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163화 (163/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63화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가상화폐 상품 퇴출에 이어, WHTS컴퍼니의 월가와 전쟁 선포까지.

하나만으로도 역대급 파급력을 지닌 사건이 5분 간격으로 연달아서 터졌다.

이미 경제지 1면에는 가상화폐 소식이 도배됐으며, 투자 커뮤니티와 인터넷 방송에서는 이번 사태만 다루는 채널이 따로 등장할 정도였다.

물론 비슷한 투자 이슈는 과거에도 존재했기에, 이슈가 단기간에 주목받았다가 빠르게 잊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SNS 등지에서 이번 사태를 투자 이슈가 아니라 금융 기득권의 ‘갑질’로 인식하면서 식을 줄 알았던 냄비는 용광로처럼 펄펄 끓기 시작했다.

ID : saat1744

WHTS컴퍼니의 전쟁 선포? 미친 거 아니야? 상대는 월가야! 세계의 돈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개자식이라고!

┗ID : juleaa51

선물거래소 퇴출로 월가에서 먼저 펀치를 날렸잖아.

┗ID : saat1744

WHTS컴퍼니가 멋대로 금리를 낮춘 건 생각도 안 하는군.

┗ID : Manytime

그 ‘멋대로’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거야? 설마 월가는 아니지?

ID : saat1744

승산 없는 싸움이야. 유대계 자본이 WHTS컴퍼니를 걸레짝으로 만들 거야.

┗ID : Yesterdaymanz

그래도 맞서 싸워야 해. 그러지 않으면 다음은 파생상품이 아니라 가상화폐 자체를 없애려 들걸.

┗ID : saat1744

과장이 심하군. 아무리 월가라도 가상화폐를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어.

┗ID : Manytime

내 생각엔 네가 월가의 탐욕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만.

┗ID : LycorisS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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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Unknowntree99

헤이, 친구들. WHTS컴퍼니에서 뭘 발표하길래 전쟁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야? 그들이 북한처럼 핵무기라도 만들었어?

┗ID : LycorisSys

새로운 투자상품. 그것 말곤 공개된 정보가 없음.

┗ID : Unknowntree99

겨우 투자상품 하나 내놓는데 분위기가 너무 과열된 것 같아.

┗ID : Manytime

WHTS컴퍼니는 월가에 한 방 먹여줄 수 있는 놈이니까 그렇지.

┗ID : Unknowntree99

월가가 개새끼라고 WHTS컴퍼니가 개새끼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어. 기껏해야 더 나은 개새끼겠지.

┗ID : MAXuntilll

서브프라임 사태 때 월가의 탐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파산했는지 잊은 거야? 나는 무조건 WHTS컴퍼니를 지지하겠어.

ID : LoveHOS101

내가 월가를 증오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건 반대야.

┗ID : Manytime

WHTS컴퍼니가 무엇을 공개하는지 지켜보고 지지하면 돼.

┗ID : LoveHOS101

그럴 생각이야. 그들이 월가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물건을 내놓는다면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ID : LycorisSys

젠장. 빨리 WHTS컴퍼니가 준비한 투자상품이 공개됐으면 좋겠어. 월가의 돼지들이 엿 먹은 표정을 보고 싶단 말이야.

┗ID : saat1744

너무 기대하지 마. 가상화폐를 파는 놈들은 99% 허풍쟁이였어.

┗ID : LycorisSys

대니얼 신이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을 알면 그런 소리 못 하지. 그는 나머지 1%에 해당하는 사람이야.

┗ID : Cryptolol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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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CatG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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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Manytime

발표는 이틀 뒤. 그때가 되면 어느 쪽이 맞는지 알게 되겠지.

* * *

WHTS컴퍼니의 대규모 투자설명회가 예정된 인천 남동체육관은 일주일 전부터 대규모 시설 공사에 들어갔다.

체육관 중앙에는 발표를 위한 단상이 꾸려졌고, 그 주변을 원형으로 둘러싼 좌석은 호텔 예식장처럼 테이블 형식으로 배치했다.

단순히 좌석 배치만 호텔을 흉내 낸 것이 아니다.

