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5화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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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3주란 시간은 금방 흘렀다.

수혁은 요트회사에서 소개해준 곳을 통해 선박조종면허를 취득했다.

그의 실기실력에 감독관들조차 깜짝 놀랐다.

“이야~ 운전 잘하시네요.”

전생의 수혁은 살아남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선박조종은 다른 나라로 밀항을 가기위해 쉼 없이 했던 일이었다.

여수의 정박지에서 요트를 인계받으러 가자 예전에 봤던 직원이 키를 흔들며 그를 맞이했다.

“TV도 4K UHD로 나올 테고, 여기 냉장고에 화장실까지 없는 게 없답니다. 하하하하. 저희 요트를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직원은 떠났고 반지하 원룸의 보증금도 모두 뺀 수혁에게 남은 집은 요트뿐이었다.

그의 수중엔 아직 박광수에게서 얻은 현금이 가득했다.

스마트폰을 켜 달력을 보니 비쥬스타즈가 데뷔하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날이 게이트가 열리는 날이다.

“일주일이 아직 남았군. 전에는 못했던 여수 관광이나 해볼까.”

전생에선 쫓기듯이 도망쳐 밀항하기 위해 숨어들었던 여수였다.

이번엔 느긋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식도락에 눈을 뜬 그는 곧바로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향했다.

아그작.

달콤짭짜름한 양념사이로 뭉근한 게살이 입 안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밥을 한 공기 비운 수혁은 여종업원을 불렀다.

“이모. 한 공기 더요!”

피만 빨던 전생은 없어졌다.

무언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행위는 그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실컷 여수에서 식도락을 즐긴 뒤 각종 식수와 식량을 챙겨 요트에 쌓아두었다.

혹시 모를 간이 버너와 각종 캠핑장비들까지 챙긴 뒤 요트에 기름을 채우는 수혁의 폰이 울렸다.

최사장이었다.

“여보세요.”

- 잘 지내십니까? 하하하하. 드디어 오늘 우리 아이들이 데뷔무대를 펼칩니다. 꼭 봐주십시오.

“...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군요. 기대해보죠.”

폰을 내려놓은 수혁이 키를 꽂아 보트의 시동을 걸었다.

요트에 마련된 TV를 키자 야외특설공연장에서 새로운 걸그룹들의 데뷔무대가 한창이었다.

소리만 가장 크게 틀어놓은 그는 보트를 천천히 움직이며 정박지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해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즐비해있고 섬의 인구도 몇 없는 곳 중 하나로 그가 향하는 곳은 여수 남쪽의 소라도였다.

바닷바람을 가르며 요트를 운전하고 있는 와중에 비쥬스타즈의 데뷔무대가 펼쳐졌다.

[오빠는 내가 찍.었.어. I target you~~.]

비쥬스타즈가 노래를 부르는 무대 가운데 허공에서 공간을 가르는 균열이 생겨났다.

이윽고 균열이 벌어지며 빛을 내뿜었고 비쥬스타즈는 공연을 멈추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뚝.

노래가 끊기며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TV속에서 들려왔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빛 속에서 무엇인가 빠져나왔다.

일반 초등학생 정도의 키에 두발로 선 초록빛 몸체에 뾰족한 귀와 메부리코, 흉측한 얼굴을 한 일명 고블린이었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헐벗은 고블린의 뒤로 다른 고블린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케에에엑-!”

선전포고를 하듯 고함을 지른 고블린이 곧바로 사람들에게 덤벼들었다.

맨몸이었지만 제법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로 껑충 뛰어 사람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꺄-아-악! 도망쳐!”

“사람 살려!!!”

공연장이 아수라장이 된 사이 이빨을 꽉 깨문 박이현이 들고 있던 마이크로 달려드는 고블린의 정수리를 내려쳤다.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며 녹색 피가 튀기더니 박이현의 무대옷을 적셨고 뚝배기가 깨진 고블린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수혁은 TV 속 화면을 지켜보며 감탄을 날렸다.

“저 일격은 언제 봐도 화끈하군.”

수혁의 폰에 비상문자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일명 게이트 침공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국내뿐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고 모두들 혼돈에 빠져버렸다.

오직 수혁만이 홀로 몬스터를 잡기 위해 경쟁자가 없는 섬으로 향했다.

여수 밑에 소라도라는 인구가 10명도 채 안 되는 섬이 존재했다.

