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11화 (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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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욕심

“무슨 특수부대라고 하던데 빌런들은 아니겠죠?”

“아직은. 자신들의 사냥터를 빼앗겼으니 화가 날 법 하지.”

“사냥터요? 몬스터를 잡아서 도시의 시민들을 안전하게 할 목적이 아니구요?”

“절대로.”

그들의 눈빛은 수혁이 전생에서 익숙하게 봐온 것과 같았다.

욕심이 가득한 눈빛, 경쟁자를 제거하고 싶은 마음.

아마 저들은 이렇게 바뀐 세상에 누구보다 먼저 적응하고 앞서가는 자들일게 분명했다.

“사냥터에서 우리를 방해한다면 빌런이다. 특히나 게이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밖에서도 알기 쉽지 않아. 명심해.”

“설마 여기까지 따라올까요?”

“혹시 모르지. 집중해.”

나침판을 든 수혁이 곧장 길을 안내했다.

게이트 내부의 고블린 전사들은 두 야수들에겐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조악한 무기술을 얻었습니다.]

고블린 전사의 특성과 콩만한 경험치를 얻으며 전진하던 중 수혁이 발걸음을 멈췄다.

“왜요?”

“뒤쫓는 자들이 있구나.”

“설마... 아까 그 특수부대?”

“군인들은 아니야. 민간이라고 했으니. 용케 게이트로 들어올 생각을 했네.”

“어떡할까요? 도시의 질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지 빌런은 아닌 거 같은데...”

아직은 빌런이라는 존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홍영기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가 보고 판단해봐.”

“네? 제가요?”

“그래. 네가 생각하기에 빌런이라고 판단되면 그 때 손을 쓰자. 원하면 내기해도 좋고.”

“좋아요! 저들이 빌런이 아니면 월급 올려주세요. 그런데 사장님은 어디 계시구요?”

수혁이 잠시 발걸음을 옮기더니 게이트 내부의 동굴 벽에 붙었다.

이어서 마치 끈적거리듯 몸이 녹더니 이내 동굴 벽으로 흡수되어버렸다.

“사... 사장님?”

“콜이다. 난 신경 쓰지 말고 알아서 해봐.”

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홍영기가 깜짝 놀랐다.

손으로 벽을 콕콕 찌르며 신기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딱딱한 감촉에 수혁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만 찔러라. 혼난다.”

“아... 큭큭. 넵.”

고블린들에게 얻은 기척 지우기, 위장 및 동화 특성과 수혁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능력이 합쳐지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주변의 사물과 똑같이 변했기에 눈으로는 절대 판단할 수 없었다.

주변 마력의 흐름까지도 마치 벽과 같아 탐지 스킬이 있다고 해도 안 걸릴 자신이 있었다.

느긋한 수혁과 달리 홍영기는 점차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통로에서 김일호를 비롯한 총 5명의 남성이 무기를 든 채 나타났다.

수혁은 들어오는 사람들을 심미안을 발휘해 지켜보았다.

[김일호-Lv.4(노비스)]

[박호철-Lv.3(노비스)]

[정신임-Lv.3(노비스)]

[김정일-Lv.2(노비스)]

[임상진-Lv.3(노비스)]

고블린들의 적은 경험치로 레벨 업이 쉽지 않을 텐데 초반치고는 빠른 성장을 하는 중이었다.

긴장된 표정도 잠시 그들은 홍영기를 발견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계셨군요. 곳곳에 죽은 고블린들의 시체를 봤습니다. 이런 위험한 곳에 망설임 없이 들어올 정도로 실력이 있으시군요. 혹시 같이 오신 분은...?”

“어... 고블린들 쫓아가다가 잠시 길이 엇갈렸어요. 하지만 강한 분이라 아직 살아있을 거라 굳게 믿고 있죠. 곧 만날 수 있을 거에요.”

혼자라는 말에 김일호를 비롯한 일행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순간적으로 입가의 미소가 귀까지 올라갔다 온 것은 착각인 것일까.

“이런~! 혼자서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겁니다. 저희랑 같이 행동하시죠. 특수민간방위대에서 도와주겠습니다. 겸사겸사 잃어버린 동료도 찾아보죠.”

예상과 다른 친절함에 자신이 이들을 오해했음을 깨달은 홍영기가 당황하며 수혁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스스로 행동해보라는 수혁의 말이 생각났다.

“어... 네. 잘 부탁드립니다.”

“자~ 그러면 간단한 통성명과 함께, 나이가...?”

