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65화 (6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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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코인의 출시 소식은 가상화폐 판에 대격변을 몰고 왔다.

지금껏 가상화폐는 특정 단체나 개인이 운영하고 있었기에, 일반인들은 신뢰성 부족으로 투자를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아리랑 코인은 무려 대한민국 정부가 인증한 프로젝트 아닌가.

이 때문에 지금껏 투자를 주저하고 있던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가상화폐 거래소에 몰려들었다.

[아리랑 코인 전격 출시! 4차산업혁명과 함께하는 유망한 디지털 화폐.]

[자산 예치(스테이킹)만 하면 예상 이자가 무려 20%!]

[정부의 눈부신 성과. 아리랑 코인 2.3달러 돌파!]

[출시 하루 만에 500억 원이 몰렸다. 무서운 코인 광풍. 초기 투자자는 벌써 20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둬.]

0.1달러에 출시했던 아리랑 코인의 시세는 출시 단 5일 만에 6달러까지 급등했다.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이자까지 두둑하게 쳐주는 데다가, 정부 인증까지 받았으니 투자금이 안 몰릴 수 없었다.

"우리가 뚝딱 만들어낸 코인의 가치가 1500억이나 된다고?"

아리랑 코인의 폭등은 코인을 만들어낸 당사자인 최명자조차도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어제 자정 기준으로 1500억 원이었으니 오늘은 그보다 더 늘었을 겁니다. 이미 시세가 8%쯤 더 올랐으니까요."

"이게 꿈이야 생시야. 미쳤네! 진짜 미쳤어!"

나민성의 설명을 들은 최명자는 더 흥분해서 뜨거운 콧김을 뿜어댄다.

"나 프로. 잘했어. 아주 마음에 들어. 완전 칭찬해."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이 판에서 돈 빨아먹는 건, 누워서 떡 먹기라고요. 게다가 이건 법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라 앞으로..."

"아니다. 나 프로 같은 원석을 찾아낸 나를 칭찬해야겠네. 호호홋."

최명자는 자화자찬해대며 코인 시세 차트와 인터넷 뉴스를 살핀다. 그러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안 되겠는지 지인들에게 전화까지 돌려댔다.

그녀가 전화를 시작했다 하면 1시간은 기본이었기에, 나민성은 슬그머니 일어나서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

"으이그, 저 빡 대갈통 년. 남이 하는 말은 뒤지게 안 듣는다니까."

나민성이 평가한 최명자는 무식하고 탐욕스러우며 이기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권력이 너무 막강한 탓에, 작은 능력만 있어도 엄청난 돈과 특혜를 몰아받을 수 있었다.

'저년 옆에 바짝 붙어 있다 보면 날아오를 기회가 찾아올 거다. 그때까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버텨야 해.'

담배를 다 태우고 돌아가자, 최명자가 그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나 프로, 어딜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잠시 담배 한 대 태우느라... 그런데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코인이라는 게 한순간에 0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며? 그 말이 맞아?"

갑자기 저러는 걸 보니 통화하던 지인에게 무슨 소릴 들었나 보다.

"코인은 시세 하락의 안전장치가 없으니 이론상 0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빨리 팔아서 돈으로 바꿔야지! 지금 가격 많이 올랐다며."

"스캠 코인이나 그렇지 저희 같은 코인은 그럴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흐름으로 봤을 땐 앞으로 더 견조한 상승세를..."

나민성이 한참이나 시세가 어떻고, 구조가 어떻고를 떠들었으나 최명자는 이번에도 듣지 않고 제 질문을 이어간다.

"스캠? 그건 뭐 하는 거야?"

"돈을 한탕 챙겨서 빠지는 사기 코인을 뜻합니다."

"그거면 딱 우리가 만든 코인이잖아! 빨리 팔어!"

"..."

나민성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사모님, 진정하시죠. 아리랑 코인은 정부에서 인증을 받았기에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진짜야?"

"믿으셔도 됩니다."

대답을 해줬음에도 최명자의 두 눈에는 여전히 불신이 가득했다.

"혹시 그 지인분이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 뭐, 별말은 안 했고. 저기, 뭐냐. 국정감사가 열리면 야당의 공격 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어."

"야당이 공격한다 한들, 이미 도토리 코인이라는 유사 코인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아리랑 코인은 도토리 코인과 구조부터 운영 방식까지 카피한 코인이었다.

그러니 도토리가 멀쩡한 이상, 아리랑 코인의 구조적인 결함을 지적해봤자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야당 의원이 이 복잡한 가상화폐의 구조를 이해하고 풀어서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아유, 절대 못 하지. 이걸 어떻게 일반인에게 설명해? 나는 단어만 봐도 헛구역질이 나."

"바로 그겁니다."

나민성은 고갤 끄덕거리며 히쭉 웃는다.

"국내 코인 투자자가 7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야당에서 어설프게 가상화폐로 쑤셨다간 오히려 역풍만 맞게 될 겁니다."

* * *

WHTS컴퍼니 회의실에선 비상대책 회의가 한창이다.

주제는 도토리 코인 가격 안정화.

회의에 참석한 팀장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저번 주만 해도 30달러 선을 지키겠다고 했었건만, 불과 일주일 만에 재차 시세 폭등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개발팀에선 이번 주만 1억 달러에 달하는 도토리 코인을 추가로 발행했어요. 그럼에도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60달러 선을 뚫어버렸네요."

개발팀의 리더인 이소영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이번은 정부라는 커다란 암초가 있었기에 심하게 자책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표정이 어두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부에선 가상화폐와 4차산업혁명, 창조경제까지 한데 묶어서 홍보를 더 크게 진행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시세가 계속 오르겠어요."

