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25화 (2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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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클럽 지분 확보 작업은 시작 이틀 만에 84%에 도달했다.

지분을 보유 중이던 직원은 총 24명.

그중 연락이 닿지 않는 2명 빼고는 전부 지분을 내던졌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싸이클럽은 이미 오늘내일하며 위태로운 상태였으니, 내가 싸이클럽 개발진이었어도 지분을 팔아 치웠을 거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이제 싸이클럽의 주인은 나다.

이 말은 좋든 싫든 싸이클럽을 내가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근무 중인 직원들을 붙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WHTS컴퍼니의 신우혁입니다."

싸이클럽 직원들과 투자자가 아니라 대표로서 마주하는 첫날.

나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빛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이대로 싸이클럽을 유령회사로 만들고 이름만 가져다 쓸 수도 있으니 저렇게 경계하는 것이리라.

"대표는 바뀌었지만, 여러분의 업무는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예전처럼 이 사무실로 나와서, 예전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이 말만으로도 사무실의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진 게 느껴진다.

나는 여세를 몰아서 직원들의 마음을 완전히 녹일 수 있는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밀렸던 월급은 오늘 중으로 전액 입금될 예정입니다."

짧은 한마디였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굳게 닫혀 있던 직원들의 입에서 놀람, 기쁨, 환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오! 이번에 오신 대표님은 쿨하신 분이네요. 하하핫."

"밀린 월급을 못 받는 줄만 알았는데... 참고 버티길 잘한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고용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직원들은 마치 특별 보너스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한다.

그만큼 기존의 근로 환경이 열악했다는 뜻이겠지.

이후엔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직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한 명도 빠짐없이, 앞으로 잘 해보자는 말도 잊지 않고 전했다.

"그럼, 수고들 하십시오."

싸이클럽 직원들과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판교의 WHTS컴퍼니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무섭게 박태식이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어떻게 됐어? 직원들 많이 빠졌지? 분위기는 괜찮아?"

나는 싸이클럽 쪽 분위기를 요약해서 말해줬다.

처음엔 경계했다가, 채용 보장과 월급 이야기를 하고 나서부터 표정이 밝아진 것까지.

"원래 회사가 뒤숭숭하면 퇴사자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래도 다행이네."

"지금껏 남아있을 정도면 싸이클럽에 애정이 많은 사람들일 거야."

"그렇겠네. 어쨌거나 한 방에 직원이 20명 넘게 늘어 버렸으니, 우리 신 대표님께서 부담감이 크겠어."

"부담감은 네가 더 클 것 같은데."

박태식이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킨다.

"나? 내가 왜?"

"앞으로는 네가 싸이클럽을 운영해야 할 테니까."

"요놈이 또 장난치고 있네. 그러지 좀 마라. 하나도 안 웃기니까."

내가 무표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자, 박태식은 그제야 놀라서 눈썹을 물결 모양으로 일그러트린다.

"엑! 진짜야? 장난치는 거 아니었어?"

"너 아니면 맡아줄 사람이 없어. 회사도 다녀야 하는 내가 싸이클럽까지 운영할 순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무경험자인 내가 싸이클럽을 운영하는 건 무리야. 그리고 거기 쫄딱 망한다며?"

싸이클럽이 망하는 건 맞다. 그건 내가 직접 돈을 퍼부어서 운영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역사적으로 한 번 쇠퇴한 SNS가 부활한 전례는 없었으니까.

"대단한 성과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사람들이 가끔 돌아와서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으로 만들어 봐."

"쉼터?"

"그래, 쉼터. 어차피 신규 사용자 유입은 없을 테니 기존 유저라도 돌아오게 만드는 거지."

"추억팔이를 하라는 말이구나."

내가 쉼터라고 좋게 포장한 말을 박태식이 돌직구로 해석해서 내놓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저 '추억팔이'보다 더 알맞은 표현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요 포인트는 기존 사용자가 외면할 정도로 변하면 안 된다는 거야. 손님이 추억 속 국밥집을 찾아왔는데 파스타를 팔고 있으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오케이. 완벽히 이해했어. 그러려면 일단은 없애버린 방명록과 사진첩 같은 시스템부터 다시 살려야겠네. 그리고 가능하면 미니홈피도 메인으로 끌어올 방법을..."

