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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코인 재벌-130화 (130/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30화

소로스 펀드의 선전포고 영향은 가상화폐 판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들의 타깃이 된 K스타코인과 KSC코인은 물론이고, 대장주인 비트코인, 그 외에 이름도 생소한 잡코인까지 폭락을 거듭했다.

가상화폐 시세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없자, 과열됐던 인터넷 분위기도 슬금슬금 반전을 맞이했다.

-최근 코인 글이 안 올라오네요? 며칠 전만 해도 인기글 상위권은 전부 가즈아 거리는 글만 올라왔잖아요.

└가즈아만 없어진 게 아니라 존버 거리던 애들도 귀신같이 사라졌음.

-가상화폐 전부 폭망인데 존버 소리가 나오겠음? 몇몇 코인은 아예 반 토막인디.

└반 토막이 뭐냐. 개잡코인은 반의반 토막 난 것도 수두룩해.

└반의반 토막이면 답도 없는 거 아니냐.

└답 없는 거 맞음. ㅇㅇ 지금쯤 대출 땡겨서 투자한 애들은 한강에 수온 체크하러 갔을 듯?

여론은 가상화폐 하락을 반기는 쪽이 주류였다.

그동안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워낙 어그로를 끌어둬서 동정 여론조차 나오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하락 6일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인터넷 분위기는 다시금 반전을 맞이했다.

[K스타코인 끄떡없다. 예정된 해외 세미나 그대로 진행하기로…… 자금 상황도 해결된 듯.]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온’ 가상화폐 결제 지원 준비에 박차.]

[K스타코인, 공식제휴 업체 공개 임박.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S사와 Y사 포함될 것으로 보여.]

[증권사 관계자 “가상화폐는 아직 저평가된 상태. 보유 지분 꾸준히 늘려나갈 것.”]

하나만으로도 시세가 출렁거릴 만한 대형 호재가 연달아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1달러가 깨졌던 K스타코인 시세도 복구되자, 숨을 죽였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다시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내가 뭐라고 했음? 존버하면 오른다고 했지? 어제 던진다고 난리 친 놈들 혀 깨물고 죽어라.

└아 씨... 내가 파니까 귀신같이 오르네.

-존버의 신이시여, 잠시지만 제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존버는 언제나 승리한다.

└다시 떡상 가즈아!

-으휴. 코인충들 또 기어 나오기 시작하네. 제발 다시 폭락해서 싹 사라졌으면.

* * *

내 시선은 한참 전부터 휴대폰 화면을 떠나지 못한다.

이미 마시던 커피는 다 식은 지 오래다.

“음…… 흐름이 안 좋아.”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이소영이 살그머니 질문해온다.

“어떤 흐름이 안 좋단 말씀이세요?”

“SNS와 커뮤니티 분위기요.”

“아…….”

“어제까지만 해도 가상화폐 이슈가 잦아들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인터넷을 뒤덮고 있습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투자 상품이라면 한낱 인터넷 반응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가상공간인 인터넷에서 쓰이는 화폐인지라, SNS와 커뮤니티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여론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죠. 언론사에서 작정하고 기사를 쏟아부었잖아요.”

이소영이 말을 맺자마자, 바로 옆자리에 앉은 보안팀의 넬라가 의견을 낸다.

“이번 여론 반전은 언론보다 증권사가 주도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들이 이틀 사이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2천억 원에 달합니다.”

“2천억 원? 그게 진짜야?”

“확인된 금액만 2천억 원이야. 다른 루트로 추가 투자가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세가 하루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반등한 이유가 있었구나.”

솔직히 놀랐다. 이번 사태에 증권사가 여럿 엮여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과한 액션이 나올 줄이야.

‘재벌가 비자금이 날아가는 꼴은 못 본다는 건가.’

이유가 뭐든 간에 팩트는 시세 하락이 멈췄고 여론도 돌아섰다는 거다.

이대로 어영부영 시간이 끌렸다가 공매도 만기일이 도래하면 소로스 펀드는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이번 공매도 공격이 실패하면 K스타코인은 기세가 등등해져서 더 빠르게 체급을 불려 나갈 겁니다.”

