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103화 (103/174)

출소 후 코인 재벌 103화

WHTS컴퍼니 사옥의 2층.

이곳은 구역 전체가 직원 복지를 위한 장소였다.

계단을 오르면 입구부터 드넓은 헬스 시설과 수영장의 전경이 나타나며, 그 옆에는 찜질방과 십여 대의 안마의자가 존재감을 뽐낸다.

2층 중앙으로 걸어가면 카페가 나온다. 언제나 바리스타가 대기하고 있어서 누구나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그 옆엔 쪽잠을 잘 수 있는 수면실, 만화방, 편의점, 당구대, 레트로 오락기도 놓여 있다.

초창기엔 직원의 복지보다 복지를 과시하기 위한 시설이 많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뭐든 없는 것보단 낫기 마련이다.

이미 WHTS컴퍼니 직원들은 적응을 끝마치고 자유롭게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번에 전체 메일 도착한 거 보셨어요? 내용이 장난 아니던데요.”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 중, 유독 목소리가 큰 사내가 대화를 주도한다.

“사내 게임 대회인가 그거요?”

“예, 이번에 신설된 게임 개발팀이 만든 게임…… 이름이 배틀로얄이라고 했던가? 그거 벌써 개발이 끝났나 봐요.”

그때 옆에서 관심 없는 척 듣고 있던 여직원이 끼어든다.

“그거…… 게임 어때요? 어렵나요?”

“왜? 강 주임도 관심 있어? 하긴, 대회에 상금이 워낙 많이 걸렸으니까.”

“아, 아니에요. 상금 때문이 아니라 그냥 심심해서 물어본 거예요. 진짜예요.”

배틀로얄 사내 대회에 걸린 상금은 도토리코인 5,000개.

도토리코인 시세는 여전히 100달러 수준이었기에, 한화로 환산하면 6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게다가 참가 자격이 WHTS컴퍼니 임직원 대상인지라 경쟁률도 높지 않았으니,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직원도 대회에는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게임 장르가 FPS라며? 아무리 쉽게 나와도 평소에 총싸움 게임 안 해본 사람은 힘들지 않을까?”

“대회 안내문에는 완전 초보자도 우승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적혀 있던데요.”

“배틀로얄이 상대를 많이 쏴 죽이는 게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는 게임이니까 이론상 초보자도 우승은 할 수 있지. 계속 숨어 있다가 마지막에 나타나면 되는 거니까.”

어느새 근처 테이블에 있던 타 부서 직원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 중이다. 그만큼 배틀로얄 대회는 직원들 사이에서 큰 관심사가 돼 있었다.

“다른 분들도 이번 대회는 어지간하면 참가하세요. 사내 대회라서 운 좋으면 우승도 가능해요.”

“우리 회사 총원이 700명이었나요?”

“이번에 입사자가 많아서 800명 가까이 될 겁니다. 그래도 게임 개발부서는 참석 못 한다고 했으니까 실제 참가 대상은 600명 정도 된다고 봐야죠.”

“팀장급 이상은 불참할 테니까…… 실제 참가자는 500명도 안 되겠네요?”

“와우! 500 대 1이면 당첨 확률이 꽤 높은 복권인데요?”

대화가 딱 여기까지 흘러갔을 때, 옆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삐죽 튀어나온다.

“누가 불참한대요?”

직원들 고개가 거의 동시에 한쪽으로 휙 돌아간다. 그곳엔 이소영이 묵직한 종이봉투를 들고서 서 있었다.

“저도 사내 대회에 참가해요.”

“어엇? 이 팀장님이 게임을 하신다니,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가끔은 쉬면서 스트레스도 풀 겸 게임도 하고 그래야죠.”

회사에서 이소영의 이미지는 지독한 일벌레였기에, 게임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었다.

“다들 그 표정은 뭐예요? 제 말을 못 믿겠다는 건가요.”

“못 믿겠다는 게 아니라…… 솔직히 매치가 안 돼서 그럽니다. 이 팀장님이 게임 하는 모습은 머릿속에 안 그려진달까요.”

