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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코인 재벌-106화 (106/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06화

[도토리코인을 비난하는 인터넷 방송에 WHTS컴퍼니 대표 이사가 직접 나타나서 토론을 제안하다!]

인터넷 방송은 공신력이 없는 개인 방송이다. 즉, 방송에서 무슨 말을 떠들든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대표가 직접 나서 버렸으니, 인터넷 방송인들은 더 기세등등해져서 날뛰기 시작한다.

-대표가 직접 나서서 토론을 제안하다니. 히야~ 높으신 분께서 우리 같은 핫바리들에게 어째서 토론을 제안했을까? 뻔하잖아! 쫄리는 게 있어서 그러지. 아니면 방송에 나오기나 했겠어? 쌩까 버렸겠지!

-제가 아는 거래소에서 직접 들은 팩트입니다. 이미 도토리코인에서 돈이 쭉쭉 빠지고 있답니다. 당장은 돈 부어서 메꾸고 있지만 그것도 얼마 못 버틴다네요.

-대표가 직접 토론한다는 거? 제가 봤을 땐 시간 버는 거예요. 지금쯤 차곡차곡 뒤로 돈 빼돌리고 있겠죠. 아니라고요? 아니면 내 방송에도 나와서 해명해보던가! 헤이! 대니얼 신, 듣고 있나? 겁쟁이가 아니라면 빨리 나와! 컴온! 나랑도 토론하자고!

인터넷 방송엔 어딜 가나 도토리코인과 WHTS컴퍼니를 욕하는 방송이 가득했다.

그쪽 방면으로 시청자가 모이다 보니, 방송인들은 가짜 뉴스까지 풀어가며 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아휴, 이 승냥이 같은 새끼들. 뭐 하나 건수만 나오면 우르르 몰려와서 물어뜯는다니까.”

범람하는 비방 방송을 보고 비웃음을 흘리는 사내는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코인도령이었다.

그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왜 저렇게 난리를 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얼마 전까진 저들과 마찬가지로 구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늘려보려고 발악했으니까.

그러나 이젠 저렇게 구질구질해질 필요가 없었다.

스윽.

그는 자신의 인터넷 방송국 구독자 숫자를 확인하고는 히쭉 이를 드러낸다.

이미 구독자는 80만 명을 넘기고 있었다. 이번 사태 한 방으로 구독자가 2배가 뛴 것이다.

‘이번 토론만 무사히 해내면 100만 구독자도 꿈은 아니야. 나도 대기업 방송인이 되는 거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토론 때 확실히 상대를 찍어 눌러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토론은 상대가 먼저 제안했으니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을 터.

코인도령은 그런 사지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들 만큼 우둔하지 않았다.

* * *

저녁의 길목에 접어든 느지막한 오후.

불이 꺼져서 컴컴한 술집 테이블엔 6명의 사내가 둘러앉아 있다.

이들은 가상화폐 방송을 업으로 삼는 인터넷 방송인들이었다.

“다들 모인 것 같군.”

테이블 중앙에 앉은 사내가 말을 꺼내자 딴짓을 하던 사내들이 일제히 주목한다.

그의 방송 아이디는 제이콥.

가상화폐 방송인들의 수장이었다.

“다들 들었겠지만, 코인도령 덕분에 우리 패밀리 멤버 전원이 토론에 참석하게 됐다.”

바로 박수가 터져 나온다. 코인도령은 어깨를 쫙 펼치며 말을 받는다.

“에헴. 한솥밥을 먹는 사이끼리 당연히 돕고 살아야지요.”

“정말 잘했어. 이번 토론으로 우리 패밀리는 메이저 방송으로 올라설 기틀을 마련하게 된 거야.”

“이게 다 제이콥 형님이 판을 잘 짜주셔서 그렇습니다. 도토리를 공격하니까 반응이 바로 나오잖습니까.”

도토리코인의 약점은 국내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제이콥과 인터넷 방송인들은 그 점을 노리고 전문적으로 사람을 모아서 여론몰이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은 단기간에 엄청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이번 토론은 천재일우의 기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토론에서 이기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줘야 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동아리 놀리는 건 우리 전문분야 아닙니까.”

“방심은 금물이야. 상대도 전문가들의 훈련을 받고 나올 거다.”

