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174화 (완결) (174/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74화

-연일 공습을 이어가던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 지역을 탈환했습니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하여 수도 키예프에 대규모 폭격을 감행. 주거지에 떨어진 미사일로 22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500여 명이 다쳤습니다.

타국의 미사일이 주거지에 떨어져서 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뉴스 첫 꼭지에 보도되고도 남을 소식이지만 언론은 1분 남짓한 영상만 짧게 내보내고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버린다.

전쟁의 당사자는 몰라도 멀리서 소식을 접하는 이들에게 반년은 전쟁의 두려움을 무디게 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공포가 전혀 사그라지지 않는 소식도 존재했다.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백악관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그려진 실내로 화면이 전환된다.

단상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툭툭 두드린다.

-나, 미합중국 대통령 트럼프는 아주 중대한 발표를 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전쟁광 푸틴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부리부리한 그의 눈매가 위협적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당신은 전쟁으로 세계의 평화를 깬 것만으로도 역사의 죄인입니다. 그런데 이젠 핵미사일로 더 큰 죄를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내가 분명히 경고하건대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즉시, 모스크바의 모든 생명체가 먼지처럼 사라지게 될 겁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내 책상 위에는 핵 버튼이 준비돼 있습니다. 부디 내가 이 버튼을 쓸 일이 없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 입에서 핵전쟁이 언급됐다.

그것도 모스크바를 공격하겠다고 콕 집어서 말해 버렸으니, 이젠 미국 본토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에 핵이 떨어져도 이상치 않게 됐다.

누군가의 그릇된 판단 한 번으로 세계가 멸망할 수 있다.

천사와 악마가 대립하고 드래곤이 날아다니는 판타지 세계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독히 불합리한 현실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음에도,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 * *

트럼프의 발표 직후부터 세계 주식시장엔 혼란과 불안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핵전쟁의 공포로 자산을 현물화하려는 투자자가 줄을 잇자, 전 세계 증시는 도미노처럼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IT기업에서 전문 투자기업으로 정체성을 바꾼 WHTS컴퍼니 역시 혼돈의 폭풍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가상화폐에 몰려있던 자금 이탈은 상수나 마찬가지였고, 만기가 남은 파생상품 역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쇄도했다.

“3대 거래소에서 DT 1,200만 개가 일거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물량이 쌓이지 않도록 즉각 회수해서 소각하겠습니다.”

“골드만 삭스에서 가상화폐 지수 연동 상품의 대금 지급을 미루는 중입니다.”

“미국 증시가 거래 중단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대론 환매 요청이 더 거세질 듯합니다.”

사무실을 뛰어다니는 직원 중에 제대로 정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 없다.

현 시각은 새벽 4시. 출근해서 당장 눈앞의 일도 쳐내기 버거운데 새로운 악재는 계속 쌓여만 간다.

여기에 진짜 핵전쟁이 터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패닉에 한몫 거들고 있었다.

그나마 대표인 내가 사무실에 앉아서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직원들의 동요는 더 심각했을 거다.

“신우혁 대표님!”

실시간 뉴스를 살피는 동안 비서실 직원이 허겁지겁 달려온다. 또 뭔 일이 터졌길래 저리 급하게 뛰어오는 걸까.

“무슨 일입니까?”

“즉시 청와대로 방문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분초를 다투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쪽도 분초를 다투는 일이 잔뜩이라 못 간다고 하세요.”

내가 간단히 거절해 버리자 비서는 난처함이 사무친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비서는 아까보다 더 다급한 몸짓으로 뛰어와 말을 쏟아냈다.

“대표님! 청와대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방문이 어려우시면 그쪽에서 회사로 오겠다고 합니다.”

“그쪽이면 이원훈 비서실장을 말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안재홍 대통령이 직접 온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행차할 정도면 어지간한 일은 아닐 터.

찝찝한 마음이 맹렬히 솟구쳤지만 오겠다는 사람을 어찌 막겠는가.

“응접실에 자리 마련해 주세요.”

반 시간 후, 안재홍 대통령과 이원훈 비서실장, 그리고 그들의 수행원들이 줄줄이 회사에 도착했다.

딱딱하게 굳은 대통령의 안색만 봐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응접실에 들어온 사람들을 다 내보낸 뒤에야 첫 마디를 뗀다.

“많이 바쁘셨던 모양입니다? 연락을 통 안 받으시더군요.”

“이 시국에 바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요.”

“어흠. 어흠. 어쨌든 유선상으로 이야기하기 곤란한 사항인지라 제가 직접 찾아오게 됐습니다.”

