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14화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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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능력자가 나야

분명 저번에 왔던 특수민간방위대 건물이었지만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우선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군인들의 팔뚝에 M.P라고 크게 박힌 완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건물 주위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특종을 노리는 날카로운 눈으로 건물 내부를 찍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기자들과 대치하고 있던 와중에 수혁이 다가서자 헌병들이 손을 뻗으며 그를 제지했다.

“멈추세요. 현재 이 건물은 통제되어 있습니다.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여기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왔습니다. 이수혁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겠습니까.”

무전을 통해 수혁의 이름을 확인하던 헌병이 곧 문을 열어주었다.

무슨 새로운 먹잇감이 잇는지 기자들이 냄새를 맡으며 슬금슬금 다가오다 헌병들에게 밀려났다.

찰칵. 찰칵.

누군지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사진들을 찍어대다니.

수혁이 기자들을 무시하고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헌병의 안내에 따라 한 사무실로 들어가자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무표정한 남성과 눈매가 가느다란 중년의 군인이 그를 맞이했다.

“밖이 제법 시끄럽죠? 조용한 곳에서 보고 싶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강영철입니다. 합참에서 작은 직책 하나를 맡고 있습니다. 저 뒤에 서있는 사람은 파란 집에서 나온 분이라고 얘기해두죠.”

강영철의 뒤에 서있던 정장의 남성이 수혁을 향해 아주 작게 목례했다.

“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구요?”

수혁의 물음에 강영철이 잠시 뜸을 들였다.

“음... 전 세계가 지금 갑작스럽게 나타난 저 게이트인가 뭐로 인해 아주 큰 몸살을 앓고 있죠. 누군가는 외계인의 침공이라 하고, 신의 저주라고 떠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요한건 군인에게는 저 괴물들이 단지 나라를 위협하는 적일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직 다른 나라에서도 저 게이트라는 걸 깬 곳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한국을 빼고요.”

강영철의 부드럽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극비사항이지만 저희 군에서도 중화기로 무장한 분대를 여러 번 투입했으나 모두들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은 금기시 된 사항이었는데... 김 대령이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는 강행해 버렸죠.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에는 여기 오신 이수혁씨가 중 정보 덕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정보를 제공했죠. 또다시 게이트에 관해 얘기해 드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보고서에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더군요. 김 대령이 작전을 펼칠만한 사유가 될 정도로요.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점이 바로 거기서 나옵니다. 분명 이수혁씨가 동료들과 들어가서 게이트를 없앴을 때에는 총 7명에 제일 높은 레벨도 4에 불과했습니다. 맞죠?”

“그렇습니다.”

“이번에 김 대령이 2배는 더 되는 인원에 4렙 각성자들까지 여럿 투입했는데도 대부분이 실패를 해버렸습니다. 혹시 무엇 때문일지 아십니까?”

수혁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면요? 제가 얘기를 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네?!”

“이수혁씨!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닙니다! 나라의 운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강영철보다 뒤에 있던 정장의 남성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드러운 손짓으로 그를 말린 강영철이 입을 다시 열었다.

“이수혁씨는 이유를 알고 있나보군요.”

“제가 김 대령님께 한 제안을 똑같이 드리죠. 부산에 생긴 게이트 제가 전부 깨드릴테니 독점권을 주시죠. 우리나라를 위해서.”

“전부 깬다구요?”

강영철과 정장의 남성이 어이가 없다는 듯 서로 눈을 마주쳤다.

“누구랑 깹니까? 옆에 같이 있던 동료, 듣기로는 레벨이 4라던데. 더 많은 팀원이 있습니까?”

“저랑 그 친구만 있으면 됩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별 도움이 안 되서.”

“허... 허.허.”

수혁의 말에 강영철이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자 정장의 남성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이수혁씨. 우리가 뭘 믿고 그쪽한테 그걸 다 내어줍니까? 듣기로는 레벨도 1이라던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재미없습니다.”

“재미요?”

수혁의 표정이 굳어지며 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숨을 헉하고 들이키는 강영철과 달리 자신도 모르게 허리춤의 권총을 뽑아 든 정장의 남성이 두려움 섞인 눈으로 수혁을 향해 겨누었다.

[None.]

[None.]

각성조차 못한 자들이 어쭙잖은 협박을 하다니.

