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85화 (8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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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게임이라... 허허, 의외로구먼. 투자금이 들어오면 페이 서비스 같은 플랫폼 사업에 집중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플랫폼 사업은 먼저 자리를 잡을 수만 있으면, 이후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었다.

아마 신정의 회장은 WHTS컴퍼니의 다음 행보를 그런 방향으로 예측했던 것 같다.

'그래서 100억 달러라는 과한 투자금을 제시했던 건가.'

한국과 일본, 더 나아가 동남아와 남미 지역의 페이 서비스 파이를 다 먹어치울 수 있으면 100억 달러를 투자해도 남는 장사는 맞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페이 서비스는 물론이고, 배달앱, 인터넷 쇼핑몰 등. 플랫폼 서비스는 언제 이익을 낼지, 기약도 없이 돈 먹는 하마가 될 뿐이었다.

"플랫폼 서비스는 후발주자가 공격적으로 돈을 풀면,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든 간에 같이 돈을 풀어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 아니겠나.

"페이 서비스는 유통 기업들도 침을 흘리는 분야입니다. 그들이 치킨 게임을 시작하면 100억 달러는 금방 소진될 것입니다."

-흠, 자네가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 탓인지, 신정의 회장도 더는 종용하지 않고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자동차는 가상화폐와 너무 동떨어진 분야 아닌가? 게임이야 IT와 밀접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말일세.

"일반 자동차 기업에 투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변화할 미래에 가장 맞닿아 있는 기업과 함께할 생각입니다."

-자네 말을 들어보니 전기자동차겠군. 그렇다면 테슬라?

테슬라는 미국의 자동차 업체다. 타 자동차 업체와 달리 100%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며, 배터리 사업을 겸하고 있었다.

-테슬라는 마땅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업체야. 이미 월가에서도 부정적인 리포트가 몇이나 나온 줄 아는가?

"알고 있습니다. 이번 2분기에도 목표 출고량을 채우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투자를 하겠다고?

"그렇습니다."

-거 참, 자네의 생각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군.

그를 충분히 이해한다. 이 시기의 테슬라는 밑 빠진 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후의 테슬라가 어떻게 되는지 아는 나로선, 밑 빠진 독이 아니라 돈이 솟아 나오는 화수분단지처럼 보였다.

-어디 가서 테슬라에 투자하겠다는 말은 하지 말게나.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줄 게 뻔하니까.

"그렇다면 회장님이 직접 투자해주시면 어떻습니까? 비전 펀드가 아니라 소프트포우에서 투자해주시는 거죠."

-나더러 테슬라에 투자한다는 기업에 돈을 대라고? 다들 나를 미쳤다고 할걸세.

"인터넷 화폐에 돈을 댄다고 했을 때보다는 멀쩡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맞지. 맞아. 그땐 정말 별소릴 다 들었었지. 내가 치매에 걸렸다고 뉴스를 쓴 기자 놈도 있었다니까.

"지금도 그런 소릴 하고 다닙니까?"

-아니, 이젠 입도 뻥긋 못 하고 있지. 흐핫핫핫핫.

전화기 너머에서 한참이나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신 대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걸 보니, 생산량을 끌어 올릴 묘수가 있나 본데?

"생산량은 배터리 양산이 이뤄질 때까지 답이 없을 겁니다. 장기적으로 지켜볼 생각입니다."

테슬라는 앞으로 닥쳐올 친환경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그 시기가 오기까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으니.

나는 그때까지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낼 생각이었다.

* * *

2016년은 테슬라와 CEO인 엘론에게 최악의 한 해였다.

야심 차게 진행한 배터리 공장 건설이 지연됐고, 전기차 출고가 늦춰지는가 하면, 전기차의 자율주행 도중 운전자가 사망하면서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까지 입어야 했다.

연이은 악재로 월가에서는 테슬라 매도 리포트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투자금 조달이 힘들어지자 최근엔 엘론이 직접 발로 뛰면서 투자자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소프트포우에서 다시 한번 가상화폐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신정의 회장은 도토리코인 6천만 개를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으며, 개당 가격은 83달러, 총 50억 달러 규모로, 향후 3년간 이자를 받지 않는 조건이라고 합니다. 이에 가상화폐 시세는 다시 한번 기대감에 상승을 이어나가며...

사무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사내, 엘론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린다.

