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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코인 재벌-91화 (9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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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의 환경부 인증 거부 소식이 뉴스를 타자, 한국 여론은 정부를 향한 비난으로 불타올랐다.

특히 이번 사태로 대현이 큰 이득을 취하는 만큼, 포털 뉴스에는 정부 욕하는 댓글이 반, 나머지 절반은 대현을 욕하는 댓글이었다.

그러나 정작 테슬라 본사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한국 소식 들으셨어요? 인증이 거부돼서 우리 차 출고가 막혔다고 하던데요."

"정말 다행이네요. 한국에서 예약을 6만 대나 추가했다는 말을 듣고 눈앞이 깜깜했었는데."

"하핫. 그러게요. 한국 정부가 우릴 살려주는군요."

테슬라 직원들은 이번 인증 거부 사태를 반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테슬라의 생산력으론 한국에 전기차 6만 대를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마냥 좋아만 할 일이 아닙니다. 이번 예약으로 받은 보증금이 10억 달러가 넘는다던데, 전부 환급해주려면 골치 아플 걸요."

"한국 정부가 책임져야죠. 멀쩡히 쓰던 충전 단자를 통합해오라면 어떤 제조사가 그걸 받아들입니까? 심지어 그 단자가 자국 전기차에서 쓰던 거라면서요."

"그냥 대놓고 자국 기업 밀어주는 거죠."

"자국 업체를 밀어주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도 인증 거부는 너무 나갔죠."

딱 대화가 여기까지 이어졌을 때, 방금 휴게실로 들어온 직원 하나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방금 트럼프 연설하는 거 보셨어요?"

트럼프라는 말이 나오자 직원들이 동시에 이맛살을 찌푸린다.

테슬라 본사는 실리콘밸리에 있었기에, 민주당 지지자가 많았고, 공화당 지지자라고 해도 트럼프를 좋게 보지 않았던 탓이다.

직원이 황급히 해명의 말을 덧붙인다.

"그런 표정 지을 때가 아니에요. 트럼프가 텍사스 연설 도중에 우리 회사를 언급했다고요!"

"트럼프가 우리 회사를 왜 언급해? 친환경 사업은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던데..."

"직접 보세요. 방금 올라온 영상이니까."

그가 휴대폰을 조작하자 주변으로 직원들이 우르르 달라붙는다.

잠시 후, 작은 화면에서 강단에 오른 트럼프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어울리지 않는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있었다.

-불법 이민자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공장을 중국에 짓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린 기업들의 이기적인 선택에 일자릴 잃고 있습니다.

-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절대 그런 일을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사방에서 함성이 쏟아진다. 트럼프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서 함성에 호응해준 뒤에 말을 이어간다.

-여러분, 저는 그 위대한 계획의 첫걸음을 바로 이곳, 텍사스에서 시작할까 합니다.

-세계 제일의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그 테슬라의 3000에이커 규모 제조 공장을 텍사스에 짓기로 했습니다!

아까보다 더 큰 함성이 쏟아진다. 동시에 트럼프의 선거 구호가 유세장에 쏟아진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영상을 보고 있던 테슬라 직원들은 뒤통수를 후려 맞은 것처럼 멍하니 서로를 쳐다본다.

텍사스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 자체가 금시초문인 데다가, 그 규모가 3000에이커에 달한다고 하니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바로 그때 뒤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가짜 영상은 뭡니까?"

직원들이 동시에 목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그곳엔 테슬라의 CFO 케네스가 서 있었다.

"빨리 말해보세요. 이 가짜 영상이 어디서 나온 겁니까?"

한 박자 늦게 영상을 틀었던 직원이 입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CNN 뉴스 공식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CNN 공식? 그럼 이 연설 영상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 트럼프 연설이라고?"

"그렇습니다."

케네스의 표정이 한순간에 와락 일그러진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자신과 상의도 없이 진행하다니.

