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66화 (66/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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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채굴.

SNS 사용자에게 보상으로 코인을 주는 시스템을 이름만 바꿔서 출시한 것이다.

이름 하나 바뀐 것으로 큰 차이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채굴'이라는 단어가 주는 직관성, 기대감, 파급력은 실로 놀라웠다.

"소셜 채굴 발표 이후부터, 와츠엔 5400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유입됐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이달 말까지 가입자 2억 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며..."

대표실에서 브리핑 중인 공민준 팀장의 목소리가 쭉쭉 뻗는다.

소셜 채굴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작된 지 오늘로 불과 5일째다. 그런데 신규 가입자가 5천만 명도 넘게 폭증했으니 담당자인 그의 텐션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좋은 흐름이군요. 공 팀장이 수고가 많았습니다."

"이게 다 대표님의 소셜 채굴 아이디어 덕분입니다. 저는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얻은 거고요. 하하핫!"

이후에도 공민준은 가입자 분포, 이용시간 통계, 앞으로 석 달간의 예측치 데이터를 술술 내놓는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라서 질문을 던진다.

"서버 쪽 이슈는 없습니까? 가입자가 늘었으면 그만큼 동시 접속자도 많아졌을 텐데요."

"완전 폭증입니다. 특히 영상 업로드 트래픽이 늘어서 미리 대비를 안 해뒀으면 서비스가 마비됐을 겁니다."

"마비됐다는 보고가 없는 걸 보면 잘 관리되고 있나 봅니다?"

"하핫. 저희가 누굽니까. 국내 동시 접속자 천만 명을 핸들링하던 싸이클럽 팀입니다. 서버 관리 노하우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지금은 싸이클럽 전성기 때보다 서버 관리 기술이 진보했고, 투자하는 돈도 곱절로 많아졌다.

그러니 공민준도 저렇게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는 거겠지.

"대표님, 최근 가입자 추이를 보면 일본과 한국, 바로 그다음이 동남아시아 쪽입니다."

"동남아는 K팝 팬들이 와츠를 사용해서 그럴 겁니다. 한국 가수들이 최근 홍보용으로 와츠 영상을 자주 올리고 있으니까요."

"저도 처음엔 그리 생각했는데, 성별 통계를 확인해보니 이유가 K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보고서를 다시 앞으로 넘겨서 동남아시아 지역 신규 가입자 정보를 확인한다.

신규 가입자 중엔 남자가 62%였다. K팝 팬이라면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야 정상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제가 베트남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한 결과, 시발점은 K팝 팬의 입소문이 맞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소셜 채굴이었습니다. 채굴한 도토리 코인 1개면 베트남 돈으로는 무려 50만 동이 됩니다."

"50만 동이면 현지 물가로 어느 정도입니까?"

"제법 큰 돈입니다. 쌀국수를 20그릇 넘게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물가를 쌀국수로 비유해주니 바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렇군요. 동남아 쪽에서 물이 들어온 김에 노를 팍팍 저어서 나가야겠습니다."

"동남아시아 쪽에 홍보를 더 하시려고요?"

"소셜 채굴이 있으니 홍보는 알아서 될 겁니다. 저는 그보다... 내실을 다지는 쪽에 투자했으면 하네요."

휴대폰을 켜서 VPN으로 접속 지역을 베트남 쪽으로 바꾼다. 그러자 익숙한 한국어나 영어 대신, 난해한 베트남어로 된 영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영상은 추천 숫자에 맞게 노출되는 식이죠?"

"그렇습니다."

"이걸 바꿔봅시다. 한국과 일본처럼요."

한국과 일본은 추천 수가 높은 영상 중, 직원이 수작업으로 상위 노출할 영상을 선정한다.

그 과정에서 의미 없이 반복되거나, 너무 유치하거나, 혐오스러운 영상은 칼 같이 걸러지게 된다.

"좋은 아이디어긴 합니다만, 한국과 일본처럼 국가마다 영상을 자체 선별하려면 현지어와 현지 문화에 정통한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인력이 필요하면 뽑으세요."