"뭐? 50억 달러? 가치도 없는 데이터 쪼가리로 저렇게 큰돈을 받는단 말이야? 이해가 안 되는군. 정말 이해가 안 돼."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돌아다니며 중얼거린다.

"커다란 공장과 멋진 차를 생산하는 우리가 아니라. 어째서... 젠장. 세상은 불공평해.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엘론의 투덜거림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옆자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봐, 엘론. 어린 애처럼 징징대지 좀 마. 우리가 지금껏 받은 투자금을 합치면 50억 달러보다 많다는 걸 잊은 거야?"

테슬라의 CFO인 케네스였다. 그는 엘론의 직장 동료이기 앞서, 오랜 친구였기에 평소에도 스스럼없이 그에게 직설적인 조언을 해줬다.

"징징대다니? 넌 저 뉴스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저들은 세상에 기여하는 게 없어. 컴퓨터를 계산기처럼 돌려서 얻는 쓰레길 만들었을 뿐이야. 에너지 낭비라고!"

"뭔가 잘못 알고 있나 본데, 방금 뉴스에서 나온 도토리코인은 컴퓨팅 채굴이 아니라, 소셜 사용자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야."

"그게 그거지."

"그 둘이 같다면, 네가 트윗을 쓰는 것도 에너지 낭비 아닐까?"

평소 트윗에 많은 시간을 쏟는 엘론을 꼬집는 말이었다.

엘론은 그를 한참 째려보다 말했다.

"케네스. 너, 혹시 가상화폐 샀냐?"

"그럴 리가."

"그게 아니면 왜 저딴 데이터 쓰레기 편을 들어?"

"네 말대로 가상화폐가 쓰레기라도 우리에게 이롭다면 좋게 포장할 필요가 있는 거야."

"이롭다니? 저게 어딜 봐서?"

케네스는 손에든 메모지를 팔락거린다. 그곳엔 밑줄을 두 번이나 그은 연락처와 호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데이터 쓰레기께서 우리 쪽에 투자하고 싶으시단다."

소파에 늘어져 있던 엘론이 스프링처럼 몸을 튕겨서 일어났다.

"진짜야? 얼마나 투자해준대? 시기는? 일정은 어떻게 돼? 최대한 빨리 진행해봐. 돈이 급하잖아."

"진정해. 네가 안달하지 않아도 데이터 쓰레기께선 어딜 가지 않으니까."

"어허, 데이터 쓰레기라니? 앞으론 미래의 화폐라고 부르도록 해. 아니다. 사이버 금이 나으려나?"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야. 그쪽에서도 나름의 노림수가 있는 것 같으니까."

싱글벙글 웃고 있던 엘론의 표정이 멈칫한다.

"노림수라니?"

"얼마 전, 피델리 캐피털에서 쥐고 있던 우리 지분을 그들이 싹 거둬갔다고 하더라."

피델리 캐피털은 테슬라 주식 860만 주를 보유한 2대 주주였다.

이미 860만 주를 쓸어갔음에도 투자를 더 늘린다면? 이건 테슬라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뜻이었다.

"이 데이터 쓰레기들이 감히..."

사이버 금이 디지털 쓰레기로 돌아가는 데는 3초면 충분했다.

"제안을 거절할까?"

"..."

엘론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테슬라는 얼마 전, 무리하게 태양광 업체를 인수했다가 돈이 바닥난 상태였다.

"피델리가 보유한 지분이 9.6%였지?"

"맞아. 우리는 정확히 22.78%고. 약 13% 차이지."

"시장에서 추가로 지분을 사들였을 가능성은?"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많은 양을 사들이진 못했을 거야. 최대치로 잡아도 3%, 4%?"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엘론은 빠르게 견적을 짜고 계획을 내놓는다.

"딱 10억 달러만 투자받자."

"너무 적은 거 아냐? 그 정도론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돼. 내 계산으론 28억 달러까진 충분히..."

"케네스. 10억 달러야. 그 이상은 절대 안 돼."

엘론에게 테슬라는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자 모든 것이었다.

그런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길 바엔 차라리 파산시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 * *

실리콘 밸리의 테슬라 본사엔 입구부터 수십 대의 전기차가 줄줄이 주차돼 있다. 그 옆으론 그들이 자랑하는 충전 스테이션의 모습도 보인다.

"오호. 이게 충전기구나. 이쪽으로 넣어서 충전하는 구조였군."

