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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코인 재벌-145화 (145/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45화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도요다의 전략 전기차 히카리는 공개 첫날부터 대형 사건에 휘말렸다.

주행하던 자동차의 바퀴가 빠지면서 뒤따라오던 차량과 충돌한 대형 사고였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주행 중인 자동차의 바퀴가 빠지는 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완성차 1위 업체인 도요다 차량에서 발생한 결함이었으니.

언론사는 물론이고 인터넷 커뮤니티, SNS에서도 이번 사고가 크게 이슈화되고 있었다.

“점검을 얼마나 개판으로 했으면 차 바퀴가 빠져? 그것도 첫 주행 만에 빠지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마츠모토는 악을 써가며 소릴 질렀다.

그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히카리의 정비를 담당했던 엔지니어들은 더 깊게 고갤 떨굴 뿐이다.

“왜 아무런 말이 없어? 정비가 미흡했든, 아니면 부품에 하자가 있든. 뭐라도 변명을 해봐! 그래야 개선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니야!”

재차 재촉해대자 그제야 선임 엔지니어가 우물우물 입을 연다.

“그…… 이번 사고는 트렁크에 적재한 추가 배터리 무게로 인해 차체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발생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테스트 주행 돌릴 땐 멀쩡했잖아?”

“테스트 주행은 일반 서킷에서 진행했지만 사고가 난 상황은 아시다시피…….”

이번 사고의 당사자들은 실시간 방송을 켜두고 전기차를 몰았다. 그 덕분에 사고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전 세계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시속 170㎞/h까지 과속하다가, 핸들을 좌우로 급하게 꺾어가며 추월.

마지막 경사로 진입 땐, 차체가 아예 바닥에서 붕 떴다가 착지하며 엄청난 파열음이 났다.

“착지 때 뒷바퀴의 볼트가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파손되면서 바퀴가 분리된 것 같습니다.”

위험천만한 운전 영상 덕분에 여론은 도요다보다 운전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인터넷 여론이 언제 이쪽을 향할지 모르는 법이다.

“야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어떻게 세우면 좋겠나?”

“트렁크에 실린 배터리를 빼는 게 최선입니다. 그렇게 되면 차체 밸런스도 자연히 잡힐 테니까요.”

“그건 안 돼. 운전자들이 과속하느라 지금도 히카리의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배터리를 못 뺀다면…… 과속과 난폭 운전을 못 하도록 막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차 시승에 당첨된 사람들은 대부분 유투버나 자동차 전문가들이다.

그들에게 얌전한 주행을 바란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보자는 말과 같았다.

“젠장. 이대론 안 돼.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그때 엔지니어 중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낸다.

“마츠모토 지사장님, 소프트웨어로 차량의 속도제한을 거는 건 어떻습니까? 주행속도가 줄어들면 차체 구조를 수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우리 차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광고라도 할 셈이야?”

“저희가 직접 속도제한을 걸자는 게 아닙니다. 주최 측인 애플사에 요청해서 모든 전기차에 제한을 거는 거지요.”

“음…….”

“마침 큰 사고가 있었으니 사고 방지 대책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면 허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이것 말고는 다른 대책이 없기도 했고.

“알겠다. 속도제한은 내가 애플사와 이야기해 볼 테니, 너희는 조금이라도 히카리의 차체 밸런스를 맞춰봐.”

“알겠습니다.”

엔지니어들이 바퀴벌레처럼 흩어진다. 그의 옆에 있다간 괜한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바쁜 척이라도 하려는 것이다.

“미치겠군. 일이 왜 이리 꼬이는지…….”

홀로 남은 마츠모토는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거의 동시에 휴대폰이 울어댄다.

삐리리리릭. 삐리리리릭.

애플사의 궈 페이 부사장이었다.

마츠모토는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이고, 부사장님. 안 그래도 전화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제가 잘 생각해 보니까요. 이번에 사고가 난 원인이 과속이잖습니까? 그래서 대책 마련을…….”

그가 말을 끝까지 맺기도 전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쏟아진다.

-이보세요. 도요다에서 차를 그딴 식으로 만들어서 보내놓고 뭔 과속타령입니까? 나더러 엿이나 먹으라는 겁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이번 건은 불운이 겹친 사고였습니다.”

-불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운전 도중에 바퀴가 빠지는 차는 내 평생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일방적인 비난이 이어지자 마츠모토도 참지 못하고 목소리가 커진다.

“아니, 부사장님. 말씀이 너무 심하십니다. 이번 사고는요. 유투번지 뭔지 하는 것들이 차를 험하게 몰아서 난 겁니다. 그걸 일방적으로 저희 책임으로 몰아붙이시면 섭섭합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비웃는 듯한 코웃음 소리가 넘어온다.

-아직 아무런 소식도 못 들었습니까?

“무슨 소식요?”

바로 그때, 엔지니어 대여섯 명이 우르르 마츠모토가 있는 곳으로 뛰어온다.

“지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히카리 바퀴가 시승 도중에 또 빠졌답니다!”

* * *

시승 첫날 바퀴 빠짐 사고로 홍역을 앓았던 도요다의 히카리는 사흘 만에 또 바퀴가 빠지면서 운행 중단 처분을 받았다.

본디 자동차 바퀴 빠짐은 단기간에 연속으로 터질 수 있는 결함이 아니다.

하지만 시승자들이 전부 차를 과격하게 몰아댄 데다가, 아예 몇몇 유투버는 바퀴 빠짐을 재현해 보겠다고 고의적으로 경사로 점프를 반복하면서 이 사달이 나버렸다.

과정이 어찌 됐든 도요다의 히카리는 검증 단계에서 아웃.

나머지 테슬러모터스와 GM사, 중국 전기차 업체 3사가 다소 김빠진 공개 시승을 이어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오늘.

