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24화 (2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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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싸이온 서비스 오픈을 5일 앞두고, 포털 사이트와 신문, TV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싸이온과 가상화폐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국민 SNS의 새로운 도전! 무한한 가능성의 가상화폐와 함께하는 싸이클럽 오픈 5일 전.]

[싸이클럽, 신규 코인인 '싸이캐쉬 코인' 공식 출시!]

[정지승 대표 "싸이캐쉬 코인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가상화폐가 될 것."]

[기존에 출시한 도토리 코인을 샀던 투자자들은 분통. WHTS컴퍼니에 대규모 소송 예고.]

인터넷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공식 싸이클럽 코인'이 정식으로 뉴스를 탔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WHTS컴퍼니 사무실에는 아침부터 언론과 투자자들의 전화가 쏟아졌고, 덕분에 사무실의 모든 전화선을 뽑아둬야 했다.

"다들, 뉴스는 보고 왔을 테니, 상황이 어떤지는 대강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응접실에는 셋이 모여있다.

나, 박태식, 이소영.

여기서 특히 이소영의 표정이 심하게 그늘져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바로 질문을 던진다.

"뉴스의 내용이 사실인가요? 그... 도토리 코인 외에 다른 싸이클럽 코인이 생긴다는 이야기요."

"대체로 사실입니다."

"아... 진짜였구나."

이소영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댄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

"걱정되십니까?"

"분명히 그래야 정상일 텐데, 이상하게 안도감이 먼저 드네요. 아마 대표님이 평소처럼 차분하셔서 그런 거 같아요."

옆에서 박태식도 한마디를 거든다.

"나도 딱히 걱정은 안 해. 네가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믿으니까. 다만, 직원들은 이번 뉴스를 보고 동요가 심한 거 같다."

직원들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열심히 개발하던 코인이 하루아침에 짝퉁 판정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두 사람이 눈빛으로 나를 재촉하고 나선다. 어서, 머릿속에 있는 계획을 꺼내 보라고.

"저는 짝퉁 코인이 상장되기 전에 싸이클럽 경영권을 가져올 생각입니다. 우리가 도토리 코인을 공식으로 못 박아 버리면, 모든 상황이 깔끔하게 해결되겠죠."

"경영권을 어떻게 가져오려고? 정지승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을 텐데. 혹시 협상이라도 해보려고 그래?"

"신사적으로 해결할 시기는 지났어. 힘으로 빼앗아와야지."

나는 싸이클럽 개발 팀장을 포섭했다는 것과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소영은 계획이 마음에 드는지 바로 손뼉을 '짝' 소리 나게 마주쳤다.

"지분 획득이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네요. 뒷말이 나올 여지도 없을 테고요."

그러다 박태식이 긍정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듯한 의견을 내놓는다.

"나도 대응 방식에는 찬성이야. 그런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아? 그 짝퉁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기까지 겨우 이틀 밖에 안 남았잖아."

"정확히는 이틀하고 반나절 남았지."

"아무튼, 그동안 과반을 채우려면 지분을 37%나 추가로 매입해야 해."

평범한 회사라면 지분 매입이 쉽지 않을 거다. 신규 서비스 출시를 목전에 둔 지금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현재 싸이클럽의 상태는 툭 치면 넘어가는 썩은 나무와도 같았다.

"내 생각엔 과반까지 이틀도 안 걸릴 거 같은데?"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나는 항상 진심이야."

박태식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고갤 비스듬히 기울인다.

"차라리 한발 물러서서 싸이온 출시 이후를 노리면 어때? 싸이온의 오픈 성과가 안 좋으면 직원들도 지분을 팔고 싶어질 거 아냐."

"태식아,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당장 진행하는 거다."

나는 휴대폰을 켜서 개인 메일함을 보여준다.

메일함엔 싸이클럽 직원들이 지분을 매각하고 싶다고 보낸 메일이 십여 통이나 쌓여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 뭐야? 곧 회사의 신규 서비스가 오픈될 텐데, 그 전에 지분을 판다고?"

박태식은 물론이고 이소영까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원래 조직의 흥망은 내부인들이 더 잘 아는 법이지."

* * *

싸이온 출시까지 3일.

싸이클럽 개발실은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안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어딘지 기묘한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며칠 전 WHTS컴퍼니의 제안이 있고부터는 쭉 이런 상태였다.

지분 1%당 3천만 원.

일반 직장인에게는 구미가 당길만한 액수였다. 특히 지금의 싸이클럽처럼 급여가 두 달도 넘게 밀린 상태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분을 판다는 것은 현 정지승 대표를 배신하는 것과 마찬가지.

그렇기에 다들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고 눈치만 보며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선배는 어떻게 할지 결정하셨어요?"

"무슨 결정?"

"지분 말이에요. 상대 쪽에서 팔지 말지를 내일까지 결정해 달라고 했잖아요."

회사 휴게실에서도 매번 1타로 나오는 소재가 지분 문제였다.

답을 해야 할 선배 직원은 시선을 반대편, 재떨이가 있는 쪽으로 돌리고 말했다.

"나는 안 팔 거야. 그거 팔면 회사가 어떻게 될 줄 알고 팔겠어."

"그래도 1%당 3천이나 받을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솔직히 우리 회사 평가액 50억이라는 것도 옛날 말이고요."

