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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코인 재벌-135화 (135/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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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코인의 연간 보상률을 현행 10.9%에서 7.2%로 조정한다.

단, 월말까지 보유한 물량에 한해서는 향후 3년간 10.9%의 보상률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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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TS컴퍼니가 제시한 전대미문의 공매도 대응책이 공개된 직후, 가상화폐 거래소에는 놀란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뤄졌다.

첫날에만 19%가 넘는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이틀째에 26%, 닷새째가 되는 날엔 34%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도토리코인의 시가 총액이 8000억 달러에 달했기에, 34%의 하락은 2700억 달러의 투자금이 증발한 셈이었다.

가상화폐 이슈에 민감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는 물론이고, 언론사에서도 이번 WHTS컴퍼니의 대응을 질타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WHTS컴퍼니의 분위기는 잠잠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했다.

삐빅. 삑. 삑.

상황실 벽면에 마련된 초대형 스크린엔 십여 개의 그래프가 요동친다.

그래프는 각 거래소에서 보유 중인 도토리코인의 물량을 나타낸다. 여기서 공매도 물량은 음수로 취급되기에, 공매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그래프는 내려가게 된다.

삑. 삑.

그래프가 가파르게 내려가는 듯하다가 다시 원래 지점으로 복구되고, 잠잠했다가 또 내려가길 반복한다.

그러다 특정 지점 이하까지 내려가면 경고음이 울린다.

삐이이이익!

상황실에 30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지만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일주일이 넘도록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기에, 이젠 모두가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대표님, 벌써 새벽 1시예요. 이젠 들어가서 쉬셔야죠.”

이소영이 다가와서 내 등을 떠민다.

그녀는 내가 병원 신세를 진 이후부터 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작 자신은 눈 아래에 시커먼 그늘이 져 있으면서.

“곧 거래소 측과 화상통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 건이 끝나면 들어가겠습니다.”

“그 일은 제가 남아서 처리할게요.”

“가상화폐의 기술적 설명이 필요하면 그래도 되겠지만, 이번 통화는 신뢰가 중요한 자리라서요.”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저로는 신뢰가 부족하다는 거네요.”

“당연한 겁니다. WHTS컴퍼니의 대표 이사는 저니까요.”

“그래도…….”

“그게 싫으시면 소영 씨가 대표 이사를 하시면 됩니다. 진지하게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소영은 화들짝 놀라서 두 손을 빠르게 내젓는다.

“제가 어떻게 회사 대표를 해요. 짓궂은 농담 좀 하지 마세요.”

“안 될 것도 없지요. 소영 씨는 초창기 멤버라는 명분도 있고, 가상화폐 핵심 기술도 가지고 있잖습니까.”

“그래도 절대 싫어요.”

“왜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표님 후임자가 되는 거잖아요. 어지간한 실적으론 대표님 발끝에도 못 미칠 게 뻔한데, 비교 받는다고 생각하면…….”

이소영은 양팔로 상체를 끌어안고서 소름 끼친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거 보이세요? 상상만 했는데 팔뚝에 닭살이 올라왔잖아요. 그럴 바엔 퇴사하고 말지.”

“아쉽네요. 소영 씨를 회사에 남겨놓고 저는 놀러 다닐 생각이었는데요.”

“어딜 도망가시려고 그래요. 제가 평생 WHTS컴퍼니의 종신 대표로 앉혀둘 거예요.”

둘이서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화상통화 할 시간이 됐다.

통화 장비가 준비된 회의실로 가서 전화를 받는다. 이미 거래소 측 사람들은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신. 무슨 일로 저희를 한자리에 모으신 겁니까?

-사람이 왜 그리 급해요? 가끔은 모여서 이야길 할 수도 있는 거지. 혹시 켕기는 거라도 있어요?

-지금 나더러 한 소립니까?

-제 발이 저린 도둑에게 한 소리예요.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모니터 속에서 쏟아진다.

처음엔 인사와 잡담으로 시작됐다가, 나중엔 경쟁 거래소끼리 말싸움으로 번지면서 더 개판이 된다.

삑.

일부러 마이크 볼륨을 잔뜩 올려서 소리를 냈다.

“여러분끼리 떠들고 싶으시면 따로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거짓말처럼 소란이 잦아든다. 덕분에 조용한 상태로 통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제가 여러분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이유가 궁금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긴장하실 일은 아니니 편하게 경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하게 들으라고 했으나 형식적인 멘트였을 뿐이다.

나는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목소리를 잔뜩 내리깔았다.

“최근 가상화폐 업계에 터무니없는 소문이 돌더군요. WHTS컴퍼니가 곧 공매도 금지 요청을 한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었습니다.”

거래소 대표들끼리 눈빛을 교환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눈친데 서로 미루는 모양새다.

그러다 거래소 3위인 코인스타 대표가 총대를 멘다.

-그게…… 진짜 헛소문이 맞습니까?

“당연히 헛소문입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공매도를 강제로 막아버리면 회사가 위기라고 떠드는 것과 마찬가지잖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나는 마이크를 툭툭 두드려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외부에서 추측성 소문이 나오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래소까지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화상전화가 연결된 8명의 거래소 대표 중, 한 명을 콕 집어서 말했다.

“코인토스의 피터 창 대표님, SNS에 도토리코인을 대신할 새로운 가상화폐가 필요하다고 쓰셨더군요.”

-오, 오해십니다. 저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떤 의도로 글을 쓰셨지, 상세히 말씀해보시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의미였지, 꼭 새로운 코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미 거래소에서 도토리코인을 대신할 새로운 가상화폐를 만든다는 소식은 가상화폐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금까진 무시하고 있었지만, 너무 대놓고 이를 드러내면 적당히 밟아줄 필요가 있었다.

