 강함의 척도였다.

“영기녀석. 시민들을 돕는 게 그렇게 좋은가 보군.”

홍영기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수혁의 건물이 있는 서면의 번화가로 가서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고블린들을 사냥했다.

덕분에 번화가 일대의 상인들이 홍영기만 보면 고맙다고 칭찬세례를 퍼부었다.

신이 난 홍영기는 더욱 열심히 활동 중이고.

굳이 국가에 소속되지 않고도 길가에서 무기를 들고 다니는 각성자들이 많아졌다.

정부 소속 군인이나 경찰들을 기다리느니 직접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만큼 각성자들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커져갔다.

확실히 자신과는 다른 마음가짐에 수혁도 배울 점이 참 많았다.

과거의 빌런생활을 하며 생긴 나쁜 버릇들을 고쳐먹을 정도로, 예를 들면 사람을 전부 먹잇감으로 보는 건 취소, 빌런 녀석들의 마지막 유언정도는 들어 줄 정도의 아량을 가진다던지.

[Lv.1 등급(슈퍼 노비스)

- 신체 : 69 + ??

- 마력 : 66 + ?? + (1)

- 종합전투력 : 135 + ?? + (1)

- 경험치 : 9327/10000 ]

호텔방에서 자신의 상태창을 지켜보던 수혁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간간히 자신의 건물에 접근하는 고블린들을 죽여왔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멀쩡한 각성자들을 잡아먹을 수도 없고.

빌런화가 된 각성자들이 눈에 보인다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런 자들을 쉽사리 볼 수는 없었다.

“후우... 성장이 이제 멈췄군. 고블린만 잡아서는 역시 한계가 있어. 저번처럼 슈퍼 노비스 등급의 게이트라도 나타나면 좋을 텐데.”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는 와중에 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쳤다.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도망자 짬밥이 몇 년인데.

저것들을 확?

“댐 잇! 알파가 커튼으로 방을 가렸어. 설마 눈치 챈 건 아니겠지? 음흉한 각성자야.”

“진정해. 먼데이. 열화상카메라로 전환해. 흠. 아직 그대로야.”

수혁이 머무르는 호텔의 반대편 룸에서 기다란 감시용 카메라로 찍어대는 금발의 두 남녀가 있었다.

그들의 화면 속 수혁의 몸이 소파에 누운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먼데이라 불리는 남성이 옆에 놓인 물을 들이키며 불평불만을 털어놓았다.

“저 동양인이 우리나라에 무슨 이득을 줄 수 있다고 호들갑이야? 한 대 치면 쓰러질 정도로 비실하게 생겼구만. 안 그래? 썬데이.”

“저 자가 게이트를 안전하게 깰 수 있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잖아. 상부의 지시 또 얘기해줘?”

“알지 알아. 저 자가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포섭하고, 아이템이면 빼앗아 와라. 가급적이면 평화적으로 회유할 것. 너무 모순되지 않아? 평화적인데 빼앗아오라니. 대체 어느 놈이 이런 명령을 내리는 거야?”

“... 책상머리만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뭐. 조만간 대한민국측에서 실력을 검증한다고 하니 그 뒤에 접근하자. 대한민국보다 무조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되니까.”

카메라 화면을 바라보는 금발의 여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룸서비스는 시킨 지 언젠데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배고파 죽겠네.”

똑. 똑.

먼데이의 불평과 동시에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어린애처럼 신이 난 먼데이가 방문으로 향하자 썬데이가 풋하며 조소를 지었다.

“드디어 왔네. 왜 이렇게 늦... 헉?! 케흑!”

방문에서 들리는 먼데이의 비명에 썬데이가 급히 몸을 돌려 허리춤의 총을 꺼냈다.

그리고 방문의 침입자를 확인하자마자 입을 떡하니 벌렸다.

“다... 당신이 어떻게?!”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썬데이가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질질질질.

기절한 먼데이의 뒷목을 잡고 문에서부터 끌고 온 건 수혁이었다.

먼데이를 거실에서 내동댕이 친 수혁이 입을 열었다.

“뭐 하는 년놈들이야? 외국인?”

“한국에서는 관광객을 이렇게 취급하나요?”

“한국말 잘하네. 대체 어느 나라 관광객이길래 손에 총을 들고 다녀?”

“요즘 세상 곳곳에 괴물들이 나타나니 스스로를 지킬 수단은 있어야 하는 법이죠. 이봐요. 당신!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수혁이 창가의 카메라로 향했다.

다급한 표정을 지은 썬데이는 총을 집어넣고 연기를 그만하기로 마음먹었다.

‘차라리 잘됐어. 레벨은 내가 더 높으니 이참에 비밀을 캐는 거야.’

대화는 알파를 눕혀놓고 하는 걸로.

썬데이의 레벨은 3.

자신에게 투덜거리던 먼데이가 사실상 1렙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녀는 수혁보다 2레벨이나 높았다.

카메라를 살펴보는 수혁에게 빠르게 쇄도한 그녀가 주먹을 날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먹을 막은 수혁에게 당황하지 않은 그녀가 몸을 회전하며 팔꿈치로 수혁의 옆통수를 찍었다.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계공격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훈련된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슬쩍 고개를 젖히며 엘보공격을 피한 수혁이 거리를 벌리며 웃음 지었다.

