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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7화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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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공략

“뭐야? 날 잔뜩 때리더니 왜 도망가?”

수혁은 줄행랑을 치는 홉고블린의 행태에 어이가 없었다.

전생의 그가 몬스터 대신 헌터들을 사냥하며 성장했다지만 홉고블린의 흉포함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보다 강한 적을 만나도 호전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 몬스터로 알고 있었는데...

히트 앤 런을 할만큼 지능이 높았었나?

“확실히 이번 생엔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아가는군.”

수혁이 홉고블린들에게 잔뜩 맞아본 이유가 있었다.

[약간 질긴 피부를 얻었습니다.]

홉고블린을 상대하며 얻은 특성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맨몸으로 맞아보니 피부에 두터운 지방질이 존재해 타격을 흡수해주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피부를 문지르고 꼬집어 본 그는 바닥에 나뒹굴던 몽둥이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만하면 초반에는 제법 쓸만하겠네.”

몸을 강철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아이언골렘 특성이나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는 호신강기 특성은 지금은 얻기 힘든 상위특성이었다.

특히 아이언골렘은 생물도 아니어서 독자적으로 얻을 수 없었다.

특성을 얻기 위해서는 각성자 본인이 스스로 개화하던지 아니면 게이트를 공략하고 나온 스킬을 활용해 체득해야했다.

스킬은 마력을 이용해 on/off의 액티브 형태라면 특성은 언제나 패시브 상태를 말했다.

그 중 호신강기 특성은 전생에 현상금을 노린 헌터를 잡고 얻은 능력이었다.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노...머시기였던거 같은데...”

죽인 자들이 너무 많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러나 송곳니를 박을 때 너무나 딱딱했던 기억만큼은 선명했다.

“이번 삶은 빌런으로 살지 않으니 내가 스스로 얻을 길을 찾아봐야겠네.”

잠시 과거에 취해있던 수혁은 고개를 털고는 다시 전진했다.

아직은 게이트 초입밖에 진입하지 못했으니.

홉고블린들 사이에 무슨 소문이 돈 걸까.

통로를 지나가는 그의 앞길을 막는 몬스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경험치와 능력치를 올려야하는 중요한 이 시점에 오히려 그가 몬스터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빙글빙글 탁.

나침반이 분명 가운데 통로를 가리켰지만 수혁은 왼쪽 길로 들어갔다.

아까 도망친 홉고블린의 쿰쿰한 체취를 놓치지 않았다.

보스룸은 어차피 나침반으로 찾아갈 수 있기에.

통로의 끝, 2층 높이의 공간에는 홉고블린의 서식처로 보이는 자그마한 굴들과 동물의 뼈무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그곳에 모여 있던 홉고블린들이 수혁을 보자 전의를 상실하고는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이 경험치들이...”

잠시 후 지나왔던 통로로 다시 빠져나온 수혁이 어디서 찾았는지 모를 뾰족한 뼈로 이를 쑤셔댔다.

“씁. 쯥. 쯥. 이에 꼈나. 잘 안 빠지네.”

탑에 오를 때 먹을 것이 떨어져 몬스터를 생으로 씹어 먹던 그였다.

동료들은 그런 모습에 질색을 했지만 살기위한 생존본능 앞에 체면은 차릴 수 없었다.

가져온 육포나 전투식량을 먹던 동료들과 달리 피를 빨아야했으니까.

피가 잘 나오지 않는 몬스터들은 생살을 뜯어 그 안에 담긴 피를 같이 섭취했다.

옛 생각에 홉고블린을 생으로 뜯어먹어봤지만 다음에는 구워먹기로 결정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피만 빨던 존재가 아니었다.

“요트에 챙겨온 장비랑 버너를 들고 올 걸...”

이렇게 게이트 공략이 늦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무뎌진 자신을 반성했다.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는 법.

다음엔 더 신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또다시 동굴통로의 보스룸 앞에 도착했다.

이번엔 어떤 녀석이 나올지 기대감을 가지고 문을 열었다.

보스룸 중간 바닥에서 몸을 바닥에 뒹굴거리는 몬스터를 본 수혁은 눈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트롤? 변종인가?”

녹색 피부 표면에 점액질이 붙어있어 날붙이도 흘려내며 사기적인 괴력과 회복력을 가진 몬스터였다.