모든 시승 절차가 끝났고 이젠 애플사의 최종 파트너사 선정만을 앞두고 있었다.

웅성웅성.

테슬러모터스 본 회의실에는 마흔 명이 넘는 직원들이 모여서 애플사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요다의 퇴출로 사실상 승부는 난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회의실 분위기는 긴장감보다 샴페인을 따기 직전의 흥분 상태였다.

물론 미리 샴페인을 터트린 사람도 있었다.

“으핫핫!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셔.”

파티의 주최자인 엘론은 직원들과 웃고 떠들며 술을 퍼붓고 있었다. 얼마나 마셨으면 벌써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갛다.

‘기뻐하는 게 당연해. 결과적으로 그 대단한 도요다를 이긴 셈이 됐으니까.’

참고로 도요다는 얼마 전까지 테슬러모터스의 지분 4%를 보유한 대주주 관계였다.

그러다 올해 초, 테슬러모터스에 비전이 없다는 악평을 늘어놓으며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그때부터 엘론은 도요다와 이를 가는 원수 사이가 됐다.

“혼자서 뭐 하세요?”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누군가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걸어온다.

애플카의 디자이너 안젤라였다.

그녀는 내게 빈 잔을 내밀었다.

“받아요. 샴페인 한잔 따라드릴게요.”

“술은 됐습니다.”

“그러지 말고 받아만 둬요. 곧 축하할 일이 있을 텐데, 분위기라도 맞춰 주는 게 좋잖아요.”

“결과를 알고 있습니까?”

“저만 아는 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을걸요? 일단 잔부터 받아요. 나 팔 아파요.”

안젤라는 특유의 살랑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술을 따라준다. 저럴 때마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론 경계심이 높아진다.

잔이 반쯤 차올랐을 때 그녀가 물어온다.

“이번에 시승 장소 바꾸자고 한 거. 일부러 노리고 한 거죠?”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추운 지역인 디트로이트로 장소를 옮겨서 배터리 이슈를 만들고, 그걸로 도요다를 코너에 몰았잖아요.”

나는 계속 모르겠다는 뜻으로 어깰 으쓱거렸다.

“대니얼은 무서운 사람이었네요. 이런 음흉한 계책을 떠올리다니, 저희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우연입니다.”

“검증 방식을 공개 시승으로 못 박고, 내부 디자인을 유출해서 히카리에 유투버들이 달라붙게 만든 것도요?”

“예. 전부 우연이죠.”

그녀는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서 나를 위아래로 훑는다.

“흐음. 이상하게 대니얼 근처에서만 좋은 우연이 자주 일어나네요.”

“신기한 일이군요.”

안젤라와 무언의 눈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파티의 주인공인 엘론이 책상 위로 뛰어 올라간다.

“여러분, 드디어 애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엘론은 능숙하게 휴대폰을 스피커에 연결해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엘론. 당신이 기다리던 결과가 나왔습니다.

목소리는 쿡의 것이었다.

방금까지 웃고 떠들던 직원들이 전부 입을 다물고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시승자 평가 점수 총 100점 중에서 72점을 기록한 업체…… 테슬러모터스가 애플카 파트너사로 선정됐습니다. 축하합니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엘론은 아예 책상 위에서 펄쩍거리며 점프하더니, 새로운 샴페인을 따서 사방에 뿌려댄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오늘은 다 같이 미쳐봅시다!”

도중에 통화 중인 쿡이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엘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함을 지른다.

이후엔 직원들까지 가세해서 책상으로 올라간다.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거나, 셔츠를 벗어다가 헬기의 프로펠러처럼 휘두르기도 했다.

개판.

회의실 풍경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단어였다.

“풉. 아으. 너무 웃겨.”

옆에서 같이 개판을 지켜보던 안젤라는 눈물까지 흘리며 꺽꺽 웃어댄다.

“이게 그 정도로 웃긴 일입니까?”

“대니얼은 안 웃겨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젤라는 손가락으로 회의실 구석을 가리킨다. 그곳엔 커다란 캠이 주변을 찍고 있었다.

“파트너사 발표 당시의 모습은 전부 방송으로 내보내게 돼 있어요.”

“이런 개판을 그대로 내보낸다고요?”

“그럼요. 엘론도 다 알고 이러는 거예요.”

어쩐지 너무 오버한다 싶었는데, 도요다에서 보라고 일부러 세레머니 중이었나 보다.

“도요다에서 발표 방송을 보면 열 좀 받겠는데요.”

“열만 받으면 다행이죠. 도요다의 전기차 담당자는 고혈압으로 쓰러질지도 몰라요. 아니다. 이미 쓰러졌으려나?”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엘론은 더 열정적으로 허릴 흔들어댄다.

그의 꼴 보기 싫은 허리 놀림은 상대를 약 올리는 데 최적화된 막춤이었다.

* * *

테슬러모터스가 도요다를 누르고, 애플사와 파트너십까지 공고해지자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곳은 투자기관이었다.

승자인 테슬러모터스와 애플사를 모두 보유한 WHTS컴퍼니의 밸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자, 투자기관의 막대한 돈이 이자 7%를 노리고 도토리코인으로 쏟아졌다.

이 때문에 6천5백억 달러 수준이었던 도토리코인 시가 총액은 단숨에 4배 가까이 폭등해서 2조7천억 달러까지 치솟게 된다.

2조7천억 달러.

시가 총액 1위 업체인 애플사를 3번 인수할 수 있는 거금이다.

일개 기업이 이만한 자본을 보유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소식을 경제지들이 특보로 쏟아내기 시작하자, 가상화폐를 찻잔 속 태풍 취급하던 미국 의회까지 WHTS컴퍼니를 예의주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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