그는 이를 꽉 물고서 바로 위층, 엘론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 * *

엘론은 여느 때처럼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방해받는 것을 워낙 싫어하는 터라, 집무실 주변엔 통짜 유리로 된 방음시설까지 갖춰둘 정도였다.

그런 방음 유리를 뚫고 고성이 넘어온다.

"엘론! 어째서 내 상의도 없이 그런 짓을 꾸민 거야?"

엘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갤 치켜든다.

"무슨 소리야?"

"모르는 척하지 마. 다 알고 왔으니까."

씩씩거리며 다가온 케네스가 그의 앞에 휴대폰을 내민다.

그 화면에는 트럼프의 연설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아아, 이거? 내가 한 짓이 아니라 대니얼의 작품이야."

"WHTS컴퍼니의 대니얼?"

"맞아. 그가 돈을 대줄 테니 공장을 더 지어서 생산력을 높이자고 하더군. 그래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더니..."

"트럼프를 끌어들였단 말이야?"

"아마도?"

케네스는 기가 막혀서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도'라는 뜻은 엘론 자신도 잘 모른다는 뜻 아닌가.

"진짜 대단하지 않아? 미국인도 아니면서 미국 대통령 후보에게 접근해서 로비를 떡 하니 해내다니 말이야. 정말이지 행동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트럼프에게 붙었다간 대선이 끝나고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른다고!"

"뭐가 문제야? 힐러리가 이기면 힐러리 텃밭에 공장을 지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잖아!"

엘론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모르는 사람이 그의 말을 들었으면 두어 평짜리 가건물을 짓는 줄 알았을 거다.

"그래, 그건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공장 크기를 3000에이커로 짓는다는 건 어떻게 된 거야?"

"3000에이커라니? 나는 공장을 400에이커 규모로 짓겠다고 했는데?"

"트럼프는 분명히 3000에이커라고 했어. 자, 직접 보라고."

참고로 야구장 크기가 대략 5에이커 정도였으니, 3000에이커면 야구장을 600개나 지을 수 있었다.

"와우. 어떻게 3000에이커나 되는 공장을 지을 생각을 했지?"

"남 일처럼 말하지 마. 그건 우리 테슬라 공장이야."

"아니, 생각을 해봐. 대니얼이 3000에이커라는 말을 꺼냈으니까 트럼프가 연설에서 써먹었을 거 아냐? 3000에이커라는 말을 꺼낸 대니얼이나, 그걸 받아서 연설에 써먹는 트럼프나. 둘 다 대단하다니까."

"대단한 게 아니라 미친 거겠지."

3000에이커짜리 공장을 지으려면 못 해도 20억 달러 이상의 돈이 필요했다.

사실상 테슬라가 이번에 WHTS컴퍼니에 받은 투자금과 예약금으로 끌어모은 돈을 몽땅 쏟아붓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공장 규모가 커진 만큼 구조를 다시 바꿔야겠어. 우선 도장 파트를 여기로 옮기고, 배터리와 부품 파트는 이쪽으로 밀어 버리자. 그리고 또..."

걱정이 태산인 케네스와 달리, 엘론은 이미 공장의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새로운 장난감 블럭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그런 엘론을 보고 케네스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 * *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오성병원.

이곳의 VVIP 병실은 하루 입원비가 천만 원에 달했기에 어지간한 부자들도 오래 입원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 값비싼 병실을 3개나 붙여서 만든 특별 병실에 벌써 1년이 넘도록 입원한 환자가 있었으니.

바로 오성그룹의 회장인 전무홍이었다.

삑... 삑... 삑...

전무홍은 뇌출혈로 쓰러지고 1년이 지났음에도 깨어나지 못했다.

사실상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언제 심장이 멎어도 이상치 않았으나, 현대 의학과 돈의 힘은 그의 명줄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끼익.

주치의 말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병실에 손님이 도착했다. 무려 넉 달 만에 찾아온 손님이다.

손님은 주머니에 손을 꽃은 채로, 천천히 다가와서는 전무홍의 얼굴을 살핀다.