제이콥은 테이블에 서류 뭉치를 올려놓는다. 마치, 법전을 복사해둔 것처럼 두께가 엄청났다.

“이게 다 뭔가요?”

“이번 토론 때 나올 만한 예상 질문과 답변이다. 위기 때는 어떤 말을 꺼낼지도 준비해 뒀으니 외워두면 도움이 될 거다.”

방송인들은 두꺼운 서류의 양에 기가 질렸다는 표정이다.

“다 외우라는 소리가 아니야. 각자 파트를 정해뒀으니까 그 부분만 확실히 기억해 가라고.”

“안 외운 질문을 받으면 어쩝니까?”

“그땐 다른 사람이 토론 도중에 끼어들어서 답변해주면 돼. 상대는 한 명이지만 우리는 여섯, 토론에서 머릿수는 엄청난 이점이거든.”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방송인들.

제이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확실한 팁을 그들에게 내놓는다.

“토론 도중에 밀린다 싶으면 목소리부터 키워. 그러고는 우리 말이 맞다고 단체로 우겨버리는 거다.”

“그러다 잘못된 정보가 나오면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토론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어. 누가 이기는지 승패가 중요할 뿐이지.”

“아…….”

그때였다. 구석 자리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사내가 불쑥 질문을 던진다.

“저, 저기. 인기를 얻는 건 좋지만, 이러다가 WHTS컴퍼니 측에서 고소라도 하면 어떡하죠?”

고소라는 말이 나오자 제이콥은 코웃음부터 친다.

“토론까지 제안했으면서 고소로 입을 막겠다고? 그랬다간 인터넷 여론이 어떻게 될 것 같아?”

“나빠지겠지요.”

“나빠지는 정도로 안 끝나지. 아주 개 박살이 날 거다.”

제이콥은 반쯤 남은 술병을 털어먹으며 말을 잇는다.

“크으. 가상화폐 업계에선 우리 패밀리가 곧 언론이나 마찬가지야. 대기업이나 정부에서 언론사 건드리는 거 봤어?”

“아, 아뇨…….”

“그러니까 안심하란 거다. 가상화폐 개발사들은 절대 우리에 어쩌지 못하니까.”

* * *

한국 대학교 소공연장.

앞으로 한 시간만 지나면 이곳에서 가상화폐 끝장토론이 시작된다.

워낙에 이목이 쏠린 토론회다 보니 준비를 이것저것 많이 했다.

행사장의 뒤편엔 대형 스크린을 달았고, 실제 토론장처럼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했으며, 실시간 방송 장비도 들여놨다.

“음.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요.”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을 따라온 이소영이 맞받아친다.

“뭐가 나쁘지 않아요. 최악인데요.”

“어디가 최악이라는 거죠?”

“장소도 최악. 참석자도 최악. 토론회 전체가 다 최악이에요.”

그녀는 눈을 잔뜩 흘기다가 ‘흥’ 소릴 내며 고갤 돌려 버린다.

“왜 그리 화가 났어요?”

“기가 막혀서 그래요. 토론 상대가 전문가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관심을 끌려고 헛소릴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습니다. 헛소리도 우르르 모여서 떠들어대면 진실처럼 들리는 법이죠.”

“그래도 대표님이 직접 나설 필요까진 없잖아요. 다른 논객을 내세우거나, 아니면 제가 나서도 됐어요.”

이소영은 이미 몇 차례나 자신이 대신 토론장에 서겠다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나는 한사코 그녀의 대타를 거절했다.

“대표인 제가 직접 나섰으니까 이렇게 화제가 된 겁니다.”

“그래도…….”

그녀는 흘깃 무대 쪽을 쳐다본다. 무대에는 6개의 탁자가 중앙 탁자를 포위하듯이 배치돼 있었다.

“우리 쪽에 사람이라도 더 채우는 건 어떠세요? 인터넷 방송인들이 쪽수로 몰아붙이면 제대로 된 토론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걱정 마세요. 저 혼자서 충분합니다.”

“아으…….”

이소영은 발을 동동 구른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내가 아니라 그녀가 무대에 오르는 줄 알았을 거다.

그렇게 대화를 쭉 이어가던 도중, 행사장 입구에서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야, 진짜 토론장처럼 만들어 놨네? 방송 장비도 다 깔아뒀어.”

“이래서 돈은 많고 봐야 한다니까요.”