단지 지금 눈에 보이는 이 녀석은 불그스름한 점액질 색깔이 일반 트롤과 달랐다.

수혁의 존재를 알아챈 트롤이 흙이 잔뜩 묻은 몸을 일으키더니 양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양손 사이로 조금씩 파지직거리더니 번쩍거리는 빛이 나타났다.

“트롤 메이지잖아? 빌어먹을.”

트롤 중에서 마법까지 쓰는 몬스터로 노비스 등급을 넘어서 솔저 등급은 되어야 상대할 수준이었다.

수혁의 현재 능력치로도 약간 버거운 존재였다.

트롤의 양손이 번쩍거리는 걸 보자마자 자신의 손목을 물어뜯은 후 흐르는 피를 즉시 허공에 날렸다.

그와 동시에 트롤의 손에서 한줄기 번개가 쏘아졌다.

파지직. 펑!

허공에 뿌려진 핏방울들이 즉시 붉은 박쥐로 변하더니 날아오는 번개에 대신 맞았다.

수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피를 뿌렸다.

붉은 박쥐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트롤을 물어뜯기 위해 날아갔다.

날아오는 박쥐를 향해 번개를 쏘아대고 몸에 달라붙은 박쥐를 한 손으로 쥐어뜯자 핏물로 변하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 틈에 트롤의 뒤에 접근한 수혁이 몽둥이를 뒤통수로 내리쳤다.

쾅!

마력이 담긴 몽둥이에 트롤이 휘청거렸다.

온 몸에 번개가 돌며 파직거렸다.

빠르게 뒤로 물러나자 트롤 주변에 번개 폭발이 일어났다.

퍼버벙!

폭발과 함께 일어난 먼지구름이 시야를 가렸다.

폭발의 범위에 벗어난 수혁은 먼지구름이 걷히길 기다렸다.

잠시 후 뒤통수가 움푹 파인 트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더욱 흉포한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르르르르르...”

뒤통수가 부글거리며 조금씩 차올랐다.

“내 아까운 피, 이 새끼가 열 받게 하네?”

트롤 주변에 있던 박쥐들이 모조리 산화되며 증발해버렸다.

화가 오르기 시작하자 그의 힘이 조금씩 증가했다.

고블린 족장에게 얻은 특성이 발휘되었다.

몽둥이가 자신을 쥔 손아귀 힘에 뿌드득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손목에서 흐르는 피가 흐르며 밑으로 뻗어있는 몽둥이를 적셨다.

주변에 박쥐를 만들어낸 수혁이 성큼성큼 전진했다.

그를 저지하기 위해 트롤이 양손을 올려 번개를 쏘았다.

“또 같은 공격이냐.”

박쥐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 곧장 접근한 수혁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막으러 들어 올린 트롤의 팔뚝이 방망이와 부딪치자 살과 뼈가 같이 부서졌다.

뿌직하며 부러진 팔뚝뼈가 반대쪽 피부를 뚫고나왔다.

“우워어어-!”

트롤은 고통과 당혹감이 섞인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회복력을 발휘할 틈을 주지 않으려 연이은 공격이 이어졌다.

퍽. 퍽. 퍽.

관절부위인 팔꿈치와 두 무릎을 방망이로 부숴버렸다.

수혁을 몰아내고자 트롤이 다시 한 번 번개 폭발을 일으키려했다.

파지지직.

트롤의 몸이 빛날 때 수혁은 거리를 벌리는 대신 주변에 있던 박쥐들을 자신의 앞으로 모았다.

퍼버벙!

박쥐들로 폭발을 견뎌낸 수혁이 몽둥이로 마무리를 지으려 손을 들었다.

섬뜩.

목덜미를 스치는 쭈뼛한 감각에 급히 고개를 젖혔다.

스걱.

날카로운 예기가 눈앞을 스쳤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번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먼지구름이 걷히자 트롤의 멀쩡히 남은 손에 돌도끼 하나가 들려있었다.

분명 손에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났다.

숨겨놓았던 최후의 수단으로 보였다.

수혁의 접근을 막기 위해 돌도끼를 계속 휘둘렀다.

다만 부러진 팔다리로 인해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처부위를 회복하는 동안 시간을 벌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변종이라 패턴이 다양하구나. 아직도 더 보여줄 게 남았나?”

“그르르르르...”

“없으면 이제 피를 내놓아라.”