"정말 큰 일이네요. 이러다 거품이 한순간에 꺼지면... 그땐 감당이 될까요? 도토리 코인이 흔들리면 싸이클럽과 와츠도 같이 흔들릴 텐데요."

회의실에서 나오는 말들은 전부 부정적인 전망밖에 없었다. 이대로 뒀다간 회의 분위기가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처박히겠다.

나는 가벼운 헛기침을 해서 시선을 이쪽으로 끌어당긴다.

"회계팀. 해외계좌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이번 신규 코인 판매금의 80%를 현금으로 예치했습니다. 약 7천650만 달러로, 이 정도 금액이면 세금 문제를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코인 판매금을 현금으로 쥐고 있으면 항상 세금이 문제다.

그렇다고 어디 조세 피난처로 옮겨두자니 그것도 조사가 들어오면 곤란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겠군요. 일정량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바꿔두세요."

"그럼 가상화폐 시세가 더 올라갈 텐데요."

"이미 잔뜩 올라 버린 거, 여기서 조금 더 오른다고 달라질 게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기존 방침대로 신규 코인 판매금 70%를 가상화폐로 바꿔두겠습니다."

이어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던 차에, 난데없이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린다.

"아이고, 좀 늦었습니다."

SNS 개발팀의 공민준이었다.

회의실까지 뛰어왔는지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지만, 표정은 그 어느 때 보다 밝아 보인다.

"테스트 결과가 좋게 나왔나 보군요."

내 물음을 듣고 공민준은 엄지를 치켜든다.

"아주 완벽합니다. 지금 당장 적용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쌩쌩 돌아갑니다."

"참 다행입니다."

회의장의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하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직접 이번에 출시할 아이템을 소개하기로 했다.

"방금 테스트를 마친 시스템은 SNS를 사용하면 보상으로 도토리 코인을 주는 코인 리워드 시스템입니다."

와츠 초창기부터 코인 리워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직원들도 그리 놀라진 않는다.

"앞으로 SNS에 영상을 올리거나,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받거나, 댓글 쓰는 등, 모든 행위에 코인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보상으로 도토리 코인이 뿌려지면 와츠의 사용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다. 여기에 대량으로 뿌려진 공짜 코인으로 시세까지 조정될 테니.

한 마디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이었다.

"대표님, 질문 있습니다."

이소영의 목소리였다. 나는 말해보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처럼 시장이 과열됐을 때 코인을 대량으로 뿌리면 도토리 코인 보유자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왜 반발하죠?"

"그야... 코인의 수량이 많아질수록 가치가 내려가잖아요."

그녀가 먼저 말해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팀장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보태온다.

"저도 반발이 큰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시장이 과열됐을 땐 투자자들의 분노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대표님, 때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만 실행을 늦추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코인 리워드를 적게 주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시장의 영향이 없을 정도로, 아주 적게."

"얼마를 책정하든, 코인을 공짜로 준다는 행위 자체에 난리가 날 거예요."

모두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공짜 코인 발행은 조심해서 결정하자는 의견이었다.

나는 모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 뒤에 입을 뗀다.

"참 이상하네요. 컴퓨터로 의미 없이 전기를 써대는 채굴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영상 업로드의 보상으로 코인을 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군단 말이죠."

이번은 반박하는 목소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한 사람씩 쳐다봐도 다들 시선을 회피한다.

"컴퓨터로 전기를 써가며 숫자 계산을 시키는 것보다, 보고 즐길 수 있는 영상 업로드 쪽이 훨씬 생산적인 일 아닙니까?"

"그건 맞지만... 채굴은 가상화폐 초창기부터 있던 방식이잖습니까."

"그렇군요. 인식의 차이가 문제였군요. 그럼 코인 리워드 시스템의 이름을 바꿔야겠습니다."

생각과 동시에 이름이 떠올랐다.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앞으로 코인 리워드의 정식 명칭을 소셜 채굴로 명명하겠습니다."

* * *

WHTS컴퍼니의 소셜 채굴은 가파르게 상승하던 도토리 코인 가격에 제동을 걸었다.

한때 최고가 60달러를 찍었던 도토리 코인은 발표 직후 반 토막이 나서 3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간신히 32달러 선을 유지했다.

이에 도토리 코인 투자자들은 단체로 WHTS컴퍼니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고, 일각에선 소셜 채굴 정책을 철회하라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었다.

"회장님, 소셜 채굴 발표로 도토리 코인 시세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최소 지금보다 30%, 최악의 경우 9달러 이하로도 내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도토리 코인에 투자했던 소프트포우에서도 가상화폐 관련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모두가 부정적인 리포트였으나, 정작 결정권자인 신정의 회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가입자는?"

"어떤 가입자를 말씀하시는지."

"와츠 가입자 추이는 어떻냔 말이다. 오르고 있어, 아니면 빠지고 있어?"

비서는 황급히 전화를 돌려서 관련 데이터를 넘겨받는다.

"작년 말까지 총 가입자는 2500만 명이었고, 올해 2월에는 43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가입자가 빠져서 강수를 둔 건 아니라는 거군."

"그렇습니다."

신정의 회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긴다.

'고놈이 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러는 걸까?'

그렇게 시간이 몇 분 정도 흐르다가 다시 비서에게 전화가 온다. 비서는 연락을 받고서 화들짝 놀라 소리친다.

"회, 회장님. 방금 업데이트된 정보입니다만..."

"뭔데 그리 놀라?"

"소셜 채굴 발표 이후부터 와츠 가입자가 일일 2000만 명씩 늘어나는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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