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169화 (169/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69화

월가의 야심작 JP코인은 출시 나흘 만에 500달러를 돌파했다.

이 소식을 언론사가 받아서 뿌려대자 뒤이어 투자 전문가들도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나섰다.

가상화폐 소식의 노출도에 비례해서 대중의 욕망도 덩달아 부풀어 올랐다.

기존의 가상화폐는 투자자 중에서도 일부만 관심을 가졌던 상품이었지만, JP코인의 광풍은 더 다양한 대상을 투자판으로 이끌었다.

직장인, 자영업자, 노년층, 주부, 심지어 미성년 학생까지 가상화폐 계좌를 트고 JP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JP코인의 시세는 1000달러를 뚫어 버렸고, 역사상 가장 빨리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가상화폐로 기록됐다.

“흐응. 흥흥. 흐으으응.”

JP모간의 CEO 에드워드는 출근하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가 주도한 JP코인이 사상 최고의 대박을 터트렸으니, 만약 보는 사람만 없었으면 길바닥에 차를 세우고 탭 댄스를 췄을지도 모른다.

“두유 리멤버. 워우 워어~”

에드워드는 탭 댄스 대신에 음악의 볼륨을 키웠다. 그가 즐겨 듣는 70년대 펑크 밴드의 곡이었다.

“아이 와나 씨유 베이베~”

콧소리로 화음을 넣고, 리듬에 따라 어깨를 들썩거리고, 나중엔 핸들을 드럼 삼아서 두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곡의 클라이맥스 직전이 됐을 때, 그의 소울을 가로막는 불청객이 등장한다.

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

에드워드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오늘 같은 날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뒀어야 했는데 깜빡 잊어 버렸다.

삑.

통화 거절 버튼을 누르고 다시 음악에 심취하려 했지만 그새 또 벨소리가 울린다.

“누가 자꾸 전화질이야?”

에드워드는 뺨과 어깨 사이에 휴대폰을 끼워 넣는다.

-에드워드! 지금 한가하게 음악이나 듣고 있을 땐가?

목소리는 씨티은행의 해럴드 존스 회장이었다. 에드워드는 급하게 음악 볼륨을 줄이고 말했다.

“무슨 일이신데 아침부터 그리 화가 나셨습니까?”

-왜 화가 났냐고? 아직 아무런 상황 파악도 안 됐단 말인가? 이거 참, 기가 막힐 노릇이로군.

“무슨 말씀인지 이야기를 해주셔야…….”

-뉴스부터 확인하고 다시 연락하게나. 최대한 빨리!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에드워드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저 영감탱이가 노망이라도 들은 건가. 갑자기 뭔…….”

에드워드는 반신반의하며 라디오 주파수를 경제 채널에 맞춘다. 때마침 라디오 진행자는 가상화폐 관련 소식을 다루고 있었다.

-증권거래위원회가 무분별하게 투자를 받아온 가상화폐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오늘 새벽, 마크 윌러 증권거래위원장은 시가총액 상위권 가상화폐의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드워드는 소식을 듣는 순간, 너무 놀라서 차를 도로변에 정차시켜 버렸다.

-이번 조사는 가상화폐가 금융권에 편입되기 전에 진행하는 사전 점검으로, 이미 몇몇 가상화폐 운영사의 정보가 허위로 드러나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어떤 가상화폐가 허위 정보를 고지했는지는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존스 회장이 전화로 난리를 친 것을 보면, 그 리스트에 JP코인이 들어 있으리란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젠장,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에드워드는 미친 듯이 차를 몰아서 회사에 도착했다.

그는 주차장 입구에 차를 던져두고는 곧장 가상화폐 담당 부서가 있는 사무실로 뛰어 올라갔다.

“레너드! 레너드 어디 있어?”

그가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땐, 이미 사무실은 외부에서 들어온 사내들이 들쑤시고 다녀서 엉망진창이 돼 있었다.

“이것들은 다 뭐야? 누군데 마음대로 남의 회사를 뒤지고 다녀?”