박태식은 벌써 싸이클럽을 옛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돌릴 방안을 궁리하고 있었다.

한때 싸이클럽에 푹 빠져서 살던 놈이니 이 방면에선 어지간한 전문가보다 나을 거다.

"저... 두 분 이야기 끝나셨나요?"

박태식이 가고 나니 배턴터치 하듯이 이소영이 나타난다. 표정을 보니 꽤 오랫동안 우리 대화가 끝나길 기다린 듯하다.

"예. 소영 씨, 말씀하세요."

"오전에 뜬 싸이캐쉬 코인 뉴스 보셨나 해서요."

"아뇨. 아직 못 봤습니다."

"비트힛에서 소송을 걸겠대요. 그쪽 말로는 싸이클럽과 체결한 공식 코인 계약이 아직 유효하다네요."

이소영은 나를 자기 자리까지 데려가서 모니터를 보여준다.

뉴스는 포털의 IT 섹션 메인에 떠 있었다.

[싸이클럽의 공식 가상화폐는 어디? 싸이캐쉬 코인을 발행한 비트힛, 도토리 코인에 소송 예고.]

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비트힛은 싸이클럽의 전 대표 정지승과 공식 코인 계약을 진행했고, 그 계약은 아직 유효하다.

2. 기존 계약이 유효한 동안 도토리 코인을 싸이클럽 공식으로 지정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다.

3. 도토리 코인의 공식 가상화폐 지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하겠다.

나는 기사를 다 읽자마자 코웃음이 먼저 나왔다.

"마지막 발악이군요. 의미 없는 짓이니까 신경 쓰지 마시죠."

"그래도 비트힛과 맺었다는 계약은 확인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중에 진짜 소송까지 가면 곤란해질지도 몰라요."

평범한 물건이나 상표를 두고 소송이 벌어진다면 나도 이번 건을 심각하게 여겼을 거다.

하지만 소송의 대상이 가상화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이 소송에서 승소하고 '공식 가상화폐' 딱지를 얻는다 해도, 우리가 사용처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 코인의 가치는 제로입니다."

"그건 저도 알아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비트힛이 어째서 무리하게 소송까지 걸었냐는 거죠."

"그래야 자기들 코인을 팔아먹으니까요."

"에이, 설마요. 그건 사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소영은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면 너무 순진한 면이 있다. 아직은 시궁창 같은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을 나이라서 그런 걸까.

나는 시계를 슬쩍 쳐다보고는 입을 뗀다.

"오늘 오후에 싸이캐쉬 코인이 상장된다고 했던가요?"

"맞아요. 4시라고 했어요."

"그때 한 번 지켜보세요. 그럼 소영 씨도 이 판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될 겁니다."

* * *

싸이클럽의 대표였던 정지승은 PC방에 와 있었다.

원래라면 회사에 있을 시간이지만 이젠 대표도 뭣도 아니게 됐으니, 그에게 갈 곳은 PC방밖에 없었다.

'망할. 앞으로 며칠만 견뎠으면 신규 프로젝트로 재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멍청한 것들 때문에.'

원망의 화살은 지분을 매입한 WHTS컴퍼니보다, 회사 지분을 팔아버린 직원들을 향해 있었다.

지분 84%.

해외로 나가서 연락이 끊긴 2명을 제하면 직원 전원이 지분을 판 셈이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회사로 쳐들어가서 뺨을 한 대씩 후려치고 싶을 정도다.

"후우, 열 내지 말자. 그딴 멍청한 것들 때문에 흥분하면 나만 손해지. 어차피 승자는 나다. 오늘만 지나면 나는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거니까."

정지승은 마우스를 움직여서 약속된 페이지로 접속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힛.

국내 가상화폐 거래량 1위를 자랑하는 거래소다. 여기서 잠시 후면 싸이캐쉬 코인의 상장이 시작된다.

[정지승님의 자산 현황]

보유 코인 : 싸이캐쉬 600,000SCC

평가금액 : ???KWR

정지승은 이미 싸이캐쉬 코인 60만 개를 소지하고 있었다. 비트힛에 '공식' 싸이클럽 가상화폐 권한을 준 대가였다.

싸이캐쉬 코인의 첫 가격이 1달러라고 했으니, 상장 직후에 전부 팔아치워도 그의 수중엔 7억이라는 돈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그는 상장 직후에 코인을 팔 생각이 없었다.

