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빌런의 무한 흡수 권능-4화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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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법.

“한 명이라면 누구를... 아까 얘기하신 박이현말입니까?”

“그래.”

“그걸로 제가 죽지 않는다면 저야 무조건 좋습니다. 정말로 다른 누구한테도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절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최사장이 희망이 담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수혁은 대답대신 죽은 박광수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흥건한 바닥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피를 맛보는 섬뜩한 장면에 최사장의 등이 축축해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악인들의 피는 언제나 달콤하더군.”

“예... 예?”

“달콤을 넘어선 너무나 달달한 맛에 오히려 두통이 올 정도야. 그렇지만 그 맛에 난 빌런들을 참 많이 사냥했었지.”

“...”

수혁의 말에서 무엇인지 모를 광기가 가득했다.

조금씩 살기가 새어나오자 무릎 꿇고 앉아있던 최사장의 몸이 덜덜 떨렸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최사장이었다.

다만 시체에서 튀긴 핏자국이 도배된 사무실 내부와 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수혁의 분위기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

“손.”

“딸꾹. 죄...죄송합니다. 입이 이게... 딸꾹.”

“손.”

덜덜 떠는 최사장의 손을 수혁이 붙잡았다.

삐죽하게 솟은 검지손톱을 그대로 손바닥에 살짝 찌르자 송글송글 핏방울이 흘렀다.

검지로 핏방울을 찍어 맛을 본 수혁이 자신의 침을 묻혀 그의 손바닥에 문지르자 상처가 없어졌다.

놀라울 겨를도 없이 수혁의 말이 이어졌다.

“그나마 피가 좀 덜 달군. 그러나 난 누구도 믿지 않는 주의라... 대신 너와 내가 조그마한 계약을 한 걸로 처리하자고.”

“......만약 계약을 어기게 되면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있을 거야. 아마도 그 고통을 못 버티다가 너무 죽고 싶어서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마구 울부짖겠지. 너의 손바닥으로 나의 저주가 들어갔으니.  궁금하다면 어디 한 번 말해봐.”

“아닙니다. 절대로... 절대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최사장의 어깨를 토닥여준 수혁이 사무실에서 남는 옷가지를 찾아 건네주었다.

“조만간 찾아가지.”

“제가 어디 있는지 주소를 적어드리겠습니다.”

“괜찮아. 네가 어디에 있든 난 알 수 있으니.”

이를 환하게 드러내며 씨익 웃는 수혁의 모습에 최사장이 떨리는 입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최사장이 비틀거리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수혁은 피투성이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청소업체에 맡겨도 보자마자 도망갈 비주얼이었다.

다행인 것은 그에게는 흔적을 지우기 아주 좋은 스킬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가 손을 뻗자 발밑에서 그림자가 꿀렁거리며 뻗어나갔다.

그림자 속으로 피와 살로 이루어졌던 모든 육신들이 늪에 빠지는 형태로 빨려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는 사람의 흔적 모두가 사라졌다.

마력도 없는 인간의 피는 자그마한 활력만 넣어줄 뿐 대단한 이득은 없었다.

수혁이 혀를 굴리며 입을 쩝쩝댔다.

“너무 달아 불쾌하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메리카노나 마셔야겠다.”

오늘 밤은 잠이 들 수 없는 날이 되었다.

***

빨대에 입을 대고 쪽쪽 빨자 시원한 커피가 올라왔다.

커피를 마시며 수혁이 그림자 속으로 손을 넣어 현금다발을 꺼냈다.

현금다발을 모두 꺼내놓자 조그마한 원룸 바닥이 꽉 찰 지경이었다.

“5만원권이 이게 몇 장이야? 하나, 둘, 셋...”

“한 묶음이 100장인데 25개면... 1억2천이 조금 넘네. 그렇다면 금괴는...”

1000g가 새겨진 골드바는 총 20개였다.

금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검색하자 대략적인 액수가 나왔다.

“오늘의 금 한 돈 시세는 75,000원 정도군. 이걸 계산해보면...”

15억이 훌쩍 넘는 시세였다.

“광수 이 새끼. 많이 꿍쳐놓고 있었네. 내가 잘 써주마.”

밤새 원룸에서 현금과 금괴를 만지작거리던 수혁이 날이 밝자 김밥천당으로 향했다.

자신감 있는 얼굴로 자리에 앉은 수혁에게 종업원이 다가왔다.

“라면 하나 끓여줄까?”