팀장급 직원 하나가 잽싸게 에드워드에게 다가와서 상황을 보고한다.

“연방수사국(FBI)에서 나온 수사관들이라고 합니다. 새벽부터 와서 사무실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습니다.”

연방수사국에서 직접 나섰다 해도 이토록 빠르게 수사에서 압수수색까지 이뤄질 수 있는 걸까?

윗선에서 압력이라도 행사하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럴 때 레너드 이 자식은 어디 갔어?”

“부사장님은 외부 거래처에 들렀다가 출근하신다고…….”

“그게 뭔 개 같은 소리야? 책임자면 지금 같은 비상시기엔 회사에 붙어 있어야 할 것 아냐!”

몇 번이나 레너드에게 전화를 걸어봐도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메시지만 돌아올 뿐이었다.

에드워드는 방법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모니터에 떠 있는 JP코인의 실시간 시세 차트를 보게 되는데.

“뭐, 뭐야, 이게?”

JP코인의 시세는 미친 기세로 폭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어찌나 내림세가 빠른지 에드워드는 입에서 비명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차트가 좀 이상한데? 420달러? 어제까지만 해도 1300달러였던 게 어떻게……? ”

“차트는 정상입니다. 가상화폐는 원래 오르는 속도가 빠른 만큼 빠지는 속도도 빠른 터라…….”

“미친 소리! 고작 몇 시간 만에 70% 가까이 폭락한 게 말이 되냔 말이다!”

그러나 진짜 하락은 지금부터였다. 420달러 선에서 주춤거리던 시세는 일순간 거래량이 터지더니, 그래프를 부숴 먹은 것처럼 뚝 하고 바닥으로 처박힌다.

“340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320달러! 315달러! 310달러! 이대로는 300달러 선도 위험합니다!”

“나도 보고 있으니까 옆에서 일일이 떠들지 마!”

“아, 알겠습니다.”

에드워드가 소릴 빽 지르는 동안에도 시세는 계속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제아무리 증권거래위원회가 나섰다 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시세가 폭락할 줄이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에드워드는 다시 레너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라면 이번 사태의 진짜 이유를 알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직원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서 태블릿을 내민다.

“대, 대표님! 이것 좀 보십시오!”

“뭔데 그래?”

에드워드는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넘겨받는다. 그러다 화면에 뜬 영상을 보고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휴대폰을 놓쳐 버렸다.

“이거…… 레너드잖아? 여기 어디야? 이 새끼 어디에 있는 거냐고!”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이라고 합니다.”

“뭐? 레바논? 확실해?”

외부 거래처에 들렀다 출근하겠다는 사람이 레바논 공항에서 나타났다면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에드워드는 이를 부숴버릴 기세로 빠드득 갈고는 목소리를 짜낸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는 중단이다. 판매 예정이던 파생상품도 백지화시켜.”

난데없는 폭탄 발언에 직원들이 깜짝 놀라서 되묻는다.

“대표님, 우리 파생상품 계좌에 몰린 돈만 4천만 달러입니다. 계약을 몽땅 파기하면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이 답답한 것들아!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 줄 알아?”

“그, 그럼 어째서……?”

“레바논은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다. 이런 타이밍에 거길 왜 들어갔을 것 같으냐?”

그제야 직원들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는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린다.

“지금부터 가상화폐와 관련된 모든 사업은 중단이다! 빨리 정리해!”

* * *

-저희 JP모간은 자사의 가상화폐 발행량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비록 직원 개인의 일탈이긴 하나, 기업으로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저희는 지금껏 발행한 모든 가상화폐를 환급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TV에서는 JP모간 CEO의 기자회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빠른 대처였다. 가상화폐 발행량 누락 사태가 언론에 공개되고 반나절 만에 나온 입장 발표였으니까.

물론, 이건 같은 기업인으로서 나온 감상이고, 투자자 쪽에서는 다른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환급을 해주는 건 좋은데 값을 발행가로 쳐주면 어쩌라는 거야?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같이 방송을 지켜보던 박태식은 마치 자신이 피해자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흥분해있었다.

