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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코인 재벌-114화 (114/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14화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미국 대선 결과. 공화당 후보인 도날드 트럼프 당선! 청와대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 예정.”]

[트럼프 당선 축하 파티에 초대받은 두 사람. 오성그룹 전용택 부회장, WHTS컴퍼니의 신우혁 대표. 사실상 개국 공신으로 인정받아.]

[트럼프 당선으로 오성전자 주가 8% 급등!]

[오성전자의 디트로이트 공장 건설이 신의 한 수 되나? 전용택 부회장 “트럼프 당선인과는 긴밀한 관계. 앞으로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한국 언론사의 뉴스는 트럼프 당선보다 오성그룹 띄워주기 광고로 도배되고 있었다.

최근 이런 뉴스가 부쩍 많아진 이유는 국정농단 사태에 재벌가가 연루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검찰 선생님들, 이쯤 했으면 끝냅시다. 언제까지 시간 낭비하고 있을 겁니까?”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희가 최대한 빨리 끝내드릴 테니까 조금만 더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전용택이 투덜거릴 때마다 마주 앉은 검사들은 긴장해서 머리를 조아리기 바쁘다.

들끓는 여론 때문에 재벌 총수를 소환하긴 했지만, 감히 건드릴 수 없으니 이런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아니면 휴게실에서 잠시만 쉬고 계시겠습니까? 그동안 저희가 서류를 다 만들어 두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물을 것만 묻고 빨리 끝냅시다.”

“저희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너무 빨리 끝내면 그게 또 문제가 되는 터라…….”

전용택은 어쩔 수 없이 휴게실로 걸음을 옮긴다.

검찰청 입구에는 기자들이 쫙 깔려 있어서 나가질 못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끼익.

휴게실에는 먼저 도착한 재벌 총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오. 전용택이. 자네도 왔구먼.”

대현그룹의 수장인 이태석 회장이 아는 체를 해온다.

“안녕하십니까, 이 회장님.”

“그래. 요즘 힘든 일은 없고?”

“예. 없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털어놓게나. 내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 테니까.”

오성그룹과 대현그룹은 오랜 앙숙 관계였다.

그래서 이태석은 원래 전용택을 봐도 투명 인간처럼 취급하곤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살갑게 굴고 있었다.

“거참, 사람 앞날은 알 수 없는 게야. 그 건강하던 무홍이가 이렇게 쓰러질 줄 누가 알았겠나?”

주변을 살피던 이태석은 은근슬쩍 본론을 꺼내놓는다.

“그나저나 이번에 자네가 트럼프를 만나고 왔다며?”

“그렇습니다.”

“대체 어떻게 트럼프 눈에 든 게야? 오성전자는 디트로이트 투자에도 후발주자로 들어갔다고 들었네만.”

오성전자는 테슬라의 부품 협력사라는 포지션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 과정은 순전히 WHTS컴퍼니의 힘이었으나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해줄 이유는 없었다.

“다 같이 후발주자로 들어갔어도 우리 오성은 타 업체와 격이 다릅니다.”

“격이라니?”

전용택은 다른 재벌 총수들도 잘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에 힘을 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가전, 휴대폰, 메모리 등. 오성의 모든 제품이 미국에선 고품질로 유명합니다. 그런 회사가 공장을 짓겠다는데 당연히 우대해 줘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흠흠. 뭐, 그렇다 칩세.”

지금껏 전용택은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해왔기에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조롱을 들으며 살아왔다.

그랬던 그의 평가는 불과 몇 달 사이에 180도 뒤집혔고, 요즘은 유능한 총수 소리까지 듣고 있었다.

“아 참, 대현도 디트로이트에 공장을 짓는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지원 이야기는 못 들으셨습니까?”

“아직은…….”

“이것 참 안타깝군요. 대현의 명성이 미국에선 부족한가 봅니다.”

이태석 회장이 발끈해서 눈을 부라린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표정이 싹 바뀌게 된다.

“제가 살짝 도와드리면 어떻습니까?”

“어떻게 말인가?”

“트럼프 대통령께 후발 참여 업체들까지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제안해 보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전용택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그럴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그저 자신을 얕잡아보지 못하도록 지껄인 허풍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듣는 쪽에선 트럼프 파티까지 초대받은 그가 한 말을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오오! 정말 그래 주겠나?”

“우리가 한국 내에서는 경쟁하더라도, 해외에 나가서는 서로 돕고 지내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고맙구먼. 정말 고마워. 하하핫.”

이태석은 어찌나 좋았으면 입이 귀에 걸렸다.

이쯤 되자 옆에서 이야길 듣고 있던 다른 재벌 총수들도 슬금슬금 이쪽으로 다가온다.

“우리도 마침 해외공장이 필요하던 참인데…….”

“주 정부에서 지원을 얼마나 해준답니까? 공장 부지만? 아니면 세금 면제나 인센티브도 있습니까?”

“저, 저희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을 늘 무시하기만 했던 재벌 총수들이 숙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짜릿해서 심장이 저릴 지경이었다.

전용택은 앞으로도 자신이 쭉 이런 지위를 유지하길 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을 메이킹한 장본인, 신우혁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 * *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은 나날이 최악을 경신하고 있었다.

초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거리에는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청년과 몸을 파는 창녀, 그리고 굶주린 아이들로 가득했다.

국가에서 식량을 배급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시민들은 나무껍질이나 길가에 잡초를 뜯어 먹거나 동물원의 동물까지 잡아먹고 있었다.

