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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코인 재벌-143화 (143/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43화

애플사의 새로운 대주주와 기존 경영진의 힘 싸움이 예상됐던 긴급주주총회는 경영진에게 스톡옵션 100만 주를 지급하는 보상만 안겨준 채 끝나버렸다.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주주들은 물론이고 분석가들도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한 언론사에서 이번 주주총회의 진짜 목적을 알리는 기사를 내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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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 주주들은 이날 열린 긴급주주총회에서 쿡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스톡옵션 100만 주 지급을 승인했다.

톰 쿡은 약 66만 주의 스톡옵션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중략)……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WHTS컴퍼니가 쿡 대표와 대립이 아니라 상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는 행사장에서 애플카 협업 파트너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선정 전에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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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사가 인터넷에 쫙 깔리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도요다였다.

그들은 이미 실무진 협의까지 마쳤던 만큼, 애플카 생산을 기정 사설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기사가 떠버렸으니.

도요다의 마츠모토 지사장은 즉각 애플사로 찾아가서 미팅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

애플카 담당자인 궈 페이 부사장은 파리한 모습으로 자신의 사무실에 나타났다.

“부사장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애플카 파트너사를 공개 검증한다니요? 그게 사실입니까? 오보가 맞지요?”

도요다의 마츠모토는 궈 페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질문을 쏟아낸다.

궈 페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마츠모토 씨가 양해해 주십시오.”

“아니, 이걸 어떻게 양해해 줍니까? 저번 주까지 협업한다고 했었다가, 하루아침에 일이 엎어져 버렸는데요.”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상대 측에서 워낙 미친 짓을 벌인 탓에…….”

생산 오더 하나 따내겠다고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100만 주나 퍼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츠모토도 누굴 탓할 일이 아님을 알았기에 어이없다는 헛웃음만 흘릴 뿐이다.

“그래서 그 검증인지 뭔지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저도 아직 자세한 사항은 전달받은 게 없습니다만, 공개 검증이라고 했으니 테스트 드라이브 정도는 해보지 않을까요?”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려면 실제 주행이 가능할 정도의 전기차를 마련해야 했다.

마츠모토가 인상을 찌푸리자 궈 페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기한이 촉박합니다. 내부적으로 3개월이란 말이 나오던데 가능하시겠습니까?”

“기존에 수소자동차로 출시했던 모델이 있습니다. 차 내부에 있는 수소 탱크와 관련 부품을 들어내고 그 자리를 배터리로 채우기만 하면 됩니다.”

“오! 역시 도요다입니다. 완성차 1위 업체의 품격이 느껴지는군요.”

궈 페이는 손뼉까지 쳐가며 기뻐했지만, 마츠모토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테스트 카를 기한 내에 만들어도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무슨 소릴 하십니까. 도요다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전기차면 승리는 확실합니다.”

“기술력은 당연히 우리가 우위겠지요. 문제는 테슬러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들이 경영진과 결탁해서 검증 결과를 조작할지 누가 압니까? 내정자가 정해진 검증이라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들러리 신세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껏 눈치 보기 바빴던 궈 페이도 이번만큼은 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그 점은 염려치 마십시오. 이번 검증은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터라, 경영진도 마음대로 결과를 조작하진 못합니다.”

“확실합니까?”

“저를 믿으십시오.”

궈 페이는 큰소리를 떵떵 쳤으나 이미 뒤통수를 맞은 바 있던 마츠모토는 여전히 미심쩍은 듯 눈을 흘긴다.

“본사에선 전기차 공장을 증설하려고 투자금까지 집행해뒀습니다. 여기서 만약 협업 계획이 어긋나기라도 하면…….”

“저희 애플카 개발팀이 도요다를 돕겠습니다.”

마츠모토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걸 보고 궈 페이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떻습니까, 마츠모토 씨. 이젠 마음이 좀 놓이십니까?”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도요다가 패배하면 저도 곤란해지는 건 마찬가지라서요.”

테슬러모터스가 파트너사로 선정되면 자율주행, 원격 제어 부서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그땐 부서 책임자인 궈 페이 역시 자릴 보전하기 힘들 터.

“애플카는 도요다의 손에서 제작될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 * *

애플카 파트너사를 뽑는 검증 방식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총 50대의 시승 차를 2주간 운행해서 시승 평가가 가장 높은 업체를 선정. 참가 자격은 완성차 제조사라면 어디든 가능했다.

검증 소식이 발표된 첫날부터 도요다와 테슬러모터스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바로 다음 날엔 GM사와 중국 업체까지 가세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기차 전문 업체와 완성차 업체의 진검승부다.

초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SNS에서는 자동차 기자와 카레이서, 자칭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번 검증 승부는 무조건 완성차 업체가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타 본 사람은 압니다. 기본기에서 상대가 안 돼요.

-전기차가 테슬러 전문 분야라도 완성차 업체엔 안 돼. 완성차 업체는 80년 가까이 차를 만들었잖아.

-하이브리드 자동차 만들던 완성차 업체면 전기차도 금방임.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야.

인터넷 여론은 완성차 업체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자동차 기자나 카레이서들은 대부분 완성차 업체에 손을 들어줬다.

물론 테슬러모터스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승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그리고 시승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갈리지 않겠어요?

-실리콘밸리 근처에서 시승 돌리면 IT 종사자가 많아서 테슬러가 유리하지.

-준비기간이 짧은 것도 변수야. 겨우 3개월밖에 시간이 없잖아.

-테슬러모터스 주주들이 테슬러에 10점 주는 거 아님?