확 목을 따버릴까 보다.

아니다. 나는 빌런이 아니니 말로 해결해 봐야한다.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은 수혁이 살기를 풀자 강영철이 굳어진 어깨를 양손으로 주물렀다.

정장의 남성은 침을 꿀꺽 삼킨 뒤 조심스럽게 권총을 집어넣었다.

‘무슨 살기가... 빌어먹을. 너무 성급했다.’

국정원 정보요원인 이창은 성급한 무의식에 반응해버린 자신을 자책했다.

위에 카메라로 보고 있을 자신의 상관들이 나중에 뭐라고 할지 벌써 걱정스러웠다.

벌써부터 귀의 무전기로 온갖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이창이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눈치 챈 강영철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허허. 자신감이 아주 대단하시군요. 실력도 있어 보이는 것 같고, 하지만 말만 믿고 내어줄 수 없는 조건인 건 잘 아시죠?”

“실력을 보고 싶단 말이겠군요.”

“잘 아시는군요. 그런데 실력을 어찌 평가해야할지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습니다. 단순히 레벨만으로 따지면 제일 편하긴 한데... 레벨이 높다고 게이트를 잘 깨는 건 아닌 거 같으니 이거 원.”

난감한 얼굴을 한 강영철을 향해 수혁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실력은 간단하죠. 저나 제 팀원하고 직접 붙어보면 되니까. 레벨 높고 자신 있는 자들을 전부 데려와 보시죠.”

이윽고 수혁의 시선이 천장에 달려있던 조그마한 카메라로 향했다.

카메라를 통해 수혁을 봐온 국정원 팀장들과 군 고위관계자들이 연거푸 욕을 날렸다.

“저 새끼. 저거 구라 같은데?”

“그래. 괜히 우리 전력만 민간에 공개될 소지가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야.”

“아니지. 이참에 군에서 가장 레벨 높은 자들을 데리고 한 번 평가해 보자고. 무엇보다 저자가 무슨 수로 게이트를 깼는지 알아내야해.”

서로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별이 3개가 박힌 군모를 쓴 남성이 자신의 부관을 불렀다.

“이번에 레벨 5 달성했다는 707 김상중이 불러와.”

“네?! 고작 이런 일에 투입할 자원이 아닙니다. 김상중 대원은 이미 레벨 4인 여러 대원들도 손쉽게 물리칠 실력인데...”

“김상중이 스킬도 좋은 건 나도 알지. 그러니 그 녀석이 와서 저기 우리 앞에서 뻔뻔하게 얘기하는 저 녀석 실력을 한 번 봐보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강영철과 이창의 귀에 부착된 무전기로 지시가 떨어졌다.

이제는 무표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창과 달리 강영철의 부드러운 어투는 끊이지 않았다.

“좋습니다. 조만간 수혁씨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준비를 마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자신감만큼 실력도 확실하면 좋겠군요. 우리나라를 위해서.”

“...우리나라를 위해.”

수혁이 목례를 하고 자리에 나가자 강영철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푸우- 보통의 사내는 아니구먼. 자네는 괜찮나?”

“... 위에 올라가면 조인트 까이게 생겼습니다.”

“껄껄껄. 그러게 왜 과민반응을 하고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는 강영철과 달리 이창은 찌푸려진 얼굴을 피지 못했다.

수혁이 호텔로 돌아오자 건물 관리인인 김필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홍영기와 함께 잡담을 나누던 그가 수혁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인사했다.

“사장님께서 건물 앞 게이트를 없애셔서 지금 그나마 숨통이 트였습니다. 입점 사장님들 모두가 감사의 인사를 전해 달라 하십니다.”

“고작 그 정도 가지고. 3개월간 월세도 안 받을 테니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잘 전해주세요. 그리고 곧 있으면 부산의 게이트들은 전부 없어질 거라는 얘기두요.”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면 다들 기뻐할 겁니다. 오늘 군부대에 갔다 오셨으니 뭔가 좋은 얘기를 들으셨나보군요. 네. 잘 알겠습니다.”

김필두가 밖으로 나갈 때까지 홍영기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사장님...”

“왜?”

“월세까지 안 받고, 그렇게 친절한 사장님인지 처음 알았네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덩치는 곰만한 녀석이 수혁의 옆에 다가와 아양을 떨었다.