“기껏 돈 써서 세팅해두고 망신만 당하면 얼마나 열 받을까. 진짜 고소 때리는 건 아니겠죠?”

행사장 입구로 토론에 나설 인터넷 방송인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저마다 손에 두꺼운 서류철을 끼고 있는 걸 보니, 저쪽도 만반의 준비하고 온 듯했다.

“대표님…….”

옆에서 이소영이 불안한지 내 옷깃을 잡아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아주며 말했다.

“다 잘될 겁니다. 저를 믿으세요.”

* * *

무대에 토론회 선수들이 오른다.

내가 중앙에 있는 탁자로, 나머지 6개의 탁자 앞엔 인터넷 방송인들이 자릴 잡았다.

“생방송 5분 전! 마지막으로 점검해 주세요!”

진행 요원의 목소리가 나오자 방송인들은 다시금 서류철을 펼쳐 들었다 접길 반복한다.

나는 그동안 손목시계만 한 번 확인하고는 눈을 감았다.

‘음, 이상하다. 왜 긴장이 안 되지?’

잠시 후면 수백만 명의 사람 앞에서 라이브 쇼를 해야 할 텐데, 이상하리만치 긴장이 안 된다.

너무 긴장해서 감각이 마비된 걸까? 그렇다기엔 머리가 너무 쌩쌩하다. 이런 걸 보고 무대 체질이라고 하나 보다.

‘잘 된 거야. 뻔뻔하게 나가는 게 좋으니까.’

이윽고 토론장 단상 위로 진행자가 올라온다. 그는 나와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마이크를 들었다.

“전 세계의 가상화폐 투자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가상화폐의 미래에 관한 끝장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조명이 본격적으로 우리가 있는 쪽을 비춘다.

“먼저 참가자 소개부터 드리겠습니다. 도토리코인의 개발사로 유명한 WHTS컴퍼니의 신우혁 대표님입니다.”

무대에 관객이 없었기에 호응도 없다. 무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카메라만이 부지런히 움직일 뿐이다.

이어서 참석한 인터넷 방송인들의 소개까지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된다.

“첫 번째 토론 주제는 가상화폐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여기엔 도토리코인뿐만 아니라 다른 가상화폐도 논의할 수 있습니다. 발언을 원하시는 분은 탁자에 놓인 버튼을 누르시면…….”

진행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삑!’하고 버튼이 눌러진다.

“성격이 급한 분이 계셨네요. 코인도령님이 발언을 신청하셨습니다.”

그는 나를 쳐다보며 도전적인 눈빛을 보낸다. 대놓고 찍어 누르겠다는 의미였다.

“저는 도토리코인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금이나 비트코인과 달리, 도토리코인은 개발사에서 무제한 찍어낼 수 있다는 점이…….”

한 놈이 지겹게 떠들어대다가, 발언이 끝났다 싶으면 다른 놈이 바톤을 이어받는다.

토론의 룰이 모두가 마음껏 발언할 수 있는 끝장 토론이었기에, 서로 얼굴을 더 많이 비춰보겠다고 버튼을 눌러대기 바쁘다.

그들이 의미 없이 떠드는 동안, 내 시선은 토론장 스크린에 뜬 시청자 숫자에 가 있었다.

320만 명.

“이번은 존버고수님의 발언 차례입니다.”

370만 명.

“도토리코인은 폰지사기와 유사한 구조로서…….”

410만 명.

“이러이러한 이유로 도토리코인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460만 명.

“이미 자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이라도 WHTS컴퍼니 측은 투자자들에게 진실을…….”

500만 명.

이쯤이면 충분한 시청자가 모인 것 같다.

이제 이 바보 같은 연극을 끝낼 시간이었다.

툭.

내가 신호를 보내자 토론장의 모든 마이크가 꺼진다. 발언 중이던 방송인은 갑자기 소리가 안 나오자 어리둥절한 표정이 돼 있었다.

나는 유일하게 작동하는 마이크를 들고서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간다.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토론할 생각으로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닙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떠들고 싶어서 나온 것이죠.”

방송인들은 그제야 마이크를 끈 것이 나라는 것을 알고 소릴 질러댄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내 할 말을 이어간다.

“자, 이젠 공수를 바꿔서 제가 방송인처럼 폭로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열심히 해명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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