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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WHTS컴퍼니, 테슬라모터스의 최대 주주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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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뉴스 메인에 등장한 기사는 모든 업계 인들을 당황케 했다.
WHTS컴퍼니가 테슬라와 협업할 거란 소문은 기존에도 돌았으나, 이토록 공격적으로 지분 확보에 들어갔을 줄은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이번 뉴스가 올라오고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상반된 반응이 쏟아졌다.
먼저 테슬라 전기차의 한국 출시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전기차 커뮤니티는 축제가 벌어졌다.
이미 전기차 예약이 임박했다는 기사가 자주 나왔었는데, 거기에 쐐기를 박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도토리코인 투자자가 활동하는 가상화폐 커뮤니티는 우려와 걱정이 뒤섞인 성토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대박! WHTS컴퍼니가 테슬라모터스를 삼켰네요. 돈이 이렇게 많았던가요?
┗도토리가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잖아요. 얼마 전엔 소프트포우에서 추가 투자도 받았고요.
┗투자를 많이 받았어도 테슬라를 산 건 오버 같습니다. 거의 올인이나 마찬가진데 이러다 테슬라가 망하면 같이 망하는 거잖아요.
-투자 고수님들, 도토리에 예치해뒀던 돈 빼야 하는 타이밍인가요? 전세금 탈탈 털어서 넣어뒀습니다. 흑흑.
┗저도 결혼자금이 들어가 있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참 답답합니다. 덩치가 커졌으면 안정적으로 투자할 생각을 해야지. 쯧쯧.
┗안정적인 투자를 하면서 이자 14.9%를 어떻게 감당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테슬라는 아니죠. 월가에서도 전부 매도 리포트 내놨는데 그걸 왜 들어가요?
┗이 사람 웃기네. 월가에서 매수 리포트 주식 사면 가격 오름? 계속 말 같잖은 소리 하고 있어.
-님들, 싸우지 마세요.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테슬라 전기차랑 협업해서 사업 시너지를 낸다잖아요.
┗가상화폐랑 전기차가 무슨 시너지를 냅니까? 그리고 시비는 저쪽이 먼저 걸었지.
┗꼭 무식한 놈이 안 된다고 불평만 많더라. 신우혁이가 그걸 모르고 샀겠냐? 그놈이 얼마나 똑똑한 놈인데.
┗나는 털고 나갈 거니까 너는 열심히 신우혁 빨고 살아.
┗팔았으면 신경 끄고 꺼지세요. 괜히 얼쩡거리지 말고.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선 이번 테슬라 투자가 불안하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당연한 반응이다. 최근 테슬라는 호재보다 악재가 배는 많았고, 반등의 여지조차 희박했다.
이로 인해 커뮤니티에선 팔자 투자자와 사자 투자자의 싸움으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이 반기는 소식이 날아든다.
-여러분 속보 떴습니다! WHTS컴퍼니에서 이번 주에 IR을 연대요.
-IR이 뭔가요?
-Investor Relation. 흔히 기업설명회라고 하죠. 보통은 상장 기업들이 투자 유지를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떡밥이 돌자 팔자와 사자의 싸움은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기업설명회에서 어떤 주제가 발표될지를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다.
-테슬라 투자로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여론 달래기 아닐까요?
-WHTS컴퍼니는 여론 신경 쓰는 회사가 아닙니다. 더 최악일 때도 아무런 대응이 없었어요.
-지금이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면요?
-어쨌든 지켜봅시다. 설명회 당일이 되면 뭔가 정보가 나오겠죠.
* * *
WHTS컴퍼니의 첫 기업설명회는 온라인 동시 송출로 가닥을 잡았다.
투자자의 접근성은 물론이고 가상화폐의 특징을 생각하면 온라인 동시 발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송출 준비 끝났습니다. 대표님께서 사인 주시면 방송 시작시키겠습니다."
진행 직원들의 준비 완료 사인이 올라온다.
나는 잠시 기다리라는 뜻으로 손을 들어 보인 뒤에,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후... 생각 보다 떨리진 않아."
처음 무대에서 발표할 땐 너무 긴장돼서 머리가 멍했었는데, 이젠 이 짓도 적응이 돼서 그런지 발표 내용을 다시 체크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러는 동안 모니터링 직원들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실시간 중계 프로그램에 버그가 생긴 것 같습니다. 대기 시청자 숫자가 갑자기 2배가 됐는데요?"