“지금보다 홍보 세미나 횟수를 늘리고, 광고도 공격적으로 집행하겠네요.”

“그렇겠죠.”

여기서 대화가 끊기자 불편한 침묵이 이어진다.

이소영은 이런 분위기가 싫은지 억지로 텐션을 올렸다.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죠. 그들이 가상화폐 운영을 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K팝과 가상화폐 연계를 잘해서…….”

“그들이 어떤 운영을 하더라도 K스타코인의 뿌리가 비자금 조성 용도라는 것은 변치 않습니다.”

잠시 이야기에서 빠졌던 넬라도 내 말에 동의하고 나선다.

“그들의 가상화폐는 사전 발행 코인을 추적할 수 없게 만들었어. 굉장히 미심쩍은 부분이지.”

“그게 사실이면 투자자들이 공개를 요청하지 않았을까?”

“이미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K스타코인 측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뭉개버렸어.”

이소영의 새하얀 이마에 주름이 진다.

“투자자들은 어째서 그런 불확실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거야? 이해할 수 없어.”

“그들은 코인 시세 등락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야.”

“시세에 관심이 있으면 더 민감하게 반응했어야지! 사전 발행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코인 시세가 박살 날 거야!”

재벌가 비자금이면 규모가 어마어마할 텐데, 그 정도 물량이 일시에 시장에 쏟아지면 시세가 박살 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매도 물량을 받아줄 거래소는 없어. 있다고 해도 거래소에서 먼저 이상을 눈치채고 해당 가상화폐의 거래를 정지시킬 거다.’

그때가 되면 피해자는 누가 될까? 가상화폐 개발사? 초기 투자자? 아니면 거래소?

전부 틀렸다. 모든 피해는 마지막까지 가상화폐를 쥐고 있던 개인 투자자가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될 거다.

“증권사의 추가 매수로 일정에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저는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요?”

“그들 덕분에 개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타이밍이 생겼으니까요.”

이소영은 잘됐다며 손뼉을 마주쳤지만, 넬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유지한다.

“개인 투자자는 비이성적입니다. 그들은 물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 않는 이상, 탈출하지 않습니다.”

“저도 압니다.”

“알면서 왜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하십니까?”

“가끔은 비효율적임을 알아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법입니다.”

“누굴 위해서입니까? 탐욕에 눈이 먼 투자자를 구제해 주기 위해서?”

그녀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답을 갈구한다.

“아뇨. 오롯이 저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 * *

테일러는 최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일정을 쳐내고 있었다.

한쪽으론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서 투자자를 달래고, 다른 한쪽으론 증권사 임원들과 접촉, 짬 날 때마다 언론사 인터뷰까지 소화했다.

노력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아직 소로스 펀드의 공매도 공격이 한창임에도 K스타코인 시세는 빠르게 복구되고 있었다.

-이번 무대는 국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돌 그룹입니다. KDU보이즈 나와주세요!

K스타코인 측은 잠시 중단됐던 홍보 세미나도 다시 개최했다.

지금껏 해왔던 그 어떤 홍보 세미나보다 더 화려하면서도 더 성대하게 치러지는 행사였다.

기존엔 A급 가수들을 두 세팀 정도 섭외했었다면, 이번 행사엔 공연비가 4억에 달하는 S급 가수들이 대거 출현했다.

가수들의 행사 무대가 끝나면 바로 유명 배우들의 축사가 이어진다.

배우 역시 기존보다 급이 높거나, 아니면 이름난 원로 배우를 섭외했다.

‘행사비를 얼마나 쓰든 상관없어. 소로스 펀드의 공매도 만기일까지만 버티면 돼.’

앞으로 단 5일.

이미 급한 불을 껐기에 가만히 기다려도 될 일이지만, 테일러는 이참에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K스타코인은 공매도 따위에 무너지지 않는다고.

게다가 공매도 세력이 그 유명한 소로스 펀드라면, K스타코인의 평가는 단숨에 최상위권 가상화폐급으로 치솟을 것이다.