생각보다 어린 홍영기의 나이에 깜짝 놀란 김일호 일행이었다.

간단한 통성명을 마친 그들은 곧장 동굴의 내부로 깊숙이 진입했다.

고블린 전사들과 싸움이 벌어졌을 때에도 김일호 일행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고블린들을 베어냈다.

“우와. 다들 무기를 잘 쓰시네요.”

“아... 저희가 이래보여도 서양무기 동호회 일원들이거든요. 부산에 잠시 세미나 겸 왔다가 아직도 집을 못가고 있네요.”

그는 나타난 몬스터들로 인해 온 도시가 격리상태라는 말을 꺼냈다.

“도시 바깥의 몬스터들은 현재 군인들이 처리하고 있죠. 도심지 역시 경찰만으로는 인력이 부족해서 저희같이 실력 있는 민간인들을 고용한 상태랍니다. 이런 시기에 다들 돕고 살아야죠. 안 그래요?”

“하하하하. 우리 부대장님 마음씨가 역시 훌륭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똘똘 뭉쳐야죠. 영기, 너도 제법 검을 잘 다루는데 우리 부대에 합류하는 건 어때?”

“감사하지만 일행이랑 얘기를 해보고요.”

“그래. 여길 나간 뒤 생각해보자고.”

생각보다 유쾌하고 나이스한 사람들이라 홍영기는 점점 웃으며 그들과 어울렸다.

한 차례 전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 김일호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에 그 많은 고블린 녀석들을 죽였던데 어떻게 한 거야?”

“아~ 제 일행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제법 단단해서요. 고블린들이 몽둥이에 맞으면 머리통이 터져나간 다니까요.”

“...무기가?”

“네! 흑갈색 빛이 짙은 몽둥이인데 웬만한 검으로 때려도 흠집도 안나더라구요.”

얘기를 주절거리는 홍영기의 옆에 앉은 김일호 일행의 눈에 탐욕이 이글거렸다.

“...... 그러다가 게이트에 와서 잠시 헤어진거죠. 응?”

“그렇구나~ 어서 동료를 구해야겠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모두들 홍영기와 눈을 마주치는 걸 피했다.

“자~ 이만큼 쉬었으면 어서 움직입시다. 혼자 남은 그 분을 구해내야죠.”

“끄응-차. 그 무기가 좀 궁금하긴 하네. 그지?”

“크험험.”

홍영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다시 앞으로 나아갔지만 수혁의 나침판도 없이 길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과 미로 같은 길에 일행들의 말소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알 수 없는 작은 눈덩이 같은 불안감이 점점 불어났다.

“에이씨. 또 막다른 길이네.”

“... 돌아갑시다.”

“하아... 배고픈데 이거 집에는 갈 수 있나? 애초에 여길 누가 들어오자고 한 건지...”

“정일씨도 동의하고 들어왔잖아요.”

“나야 부대장님이 들어간다고 하니까 그런 거지. 어떻게 동료를 놔두고 안 들어오겠어? 안 그래?”

“다들 그만 하시죠.”

막다른 길에서 일행들의 말다툼과 함께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홍영기가 주변을 살피다 눈이 커졌다.

“어?! 보스룸이다!”

“응? 뭐라고?”

“여기. 이게 손잡이에요. 동굴 벽에 자그맣게 튀어나온 거.”

홍영기의 말에 싸움이 멈추고는 모두들 그가 가리키는 벽 앞에 모여들었다.

“보스룸에 대해 잘 아니?”

“네. 예전에 깨본 적이 있거든요. 조금 강력하긴 한데 다 같이 싸우면 못 깰 정도는 아니에요. 대신 경험치도 제법 주고 한 번씩 아이템도 주더라구요. 중요한 건 이걸 깨면 집에 갈 수 있는 포탈이 열려요.”

“그래?!”

“이야... 영기 너 고수였네. 우리가 몰라봤다.”

게이트를 탈출할 수 있는 희망에 밝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김일호가 곧바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흠흠. 일단 우리에게 남은 식량도 없으니 일단 보스룸을 먼저 공략합시다. 탈출해서 식량하고 챙겨온 다음에 우리 영기군의 동료를 찾아보기로 하죠.”“갑시다!”

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가는 와중에 홍영기가 뒤를 쳐다보았다.

이들이 빌런이 아니라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 듯 보였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입을 열곤 곧바로 따라 들어갔다.

“사장님. 내기는 제가 이겼어요. 월급 올려주세요.”