더불어 속이 약간 메스꺼워졌다.

“사장니임~. 보너스 없어요? 보너스.”

“가까이 오지 마. 징그러우니까. 옛다.”

수혁이 벌레를 내쫓듯 손을 휘젓는 와중에 금색의 신용카드 한 장이 홍영기에게 날아왔다.

날렵하게 카드를 낚아챈 홍영기가 곧장 문으로 뛰어갔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실컷 먹어둬라. 조만간 바빠질 테니까.”

“넵!”

홍영기가 없어지자 넓은 방에는 고요함만 가득했다.

스마트폰을 켜자 각종 매체에서 고블린들에게 당한 희생자 수와 각성자 수가 그래프로 표시되었다.

높았던 희생자 수는 점점 줄고, 각성자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곧 각성자의 숫자가 일정 수치에 도달하게 되면 고블린만 나오던 게이트는 없어지고 새로운 게이트들이 나타날 것이다.

본격적으로 각성자들이 게이트에 들어가 공략을 해야 하는 시대가 곧 온다.

일명, 헌터의 전성기 시대.

게이트에서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뛰쳐나오는 상황은 없어질 것이고.

다만, 게이트를 너무 오랫동안 공략하지 않는다면 한 번씩 폭주하는 상황도 생겨날 것이다.

그전까지 수혁은 부산 도심에 현재 생긴 게이트를 몽땅 깨버릴 생각이었다.

합법적으로.

더 이상 필드의 고블린들을 잡아도 능력치나 특성을 얻지 못한다.

눈에 띄지도 않는 경험치 상승은 너무나 미약하고.

지금 필요한 것은 필드의 자잘한 몬스터들이 아닌 게이트 내부의 보스뿐이다.

그가 적극적으로 군인들에게 실력을 내보이는 이유였다.

내 것이니 다들 침 삼키지 말고 지켜만 보라고.

생각을 마친 수혁은 정부 측의 누구와 붙게 될지 기대를 하며 소파에 깊게 누웠다.

“케에엑! 케엑!”

수풀이 무성한 야산에서 고블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도망쳤다.

게이트가 막 생겨났을 때의 흉포함은 온대간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뒤를 멀티캠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검을 들고 쫓았다.

“차 중사님! 저기 왼쪽!”

“왼쪽은 차 중사가 맡고 다들 서포트해! 나는 오른쪽으로 간다!”

“어어. 김 상사님?!”

까무잡잡한 피부의 군인이 방탄모도 땅에 내던지고는 재빠르게 오른쪽으로 뛰어갔다.

단 한 마리의 고블린도 놓칠 수 없다는 집념이 그대로 느껴졌다.

차 중사를 비롯한 다른 군인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자 이제 막 전입을 온 신입 하사가 눈을 껌뻑였다.

“저렇게 혼자 가셔도 괜찮습니까?”

“김 상사님은 신경 쓰지 마. 우리들 전부가 덤벼도 꿈쩍도 안하시니까. 그보다 너는 임마 아직도 레벨 1도 못 찍고 뭐하는 거야? 더 적극적으로 안 잡을래?”

“죄... 죄송합니다!”

“빨리 빨리 안 뛸래? 우리보다 늦으면 넌 작전 끝나고 뒤졌어.”

신입 하사가 제아무리 최선을 다해 뛰어도 레벨이 높은 선임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없었다.

점점 창백해지는 그를 계속 놀리며 고블린 사냥을 이어갔다.

“우웨에엑.”

“저 새끼 저거 체력이 너무 약한 것 봐. 우리 부대가 언제부터 이런 쭉정이들이 올 수 있게 된 거야? 쯧. 쯧.”

“자자. 다들 그만하고. 김 상사는?”

신입 하사가 구석에서 구역질을 하자 작전을 마친 군인들이 코를 틀어막았다.

대위 계급장을 한 군인이 묻자마자 온통 고블린의 피로 범벅이 된 김상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김 상사. 오늘도 한 바탕 난리구만?”

“충성. 어쩐 일이십니까?”

“파견 명령이 떨어졌어. 지금 당장 가야하지만 씻을 시간은 줄 테니 다 씻고 준비마치고 헬기장으로 와. 긴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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