“거래소 대표가 오해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이번 건은…… 실수였습니다.

“오해든 실수든 간에, 한 번만 더 비슷한 일이 제 귀에 들어오면 불이익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화폐 시가 총액 1위인 도토리코인이 거래를 끊어버리면 거래소로선 타격이 불가피했다.

그래서인지 코인토스 대표는 얼른 고갤 숙이며 사과부터 하고 본다.

-제가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피터 창 대표님이 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 제가 말은 안 했지만, 다른 거래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침묵하던 거래소 대표들 사이에서 헛기침 소리가 쏟아진다.

다들 필사적으로 내 시선을 피하기 바쁘다.

“도토리코인이 K스타코인처럼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걱정이 기우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준비해둔 차트를 화상통화 화면에 표시했다.

각 거래소에 쌓인 도토리코인 공매도 물량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차트였다.

“보시다시피 공매도 물량은 사태 초창기보다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내에 모든 거래가 정상화될 것입니다.”

-공매도 세력이 공격을 포기했단 말입니까?

“포기했다기보다 처음부터 그들이 노린 것은 도토리코인이 아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다음 차트로 넘어간다. 이번은 가상화폐 차트가 아니라 테슬러모터스의 주식 차트였다.

“공매도 세력은 처음부터 테슬러모터스를 노리고 가상화폐 판을 흔들었습니다. 그 증거로 테슬러모터스엔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죠.”

거래소 대표들은 전부 떫은 감이라도 씹은 듯한 표정이 됐다.

내가 말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거래소는 공매도 세력의 농간에 놀아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태를 이대로 넘기면 가상화폐 업계는 앞으로도 쭉 얕보일 공산이 큽니다.”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그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소스를 준비했습니다.”

-그게 뭡니까?

“곧 테슬러모터스의 3분기 컨퍼런스 콜이 있습니다. 그때 아주 특별한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여기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나는 일부러 히쭉 웃으며 말을 맺는다.

“관심 있으신 분은 미리 준비해 두시기 바랍니다.”

* * *

테슬러모터스의 3분기 실적발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테슬러는 올해 전기차 출고를 몇 차례나 미룬 데다가, 과도한 설비 투자와 해외 진출로 역대급 적자까지 예정돼 있었다.

여기에 최대 주주인 WHTS컴퍼니 이슈까지 더해졌으니.

이번 실적발표에서 유의미한 호재가 없다면 테슬러모터스 주가는 폭락 확정이었다.

“이제 5분 남았군.”

존 소로스는 곧 시작될 테슬러모터스의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 : 상장사가 기관투자가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자사의 실적과 향후 전망을 설명하기 위해 여는 전화회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인들은 서로 술잔 부딪히며 떠들어댄다.

“테슬러모터스의 목숨도 5분 남은 거나 마찬가지지.”

“이봐, 대니. 공매도 물량을 얼마나 넣었길래 그리 히쭉대는 게야?”

“200만 주.”

“오우! 오늘은 자네가 한턱내겠구먼.”

중년인들은 과거 소로스와 함께했던 동료들이다.

그 당시엔 다들 일개 트레이더였으나, 이젠 유명한 투자사의 대표나 회장직을 꿰차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쭉 듣고 있던 소로스가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그래도 세상에 절대란 없는 법이야.”

“자네답지 않게 왜 이러나. 공매도 물량이 6000만 주나 쌓인 시점에서 테슬러모터스엔 희망이 없어.”

“흠. 그렇다면 다행이네만…….”

상대는 정설을 말하고 있었으나 소로스는 여전히 찝찝함을 떨칠 수 없었다. 최근 테슬러모터스의 주가 흐름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가 테슬러모터스를 많이 보유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공매도 물량이 이만큼이나 쏟아지는 데 주가가 멀쩡할 수 있다니…… 음…….’

소로스가 잠시 딴생각에 잠긴 동안 테슬러모터스의 실적발표가 시작됐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테슬러모터스의 CFO 조지 로이드입니다. 바쁘신 가운데 테슬러모터스에 관심을 가지고 컨퍼런스 콜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부터 2017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시작하겠습니다.

음성통화로 진행되는 컨퍼런스 콜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평이한 내용으로 시작됐다.

발표된 3분기 경영실적은 모두의 예상처럼 과투자로 인한 적자가 발표됐고, 4분기 역시 전기차 출고 지연이 예상된다는 암울한 내용이 이어졌다.

“이쯤이면 테슬러는 끝났다고 봐야겠지?”

“그러게. 특별한 내용이 없구먼. 적어도 하나는 뭔가가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슬슬 끝장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던 와중에, 테슬러모터스 측에서 갑자기 발언자가 교체된다.

-반갑습니다. 저는 WHTS컴퍼니의 대니얼 신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어서 테슬러모터스의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겠습니다.

목을 축이던 소로스는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했다. 그만큼 그의 등장은 예상 밖의 깜짝 이벤트였다.

“대니얼 신? 그가 왜 여기서 나와?”

“가상화폐 쪽 상황이 안 좋다더니 읍소라도 하러 나온 건가?”

“일단은 들어보세나.”

다른 이들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자세를 고쳐잡고 이어질 그의 발언을 기다린다.

-저는 테슬러모터스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지금의 테슬러 전기차도 충분히 뛰어납니다. 하지만 더 우아하고 더 감성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면 테슬러모터스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알쏭달쏭한 발언의 연속이다. 듣고 있던 소로스와 그의 동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업그레이드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에 걸맞은 기업과 제휴가 필요하죠.

-우아하면서도 감성적인 기업.

-어디가 좋을까요?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이미 그 기업의 이름이 떠올라 있었으니까요.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그러다 단숨에 목소리가 쏟아진다.

-테슬러모터스는 애플사에 정식으로 모든 기술적 제휴를 제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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