보스룸에 모두들 들어가자 적막만이 감돌았다.

고요한 허공에서 수혁의 피식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퍼억.

“크윽. 내가 붙잡는 동안 어서 처리해!”

고블린 족장의 몽둥이가 김일호의 방패를 강하게 후려쳤다.

김일호가 내지르는 검을 고블린 족장이 비웃으며 피했다.

그가 버티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주변의 고블린들을 처리하는 중이었다.

다량의 인원이 들어가니 보스룸에는 제법 많은 수의 고블린들이 배치되어있었다.

고블린 족장과 고블린 전사 5마리, 일반 고블린들 십여마리가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나마 그들이 입은 도검복이 고블린들의 날카로운 손톱에 맞아도 찢기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압! 하압!”

홍영기가 휘두르는 검에 고블린 전사의 목이 달아났다.

연이어 좌우로 휘두르자 일반 고블린들이 두 토막이 났다.

“영기 잘한다!”

그 모습에 기세를 탄 일행이 고블린들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고블린들을 제물로 바치고 뒤를 돌아 공격하는 고블린 전사들의 공격에 조금씩 당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크헉.”

“상진씨! 야이 새끼들이!”

“케륵. 케륵.”

뒤에서 방검복이 가리지 못하는 목에 검을 찔러 넣은 고블린 전사가 비웃음을 마구 날렸다.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임상진을 시작으로 박호철과 정신임 역시 팔과 다리에 깊은 자상을 입으며 출혈이 심하게 났다.

홍영기 역시 온 몸에 검과 손톱으로 상처가 낫지만 빠른 회복력으로 버틴 그는 승부를 내기 위해 고블린 족장의 뒤로 향했다.

혼자서 버거운 싸움을 하던 김일호가 몽둥이에 맞아 무릎 꿇은 사이 홍영기의 검이 고블린 족장의 목을 갈랐다.

서걱.

“죽어라! 이 새끼야아-”

“헉. 헉. 고마워.”

김일호의 고맙다는 인사도 잠시 나머지 잔당들을 처리하기 위해 홍영기가 또다시 발을 놀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의를 상실한 고블린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그 대가로 임상진의 죽음과 모두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김일호만 제외하고는.

“모두들 수고했어요. 특히, 영기 덕분에 살았다.”

“고맙다.”

“고마워. 네 덕분이야.”

“하지만... 상진이 형이...”

그의 말에 다들 입을 닫았지만 김정일이 김일호를 향해 원망어린 시선을 보냈다.

“애초에 안 들어왔으면 죽을 일도 없었고, 그렇죠?”

“...”

안 좋은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홍영기가 보스몹을 잡고 나온 아이템에 손가락질했다.

“저기요. 저거.”

번지르르한 광이 나는 은색의 카이트실드였다.

온 몸을 방어할 수 있는 대형방패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수습 기사의 카이트실드 : 신체 +5, 하루에 한 번 하급 마력 방어막 사용가능]

“우와. 능력치에 스킬까지 붙었어요.”

“이걸 누가 쓰지?”

김일호는 자신이 쓰던 경찰방패가 부서진 상태로 땅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주변을 보자 출혈이 심해 창백해진 박호철과 정신임,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 지친 홍영기, 그나마 멀쩡한 김정일이 보였다.

방패에 다들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김일호는 어느새 김정일의 뒤로 돌아갔다.

푸욱.

“어?!”

가슴을 뚫고 나온 검에 김정일이 피를 토하며 눈을 감았다.

“뭐야?!”

“부대장?!”

박호철과 정신임이 반응하려했으나 몸에 힘이 없는 듯 금방 주저앉아버렸다.

깜짝 놀란 홍영기가 주먹을 내질렀으나 옆으로 흘린 뒤 몸을 돌아 팔꿈치로 뒤통수를 가격했다.

홍영기가 바닥에 나뒹굴더니 곧바로 기절해버렸다.

이어서 박호철과 정신임 역시 김일호의 검에 베여 쓰러졌다.

“건방진 정일이놈 꼴좋네. 씁. 원래 주인공이 독식하는 법이니까. 엑스트라들은 다들 빠져야지?”

탐욕스러운 눈빛을 숨기지 못한 김일호가 방패를 들고 만지작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쓰러진 홍영기의 위에서 검 손잡이를 위로 돌려 수직으로 잡았다.

힘을 줘 찌르기 직전이었다.

“컷! 거기까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캠핑용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수혁이 검지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넌 왜 잘하다가 NG를 내고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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