배를 댈 수 있는 자그마한 항구에는 자그마한 슈퍼와 낡은 집 몇 개가 불이 꺼져있었다.

고요함이 가득했다.

배를 정박한 후 섬으로 내린 수혁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슬슬 해가 떨어지며 붉은 노을을 이루었다.

놀러왔다면 그 풍경만으로 얼큰하게 취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잠시 서서 해가 지는 광경을 응시하던 수혁은 해가 전부 사라지자 고개를 돌렸다.

해가 지자 고요했던 항구에서 피를 잔뜩 묻힌 고블린들이 건물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밤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너희들은 역시 어둠을 좋아하는구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들끓는 마력과 육체의 강인함을 느낀 수혁이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갔다.

“케에에엑!”

껑충 뛰어오른 고블린의 목을 수혁의 수도(手刀)가 잘라냈다.

날카롭게 길어진 손톱과 마력이 담긴 손날은 웬만한 무기보다 단단했다.

“켁!”

양손을 마구 휘두르며 항구를 포위한 고블린들을 마구잡이로 베어냈다.

수많은 고블린들이 죽어나가도 인해전술로 밀어붙이겠다는 모양새로 사방을 포위한 고블린들이 기세를 잃지 않았다.

밤이 찾아오니 몬스터들의 흉성이 쉽사리 잦아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수혁이 바라던 것이었다.

괜히 기세가 꺾인 고블린들이 섬 곳곳으로 도망치면 일일이 쫓아다니는 것도 일이기 때문이었다.

“케륵?!”

슬슬 이상한 낌새를 느낀 고블린들이 멈칫하는 사이 한 녀석이 수혁의 양 손에 사로잡혔다.

“케엑! 끼에엑!”

강제로 목을 젖힌 수혁이 그대로 날카롭게 변한 이빨을 고블린의 목덜미에 쑤셔 넣었다.

쭈-웁. 쭈-웁.

“끼에에에......”

수혁에게 피를 빨린 고블린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과 오줌을 질질 흘렸다.

제법 많은 수의 고블린을 상대하느라 목이 말랐던 수혁이 갈증 좀 해소했을 뿐인데 지켜보던 고블린에게는 악마의 헌신이 따로 없었다.

“쭈-압. 쩝. 쩝. 맛이 밍밍하군.”

진하고 묵직한 바디감이 높고 풍미가 깊은 와인이 아닌 라이트하고 무게감이 낮은 마치 물에 잔뜩 희석한 와인의 맛이었다.

그렇지만 인간의 피와 다른 약간이나마 마력이 깃들어있기에 수혁의 능력 향상에 조금의 도움은 될 정도였다.

고블린들의 몸이 굳어져버린 동안 수혁의 눈앞에 글자들이 떠올랐다.

[각성에 필요한 진화인자를 획득하였습니다. 감별 절차를 시작합니다.]

[......진화인자 감별 결과 우월한 진화인자로 판명되었습니다. 등급이 재조정됩니다.]

“등급이 재조정? 이건 뭐지?”

“끼아아아악!”

전생에서는 본 적 없는 처음 보는 문구에 수혁이 고민하는 사이 겁에 질린 고블린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문구에 집중하느라 고블린들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좁은 섬에서 도망 가봐야 거기서 거기일 테니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금 문구가 떠올랐다.

[재조정된 결과 등급이 향상되었습니다. 우월한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경험치가 필요합니다.]

[...등급 판정이 나왔습니다. Lv.0 슈퍼 노비스.]

[AWP-121 최초 각성자로 혜택이 주어집니다.]

“슈퍼 노비스? 노비스가 아니고?”

전생에서 각성을 처음 하게 되면 노비스 등급부터 시작이었다.

Lv.0~20이 노비스, 20~40이 솔저, 40~60이 베테랑, 60~80이 챔피언, 80~100이 슈페리얼.

게임처럼 레벨을 높일수록 자신의 능력치를 원하는 데로 찍을 수는 없었다.

레벨을 올리면 자동으로 능력치가 올랐고, 사람마다 오르는 능력치 폭이 달랐다.

그 사람의 잠재력만큼 능력치가 오른다는 이론에 대부분 공감했다.

그렇기에 때때로는 챔피언 등급의 각성자가 슈페리얼 각성자를 이기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그렇다고 슈페리얼 등급의 각성자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한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몬스터를 그만큼 때려잡았거나, 각성자들을 그만큼 많이 죽였다는 이야기니까.