"언제까지 이러고 계실 겁니까?"

사내는 짧게 한숨을 쏟아내고는 그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최소한 아버지가 저질러둔 일은 수습하고 가셔야 할 거 아닙니까. 후..."

오성그룹의 부회장인 전용택은 아버지인 전무홍이 쓰러진 뒤, 급하게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후계자 수업을 받긴 했으나, 말 그대로 수업이었을 뿐, 실전은 그가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대한민국 1위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압박감.

모든 것이 낯설었고, 모든 것에 겁이 났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제발 아버지가 다시 눈을 뜨고 일선에 복귀하기만을 바랐을 정도다.

전용택은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그러나 여전히 전무홍은 깨어나지 못했고 그동안 미뤄뒀던 일은 하나도 해결된 게 없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죠. 저 혼자 뭘 하려 들지 말라고요."

전용택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업을 연달아 실패하고 들었던 말이다. 그 이후부터 전무홍은 아들에게 독자적인 사업을 맡기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아버지가 안 일어나시니 못난 아들놈이 대신할 수밖에요."

전용택은 자조적인 웃음을 머금은 채, 서류철을 집어 든다.

서류는 이번에 계약 만기를 앞둔 초대형 인수합병 계약서였다.

[오성전자는 허먼사 인수합병의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

허먼은 미국의 음향기업이다. 대중에겐 오디오나 음향장비로 유명하지만, 실제 허먼사의 가치는 자동차 카메라, 센서, 주행보조, 카 오디오 부품 사업에 있었다.

인수 비용은 무려 80억 달러로, 대한민국 역사상 해외 기업 인수가로 최고치였다.

스윽.

전용택은 인주를 꺼내들었다. 이미 모든 절차는 끝내뒀기에, 마지막으로 최종결정권자인 전무홍의 지장만 있으면 인수합병은 성사된다.

인주를 든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 한 방으로 80억 달러가 오간다는 생각을 했더니 도무지 진정이 안 됐다.

"젠장..."

전용택은 다시 인주를 내려놓고는 자신의 아버지를 노려본다.

허먼사의 주력 사업인 음향기기, 자동차는 모두 전무홍이 광적으로 집착하던 취미였다.

'만약 아버지가 그룹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적인 욕구를 충족하고자 인수를 진행한 거라면?'

오성그룹은 이미 자동차 산업에 한 번 뛰어들었다가 크게 데였던 전례가 있었다.

그때 역시 자동차 산업의 비전보다는 단순히 전무홍의 취향으로 일이 진행됐고, 좋지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에서 진행된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허먼사 인수를 강행할 것이냐, 아니면 위약금을 주고 포기할 것이냐.

전용택 혼자서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었다. 그에겐 더 전문적인 시점에서 조언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서 휴대폰을 켠다.

"남 실장."

-예, 부회장님.

"대현자동차 임원들을 몰래 만나 볼 수 있을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대현이라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겠지."

오성그룹과 대현그룹은 주력 사업은 달라도 재계 1위, 2위를 다투는 경쟁사였다.

그러니 대현자동차의 임원이 오성 부회장을 만나는 것은 옷을 벗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혹시 어떤 일로 만나길 원하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별 건 아니고. 현직에 있는 사람에게 자동차 사업에 관한 일을 묻고 싶어서 그래."

-그거라면 오성자동차 임원에게 물으심이.

오성자동차 쪽에는 물으나 마나다. 백이면 백 '회장님의 뜻대로 하셔야 합니다.' 하는 답이 나올 게 뻔했다.

-아니면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전기차 업체는 어떻습니까?

"테슬라?"

-예, 얼마 전에 WHTS컴퍼니가 테슬라의 최대 주주가 됐으니 그쪽과 이야길 나눠보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WHTS컴퍼니는 국내에서 재벌가 영향을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업체였다.

그러니 '오성그룹의 오너'라는 선입견 없이 담백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

"좋아. 그쪽과 미팅 일정 잡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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