"동남아시아에 사무실을 열고 사람을 뽑아 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행정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서 지사 설립 허가부터 몇 달은 기다리셔야..."

나는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굳이 동남아에 지사까지 펼 필요가 있을까요?"

"그럼 어쩌실 생각이신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도 많잖습니까. 그들을 뽑아서 씁시다."

* * *

한국, 일본, 아시아에선 유독 와츠의 확산세가 빨랐지만 그렇다고 타 국가에서 와츠가 덜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가장 큰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서는 이미 소셜 채굴이라는 주제에 2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소셜 채굴? 그냥 SNS에서 글만 싸지르면 돈은 준단 말이야? 오우, 쒯! 공상과학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이 되다니! 오래 살길 잘했어.

-드디어 인간 세상에 특이점이 온 거야. 일하지 않고, 휴대폰만 깨작거려도 돈을 벌 수 있게 된 거지.

┗미안하지만 이미 유튜버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돈을 벌고 있어.

┗착각하지 마. 그들은 노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가 즐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서 돈을 버는 거야.

레딧 댓글 초반부에는 소셜 채굴로 돈을 버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토론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댓글이 후반부로 갈수록 채굴 자체에 관심을 두는 댓글이 많아진다.

-와츠의 소셜 채굴은 유투버와 달라. 그냥 가입만 하면 돈을 주고, 영상을 봐도 돈을 주고, 좋아요를 눌러도 돈을 준다고!

-소문이 진짜였어? 나는 사기인 줄 알고 깔아볼 생각도 안 했어.

┗가입하고 활동할 때마다 포인트를 주는데, 이걸 도토리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로 바꿔주는 식이지.

┗쒯. 번거롭잖아. 듣기만 했는데 귀찮아졌어.

┗그래서 '채굴'인 거지.

-나 역시 처음엔 귀찮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보상으로 주는 도토리 코인 시세가 30달러라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바뀌었지.

┗30달러? 그걸 몇 개나 주는 거야?

┗가입하고 조금 깔짝거리면 1개. 그리고 영상을 올려서 처음으로 좋아요를 받으면 1개. 그리고 인기 영상에 올라가면 최고 5천 개라고 했던가?

┗15만 달러면 스포츠카 한 대 값이잖아!

┗당장 깔아야겠군.

-나는 소셜 채굴 소식을 접하고 엄마 아빠 폰에도 와츠를 깔아 드렸어. 정말 좋아하시더라.

┗불효자 녀석. 너는 엄마 아빠의 도토리를 빼앗은 거야.

┗우리 가족은 베네수엘라에 살아. 도토리 1개면 가족 전체가 한 달 동안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지. 엄마 아빠까지 총 6개의 도토리를 받아서 반년 치 식비 걱정을 덜게 됐어.

┗미안... 그런 사정도 모르고.

┗미안해할 것 없어. 우리 가족이 특별한 케이스니까.

레딧은 미국 사이트지만 사용자는 전 세계인이 다양하게 분포된 글로벌 사이트다.

그래서 그런지 이 댓글 이후부터는 도토리 코인 1개가 자국 돈 얼마인지, 빅맥 몇 개를 살 수 있는지의 댓글이 달렸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공평하게 30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이건 혁신 아닐까?

┗그건 도토리 코인만이 아니라 모든 가상화폐의 특징이야.

┗북한 같은 곳이면 황제처럼 살 수 있겠군.

┗그전에 독재자에게 잡혀가겠지.

-너희들, 이 SNS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봤어? 이렇게 돈을 펑펑 퍼주고도 괜찮다니, 말이 안 되잖아.

┗나도 그게 궁금했어. 저 돈이 대체 어디서 나는 걸까?

-놀랍게도 와츠의 개발사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소셜 채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그럼 내가 받은 30달러는 뭐야? 가짜 돈이라는 소리는 아니지?

┗너는 30달러가 아니라 도토리 코인을 받았잖아. 그 30달러는 거래소에 있는 코인 투자자들이 내준 거야.

┗결론은 코인 투자자 돈으로 회사를 키운다는 거네.

┗머리 잘 굴렸는걸?

