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141화 (141/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41화

초창기의 애플카는 그저 차량 통합 소프트웨어를 위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개발 방향이 자율주행, 원격 제어까지 넓어지면서 프로젝트 규모가 점차 커졌고, 개발 인원은 순식간에 2,000명을 넘어서게 된다.

경영진은 막대한 개발비를 회수하려면 단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자체 브랜드의 완성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와 완성차 개발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으니.

막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경쟁사에서 인력을 빼 오는 짓까지 했음에도 완성차 개발 쪽에선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투자금은 매년 늘어갔지만 성과는 없는 프로젝트.

시간이 흐를수록 애플카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슬슬 팀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던 차에, 애플사와 테슬러모터스의 협업 뉴스가 터지게 된다.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애플사 CEO 톰 쿡이 애플카 프로젝트팀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자리는 절반 넘게 비어 있었고, 몇몇 직원은 아예 쿡이 보는 앞에서 짐을 싸서 나가기까지 했다.

“어이쿠, 대표님 오셨습니까.”

뒤늦게 프로젝트 책임자 중 한 명인 궈 페이 부사장이 달려 나온다.

“사무실 분위기가 말이 아니군요.”

“테슬러모터스와 협업한다는 뉴스가 뜬 이후부터 쭉 이런 상탭니다.”

양사의 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애플카 팀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직원들은 미리 이직하거나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기 바빴다.

“그런데 그…… 협업 결정이 확정된 게 맞습니까?”

쿡은 말하기 불편하다는 의미로 콧잔등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번 건은 궈 페이도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였기에 물러서지 않는다.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기도 하고, 협업 대상이 하필이면 테슬러모터스라서 솔직히 당황스럽습니다.”

“내 결정이 아니라 애플사 대주주들의 결정입니다.”

“대주주라면……?”

“WHTS컴퍼니가 손을 썼습니다.”

궈 페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뜻으로 되묻는다.

“그들이 지분을 많이 확보했다곤 하나, 19.5% 아닙니까? 그 정도 지분으론 경영에 개입할 수 없을 텐데요. 만에 하나 개입을 시도했다 해도 버핏 회장과 로워 회장이 가만히 있을 리가…….”

“그 두 사람도 WHTS컴퍼니의 의견에 동조했습니다.”

“이번 협업은 누가 봐도 테슬러모터스를 밀어주기 위한 수작입니다. 그런데 두 분이 허락하셨단 말입니까?”

재차 같은 질문이 돌아오자 쿡은 직원들이 듣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게 다, 우리가 애플카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못 내서 그런 것 아닙니까! 4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성과가 하나도 없는 사업을 대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했겠습니까?”

“애플카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투자라고 보셔야…….”

“누가 그걸 모릅니까? 적어도 컨셉카 같은 가시적인 결과물이라도 냈으면 이 지경까진 안 됐을 것을!”

궈 페이는 물론이고 사무실 직원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쳐다본다. 쿡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저, 대표님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쿡은 궈 페이가 내민 손을 단칼에 쳐내고 사무실을 떠난다.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궈 페이는 서둘러 그를 따라가서 변명을 늘어놓는다.

“저희는 실물보다 자율주행이나 원격 제어 같은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그 자율주행도 테슬러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저희가 상용화만 늦었다뿐이지 정확도를 비교하면 압승입니다. 테슬러 자율주행의 정확도가 95% 수준이라면 저희는 99.5%가 넘습니다.”

빠르게 걸어나가던 쿡의 걸음걸이가 살짝 느려진다.

궈 페이는 이때다 싶은 마음에 래퍼처럼 혹할 만한 설명을 쏟아낸다.

“우리 기술은 커다란 라이다(LiDAR) 센서를 쓴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미 차량 내에 센서를 숨기는 기술도 마련해 뒀습니다.”

“비용 면에서 테슬러 쪽 기술이 저렴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대표님이라면 정확도 95%짜리 기술에 운전대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음…… 운전은 정밀한 쪽을 택할 것 같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장은 테슬러가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무조건 우리 쪽 기술이 이길 겁니다.”

어느새 쿡은 걸음을 멈추고 궈 페이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 역시 이번 테슬러모터스와 협업 결정이 내키지 않았던 탓이다.

‘테슬러와 협업하게 되면 우리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껏 애플사에서 자율주행에 투자한 비용은 못해도 50억 달러가 넘는다.

그렇게 큰돈이 하루아침에 손실 처리되면 쿡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대표님, 제가 생각해 둔 묘책이 하나 있습니다.”

“묘책?”

“이번 협업은 대주주 쪽에서 빠른 애플카 출시를 위해 결정한 사안이잖습니까?”

쿡은 재촉의 뜻으로 고갤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굳이 테슬러모터스와 협업을 고집하지 마시고, 다른 완성차 업체와 조인하면 어떻겠습니까?”

다른 완성차 업체는 자율주행 기술이 떨어지다 보니, 애플사의 소프트웨어 기술 그대로 채택할 공산이 컸다.

‘타 업체와 협업하면 초대형 프로젝트 실패의 책임에서 벗어나는 건 물론이고, 눈엣가시 같은 테슬러와 함께 일할 필요도 없게 된다.’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묘책이었다.

쿡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손가락을 몇 차례나 튕겨대며 말했다.

“협업 가능한 업체가 있는지, 최대한 빨리 수소문해 보세요.”

* * *

일개 유투브 채널에 오성전자 오너와 애플사의 고위 간부가 동시에 출연하면 어떻게 될까?