뒤늦게 다른 직원들도 모니터링 장비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엥? 순간적으로 300만 명이나 늘었네요?"
"현재 600만 명. 앗! 700만 명. 계속 늘어납니다. 이러다 1000만 명까지 찍힐 것 같습니다."
"어디서 버그 났는지 확인해봐요. 곧 라이브 시작해야 해요!"
나는 한 박자 늦게 도착해서 모니터링 화면을 살폈다.
이미 시청자는 900만 명을 찍고, 10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빨리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겠습니다. 그러니 잠시만 대기를..."
"아뇨. 그런 것보다 접속자들 접속 지역만 확인해주시겠습니까?"
"접속 지역요? 잠시만요."
직원이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들기다가 답을 내놓는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대부분 남미 지역 IP입니다."
"남미 접속자가 몰렸다면 버그가 아닐 겁니다."
그들에겐 이번 기업설명회가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빅 이벤트였다.
예를 들어, 내가 도토리코인의 가치를 50달러로 절하한다고 발표해버리면 그쪽 사람들로선 날벼락 아닌가.
그러니 남미에서 이번 설명회의 관심도는 높아질 수밖에.
"기다리는 분이 많으신 것 같으니 빨리 시작합시다."
진행 직원이 신호를 보내자 무대의 조명이 일시에 꺼진다.
팟.
이어서 무대 뒤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반짝인다.
WHTS컴퍼니 로고와 도토리코인의 심볼, 뒤이어 공들여서 제작한 회사 소개 영상이 흘러나온다.
그동안 나는 부지런히 무대 뒤로 넘어가서 등장할 준비에 임한다.
"대표님, 리허설 때 하셨던 것처럼, 백스크린 영상이 완전히 꺼졌을 때 가이드 따라 이동해주시면 됩니다."
직원이 말했던 것처럼 무대 영상이 꺼졌다. 바로 지금이 무대로 올라갈 타이밍이었다.
팟!
내가 무대 중앙에 올라서자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나를 비춘다.
무대 아래에서 수많은 시선이 느껴진다. 이번 설명회 참석자가 못해도 천 명은 되는 것 같다.
여기서 보이지 않지만 온라인까지 합하면 적어도 1000만 명이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다.
"반갑습니다, WHTS컴퍼니의 대표 대니얼 신입니다."
나는 연습했던 대로 마이크를 살짝 셔츠 깃이 있는 높이까지 쳐들었다.
"거두절미하고 제가 이번 설명회를 준비한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바로, 기쁜 소식을 투자자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함입니다."
내 말이 딱 떨어짐과 동시에, 뒤편의 대형 스크린에서 인포그래픽이 나타난다. 도토리코인의 사용자 숫자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었다.
"도토리코인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2만 명이 쓰는 가상화폐였습니다. 하지만 겨우 일 년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가상화폐로 거듭났습니다."
1억 명의 사용자 중 절반은 남미 지역 사용자다.
그들은 가상화폐를 투자 상품이 아니라 '진짜 화폐'로 쓰고 있었기에, 이런 압도적인 사용자 확보가 가능했다.
"다음으로 알려드릴 기쁜 소식은 바로 도토리코인이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입니다."
대형 스크린의 인포그래픽이 전환된다.
이번은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가 1위부터 5위까지 나타났는데, 도토리코인이 비트코인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라 있었다.
"도토리코인의 시가총액이 이달 초 기준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죠?"
객석에서 반응이 나오기도 전에 내가 먼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닙니다. 전혀 많지 않습니다. 비슷한 기업인 페북은 시가총액이 3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도토리코인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저는 WHTS컴퍼니가 가상화폐라는 마이너 풀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도토리코인이 메이저 풀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정말 멋진 회사와 함께하고자 합니다."
대형 스크린이 번쩍하고 테슬라모터스의 로고를 띄운다. 함께 전기차도 줄줄이 등장한다.
"WHTS컴퍼니는 단순히 테슬라에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객석을 쭉 둘러보며 눈 맞춤을 한 번씩 해주고 말을 잇는다.