바닥에 깔린 벨벳과 소품, 조명은 전부 호텔에서 직접 공수해 왔으며, 테이블 주변으로 인공 개울까지 깔아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덕분에 무대 조성 비용만 80억 원이 넘어갔지만 행사의 중요도를 생각하면 절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회사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밤, 못 해도 내일 아침이면 성패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긴장되거나 초조함은 없었다.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서서 빨리 행사가 시작됐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래도 실패의 부담을 덜어낸 것이 지금의 의연함으로 나타난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부담을 덜게 해준 장본인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또각. 또각. 또각.

이소영은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짊어진 듯한 표정을 지은 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살짝 움켜쥔다.

“히잇!”

귀여운 비명과 함께 몸이 움츠러든다. 장난칠 가치가 있는 반응이었다.

“깜짝 놀랐잖아요!”

“놀란 표정이 백 배쯤 더 낫네요. 무슨 근심거리라도 있어요?”

“아니…… 그게…….”

이소영은 다시 어깨가 축 처지며 중얼거린다.

“자꾸 안 좋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서요. 제 나름 마인드컨트롤을 해보곤 있는데 효과가 안 받네요.”

“어제 몇 시에 잤습니까?”

“새벽 3시쯤……? 오전 회의 준비하느라 3시간도 못 잔 것 같아요.”

“행사까진 시간이 남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눈 좀 붙이시죠.”

“그럴 수 있었으면 진작 그랬겠죠. 누우면 잡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나는 그녀의 팔목을 붙잡아서 가볍게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저항감 없이 그녀의 얼굴이 내 가슴에 닿는다.

“뭐가 걱정되던가요. 어서 말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음…… 특별한 건 아니에요. 대부분 프로젝트 걱정이죠, 뭐. 특히 이번 건은 제가 제안해서 그런지 부담이 더 크네요.”

그녀는 작은 동물처럼 내 품에 뺨을 비빈다. 그러다 다른 사람 소리가 들리자 얼른 몸을 뒤로 뺀다.

“그나저나 대표님은 참 대단하세요. 이번 건처럼 중요한 일을 벌써 몇 번이나 주도적으로 해오셨다는 거잖아요. 저였으면 부담감에 벌써 나가떨어졌을 거예요.”

나도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이 입가에 맺혔다.

“전혀 대단하지 않습니다. 답지를 보고 베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네?”

이소영은 내 말을 못 들었는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닙니다. 그냥 헛소리 좀 해봤습니다. 그보다 오늘 행사 끝나고 시간 괜찮으신지?”

“오늘요?”

“아 참, 오늘은 피곤하다고 했었죠.”

그녀는 피곤하지 않다는 것을 어필하는 건지 재빠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저 괜찮아요. 보다시피 쌩쌩해요.”

“당장 급한 일은 아니니까 주말쯤에 시간 내주시면 됩니다. 아니면 더…… 늦게라도 괜찮고요.”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목구멍에 가시라도 돋아난 것처럼 말이 넘어오지 않는다.

적당히 둘러댈 말을 떠올리던 도중, 타이밍 좋게 행사 책임자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인다.

“리허설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마저 하도록 하죠.”

* * *

행사 시작 10분 전.

벽 너머에 있는 무대 쪽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본행사 전에 홍보 영상이 공개된 듯하다.

“대표님, 올라가실 시간입니다.”

스탭의 안내에 따라 무대 뒤편으로 이동했다.

무대는 홍보 영상이 끝난 이후부터 모든 조명이 꺼진 상태다. 바닥에 드문드문 깔린 야광 테이프에 의존해서 무대 중앙에 자릴 잡는다. 그리고 하나, 둘, 셋.

팟!

어두운 무대에서 오직 내 위에만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

리허설 때 했던 것처럼,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면으로, 약간의 미소를 곁들인 채 멘트를 시작한다.

“반갑습니다. 대니얼 신입니다.”

간단한 인사만 했음에도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진다. 그만큼 이번 행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리라.

타이밍 맞게 뒤편 스크린이 켜지면서 한 줄의 숫자가 나타난다.

[999,127,541]

“이 숫자가 뭘 뜻하는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대답을 들을 생각으로 던진 말은 아니었기에 바로 답을 공개한다.

“9억9,912만7541. 이건 전 세계의 도토리코인 사용자 숫자입니다. 오늘 밤, 혹은 내일이면 10억 명을 돌파하게 됩니다.”