“우혁아. 너는 저게 맞다고 보냐? 발행가면 겨우 1달러잖아.”

“다른 방법이 없잖아. 개당 100달러에 환급해주면 200달러에 샀던 사람은? 최고점은 1300달러라고 하던데 전부 보상해주려고?”

보상가를 얼마로 책정한다 해도 불만은 나오기 마련이다.

JP모간도 그걸 아니까 형식적인 보상만 제시해서 면피만 하려는 거겠지.

“그래도 1달러는 아니지.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우리 쪽엔 잘된 일이야. 이번 일을 계기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월가라면 치를 떨 테니까.”

이후의 기자회견은 기자가 질문하면 JP모간 측이 답해주는 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답변이 두루뭉술하거나 아니면 형식적인 사과가 전부였기에, 관심도 자연히 시들해진다.

“그런데 우혁아. 사태가 터진 타이밍이 참 공교롭지 않냐?”

“뭐가?”

“이제 이틀 뒤면 가상화폐 파생상품이 출시하는 날이잖아. JP코인이 오늘 터졌으니 망정이지 파생상품이 판매되고 터졌으면 진짜 끔찍할 뻔했어.”

나는 고갤 가볍게 끄덕이고는 커피잔으로 손을 뻗는다. 이미 잔에 남은 커피는 다 식은 상태였지만 나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잔을 내려놨다.

그때 박태식이 말을 툭 던진다.

“이번 건은 네가 작업 친 거 아니지?”

“작업이라니?”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이미 알고 있다는 뉘앙스다. 아무튼, 눈치 빠른 거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공익제보만 살짝 해준 거야.”

“너보다 공익에 안 어울리는 사람도 드물 것 같은데.”

“무슨 섭섭한 소릴.”

“흰소리 말고 대답해 봐. 대체 어떻게 작업을 친 거야? JP모간 내부 정보라도 해킹했어?”

“그럴 리가.”

상대는 월가에서도 손에 꼽히는 초대형 금융사다. 그런 곳을 쉽게 해킹할 수 있다면 세상은 해커 천지가 될 거다.

“JP코인의 초기 발행량 중 일부를 미공개로 해뒀더라고. 그래서 빼돌린 게 아닌가 싶어서 합리적인 의심을 제보해준 거지.”

“그건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라 추측의 영역이잖아! 그랬다가 아니었으면 수습은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아니면 아닌 거지. 내가 수습을 왜 해?”

박태식은 황당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본다.

“전에도 말했잖아. 가상화폐 판은 야생이라고. 샌님들이 만만하게 보고 들어오니까 잡아 먹히는 거야.”

“너 그러니까 완전 악당 같다.”

“내가 진짜 악당이었으면 수사 시기를 일주일 정도 늦춰 달라고 했겠지.”

박태식은 일주일의 의미를 알아챘는지 입을 쩍 벌린다.

“파생상품이 아니라도 JP코인은 태생이 성장을 멈추면 터지는 시한폭탄이야. 상식적으로 연 21%의 이자를 주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었겠어?”

“언제가 됐든 터지는 건 확정이니, 피해가 적으려면 최대한 빨리 터트려야 한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WHTS컴퍼니도 내가 미래의 정보를 알고 투자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만약, 평범한 투자방식으로 무난하게 회사를 운영했다면 진즉에 자본이 바닥나서 좌초됐을 거다.

“우혁아.”

어느새 박태식의 불안한 눈빛이 내게로 쏘아지고 있었다.

“왜?”

“우리는 괜찮은 거 맞지?”

여기서 대표인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린 채 말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앞으로 20년간은 투자할 곳이 널렸어.”

“어디? 힌트라도 주면 안 될까?”

“음…… 우선은 드론과 보행 로봇 업체를 인수할 생각이야.”

“아하. 물류 쪽이겠네?”

확연히 밝아진 녀석의 표정을 보고 있으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말해야 했다.

나는 전쟁을 준비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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