이번 싸이캐쉬 코인처럼 주목도가 높은 코인은 상장 직후에 시세가 미친 듯이 오르기 때문이다.

'딱 3배까지만 먹고 빠질까? 3배면 20억. 이걸로 해외에서 살긴 모자라. 그래, 5배만 먹자. 해외로 뜨려면 최소 30억은 있어야지.'

이런저런 망상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상장 예정 시간이 5분 앞으로 다가왔다.

정지승은 초조함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모니터를 응시한다.

앞으로 딱 5분.

긴장해서 입이 바짝 말라온다. 괜히 마우스를 흔들고, 클릭도 해보지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는 참다못해 휴대폰을 집어 든다.

[그쪽 상황은 어때?]

비트힛의 나민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창 바쁠 때라서 답이 늦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답장은 바로 돌아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어찌나 몰렸는지 홈페이지 트래픽이 평소의 20배가 넘습니다.]

[굿. 완전 대박이네.]

[당연히 대박이죠. 형님은 마음 푹 놓고 있으십쇼.]

흥분을 주체 못 한 정지승의 입꼬리가 치솟는다. 이젠 빨리 코인 상장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1분."

정지승은 아예 스톱워치까지 켜놓고서 시간을 재고 있었다.

그렇게 4시 정각이 됐을 때.

거래소 홈페이지가 자동으로 새로고침 되더니 지금껏 닫혀 있던 신규 코인 배너가 떠오른다.

[세계 최초로 싸이캐쉬 코인 정식 상장!]

딸깍.

정지승은 반사적으로 배너를 클릭했다. 접속자가 진짜 많은지 페이지가 넘어가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빨리 떠라. 빨리. 빨리. 빨리."

그가 빨리라는 단어를 20번 정도 되뇌었을 때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코인 거래 페이지가 뜬다.

[싸이캐쉬 코인(SCC)]

시작가 : 1148KRW

시장가 : 3122KRW

전일 대비 : 172% (▲1974)

페이지에 들어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시세가 3배 가까이 올라 있었다. 다들 미쳤다는 말 말곤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진짜 광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싸이캐쉬 코인(SCC)]

시장가 : 4138KRW

[싸이캐쉬 코인(SCC)]

시장가 : 5711KRW

[싸이캐쉬 코인(SCC)]

시장가 : 8339KRW

[싸이캐쉬 코인(SCC)]

시장가 : 14199KRW

1분마다 코인 시세가 껑충껑충 뛴다.

이미 그가 노리고 있던 5배는 넘은 지 오래다. 차트가 쭉쭉 올라가는 걸 보고 있자니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여기서 더 경악스러운 것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자산 현황이었다.

[정지승님의 자산 현황]

보유 코인 : 싸이캐쉬 600,000SCC

평가금액 : 8,540,148,887KWR

7억 남짓이었던 평가금액이 겨우 10분 만에 85억을 뚫어버렸다.

상승세가 살짝 주춤해지긴 했지만 이대로 몇 분만 지나면 총자산이 100억을 넘기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가보자! 힘내라!"

정지승은 여기가 PC방이라는 것도 잊은 채 소릴 질러댄다.

옆에서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줬지만, 지금 그딴 곳에 신경 쓸 정신이 있었으면 소릴 지르지도 않았다.

"간다! 간다! 간다! 가즈아!"

차트는 야금야금 위를 향해서 올라갔다.

그로부터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쯤, 드디어 그가 원하던 총자산 100억 원대를 뚫게 됐다.

[정지승님의 자산 현황]

보유 코인 : 싸이캐쉬 600,000SCC

평가금액 : 10,440,131,821KWR

드디어 때가 왔다. 정지승은 지금껏 팔지 않고 버텨낸 자신을 칭찬, 또 칭찬하며 전액 매도 버튼을 클릭했다.

딸깍.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색 웹페이지가 한참이나 이어지다가 페이지가 멎는다.

"아직도 거래소에 사람이 많은 건가?"

처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새로고침 버튼을 클릭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1분을 넘게 새로고침을 반복했음에도 거래 페이지가 뜨질 않는다.

슬슬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웬 처음 보는 오류 페이지가 그의 모니터에 나타났다.

[죄송합니다. 회원님의 아이디는 보안 문제로 이용이 제한 됐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고객 센터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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