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105화 (105/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05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를 여는 월요일의 모닝 토픽. 저는 진행자 김은주입니다.

-발로 뛰는 기자 유명운입니다.

-유 기자님, 오늘은 다소 파격적인 소식을 가져오셨다죠?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기자가 대형 스크린을 톡 두드리자 까맣던 화면이 켜진다.

화면엔 [게임만 하면 가상화폐를 준다?]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가상화폐면 돈이잖아요? 그걸 게임만 하면 주나요?

-맞습니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는 소식인데요. 하지만 발언한 사람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발언을 했나요?

-WHTS컴퍼니의 신우혁 대표입니다.

-아! 도토리코인의 그 회사네요.

-그렇습니다.

대형 스크린의 화면이 전환된다. 이번엔 동영상 SNS인 와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WHTS컴퍼니는 이미 자사 플랫폼에서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했었고, 아직도 그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셜 채굴이라고 했던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SNS가 아니라 게임의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준다고 공표한 것입니다.

-반응은 어땠나요?

-그의 SNS가 게시되고 반나절 만에 1,00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좋아요를 눌렀고, 게시글은 80만 번이나 공유됐습니다.

-놀랍네요! 좋아요가 1,000만 개나 나오다니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게임의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겠다는 사람 숫자가 무려 2,200만 명으로…….

진행자는 진심으로 놀란 건지 ‘끽!’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2,200만 명이라고요?

-어제 기준으로 2,200만 명이었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더 늘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뽑은 인원은 4만 명이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게임 테스터 지원에 그만한 사람이 몰릴 수 있죠?

-기존 소셜 채굴에 참여한 사용자가 대거 몰렸습니다. 특히 남미 지역에선 접속자가 폭주해서 해외망에 통신 장애가 왔다고 합니다.

-대체 그 게임을 하면 어떤 식으로 가상화폐를 주는 건가요?

대형 스크린에서 배틀로얄 그라운드 제로의 자료화면이 나타난다.

게임사에서 제공한 홍보 영상이었다.

-승리자에게 주는 훈장 아이템을 받아서 가상화폐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1등 훈장 6개가 도토리코인 1개가 되는 식이죠.

-도토리코인 시세가 한화로 11만 원 정도 하니까, 게임에서 1등을 하면 18,000원 정도를 버는 셈이네요.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1등을 하면 치킨을 먹었다고 표현합니다.

진행자는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다가 마무리 발언을 시작한다.

-게임을 즐기면 치킨값에 준하는 가상화폐를 주는 세상. 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일어난 일입니다. 이상 월요일의 모닝 토픽이었습니다.

* * *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배틀로얄에서 적용된 게임 채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WHTS컴퍼니는 기존에 소셜 채굴로 비슷한 홍보 효과를 거뒀었기에, 이번 역시 성공할 거라는 관측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이번 게임 채굴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 채굴? 드디어 WHTS컴퍼니가 삐- 했네. 게임 채굴로 풀리는 가상화폐가 어디서 나올 것 같아? 삐- 전부 너희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야. 너희 돈을 게임 중독자들에게 주고 있다고!

-신우혁 저 삐- 새끼가 너희 돈으로 폰지사기를 치는 거야! 뭐? 아니라고? 삐- 이러다 뱅크런처럼 가상화폐를 우르르 환전해 버리면 그땐 어쩔래?

-담보를 쌓아뒀다고 나불거리기만 했지 실제로 확인된 게 없잖아. 내가 장담하는데 저 삐- 새끼 계좌에는 잔고 한 푼도 없을걸? 저런 삐- 같은 사기꾼 새끼는 삐- 해서 삐- 삐-

회의실에서 틀어둔 영상에서 계속 검열 처리된 ‘삐-’ 소리가 반복해서 나온다.

“…….”

누군가에 의해서 영상이 강제로 꺼졌다. 그동안 회의실의 온도가 3도는 더 내려간 것 같다.

당사자인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목소릴 높인다.

“아무리 얼굴이 안 보이는 인터넷 방송이라고 해도 저건 너무해요!”

“저런 것들은 변호사를 선임해서 싹 고소하는 게 답입니다. 아니면 정신 못 차리고 계속 저런다니까요.”

“제가 인터넷 고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법무법인을 압니다. 거기에 연락할까요?”

정작 욕먹은 당사자인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 직원들이 더 호들갑이다.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다들 진정하세요. 인터넷에 저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저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라 코인도령이라고 자칭 가상화폐 전문 투자자입니다.”

“유명한 사람입니까?”

“상당히 유명한 편입니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라면 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전문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원래 WHTS컴퍼니와 도토리코인을 싫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도토리코인은 시세가 100달러로 고정된 상품이라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욕하는 걸 보면, 제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나 봅니다.”

“그게…… 원래 코인도령은 저희 측에 우호적인 방송인이었습니다.”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요.”

“대표님이 다른 방송을 안 보셔서 그렇습니다. 이번 게임 채굴 이후부터 국내 투자자들의 여론이 굉장히 안 좋아졌습니다.”

가상화폐가 시장에 많이 풀리면 기존 투자자들은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소셜 채굴이라는 확실한 전례가 있어서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불만이라는 겁니까? 코인을 많이 뿌려서요?”

“그런 것도 있지만 코인을 뿌린 곳이 게임이라서 이런 반응이 나온 것 같습니다.”

“게임이 어때서요?”

“이미지라는 게 있잖습니까. SNS인 와츠는 유명 연예인들도 자주 쓰지만 게임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SNS면 어떻고, 게임이면 어떤가. 가상화폐의 사용자가 많아지고, 대중화되면 그게 가상화폐 판 전체의 이득이라는 걸 어째서 모른단 말인가.