다시금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진다. 나는 감사의 뜻으로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준다.

“물론 이 숫자는 SNS 사용자가 활동 리워드를 받거나, 게임 아이템과 보상을 구매하거나, 혹은 환전으로 가상화폐를 사용한 사람도 포함된 수치입니다. 그래서 일부 금융권에서는 사용자가 부풀려졌다고 평가하더군요.”

나는 무대를 한번 쭉 둘러보고 멘트를 이어간다.

“정말 그게 저평가의 이유가 될까요? 만약 실물이 없어서 그렇다면 거울을 먼저 보라고 말해주겠습니다. 거기 넥타이 맨 당신들은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기름과 곡식을 전화로 사고팔잖아요.”

객석에서 낄낄거리는 웃음과 휘파람 소리가 돌아온다.

“금융사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든 상관없습니다. 내년부터 WHTS컴퍼니는 더 공격적으로 사용자 확보에 나설 것입니다.”

뒤편 스크린에 떠 있던 숫자가 빠르게 올라간다.

9억9,912만에서 12억을 찍었다가, 다시 14억에서 15억으로, 잠시 멈추는가 싶던 숫자는 미친 듯이 올라가서 앞자리 숫자가 바뀐 뒤에야 멈췄다.

[2,000,000,000]

“가상화폐 사용자 20억 명. 이것이 WHTS컴퍼니의 내년 목표입니다.”

짧게 환호성이 들리긴 했으나 그보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아무리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모였다 해도, 한 해 만에 사용자 2배 확보는 어렵다고 생각해서겠지.

“제가 자신 있게 20억 명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

미리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폰 2개를 꺼내서 높게 치켜든다.

하나는 애플사에서 출시한 애플폰이고, 다른 하나는 오성전자에서 개발 중인 신형 스마트폰이었다.

“내년부터 애플사와 오성전자의 모든 스마트폰에는 가상화폐 결제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양사 스마트폰 누적 판매량은 이미 10억 대가 넘었습니다.”

이어지는 실적 발표 때까지 감탄사와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는다. 일부 참석자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까지 해댄다.

행사장 분위기가 거의 한계까지 끓어 올랐을 때, 오늘 행사의 핵심 주제가 등장한다.

[가상화폐 상품 시카고상품거래소 퇴출]

스크린에 나타난 메시지 덕분에 좋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잠잠해졌다.

“여러분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진다. 어찌나 반응이 격렬했으면 내가 손짓으로 자제를 요청해야 했다.

“그들은 퇴출을 통보하면서 가상화폐의 신용도 하락을 들먹였습니다.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WHTS컴퍼니는 매년 최고의 실적을 갱신 중입니다. SNS 광고 수익만 따져도 경쟁사 대비 2배를 웃도는 순이익을 냈습니다. 최고의 기업들 지분도 보유하고 있고요. 그런데 어째서 신용도가 하락했을까요?”

너무 격양된 나머지 리허설 때보다 배는 더 감정이 실린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흥분할 줄은 몰랐다.

“그들이 정한 신용도는 그들이 유리한 쪽으로 매겨집니다. 그들은 파산 직전이라도 높은 신용도로 유리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지만, 외부인인 우리에겐 한없이 가혹합니다.”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객석으로 전이된다. 억눌려 있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행사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들이 먼저 자릴 잡고 기틀을 닦은 공로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개새끼처럼 굴 권한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수천 명이 몰린 행사장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내 입에 몰려서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그들이 만든 룰을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깨부수기로 했습니다. 그 행위의 첫 번째로 그들의 손을 타지 않은 독립적인 인터넷 금융사의 설립을 선언합니다.”

대형 스크린이 전환되면서 새로운 로고와 ‘DT파이낸셜’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WHTS컴퍼니와 가상화폐 투자자들, 그리고 HSBK 은행이 합작으로 설립한 새로운 인터넷 금융사였다.

“DT파이낸셜이 준비한 새로운 형태의 투자상품을 소개합니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더 높은 수익 실현이 가능한 바로 그 상품.”

행사장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에 표시된 상품의 예상 이자율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공개된 상품명은 [DT코인 레버리지 x4].

연간 이자율 예상치는 무려 17%가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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