국가가 이런 최악의 상황임에도 베네수엘라의 맥 마두로 대통령의 얼굴에는 그 어떤 걱정도, 고민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대통령 궁에 틀어박혀서 매일 웃고 떠들며 파티를 즐길 뿐이었다.

“오늘은 유독 고기 맛이 좋구나. 아니, 너희가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마두로는 스테이크를 크게 잘라서 입에 쑤셔 넣는다.

고기를 씹는 동안에도 양옆에 헐벗은 여인들의 가슴을 번갈아서 주무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와인.”

그의 한 마디에 검붉은 와인이 준비된다. 한 병에 50만 달러가 넘는 초고급 와인이었다.

극심한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사치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었지만 대통령인 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었다.

“으음. 향이 좋아. 프랑스산 와인이라 그런가? 이번에 나가면 똑같은 놈으로 더 사둬야겠군.”

“대통령님, 저도 맛 좀 볼래요.”

“기다려 봐. 내가 먼저 머금고, 그다음 입으로 넘겨주지.”

그들이 서로 물고 빨고 난리를 치는 동안, 업무 보고를 하러 왔던 재무장관은 썩은 표정이 돼 있었다.

참다못한 장관이 입을 뗀다.

“대통령님, 혹시 인터넷에 식사 사진을 올리셨습니까?”

“그게 왜?”

“그 사진 때문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서민들은 굶고 있는데 대통령님은 값비싼 스테이크와 와인을 마신다고요.”

마두로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스테이크를 한 점 더 입에 넣는다.

“대통령인 내가 스테이크도 마음대로 못 먹는단 말이야?”

“그건 아니지만, 사진은 좀…….”

“멍청한 것들. 동네방네 돈 없다고 광고할 일 있어? 내가 적당히 사치를 부려야 주변국에서 우리나라를 무시하지 않는 거야.”

옆에서 꼬물거리던 여인들이 손뼉을 쳐가며 맞장구친다.

“그래도 인터넷에 사진 업로드는 자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번 선거 이후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여론이 안 좋으면 어쩔 거야? 어쩌지도 못하는 것들이.”

베네수엘라의 야당은 마두로 해임 건으로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친정부 성향의 선거위원회와 대법원이 마두로의 손을 들어주면서 투표는 개시도 못 해보고 무산됐다.

“군부만 우리가 쥐고 있으면 아무 문제 없다니까? 그러니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시킨 일이나 잘해.”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잠시.”

대통령은 양옆에 끼고 있던 여인들에게 한 번씩 입을 맞추고는 엉덩이를 두드린다.

밖에 나가 있으라는 신호였다.

헐벗은 여인들이 나가고, 재무장관과 둘만 남게 되자 그는 한껏 목소릴 낮춘 채 말했다.

“고액권 신규 발행은 어떻게 됐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이미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각해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올해 베네수엘라는 1,220%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이미 국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기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새로운 고액권을 찍어서 위기를 넘길 생각이었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내년만 넘기면 되는 거니까.”

마두로는 유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유가만 오르면 외화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외화가 있으면 경제난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었다.

“하필이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딱 유가가 폭락해서는. 쯧쯧.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잠시 후, 거구의 총리가 대통령실로 들어온다. 그는 여기까지 달려온 건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대통령님. 방금 오펙(OPEC : 국제 석유수출국기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마두로와 재무장관은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쪽에서 뭐래? 동결이야? 아니면 감산?”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비가입국들도 감산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답니다!”

“옳거니! 당연히 그래야지!”

오펙에서 원유 생산을 감산하면 시중에 풀리는 원유가 줄어들어서 유가는 자연히 오르게 된다.

오매불망 유가 상승만을 기다렸던 베네수엘라로선 쾌재를 부를 소식이었다.

“중지시켰던 시추라인들, 전부 돌릴 준비 해둬. 유가 올라가기 전에 미리 쭉쭉 뽑아 올리는 거다.”

마두로는 벌써 돈을 손에 쥐기라도 한 것처럼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그러나 장관이 여기서 초를 쳐 버린다.

“대통령님, 외람된 말씀이오나 추가로 시추라인을 돌릴 여력이 없습니다.”

“그게 뭔 소리야?”

“급여 문제로 시추라인 기술자들이 대거 해외로 떠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시추라인을 최대한 가동해도 33%밖에 되지 않을 듯합니다.”

사방에 기름이 넘쳐나는데 사람이 없어서 퍼 올리질 못하다니.

이것이 베네수엘라가 처한 현실이었다.

“썩을, 유가가 올라도 생산량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잖아. 지금이라도 기술자를 만들어봐.”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반년. 숙련자는 2년 이상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 답답한 것들아! 그걸 알면 미리미리 준비했어야지!”

기술자 교육은 항상 하고 있었다. 교육이 끝나는 족족 해외로 도망가 버려서 문제일 뿐.

“해외 업체에서 기술자를 데려오는 건 안 되나? 돈을 많이 주면 될 거 아냐.”

“한두 명은 가능하나, 기업 단위의 전문 기술자 팀 영입은 미국의 제재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망할 또 미국이야? 그 빌어먹을 깡패 새끼 때문에 되는 게 없어.”

마두로가 혼자서 욕지기를 내뱉는 동안, 잠자코 있던 총리가 의견을 낸다.

“아니면 이참에 미국을 설득해 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미국 대통령이 새로 뽑혔잖습니까.”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라는 걸 잊었어?”

“그는 공화당 정치인이기 전에 사업가입니다. 우리가 로비로 적절한 대가를 주면 제재를 풀어줄지도 모릅니다.”

평소라면 코웃음을 칠 소리였으나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만큼 상황이 절박했다.

“알겠다. 내가 직접 트럼프와 만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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