수혁이 살포시 고개를 젓자 종업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스페셜정식으로 주세요. 양 많이.”

***

둠칫. 둠칫.

음악에 맞춰 트레이닝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여학생들이 춤을 췄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낡은 지하실에 거울 하나 붙은 곳이었지만 여학생들의 얼굴엔 열정이 넘쳤다.

문이 열리며 최사장과 수혁이 들어왔지만 몰입한 여학생들은 춤을 멈추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진짜로 잘 추죠? 제 모든 걸 털어서 투자한 애들입니다. 무조건 대박납니다.”

뿌듯함과 자신감이 넘치는 최사장을 보며 수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대차게 망할 거라는 걸 알지만 굳이 그 얘기를 할 필요도, 그를 도와줄 이유도 없었다.

수혁의 목적은 오로지 박이현 한 명이었다.

자신과 같이 탑을 올랐던 동료 중 하나로 발이 무척 빠르며 단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렀었다.

특히 함정과 추적 등에 능해 제법 도움이 많이 되었다.

돈 욕심도 넘쳤고.

직업이 뭐였더라.

“도둑년.”

“네? 그게 무슨...”

“아니야. 들고 있던 치킨이나 넘겨주지. 식겠어.”

“아~ 네. 얘들아~! 치킨 먹고 하자-!”

급히 음악을 끈 여학생들이 격한 기운을 내뿜으며 미친 듯이 뛰어왔다.

갑자기 변한 모습에 수혁이 움찔할 정도였다.

“와-! 치킨이다. 너무 배고팠는데!”

“사장님. 잘 먹겠습니다.”

“다리 하나는 내꺼야!”

“내가 먼저 집었거든?”

삐약. 삐약.

어미새가 들고 온 먹이를 쟁탈하기 위한 새끼들의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었다.

2마리 치킨에 닭다리는 총 4개, 사람은 6명이었으나 박이현은 슬쩍 조용히 닭다리 하나를 챙겼다.

다들 다투는 사이 이미 닭다리를 입에 쑤셔 넣는 중이었다.

전생에서도 봤었지만 지금 시절에 그녀를 보니 수혁 역시 감정이 남달랐다.

‘그때도 동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완전 애구만.’

흐뭇하게 자신의 새끼들이 배를 채우는 걸 바라보고 있던 최사장이 수혁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현이는 잠깐 나 좀 볼까?”

“눼? 우걱우걱. 저...여?”

입 안 가득 치킨을 씹고 있던 박이현이 궁금한 눈빛을 보냈다.

연습실 구석에 위치한 자그마한 사무실 안에서 최사장이 계약서 하나를 내밀었다.

박이현이 계약서 제일 위에 써져있는 글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전...속... 계약서?!”

“그래. 이현이가 열심히 연습하니까 그 가능성을 알아본 여기 사장님께서 전속 계약을 맺고 싶다고 하시네.”

“사장님. 그런데 저 곧 비쥬스타즈 데뷔잖아요.”

“그건 나도 잘 알지. 그런데 그 계약서 자세히 봐보면 그 비쥬스타즈 걸그룹이 끝난 다음부터 계약시작이거든. 걸그룹 생활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그렇죠?”

최사장이 바라보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걸그룹이 잘 될지 안 될지에 관해서 나는 관심이 없어. 단지 걸그룹이 끝난 그 다음부터 내가 차린 회사에 소속되는 것뿐이야.”

“...비쥬스타즈가 대박이 나서 십년 이십년이 되도록 제가 그만두지 않으면요?”

자존심이 상했는지 입을 삐쭉이던 박이현이 되물었다.

어차피 망할 걸 아는 수혁이 속으로 조소를 금치 못했지만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나는 상관없어. 언제나 가능성일 뿐이니까. 걸그룹이 크게 성공해도 좋고, 혹시라도 망한다면 그저 비빌 언덕 하나를 마련해주는 것뿐이야. 어때?”

“...잠시만요. 계약서를 좀 읽어보고요.”

곰곰이 생각하던 박이현이 계약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살을 찌푸린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이거 계약서상에 기간이 보니까 걸그룹 생활이 끝난 이후부터인데 계약 끝나는 기간이 안 나와 있어요. 원래 전속계약이 이런 형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혁이 품속에서 골드바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딱.

노랗게 빛나는 골드바에 쓰여 있는 1000g가 박이현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녀가 아직 학생이어도 금 1kg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지 알았다.