대통령은 내게 서운하다는 기색을 팍팍 내비친 뒤에야 본론을 꺼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새벽부터 회사에 나와 있습니다. 현 금융시장 분위기는 911테러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지금 금융시장이 문제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까지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심지어 북한까지 핵탄두를 준비 중입니다.”

연쇄 핵전쟁. 어느 정도 예상한 시나리오였지만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나 동해상으로 전술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우크라이나도 아니고 한국에 왜 핵을 쏜단 말입니까?”

“한국에는 신 대표님과 WHTS컴퍼니 본사가 있잖습니까.”

“대통령님이 이런 이야길 꺼낼 정도면 러시아의 의도가 성공한 것 같습니다.”

안재홍 대통령은 쓴웃음 한 번 짓고 말을 잇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WHTS컴퍼니의 사설 용병단을 철수해 주십시오.”

“좋은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군요.”

“비무장지대와 서울까지의 거리는 30㎞에 불과합니다. 자칫 핵미사일이 잘못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

나라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대통령의 스테레오 같은 대응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이다. 근원의 제거가 목표인 나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들어간 병력을 빼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적어도 한국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정말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하십니까? 만약 이번 사태를 지켜보던 북한이 핵으로 똑같이 군대를 물리라고 하면요? 어디까지 포기하시겠습니까? 국경까지? 경기도 일대? 서울만 아니면 괜찮겠습니까?”

대통령의 굳어진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실려있다. 그도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고뇌를 했으리라.

나는 아이를 달래듯 조곤조곤 말을 내뱉는다.

“대통령님, 핵 위협에 굴복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수장으로서 의연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그는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쥔 채, 무언가 한참 생각하다가 다시 시선을 보낸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소릴 내뱉는 겁니까? 러시아가 핵을 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 아니면 성공한 투자자의 직감 같은 거요?”

“저는 제 직감을 믿지 않습니다.”

“그럼 어째서 이리 위험천만한 길을 택하라는 거요? 나부터 납득이 돼야 결정을 내리든 말든 할 것 아닙니까.”

대통령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나를 관통한다. 여기서 허튼 소릴 했다간 총이라도 꺼낼 기세다.

나는 진정하라는 뜻으로 그에게 담배를 건넨다.

그는 처음에 거절했다가 재차 권하자 못 이기는 척 담배를 받아서 불을 붙인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제 이름을 걸고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그의 라이터를 넘겨받고 나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석 달 만에 피운 담배의 맛은 놀라울 정도로 텁텁했다.

“저는 재작년부터 러시아군 수뇌부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뚫어뒀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대통령의 목소리 톤이 단박에 천장까지 치솟는다. 나는 목소릴 낮추라는 뜻으로 검지를 들어 올렸다.

“바로 어제까지도 그 채널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전쟁과 관련이 있습니까? 아니면 핵 공격 정보입니까?”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핵심은 돈이었습니다.”

뜬금없이 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안재홍 대통령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돈을 준다고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움직이진 않을 텐데요.”

“평소라면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전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트럼프가 모스크바에 핵 보복을 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은 상태지요.”

다른 대통령이면 몰라도 트럼프라면 진짜 핵 보복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러시아군 수뇌부는 핵을 맞을 각오까지 해가며 버틸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다른 방안이 없잖습니까?”

“아뇨. 하나가 더 있습니다. 핵전쟁을 막은 영웅이 될 수 있는 선택지죠.”

안재홍 대통령은 내 말에 숨은 뜻을 이해했는지 헛숨을 들이켰다.

“저는 영웅이 되려는 자에게 평생을 써도 모자랄 돈을 보상으로 제안했습니다.”

“얼마를 불렀기에…….”

“10억 달러. 한화로는 약 1조 정도가 되겠군요.”

단위가 상상 이상이었는지 그의 입에서 ‘억’ 소리가 튀어나온다.

“앞으로 핵전쟁을 고려하는 지도자들은 늘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겁니다. 10억 달러를 노리는 영웅은 어디든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 * *

-나는 러시아 군사령관인 알렉산드로 보르니코프다. 금일 4시경, 푸틴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지역으로 전술 핵미사일 발사를 지시했다.

-러시아군은 핵전쟁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 국민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에서 오직 한 사람만 핵전쟁을 원했다.

-그는 죽었다. 전쟁은 이제 끝났다.

푸틴의 죽음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막을 내렸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얻었으며, 러시아는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토해내게 됐다.

푸틴을 사살한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모두 면책 처분을 받았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핵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었기에 누구도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자 폭락하던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빠르게 제 자리를 되찾았으며, 미쳐 날뛰던 에너지와 곡물값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모든 것이 전쟁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딱 하나 달라진 점이 있었다.