-대부분의 상장 회사가 같은 방식을 쓰고 있어. 와츠의 차이점은 그 수단이 주식 대신 가상화폐가 됐다는 것뿐이지.

* * *

소셜 채굴의 등장은 도토리 코인뿐만 아니라 다른 가상화폐들의 가치까지 동반 하락을 몰고 왔다.

[도토리 코인의 끝없는 폭락. 한때 27달러 선까지 떨어져...]

[소셜 채굴 발표로 인해 가상화폐 투자자들 패닉. 전문가들 "가상화폐 투자에도 법적인 보호가 있어야 해."]

시장 흐름이 하락세로 전환되자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도토리 코인이 아니라 아리랑 코인이었다.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상장 초기에 모든 이슈를 소셜 채굴에 뺏긴 데다가, 두 코인은 유사성도 많아서 시세가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뭐? 1.5달러도 깨졌어? 오늘은 왜 떨어지는 거야? 악재는 전부 해소됐다며? 대체 이유가 뭐냐고!"

최명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다가 보고 있던 휴대폰을 집어 던진다.

바닥에 깔린 러그 때문에 휴대폰이 깨지진 않았지만, 그 때문에 최명자의 무자비한 발길질을 당해야 했다.

"망할 도토리! 망할 가상화폐! 내가 이 망할 것에 손댄 이후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서 미치겠어!"

그녀는 혼자서 한참이나 소릴 지르다가 저만치 거리를 두고 있던 나민성에게 고개를 홱 돌린다.

"나 프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가격이 오를 거라며!"

"그게..."

"설명 좀 해봐! 빨리!"

나민성은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속으로 삼키고서 입을 연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시장의 기대감이 꺾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무슨 기대감?"

"가상화폐는 무조건 가격이 올라간다는 기대감이... 이번 도토리 코인 사태로 박살 났습니다."

"세상에 무조건 가격이 오르는 투자 상품이 어디 있어? 다들 바보천치야?"

그 바보천치에는 최명자 본인도 포함돼 있었다.

그녀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가상화폐가 계속 오를 줄 알고, 여윳돈을 도토리와 비트코인에 넣어둔 상태였다.

"안 되겠어. 지금이라도 팔자. 들고 있는 거 전부 던져버려."

"저희가 아리랑 코인을 팔면 가격 하락에 가속도가 붙어서... 진짜 0원이 될지도 모릅니다."

"야! 그럼 이대로 계속 시세가 떨어지는 걸 지켜보라는 거야?"

그녀가 다시 발광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나민성은 얼른 부연 설명에 나섰다.

"이번 하락은 도토리 코인의 소셜 채굴로 인한 해프닝입니다. 그러니 소셜 채굴을 중단시키면..."

"다시 가격이 오를 거다?"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투자자가 빠진 이유는 도토리 코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코인 물량이 풀려서 가치가 떨어질 걸 염려해서니까요."

"알았어. 내가 국회 쪽을 움직여서 채굴인지 뭔지 방지법을 만들라고 할게. 그럼 전부 해결되는 거지?"

국회를 움직인다는 말을 이리 쉽게 내뱉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그녀가 유일할 것이다.

나민성은 속으로 혀를 차며 말을 내뱉는다.

"국내법을 만들어 봤자, 해외에서 같은 방식의 채굴이 계속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어쩌라는 거야!"

"여론을 움직이면 됩니다. 국내에 도토리 코인 투자자가 못 해도 5만 명은 될 테니 그들을 선동해서 WHTS컴퍼니를 압박하는 겁니다."

말이 그럴싸하게 들렸는지 최명자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래. 그게 차라리 잘 먹히겠네."

나민성이 뭐라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최명자는 무시하고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사모님, 죄송하지만 어디에 연락을 하시는지..."

"채굴 뭐시기를 그만두게 하려면 여론을 선동하라며? 그럼 이쪽 방면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것 아냐."

그녀에게 '이쪽 방면 전문가들'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민성의 머릿속에 한 문장이 스쳐 지나간다.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

그러나 나민성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명자가 아무리 막 나간다 해도 사적인 이유로 국정원을 동원할 리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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