수혁의 온 힘을 다한 근력이 담긴 몽둥이와 트롤의 돌도끼가 맞부딪쳤다.

몽둥이 표면에 흠집이 살짝 난 것과 달리 힘을 견디지 못한 돌도끼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다리가 회복되지 못한 트롤의 안면에 몽둥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퍽. 퍽. 퍽.

질긴 재생력도 발휘하지 못하게 머리통을 으깨버렸다.

마침내 죽음을 맞이한 트롤이 바닥에 쓰러졌다.

피부의 점액질 때문에 직접 입을 대기 싫은 수혁이 자신의 그림자를 대신 보냈다.

트롤은 늪에 빠진 것처럼 꿀렁거리는 그림자 속으로 빨려갔다.

[작은 아공간 소환(유지)을 얻었습니다.]

“응? 재생력이 아니고?”

어쩐지 갑자기 없던 돌도끼가 생겨났다더니 트롤 메이지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미세한 공간의 균열이 느껴지며 작은 아공간의 범위가 그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게임 속 인벤토리처럼 인식되는 아공간에 자동차나 부피가 큰 물건을 넣을 수는 없었다.

다만 몽둥이를 집어넣고도 그만한 크기의 물품을 더 넣을 공간이 되었다.

거기에 게이트까지 공략하며 각종 경험치와 보상이 쏟아졌다.

[단독으로 슈퍼 노비스 등급의 게이트를 공략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추가 능력치가 2씩 증가합니다.]

[탈출용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아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심미안(초급)을 얻었습니다.]

-심미안(초급) : 상대방의 레벨을 꿰뚫어본다. *숙련도 (0/100)

“심미안? 스킬?!”

상대 각성자의 정보를 엿볼 수 있는 굉장히 고급 스킬이었다.

전생에서도 이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만 맴도는 자가 있었을 뿐 절대로 입 밖으로 낸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도 큰 이점이었다.

드디어 흡족한 표정을 지은 수혁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보았다.

[Lv.0 등급(슈퍼 노비스)

- 신체 : 13 + ??

- 마력 : 12 + ?? + (1)

- 종합전투력 : 25 + ?? + (1)

- 경험치 : 889/1000 ]

몽둥이를 아공간에 집어넣자 추가 능력치는 잠시 없어졌다.

게이트를 2개나 깼음에도 아직도 레벨업을 못하자 한숨이 나왔다.

“일단은 가서 좀 쉬어야겠군.”

탈출용 포탈을 타고 나오자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수혁이 제일먼저 한 일은 바로 라면을 끓이는 일이었다.

“후루루룹. 크아~ 이 맛이지.”

비록 군대는 안 가봤지만 근무가 끝나고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바로 이 맛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트에는 몇 달은 버틸 식량과 식수가 들어있었기에 라면 하나를 추가로 더 끓였다.

식수는 충분했지만 씻을 물까지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을 아끼고자 항구 근처의 낡은 집에 들어갔다.

피투성이의 마당에 무언가 질질 끌고 간 흔적이 창고 안으로 이어졌다.

섬의 주민이 고블린에게 당해 창고로 끌려간 모습이 분명했다.

잠시 묵념으로 명복을 빌어주었다.

수돗가의 물을 틀어 온 몸 구석구석 씻었다.

피가 잔뜩 묻은 옷도 비누를 묻혀 빨고는 벌거벗은 채 요트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섬에서 오직 갈매기의 울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빨래한 옷을 요트에 널어놓고는 수마에 이기지 못해 눈을 감았다.

“흐아-암.”

잔뜩 피로를 풀고 일어나자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식빵을 토스트에 구운 다음 잼을 바른 뒤 TV를 틀자 온통 뉴스 말고는 다른 소식이 없었다.

어디 발전소가 공격받아 잠시 전기가 끊겼다는 이야기, 동원령을 선포하니 마니로 여야가 정치적인 다툼을 하는 이야기, 유명한 배우가 몬스터에게 공격받아 중태에 빠졌다는 이야기.

온갖 혼란한 상황 속 오직 수혁만이 여유롭게 바다의 노을 진 풍경을 감상했다.

요트에서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 아직 가보지 못한 섬들이 잔뜩 들어왔다.

그리고 그 섬에서 그는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부우-웅.

요트가 다시 움직이며 또 다른 섬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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