"전기차 판매, 할부, 보험. 심지어 렌트와 중고차 판매 서비스까지. 모든 금융에 가상화폐를 적용해, 전 세계적인 가상화폐 서비스가 이뤄질 것입니다."
객석에서 처음으로 놀랍다는 웅성거림이 나온다.
앞서 시가총액 같은 정보는 흔히 알려졌었지만, 테슬라와 손잡고 금융 서비스에 뛰어든다는 것까진 예상을 못 했나 보다.
이후에는 내가 언급한 내용으로 디테일한 소개 영상이 나온다.
이번 기업설명회의 목적은 도토리코인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유명인 초청이나 더 높은 이자를 약속하는 것보다, 가상화폐의 사용처가 점차 늘어간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정답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지역의 투자자분들에게 해당하는 좋은 소식입니다. 한국은 도토리코인을 사용하는 첫 번째 테슬라 판매처가 됐습니다."
"복잡한 예약 절차는 필요 없습니다. 이젠 가상화폐를 사용해서 쉽고 간단하게 테슬라 전기차를 예약하고 구매해보세요."
이때 객석에서 한 사내가 벌떡 일어나서 소릴 지른다.
"대체 테슬라 차를 언제부터 예약할 수 있는 겁니까? 저는 작년부터 기다렸습니다."
누군가 대표로 나서자 옆에 객석에서도 우르르 목소릴 높인다.
"저도 작년부터 기다렸어요! 빨리 좀 해주세요!"
"이러다 눈 빠지겠습니다. 뭔 출시도 아니고 예약만 1년을 넘게 기다립니까!"
"저는 기다린 지 2년이 다 됐어요!"
나는 객석을 향해 진정하라는 뜻으로 손짓을 보낸다.
객석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내 입을 바라보는 가운데 마이크가 울린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젠 가상화폐로 인해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예약은 지금 이 시각부터 가능합니다."
* * *
WHTS컴퍼니의 기업설명회는 전 세계 가상화폐 관계자들의 관심사였다.
그 관계자 중엔 당연히 이번 발표의 주인공인 테슬라의 CEO 엘론과 CFO 케네스도 포함돼 있었다.
"엘론, 방금 봤어? 가상화폐가 아니라도 할 수 있었던 일을, 가상화폐로 해낸 것처럼 포장했어."
"저 정도는 이해해야지. 우리의 VIP 투자자님이시잖냐."
엘론은 마시던 맥주 캔을 싹 비워낸 뒤에 말을 계속했다.
"그보다 예약자를 바로 받는다고 발표해버렸네. 저거 우리 쪽에서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맞아. 예약자 관리는 우리 몫이니까."
"받을 준비는 됐고?"
"준비라고 할 것도 없잖아. 예약 페이지 지역에서 한국을 추가만 하면 되는 건데. 지금쯤 예약받고 있을걸?"
엘론은 직접 확인해볼 생각으로 고객관리팀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참이나 이어지다가 끊기기 거의 직전에 통화가 연결된다.
"나, 엘론인데."
-옙! 말씀하십시오.
"한국 지역에서 들어오는 예약은 어떻게 되고 있어? 받고 있는 거 맞아?"
-그게... 저, 지금 예약 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디도스라니? 누가 공격을 한단 말이야?"
-아직 파악이 안 됩니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들어오고 있습니... 앗!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전화기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다가 다시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확인해본 결과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접속자가 몰린 탓에 예약 서버가 다운된 거라고 합니다.
"뭔 소리야? 이번 예약은 한국에서만 파는 거잖아? 다른 나라에서 예약해봤자..."
그 순간, 엘론의 머릿속에서 도토리코인의 특성 하나가 떠올랐다.
도토리코인은 예약날짜, 차종이 기록되는 방식이라서, 도토리코인을 거래하면 예약 정보도 같이 양도받을 수 있다.
즉, 누가 예약을 하든 간에, 예약한 권리를 한국 지역의 구매자에게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접속자가 몇 명이나 몰렸어?"
-정확한 추산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서버가 100만 명은 능히 버틸 수 있는데 다운된 걸 보면...
"뭐? 100만 명?"
저 예약자 숫자가 봇에 의한 허수든, 시세 차익을 노린 장사꾼이든 중요치 않다.
예약자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뉴스를 타는 순간, 상대는 이미 목적을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