“아직 제 실력을 모르셔서 그래요. 대표님도 같이 해보고 깜짝 놀라셨다니까요.”

놀란 건 사실이다. 게임을 잘해서 놀란 게 아니라 반대의 의미로 놀란 것이었지만.

“이거, 대회 때 이 팀장님 실력을 한 번 봐야겠습니다. 아니지, 말 나온 김에 이번 주말쯤에나 모일까요?”

“주말에 어떻게요?”

“배틀로얄 대회를 준비하는 주말 모임이 있습니다. 40명 가까이 되는데, 이 팀장님도 놀러 오시죠.”

직원들이 사내 대회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미 모임까지 꾸려서 준비 중일 줄이야.

‘주말에 모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사내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었나?’

이소영은 내심 배틀로얄 프로젝트를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가상화폐 사용자 확보에는 이미 와츠와 간편 결제, 오성전자 제휴가 있었기에, 게임 개발은 중복 투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었다.

‘어쩌면 기존에 있던 SNS나 간편 결제보다 게임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르겠어.’

* * *

WHTS컴퍼니에서 개최되는 사내 게임 대회를 2주 앞두고 상세 규정이 정해졌다.

-게임은 배틀로얄 그라운드 제로 베타 버전으로 진행.

-무작위 예선 3회를 실시해서 성적 상위 50명을 선발.

-최종 50인이 결선을 치러서 최후의 1인에게 모든 상금을 수여.

여기까지만 보면 무난한 규정이었지만, 바로 다음에 나오는 규정이 참가자들을 당황케 했다.

-게임은 2인 1조로 진행하며, 파트너는 WHTS컴퍼니 임직원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자유롭게 초대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이 생긴 이유는 FPS 게임에 익숙지 않은 초심자의 참석을 독려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운영 측의 의도와 달리, 추가 규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B구역으로 돌아서 가! B구역으로! 정면엔 애들 있으니까 나가지 말고.”

모니터를 향해 소릴 지르는 사내, 빅토르는 이름난 FPS 게임 스트리머다.

그는 대회 우승 경력만 7회에 달하는 실력파 스트리머였기에, 방송만 켰다 하면 항상 수십만 명의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그쪽으로 나가지 말라니까. 헤이! 헤이! 진짜 거긴 아니야. 스나이퍼가 있을 게 뻔하잖아! 오우, 안 돼! 안 돼! 안 돼! 돌아와!”

그가 애원하듯 소리쳤음에도 아군은 용감하게 돌격했고, 1초도 안 돼서 사망 메시지가 뜬다.

“젠장! 내가 나가지 말랬잖아!”

빅토르는 화난 고릴라처럼 의자 위에 쪼그려 앉아서 가슴을 두드린다.

“모르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젠장! 그게 어려워?”

빅토르가 분노의 고성을 터트릴 때마다 채팅창에는 낄낄거리며 놀리는 채팅이 쏟아진다.

“친구들, 웃을 때가 아니야. 나 진짜 화났어. 이번 라운드만 이기면 바로 본선 직행인데…… 하…… 팀 운이 진짜…… 못 해 먹겠네. 젠장.”

결국 헤드셋을 벗어버리는 빅토르.

도저히 방송할 기분이 아니라서 카메라까지 끄려던 차에, 유료 채팅으로 강조된 메시지가 들어온다.

-헤이, 빅토르. 그러지 말고 배틀로얄 대회에 나가보는 건 어때? 상금도 50만 달러야!

빅토르는 상금을 보고 혹해서 다시 헤드셋을 귀에 걸친다.

“배틀로얄? 처음 듣는 게임이네. 그런데 무슨 상금이 50만 달러나 돼?”

짤랑.

이번은 유료 채팅에서 영상이 나온다. 방금 언급된 배틀로얄의 플레이를 짧게 편집한 영상이었다.

“으음…… 그래픽은 그냥 그런데? 총기 피드백도 인상적이진 않고. 오? 게임 방식은 흥미로워. 배틀로얄 모드가 정식으로 나오는 거잖아.”