우스갯소리로 떠들 만한 일이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에…… 그러니까 전용택 부회장님은 애플사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 협업 관계가 되고 싶다는 말씀이로군요.”

“애플폰에 탑재되는 부품 중 30%를 오성전자가 납품하고 있습니다. 애플카 역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오호. 애플폰에 오성전자의 부품이 들어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30%나 되는 줄은 몰랐습니다.”

촬영은 대부분 전용택과 진행자가 떠드는 식이었고, 안젤라는 가끔 추임새만 넣는 정도였다.

언어도 언어지만 애초에 애플카 디자인 부서인 그녀가 답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그레이스 씨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애플카에 필요한 부품이 있다면 오성 제품을 쓸 의향이 있으십니까?”

“물론이에요. 우린 최고의 부품이라면 업체가 어디든 쓸 의향이 있어요.”

“어헛. 제가 너무 당연한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다음 질문은 신우혁 대표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썩 나쁜 그림은 아니다.

이 방송은 어디까지나 이슈몰이를 위한 홍보 프로그램에 가깝다.

그러니 오성전자와 애플사의 대결 구도가 나와서 관심도가 높아지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자, 이쯤에서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커피 필요하신 분은 말씀해 주세요.”

진행자와 촬영 스탭은 눈치껏 자리를 비켜준다.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하라는 뜻이었다.

기회를 잡은 전용택이 얼른 대화를 시도한다.

“신 대표님, 촬영 도중에 불쑥 찾아와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마음이 앞서는 바람에…….”

“저는 괜찮은데 안젤라 씨가 불편하실 것 같군요.”

안젤라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내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문제없어요. 어차피 방송일 뿐이잖아요.”

전용택은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본론을 꺼낸다.

“신 대표님께서 애플사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19.5%나 확보하셨더군요.”

“그렇게 됐습니다.”

“혹시 어떤 의미로 인수를 결정하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애플사를 장기적으로 투자할만한 회사라고 판단했습니다.”

전용택의 입에서 ‘아……’ 하고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저희가 애플사와 협력해서 오성에 해가 될까 봐 그러십니까?”

“절대 아닙니다. 그저 신 대표님의 안목에 든 업체니, 앞으로도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말은 모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다 알고 진행한 투자다.

애플사는 뛰어난 기기 성능과 명품에 버금가는 브랜딩, 그리고 강력한 소프트웨어로 승승장구하는 기업이다.

여기에 애플사에 충성스러운 팬덤은 그 어떤 기업도 모방할 수 없는 강점이었다.

‘사실상 스마트폰 분야에서 대체재가 없기에 애플사가 망하는 미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이후에도 지분과 투자 이야기가 쭉 이어진다. 전용택이 질문하면 내가 짧게 대답해 주는 식이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전용택의 질문이 안젤라 쪽으로 향했다.

“안젤라 씨의 직급이 본부장급이라고 하셨죠? 젊으신 분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색한 사이에 대화를 열기 위한 칭찬이었다. 그러나 받는 쪽에선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초면에 이름을 마음대로 부르시다니 불쾌하네요.”

“앗. 실례했습니다. 신 대표님이 그리 부르시기에 그만…….”

“이쪽은 특별 대우예요.”

안젤라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눈웃음을 친다.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온탕과 냉탕 수준으로 극단적인 터라, 솔직히 당황스럽다.

“음…… 제가 어째서 특별한지 모르겠습니다.”

“딱 보면 알아요. 대니얼은 첫 만남 때부터 특별해 보였어요. 적어도 저기 앉아 계신 평범한 사람보단 훨씬요.”

졸지에 평범남이 된 전용택은 충격을 받은 건지, 한참이나 입을 뻐끔거린다.

“납득이 안 됩니다. 오성그룹의 오너인 제가 어딜 봐서 평범한 사람입니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그쪽이 대니얼과 비교해서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신 대표님과 비교해서 더 특출난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두 사람의 쓸데없는 논쟁은 특별함에서 대중의 인지도로 갔다가, 나중엔 능력주의까지 번져갔다.

“내가 내 마음대로 능력을 판단하겠다는데 뭐가 불만이시죠?”

“그레이스 씨의 특별함은 허들이 너무 높으니까 하는 소립니다.”

“다이아몬드는 희귀해서 가치가 있는 법이에요. 흔했다면 큐빅과 비슷한 취급을 받았겠죠.”

두 사람의 대화는 끝날 기미가 없다.

슬슬 내가 개입해서 화제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는 엘론.

나는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간다.

-대니얼. 큰일 났습니다.

통화 시작부터 훅 들어온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 다시 확인한 뒤에 휴대폰을 고쳐 잡는다.

“무슨 일이기에 큰일입니까?”

-방금 애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전기차 협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다시 애플카를 자체 제작하겠답니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돌아가는 꼴을 보니…… 다른 완성차 업체와 협업하려는 것 같습니다.

다른 완성차 업체?

내 머릿속에 테슬러를 대체할 만한 완성차 업체는 딱 한 곳밖에 없다.

대현자동차.

그 외에는 아직 전기차 개발이 지지부진하거나, 품질을 믿을 수 없는 중국 업체가 전부였다.

“혹시 짐작 가는 업체가 있습니까?”

다행히 엘론의 입에서 나온 업체명은 대현이 아니라 전혀 예상 밖의 업체였다.

-제 생각엔 도요다가 유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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