그때 옆자리에 앉은 이소영이 슬그머니 휴대폰을 보여준다.

“대표님, 해외 쪽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요.”

화면에는 해외 가상화폐 종사자들의 SNS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는데, 다들 한국에서 무슨 사고가 터졌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이걸 해외에서 왜 물어보는 거죠?”

“도토리코인 매도자가 국내에서만 유의미하게 늘어났대요. 그래서 해외 투자자들도 불안하니까 무슨 일인지 사방으로 확인하고 다니나 봐요.”

다른 코인이라면 국내 여론은 찻잔 속의 태풍이겠지만, 도토리코인은 달랐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국내에서 유명세를 얻은 가상화폐다 보니, 모든 정보가 한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흘러가는 형태였다.

“제 생각엔 몇 명이라도 고소장을 넣어서 여론을 잠재우는 쪽이 나을 것 같아요. 아니면 혼란이 더 커질 거예요.”

“그랬다간 역효과가 날 겁니다.”

“하지만 그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이대론 진짜 뱅크런 같은 사태가 터질지도 몰라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상화폐 판에서 뱅크런이 터지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뱅크런을 맞으면 도토리코인이 메이저 화폐로 발돋움하는 데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거다.’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말한 대로 고소 카드를 써서라도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로 법정에 간다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았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다. 고소보다 더 나으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 * *

“와우! 여러분 그 소식 들으셨어요? 도토리코인이 뱅크런 난다고 해외 거래소는 패닉 상태랍니다!”

마이크를 붙잡고 방송 중인 사내, 코인도령은 한껏 목소리가 높아져 있었다.

억지로 목소릴 높인 것이 아니다. 방송 시청자가 평소의 배로 늘어났기에, 저절로 텐션이 올라간 것이다.

“아직 10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고요? 그거야 WHTS컴퍼니가 가격을 방어하니까 그렇죠. 총알이 떨어지면 100달러가 깨질 거고, 그때부터 지옥입니다. 무조건 미리 빼두세요.”

그는 떠드는 와중에도 채팅방 현황을 흘깃흘깃 훑어본다.

기존엔 한국인이 99%였다면, 이젠 해외에서 정보를 캐러 온 투자자들이 대거 채팅방을 채우고 있었다.

코인도령은 흐뭇하게 시청자 숫자를 살피다가 멘트를 이어간다.

“자, 100달러가 깨지면 어떻게 되냐? 우선은 이자를 먹으려고 들어온 기관 투자자부터 싹 빠집니다. 대표적으로 소프트포우 같은 초대형 회사가 나가는 거예요. 그럼 도토리코인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가 열심히 떠들어대면 채팅방에도 호응하는 채팅이 쏟아진다.

-순식간에 반토막, 반의 반토막 나다가 꽥! 뒤지는 거지.

-지옥행 특급열차로 가즈아!!

-나는 진작에 다 뺏음 ㅋㅋㅋ

채팅방에서 선동하는 이들은 도토리코인 투자자가 아니라 비트코인과 에테리움 투자자들이었다.

그들은 도토리코인에서 돈이 빠지면 다른 가상화폐로 돈이 흘러간다고 믿었다.

“도토리코인은 WHTS컴퍼니가 무제한 찍어내죠? 이게 큰손이 떠나면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라니까요?”

“아까 채팅방에서 10달러라고 하셨는데, 10달러도 많이 쳐준 거예요. 뱅크런이 뜨면 돈을 어떻게 받아 갑니까? 은행에 돈이 없는데요. 그땐 가치가 0원이 되는 거예요.”

0원이라는 말이 나오자 채팅방에서는 우려에 찬 채팅이 쏟아진다.

그럴수록 코인도령은 더 목소릴 높여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뒤흔든다.

“지금쯤 신우혁은 해외로 튈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표가 튀었을 땐 이미 늦습니다. 지금이라도 제가 추천한 코인으로 갈아타세요.”

선동으로 불안을 부추긴 뒤, 자신의 상품을 팔아먹는다.

굉장히 고전적인 수법이었으나 효과는 최상이었다.

이후에도 그는 같은 방식으로 야금야금 투자자를 모으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송 화면이 지직거리기 시작한다.

“어? 왜 이러지? 서버 상태가 안 좋나 보네요. 잠시만요. 화질 한 칸 내리겠습니다.”

그가 방송 세팅을 바꾸려고 움직이던 차에, 화면이 갑자기 홱 돌아간다.

그리고 나오는 무표정의 얼굴.

“히익!”

입에서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화면에 뜬 얼굴은 방금까지 그가 그렇게 욕하고 비방했던 신우혁이었다.

-화면 잘 보이십니까? 놀라지 마세요. 오류 아닙니다. 제가 방송 화면을 살짝 조정했습니다.

“다, 당신, 무슨 짓이야?”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유언비어가 있더군요. 뱅크런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가 대표적입니다만.

“지금 내 입을 막겠다는 거야?”

그는 직접 이쪽을 보고 있는 것처럼 히쭉 웃으며 말을 잇는다.

-그럴 리가요. 저는 오히려 멍석을 깔아 드릴 생각입니다.

“멍석이라니?”

-이번 주 일요일 오후 6시. 저와 가상화폐 투자 방송인들의 끝장 토론을 제안합니다.

당장에라도 거절하고 싶었다. 상대의 함정일 게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 화면을 보고 있는 시청자가 너무 많았다.

-그럼, 승낙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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