충전 스테이션은 전기차에 전기를 충전하는 주유기와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그 단순한 주유기에도 멋들어진 디자인과 컬러를 입혀서, 꽤 그럴싸한 모습을 자아냈다.

"아직 전기차는 실 성능이나 경제성보다 감성으로 어필해야 할 시기니까, 이런 게 잘 먹힌 거겠지."

본래 테슬라에선 미팅 장소를 인근의 호텔로 잡고자 했으나, 내가 우겨서 회사로 장소를 바꿨다.

이유는 전기차 실물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나는 전기차 실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다짜고짜 전기차 업체에 투자할 생각을 했다니,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차는 마음에 드십니까?"

차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굉장히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테슬라의 CEO인 엘론이었다.

"반갑습니다. WHTS컴퍼니의 대니얼 신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다시 차를 살핀다. 그러자 엘론이 물어온다.

"저희 차가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마음에 드니까 테슬라에 투자를 결정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군요. 한 번 타보시겠습니까?"

엘론은 주차장 안쪽에 전시된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광택이 번쩍거리는 것이 누가 봐도 새 차였다.

안전상의 이유로 엘론이 운전석에 타고, 내가 조수석에 탔다.

삐릭.

그는 차를 출발시킴과 동시에 자사 자동차의 소개를 시작했다.

"정말 조용하고 부드럽죠? 이 차는 이번에 새로 출시한 테슬라3입니다. 기존의 고급형인 테슬라S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출시했죠."

차의 제원과 디자인 요소, 소비자의 반응, 개선점 같은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나온다.

신기한 점이라면 그가 직접 공장에서 조립과정을 지켜보지 않으면 모를 디테일한 정보까지 꿰차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장에 자주 다니시나 봅니다."

"자주 나가는 게 아니라 아예 거기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이 늦어지니까요."

이후엔 자동차 양산이 늦어진 이유, 앞으로 개선될 사항, 테슬라의 비전 이야기가 쭉 이어졌다.

"2020년까지는 연간 생산량을 100만 대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땐 전기차가 일상적인 포지션까지 올라서서, 더 많은 수요가 예상되며..."

물론 나는 테슬라의 미래를 CEO인 그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있었기에, 반사적으로 고개만 끄덕여 줬다.

전기차가 주변을 한 바퀴 돌고는 다시 회사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엘론은 차를 완전히 멈춘 세운 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갔다.

"요즘 가상화폐가 굉장히 핫하더군요. 그런 업체에서 대규모 투자를 해주신다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저도 장래가 유망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다 좋긴 한데, 어째서 저희 쪽에 직접 투자하지 않으시고 피델리의 지분을 사셨습니까?"

나는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알았기에, 얼른 말을 덧붙인다.

"최대한 많은 지분을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그렇다는 말씀은... 경영권을?"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WHTS컴퍼니는 테슬라의 경영권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렇고 말고요. 원하신다면 의결권 포기 각서라도 쓰겠습니다."

그제야 차 안에 맴돌던 불편한 긴장감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나는 이때가 본론을 꺼낼 타이밍이라고 여겼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테슬라의 가상화폐 도입입니다."

"하핫. 그쯤은 문제없습니다. 결제 수단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은 것이지요."

"결제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테슬라는 차를 출고하기 전에 예약금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출고가 오래 걸리는 만큼, 예약 대기자 숫자도 엄청났다.

특히 인기 차종인 테슬라3의 경우, 예약 개시 열흘 만에 예약자가 40만 명이나 몰렸을 정도로 인기였다.

"앞으로 테슬라 자동차 예약자에게 차량가 20%의 선금을 받으십시오."

그는 깜짝 놀라서 손을 내젓는다.

"안 됩니다. 그렇게 무리한 선금을 받았다간 예약자들이 전부 빠져나갈 겁니다."

"선금만 받겠다는 게 아닙니다. 예약자에게 테슬라에 입금한 선금만큼의 가상화폐를 보증금으로 돌려주면 됩니다."

"음? 그렇게되면... 아!"

테슬라는 예약자들의 선금을 바로 회사 자금으로 쓸 수 있다. 보증금을 이미 가상화폐로 내줬으니까.

반대로 예약자는 보증금으로 받은 가상화폐를 보유할 수도 있고, 아니면 거래소에 매각하는 선택지도 있다.

그 과정에서 도토리코인은 테슬라와 예약자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테슬라는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WHTS컴퍼니는 테슬라의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얻습니다. 이게 바로 양사 모두가 득을 보는 윈-윈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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