“계약금이야. 선택해.”

“사인은 어디다가 할까요?”

‘역시 돈 욕심은 한결같군.’

최사장이 다급해 보이는 박이현을 슬쩍 떠봤다.

“계약서 자세한 내용 더 안 봐도 되겠어?”

“별 내용 있겠어요? 우리 대박 나서 해외진출까지 할건데.”

슥슥슥.

자신의 이름을 계약서에 써넣은 박이현이 침을 꿀꺽 삼키며 골드바를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래 사장님. 호호호호.”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수혁에게 인사한 그녀는 후다닥 나가더니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오늘 언니가 쏜다-!”

“와아아아!!!”

연습실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환호성소리가 사무실까지 뚫고 들어왔다.

“그런데 정말로 이게 끝입니까?”

생각보다 싱겁게 일이 해결되자 최사장이 무언가 아쉬운 듯 수혁을 바라보았다.

“그럼. 뭐 더 바라는 게 있나?”

“아닙니다. 하하하.”

“걸그룹 준비 잘 하라고. 망하면 내가 데려가는 거다.”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좀 오래 기다리셔야 할 겁니다. 푸하하하.”

자신감 하나 만큼은 끝내주는 최사장이었다.

피식 웃은 수혁이 손을 흔들고는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훗날 탑에 오를만한 실력자를 떡잎일 때부터 자신의 밑으로 집어넣었다.

이제는 자신의 일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

지금 당장 빌런들의 피를 빤다고 그의 능력이 오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게이트가 열린 직후부터다.

수혁이 향한 곳은 서울에 위치한 요트회사였다.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돈 많은 사람들은 육지를 떠나 바다로 향하기 위해 난리가 났었다.

생각보다 빨리 육지가 안정화가 되긴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바다로 도망칠 수 있는 배나 보트의 가격은 엄청나게 폭등해버렸다.

다만 수혁이 노리는 것은 요트의 시세차익이 아니었다.

육지에 게이트가 생기며 몬스터가 쏟아지는 건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무인도나 인구가 적은 섬은 몬스터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사람이 갈 수 없는 금지로 지정되었다.

수혁은 게이트가 열리면 요트를 타고선 아무도 없는 섬에서 홀로 몬스터를 사냥하며 능력을 키울 생각이었다.

육지엔 그의 사냥을 방해하는 자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정부의 통제가 심하기 때문이었다.

늘어진 셔츠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간 수혁을 보고도 입구의 여직원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종종 돈 많은 사람 중에 옷에 신경 안 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서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아뇨. 예약해야하나요?”

“아닙니다. 혹시 어떤 요트를 사실지 생각해두신 모델이 있으십니까?”

“금액에 맞춰 살거니 모델 좀 보여주시겠어요?”

“이쪽으로 오시면 담당자분께서 안내해드릴 겁니다.”

여직원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테이블과 널따란 소파가 있는 접객실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전해준 커피를 홀짝이고 있자 곧 문이 열리며 머리를 왁스로 곱게 넘긴 정장 입은 남성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커피는 입에 좀 맞으십니까?”

“후룹. 괜찮네요.”

“하하하. 다행입니다. 혹시 저희 요트 말고도 다른 요트를 예전에 구매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뇨. 일단 카탈로그 먼저 좀 봐도 될까요.”

“네. 여기 있습니다.”

직원이 넘겨준 카탈로그를 이리저리 넘기던 수혁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녀석으로 최대한 빨리요.”

“DDS 890모델이군요. 최상급 소재와 최고의 기술이 더해진 럭셔리한 모델이지요. 가격은 8억 2천이군요. 최대한 빨리 발주내서 제작에 들어간다고 해도 3개월 이상은 걸릴 겁니다.”

“한 달.”

“네?”“한 달 내로 넘겨주세요.”

“하하하... 손님 그것이...”

수혁이 옆에 놓인 각진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똑딱하며 열었다.

열린 가방 안에는 박광수에게서 얻은 골드바가 전부 들어있었다.

직원이 개수를 세어보자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액수가 너무 많군요.”

“가능하죠?”

“...... 혹시 면허는 가지고 계십니까? 없으면 바로 딸 수 있는 교육시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세금 관련해서도 저희가 다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요트는 3주 내로 가능할 겁니다.”

돈을 써도 안 되는 일에는 월등히 더 큰 돈을 쓰면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니까.

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갈 때까지 직원은 90도로 숙인 몸을 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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