그건 전쟁을 대하는 국가 수장들의 인식이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두 전쟁의 승리에는 항상 WHTS컴퍼니의 지원이 있었으며, 그들의 지원을 따내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투표에서 승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대중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침공하는 강대국도, 침공받는 약소국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으니.

이 같은 불확실성은 자연스럽게 국가 간 전쟁을 꺼리는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물론 모든 국가가 전쟁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가상화폐 투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십억 개의 도토리코인을 매집했다.

이에 미국도 국채와 스왑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맞불을 놨다.

여기에 투표권을 원하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 남미 국가들까지 가상화폐 매집 전쟁에 가세하자 도토리코인 시가총액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불어나게 된다.

* * *

노르웨이 오슬로의 시청사에서는 매년 12월 10일이면 세계적인 시상식이 열린다.

이름하여 노벨 평화상. 언제나 뉴스 혹은 책으로만 접하던 상을, 오늘은 내가 직접 수상하게 됐다.

객석에서 기다리는 일분일초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 수천만 명이 지켜보던 방송에서 투자상품을 소개할 때보다 곱절은 더 떨리는 것 같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이소영이 내 손을 꼭 잡아준다.

“떨려요?”

“그럴 리가. 나 신우혁이야.”

그녀는 내 안색을 다시 한번 살피더니 씩 웃는다. 아무래도 속내를 들킨 것 같다.

나는 급히 다른 주제를 꺼내서 말을 돌린다.

“내가 노벨 평화상을 받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어. 원칙대로는 가상화폐 개발자가 받아야 하는 거잖아?”

“전혀 아니에요. 제가 개발한 가상화폐는 사용처가 한정적이었잖아요. 상은 가상화폐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신 대표님이 받는 게 합당해요.”

“낯간지러우니까 생명 같은 거창한 단어 말고, 다른 단어를 써주면 안 될까? 쓰임새나 용처 같은 단어도 있잖아.”

“투기 수단으로 여겨졌던 애물단지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게 생겼는데 그 정도 단어는 써줘야죠.”

이소영은 자신이 창조한 결과물로 노벨상을 받는 게 기쁜지, 한 달 전부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부터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그는 전쟁의 시시비비를 민주주의 절차로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강력한 전쟁 억제 효과를 발휘했으며…….

단상에 올라선 노벨 재단 이사장의 소개문이 낭독된다.

그는 1분가량을 설명으로 할애한 뒤에야 정식으로 수상자 이름을 언급했다.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WHTS컴퍼니의 신우혁 대표입니다.

나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제게 과분한 상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도…….”

단상에서 수상소감이 적힌 종이 쪼가리를 읽어가는 내내,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보다 미묘한 감정들이 앞다퉈서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이건 위대한 상을 탔다는 기쁨일까? 아니면 해냈다는 성취감? 그보다는 조금 더 옅고 비어 있는 느낌이다. 굳이 꼽으라면 후련함과 흡사했다.

그와 동시에 지난 8년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과거로 회귀해서 당황했던 날.

처음으로 주식 투자에 성공했던 날.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아드렸던 날.

내 회사를 설립해서 두근거렸던 날.

복수를 위해 숨죽이고 회사 생활을 이어가던 날.

그녀를 만나고 가상화폐를 만든 날.

죽어가던 싸이클럽을 살려서 내 것으로 만든 날.

거래소 상장에 성공해서 쾌재를 불렀던 날.

해외 진출 기념으로 직원 회식을 했던 날.

복수에 성공하고 공허함을 느낀 날.

그리고…… 그리고 또……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기억이 조각조각 흩어져서 내 앞에 뿌려진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돌아보고, 그리워하다가, 때로는 아쉬워하며 다시 곱씹어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수상소감의 마지막 페이지에 와 있었다.

“신이 제게 8년이라는 시간을 내려주셨습니다. 정말 꿈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달려왔습니다.”

나는 잠시 발언을 멈추고 시선을 객석 쪽으로 돌린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신께 고하겠습니다. 저는 이제 할 만큼 한 것 같다고요.”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내 말이 농담처럼 들렸나 보다.

덕분에 나는 한결 편안해진 분위기 속에서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는 세상이 아니라 저를 위해서 살아볼까 합니다. 그 정도는 신께서도 허락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나는 속에서 울컥하고 솟아오르려는 녀석을 끝까지 꾹꾹 밀어 넣으며 연설문의 마지막을 맺는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감사하겠습니다.”

출소 후 코인 재벌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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