양쪽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었기에 전기차 논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약 한 달 정도가 흘렀을 무렵.

인터넷을 달궜던 전기차 논쟁을 단박에 잠재울 만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게 된다.

-방금 뜬 전기차 스크린샷 본 사람? 디자인이 완전 예술인데?

* * *

이른 아침부터 걸려 온 전화가 나를 침대에서 끌어낸다.

모닝콜의 발신자는 안젤라.

그녀의 메시지는 짧고 명료했다.

-애플카 관련 중요 정보가 있어요. 10시까지 호텔 라운지에서 만나요.

통화 시간을 보니 단 4초였다. 어찌나 통화가 간략했으면 약속 장소인 호텔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시 전화해서 장소를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얼마 전 애플사 대주주 모임을 치렀던 호텔이었다.

호텔의 회전문을 건너, 로비를 지나, 라운지에 도착했다.

안젤라를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는 수고를 할 필욘 없었다. 라운지 근처 사내들이 쳐다보는 곳.

그 자리에 안젤라가 앉아 있다.

“저 여자, 어때? 내가 번호 따볼까?”

“아서라. 1초 만에 차일 거다.”

“저녁 시간이었으면 술이라도 먹여 보는 건데…….”

사내들은 홀로 앉아 있는 안젤라에게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끙끙대고 있었다.

그러나 도도하다 못해 냉기가 풀풀 날리는 그녀의 분위기가 남자들의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빙판의 눈꽃 같던 그녀의 얼굴이 확 풀어지며 눈웃음을 친다.

“어서 와요, 대니얼.”

“많이 기다렸습니까?”

“아니요. 저도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

조금 전에 온 것치곤 테이블에 놓인 커피의 얼음이 많이 녹아 있었다.

“아침 식사는요? 안 하셨으면 같이 드시죠.”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 거예요?”

“중요한 정보를 주신다는데 아침 정도는 대접해 드려야죠.”

“데이트 아니면 안 먹을래요. 체중 관리하는 중이라 저녁만 먹거든요.”

내가 어깨를 으쓱거리는 동안 안젤라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따라오세요. 차를 지하에 주차해뒀어요.”

“이동할 거면 제 차로 가시죠.”

“대니얼의 차 옆자리에 타는 영광은 첫 데이트 때로 미룰래요. 오늘은 업무적인 일에 집중하죠.”

그녀를 따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어둑어둑한 주차장에서 꽤 안쪽까지 들어가자 희귀한 디자인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도요다의 수소전기차 히카리예요. 시범적으로 생산된 모델이라서 한 해에 1,000대도 안 팔리는 희귀 차량이죠.”

“이건 개조 모델입니까?”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도요다가 3개월이라는 짧은 준비기간에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기존의 차량을 개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안젤라는 차 열쇠를 넘겨주며, 귓가에 속닥거린다.

“타 보세요. 깜짝 놀랄 거예요.”

그녀가 묘한 미소를 흘린다. 차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 보다.

외관을 대충 살펴보고 차에 올라탄다.

그 순간, 내 입에서 저절로 감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게 다 뭔……?”

히카리 내부 디자인은 내가 알던 도요다의 디자인이 아니었다.

백색의 천연 가죽과 군데군데 포인트로 자리 잡은 알루미늄 라인. 여기에 은은하게 들어오는 사과 모양 조명은 누가 보더라도 애플카를 떠올리게 했다.

“애플카 개발부서에서 컨셉카에 쓰려고 디자인했던 요소를 전부 때려 박았어요. 그리고 여길 보시면…….”

안젤라는 차 중앙에 달린 대형 스크린을 터치했다. 그러자 애플사 로고가 뜨면서 자동으로 애플폰과 연동됐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된다.

“카플레이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인 요소를 그대로 가져왔죠.”

“애플사 내부적으로 도요다를 도와주기로 한 겁니까?”

“애플사가 아니라 애플카 개발팀이 도요다를 돕는 거예요. 그들은 테슬러가 들어와서 구조조정 당하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대화하는 동안 차량 내부 스크린을 이곳저곳 눌러본다.

터치 반응과 화면 전환 속도가 매섭다. 소프트웨어만 가져온 게 아니라, 칩셋까지 애플사 전용 모델을 쓴 것 같다.

“안젤라. 제게 이걸 보여주는 이유가 뭡니까? 당신도 애플카 소속이잖아요.”

“공정한 검증을 위해서라고 해두죠.”

“거짓말이군요.”

“앗. 어떻게 알았어요?”

“티가 너무 났습니다.”

그녀는 이상야릇한 미소를 머금고서, 얼굴과 얼굴 사이의 간격을 좁혀온다.

“제가 성공하려면 회사에서 실적을 쌓는 것보다, 당신 눈에 드는 게 더 효과적이잖아요.”

“이번은 너무 솔직하군요.”

“아무렴 어때요. 어차피 알게 될 텐데요.”

어떨 때 보면 내숭을 떠는 것 같다가도, 또 어떨 때 보면 아닌 것 같고.

도무지 파악이 안 되는 사람이다.

“도요다의 전기차를 본 소감이 어때요? 테슬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나요?”

“글쎄요. 확답을 못 하겠습니다.”

테슬러엔 그간에 쌓이고 쌓인 전기차의 노하우가 있었다. 그래서 차의 퍼포먼스와 안정성에선 확실히 앞선다.

하지만 도요다가 감성적인 부분에서 이렇게 앞서 버리면……

‘미리 손을 써둬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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