“관광객보다는 링 위에 서는 게 더 어울리겠어.”

“이익.”

부아가 치솟은 썬데이가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주먹을 내지르고 휘둘렀다.

변칙적인 발놀림으로 수혁의 사각 틈새를 돌며 연달아 발차기도 날렸다.

좁은 방안에서 숨 막히는 짧은 공방이 연달아 이어졌다.

그러나 각성을 하며 체력에 자신 있던 썬데이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자신과 달리 아직도 여유가 넘치는 수혁의 모습에 당혹감이 얼굴 곳곳에 드러났다.

썬데이의 머리 속 위기경보가 심각하게 울렸다.

‘먼데이. 이 새끼는 입만 살아서 왜 안 일어나?’

아직도 쓰러져있는 자신의 동료를 원망한 그녀가 수혁과 떨어지더니 양손을 하늘로 들었다.

“좋아요. 그만하죠. 이제 그만 싸우고 우리 대화로 풀어봐요.”

“그래. 진솔한 대화 좋지.”

이번엔 수혁이 적극적으로 썬데이에게 접근했다.

기겁한 썬데이가 수혁에게 거리를 벌리려했지만 손쉽게 뒤를 잡혀버렸다.

“자... 잠깐. 아악!”

그녀를 뒤에서 감싼 수혁이 곧장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온 몸에 힘이 빠지며 자신의 혈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 썬데이의 의식이 흐려졌다.

“으으음... 헉.”

정신을 차린 썬데이가 자신의 방 안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수혁을 발견하곤 호흡을 들이켰다.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먼데이는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진실한 대화를 해보자고.”

“... 저 남자는 죽었나요?”

“아니. 그저 두뇌로 갈 혈관 일부를 잠시 혈액덩어리로 막아놨을 뿐이야. 아직 숨은 쉬고 있으니 걱정 마.”

“묻고 싶은 게 뭐죠?”

“그래. 이제야 대화가 좀 되겠군. 음... 너희는 어디에서 왔지? 날 지켜보던 목적은?”

수혁의 질문에 그녀가 거짓으로 기만전술을 펼치려했으나 이상하게도 진실이 술술 나왔다.

“우리는 미국 정보국 소속 요원이에요. 이수혁씨, 일명 닉네임 알파. 당신이 게이트를 무사히 깰 수 있다는 비밀이 알려지면서 당신을 회유, 포섭하기 위해 왔어요.”

“포섭한다면서 공격을 해?”

“으...읍. 포섭 실패 시 알파의 비밀을 획득하기 위해 무력사용도 허가받았죠.”

자신의 마음과 달리 입에서 술술 나오자 썬데이가 입을 막아보려 했으나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수혁이 잠시 눈을 감곤 생각에 잠겼다.

미국엔 탐지와 맵핑스킬로 유명했던 헌터인 로그가 있을 텐데...

아직은 각성 초반이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나?

로그는 전생에 탑에 같이 오를 만큼 손꼽히는 실력자였지만 탑에 오른 초반에 죽어버렸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더욱 큰 도움이 되었을지도.

보아하니 아직은 게이트 속 길과 함정을 찾는 탐지 스킬이나 일정 범위의 지도를 만들어내는 맵핑스킬을 가진 각성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듯 했다.

스킬이 없다면 아이템이 필수다.

그러나 이런 아이템은 지금은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수혁이 운이 굉장히 좋은 편.

수혁 역시 나침판을 얻지 않았다면 그런 쪽으로는 재주가 없었으니까.

지금 당장은 수혁 말고는 게이트 내부를 휘젓고 다닐 수 있는 각성자가 없었다.

그 말은 지금이 가장 그의 몸값이 제일 비싸다는 얘기.

수혁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희는 내가 조만간 실력검증을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군?”

“맞습니다. 미국의 정보력은 대한민국의 모든 일을 전부 파악 가능합니다.”

“좋아. 조만간 너희에게 내가 지시를 내리지.”

“알겠습니다.”

절망적인 눈망울의 썬데이는 너무나 정중하게 수혁을 배웅했다.

수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쓰러져있던 먼데이가 정신을 차렸다.

수혁이 사라질 때까지 90도 인사를 하고 있던 썬데이는 그가 사라지자마자 곧장 누워있던 먼데이를 발로 찼다.

“으헉! 뭐야?”

“... 우린 망했어.”

이제 그들은 수혁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호텔로 돌아온 홍영기는 소파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사악한 웃음을 짓는 수혁을 발견했다.

“또 무슨 음흉한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음흉하다니. 난 언제나 건전한 생각뿐이야. 레벨 업은 했어?”

“아뇨. 저만 잡는 것도 아니고 경찰들이나 군인들, 다른 각성자들과 같이 공유하니 경험치가 잘 안 오르네요.”

“그래서 게이트가 필요한 거야. 독점으로.”

“저야 뭐... 경험치를 위한 것 보단 우리 가족과 같은 비극이 다른 사람들에게 생기지 않았으면 해서요...”

코를 쓱 훔치며 진심을 내뱉은 홍영기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그를 응시하던 수혁의 폰에 문자 하나가 왔다.

문자 내용을 확인한 수혁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면 그만큼 강해져야겠지. 안 그래?”

“그렇겠죠?”

고개를 갸웃거리던 홍영기에게 수혁이 말을 이었다.

“군에서 연락이 왔군.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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