수혁이 특히 강했던 이유는 자신이 죽인 각성자들이나 몬스터의 피를 빨아 추가적인 능력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덤으로 그들이 가진 특성까지도 빼앗았다.

슈퍼 노비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그가 의문을 가지고 외쳤다.

“상태창.”

[Lv.0 등급(슈퍼 노비스)

- 신체 : 7 + ??

- 마력 : 5 + ??

- 종합전투력 : 12 + ??

- 경험치 : 30/1000 ]

“미친. 천?! 100이 아니고?!”

전생에서 Lv.1을 달성하기 위한 경험치가 100이었다면 이번에는 10배가 올랐다.

레벨을 올릴수록 자동으로 올라가는 능력치를 생각한다면 요구하는 경험치양이 월등히 높았다.

그에게는 흡혈을 통해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권능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블린을 앞으로 몇 마리나 더 잡아야 하는 거야?”

??는 밤이 되면 얻는 추가적인 능력치로 전생에서도 표시가 되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생각을 멈추고 현실에 빨리 순응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찌되었건 전생보다 몇 년은 앞서는 중이었다.

“오늘 밤도 바쁜 날이군.”

항구에 쓰러진 고블린들의 피를 그림자로 빨아들이자 수혁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척 지우기 능력을 얻었습니다.]

고블린들이 가진 특성을 얻었다.

밤에 몰래 숨어 사람들을 습격하는 고블린의 특성으로 보였다.

자신보다 강한 각성자를 만났을 때는 쓸모가 없겠지만 허접한 녀석들을 상대로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였다.

입맛을 다신 수혁이 도망간 고블린들을 쫓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타닷. 타닷.

자신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관심조차 없던 고블린은 본능이 향하는 대로 움직였다.

섬에 살고 있던 몇 안 되는 먹이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마음껏 피의 잔치를 벌였다.

섬은 작고 생각보다 먹을 게 없던 그들의 눈에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온 남성이 보였다.

늙고 병든 기존의 먹잇감과 달리 젊고 싱싱한 것이 맛있게 보였다.

항구에 내린 뒤 걸음을 멈추자 자신들이 있다는 낌새를 눈치챘을까봐 기척을 최대한 숨겼고 밤이 찾아왔다.

침을 질질 흘리며 주린 배를 부여잡은 그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남성을 잡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그자는 상위포식자였다.

동료들이 피를 빨리며 고통스럽게 죽어나가자 곧장 몸을 돌려 달아났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안전한 곳에 숨어 적이 없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부지런히 도망가던 고블린의 눈에 섬의 절벽 끝 나무 밑 바위에 교묘하게 가려진 공간이 보였다.

“키엑. 키엑. 키흐읍.”

저벅.

숨을 고르던 고블린의 귀에 무언가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희미한 소리에 다른 동료인지 적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고블린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고 숨을 멈추며 기척을 최대한 숨겼다.

저벅. 저벅. 저벅.

자신들의 가벼운 발소리가 아닌 묵직한 발소리였다.

확실한 상위포식자다.

몸을 말아 바위와 한 몸이 된 고블린은 제발 적이 없어지길 기대했다.

발자국소리가 자신이 숨어있는 바위 위에서 멈췄다.

콰직.

바위와 땅을 뚫고나온 검이 고블린의 몸을 꿰뚫었다.

“마지막까지 귀찮게 구는군.”

최초 각성자로 얻은 보상인 고블린 전사의 검을 검집에 다시 넣은 수혁이 상태창을 켰다.

[Lv.0 등급(슈퍼 노비스)

- 신체 : 7 + ?? + (1)

- 마력 : 6 + ??

- 종합전투력 : 13 + ?? + (1)

- 경험치 : 104/1000 ]

고블린 100마리를 넘게 피를 빨았더니 간신히 마력이 1이 올랐다.

참 재미있게도 피는 아무리 빨아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대신 목이 타는 갈증은 없애주었다.

신체의 추가적인 능력치 1은 고블린 전사의 검 덕택이었다.

그러나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는 아직도 많이 부족했다.

“갈 길이 멀군.”

상태창을 끈 수혁이 발길을 옮겼다.

섬의 중간에 있는 언덕을 오르자 빛나고 있는 게이트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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