-다음으로 K스타코인을 이끄는 리더, 테일러 킴 대표님을 모시겠습니다.

어느새 그의 차례가 됐다.

테일러는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무대 위로 올라간다.

“테일러! 테일러! 테일러! 테일러!”

“믿고 있었습니다, 대표님!”

“K스타코인 떡상 가즈아!”

객석에서 그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인파가 그의 이름을 목 놓아 소리치고 있었다.

테일러가 화답의 뜻으로 손을 들어 보이자 객석의 외침은 더 격렬해진다.

“발언에 앞서, 저를 믿고 이 자리까지 와주신 투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객석에서 다시 함성이 쏟아진다. 모르는 사람이 이 모습을 봤다면 사이비 종교 행사인 줄 알았을 거다.

그 뒤로 테일러는 늘 하던 레퍼토리를 늘어놓는다.

몇 번이나 들었던 내용인지라 투자자들이 슬슬 지루함을 느낄 때쯤, 테일러는 마이크를 분리해서 무대 앞으로 걸어 나간다.

“오늘은 투자자분들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K스타코인이 발행된 이후로 가장 스페셜한 소식일 것입니다.”

객석에서 다시 강렬한 눈빛이 쏟아진다.

테일러는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다가 말을 잇는다.

“K스타코인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당당하게 이겨냈습니다. 일종의 성장통을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쯤 전 세계가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K스타코인이 세계로 뻗어 나갈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테일러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치켜든다. 그러자 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에서 준비된 영상이 재생된다.

-K스타코인 앱을 소개합니다. 이 앱은 K팝 엔터테인먼트의 모니터링부터 결제, 관리, 미팅, 행사 참여, 투자. 모든 과정을 전 세계에서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객석에서 감탄사가 연달아서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개된 영상은 애플사 홍보 영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매한 것들아 마음껏 흥분해라. 마음껏 찬양하라.’

테일러는 영상에 넋이 나간 투자자들을 보고 비웃음을 흘렸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어디까지나 홍보용 영상일 뿐, 아직 전용 앱은 개발의 첫 삽도 뜨지 않았다.

그럼에도 곧 출시될 것처럼 바람을 넣는 이유는 며칠 뒤에 있을 공매도 만기를 의식한 것이었다.

이번 공매도 위기만 해결되면 모든 게 OK였다. 이후에 앱 출시는 적당한 핑계를 대서 연기하면 그만이다.

웅성. 웅성. 웅성.

준비된 두 번째 영상이 막 시작되려고 할 때, 행사장 한편에서 소란이 들려온다.

아까까지 들려왔던 감탄이나 호응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당황이 묻어나는 웅성거림이었다.

“무슨 일이야?”

테일러가 무대 뒤편 스탭들에게 물었으나 그들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러다 객석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려온다.

“이게 뭐야? 어? 어? 어?”

“안 돼!”

“엄마야. 나, 어떡해!”

놀란 목소리는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객석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이젠 객석에서 영상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휴대폰을 꺼내서 쳐다보거나, 아니면 바삐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바쁘다.

그때 스탭 한 명이 허겁지겁 무대 위로 뛰어 올라온다.

“대, 대표님. 무슨 사고가 터진 것 같습니다.”

“사고라니? 무슨 소리야?”

스탭은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리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준다.

화면에는 퍼렇게 물든 K스타코인 차트가 떠 있었다.

“0.7달러?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문제없었잖아? 이거 잘못된 거 아냐?”

“0.7달러는 문제가 아닙니다. 차트를 잘 보시면…….”

“젠장. 똑바로 알아듣게 말해!”

테일러는 답답한 나머지 스탭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챈다.

그리고 다시 화면을 살피는데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실시간 차트가 멈춰있었다. 화면을 터치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먹통인데? 휴대폰 고장 났어?”

“휴대폰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 파란색이던 K스타코인의 차트가 회색으로 바뀐다. 그걸 본 테일러의 얼굴색도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이거 뭐야? 설마, 거래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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