채팅창의 반응도 게임의 외적인 부분보다는 최후의 1인을 뽑는 배틀로얄 방식에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출시도 안 된 게임이라고? 그럼 어떻게 대회를 한다는 거야? 아하. 사내 테스트 대회구나. 이해했어.”

빅토르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뒤늦게 상금을 떠올리고 소릴 지른다.

“잠깐만! 게임사가 어디길래 사내 대회에 상금을 50만 달러를 태워? 사우디 왕자가 개발하는 게임이야?”

-개발사는 도토리코인으로 유명한 WHTS컴퍼니야.

“거긴 돈 많은 회사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참가할 거야? 내가 대회에 초대해줄 수 있는데.

“아니, 사내 대회까지 가서 상금을 받을 생각은 없어. 너무 구질구질하잖아.”

-우승할 자신이 없는 게 아니고?

빅토르는 배를 붙잡고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야! 나 빅토르야. 내가 우승한 대회만 7개라는 걸 잊었어? 일반인들은 한 트럭 몰려와도 끽이라고! 끽!”

-일반인만 참가하는 게 아니야. 루키 타일러, 마틴 퍽, 컴온지지, 닌자 뎁도 이미 참가 신청서를 냈어.

언급된 아이디는 FPS 게임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었다.

빅토르와는 경쟁 관계이기도 했기에 이젠 자존심 때문이라도 물러설 수 없게 됐다.

“오케이 알겠어. 일단 어떤 게임인지 플레이부터 해보자고. 만약 똥 쓰레기 같은 게임이면 대회고 뭐고 안 할 테니까 그리 알아.”

* * *

WHTS컴퍼니 사내 대회를 앞두고, 개발진은 배틀로얄 그라운드 제로의 임시 서버를 열었다.

대회 참가자가 미리 연습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배려 차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임시 서버 접속자가 계속 늘어가더니, 어젠 5천 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접속자가 몰리기에 이른다.

“배틀로얄 임시 서버 접속자가 5천 명이라고 했던가요?”

내 질문을 받은 한석호는 나무껍질처럼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지간한 중위권 게임보다 많은 숫자군요. 출시도 안 한 게임이 이 정도 접속자면 대단한데요?”

“개발진에서 접속 로그를 확인해본 결과, 이번 대회와 전혀 관계없는 아이디가 다수 접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내 나름, 분위기를 가볍게 바꾸려고 던진 농담이었는데, 말을 받는 쪽에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를 이어간다.

“접속자의 90%는 초청장을 변조해서 들어온 불법 사용자였습니다.”

“게임이 털린 건 아니라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게임 자체가 털린 게 아니라면 일단은 안심이다.

나는 계속하라는 뜻으로 고갤 끄덕였다.

“일차적으로 불법 접속이 의심되는 사용자 아이디를 정지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새로 아이디를 변조해서 들어오는 터라…… 접근을 완벽히 막으려면 일주일 정도 서버를 닫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회가 다음 주로 아는데, 서버를 닫아버리면 진행을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대회 일정을 열흘 정도만 연기할까 합니다.”

불법 접속자 때문에 대회를 연기한다? 이건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나는 곧장 손을 내젓는다.

“그냥 진행하시죠. 그 사람들이 무슨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안 됩니다. 불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많으면 나중에 정식 출시 때 타격을 입게 됩니다.”

게임이 무료로 풀리면 정식 발매 때 판매량이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배틀로얄은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 누적 판매량 7,000만 장을 찍는 괴물 같은 게임이다.

여기에 불법 접속자 5천 명이 들어온다고 의미가 있을까?

“저는 이번 일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기회라뇨?”

“생각해보세요. 정식 출시도 하지 않은 게임을 초청장 변조까지 해서 들어온다? 이건 어지간한 열정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한석호도 이 말엔 동의하는지 곧장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러니 모르는 척하고 서버를 열어두세요. 이대로 며칠만 지나면 깜짝 놀랄 일이 생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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