"그래서 너는 팔겠다는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안 팔아요. 이번에 싸이온이 성공하면 지분 가치가 확 뛸지도 모르잖아요."

"그렇지. 하하하..."

대화가 여기까지 흘러갔을 때, 옆에서 먼저 담배를 피우고 있던 서버실 직원이 대화에 끼어든다.

"저는 팔겠다고 메일 보냈어요."

당돌한 그의 언행에 두 직원은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린다.

"팔았다가 대표가 바뀌면 어쩌시려고요?"

"바뀌면 바뀌는 거죠. 당장 돈이 없어서 방세도 못 내고 있는데 회사 주인 바뀌는 게 대수예요?"

"..."

"그리고 어제 공 팀장님이 그랬잖아요. 이번 프로젝트가 망했을 때도 대비해야 한다고요. 까놓고 말해서, 지분 쥐고 있다가 이번 프로젝트까지 망하면 우린 뭐가 남아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시선을 반대로 돌린다.

"듣자 하니 WHTS컴퍼니에서는 딱 지분 50%까지만 매입한다던데, 이젠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걸요."

"판다는 사람이 거의 없던데요?"

"흥. 웃기지 말라고 해요. 다들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론 빨리 팔고 튈 생각만 하는 게 빤히 보인다고요."

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며 정지승 대표가 들어온다.

놀란 직원들이 일어나서 고갤 숙이려 하자 그가 손을 저어서 만류한다.

"괜찮아. 난 신경 쓰지 말고 피던 거 마저 펴."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직원들은 급히 담배를 끄고 도망치듯 휴게실을 빠져나간다.

"어휴, 저 배신자 새끼를 죽여 버릴 수도 없고."

재떨이엔 아직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지승은 한참이나 그걸 쳐다보고 있다가 중얼거린다.

"어쩔 수 없군. 내키지 않지만 당근을 챙겨줄 수밖에."

* * *

정지승은 저녁 시간에 전 직원을 모아서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장소는 회사 근처의 고기 뷔페다.

시간이 천금과 같은 이 시기에 직원들을 회식시키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당장 발등에 붙은 불은 끄고 봐야 할 것 아닌가.

"오늘은 내가 특별히 쏘는 거니까, 추가메뉴도 마음껏 시켜. 음료수도 마시고 싶으면 말하고. 알겠지?"

평소에 자주 오던 곳이었기에, 직원들은 알아서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얼마지 않아 삼겹살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냄새가 퍼진다. 원래 이쯤이면 술잔이 돌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잡혀야 정상이건만.

어째선지 오늘은 고기만 깨작거릴 뿐, 테이블에 놓인 술병은 그대로 있었다.

"다들 피곤한가 보네? 그래도 고기를 먹어 줘야 힘이 생기는 거야. 거기 김 대리, 술 좀 따라봐. 저번에 잘하던 거 있잖아."

지목받은 김 대리가 어정쩡하게 일어나서 맥주 뚜껑에 숟가락을 끼운다. 그리고는 빠르게 젖히자 '뽕!' 소리와 함께 뚜껑이 천장까지 날아갔다.

평소처럼 박수 소리는 나왔으나 이상하게 분위기가 축 늘어진다.

"오늘은 흥이 안 사네. 김 대리야. 이렇게 된 거 소맥부터 말까?"

"어떻게 말아드릴까요."

"저번에 했던 충성주로 하자. 어이, 거기. 그냥 멍하니 있지 말고 잔 좀 세팅해봐."

김 대리는 맥주잔 위에 소주잔을 아슬아슬하게 걸쳐두고 빠트리거나, 연속으로 잔을 주르륵 세워두고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어서 파이팅 하자는 의미로 건배까지 요란하게 해봤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미적지근했다.

'이 새끼들이 오늘 왜 이래? 단체로 체하기라도 했나?'

정지승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직원들이 가장 반길만한 소식을 먼저 내놓기로 한다.

"자자, 다들 잠시만 하던 거 멈추고 주목해봐. 지금부터 중대 발표를 하겠다."

직원들의 시선이 모인 뒤에도 정지승은 한참 뜸을 들인 뒤에 입을 뗀다.

"너희들이 힘든 거 알고 있어. 내가 그걸 왜 모르겠냐. 그래서 매번 말로만 고맙다고 했지만, 오늘은 물질적으로 고마움을 표하려 한다."

탁.

정지승이 책상 위에 쇼핑백을 꺼내놓는다. 그 안에는 현금을 채운 봉투가 수십 개 들어 있었다.

"오오! 금일봉!"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번은 확실히 반응이 있었다. 10만 원만 넣어줄까 하다가, 20만 원을 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지승은 훈훈한 분위기가 끝나기 전에 얼른 다음 카드를 내놓는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가상화폐라는 걸 출시한다는 소식, 다들 알고 있지?"

시끌벅적하던 식당 안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싸이캐쉬 코인이라고, 이게 우리 회사가 잘 되면 덩달아 가격이 올라가는 거거든? 값이 10배, 20배까지도 뛴다 이 말이야. 일종의 주식 비슷한 셈이지."

그는 자신도 잘 모르는 가상화폐 설명을 한참이나 하다가, 식탁을 '쿵!' 소리 나게 내리친다.

"자! 내가 특별히 우리 직원들에게는 싸이캐쉬 코인을 40%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

이 발표와 동시에 직원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무반응을 넘어, 냉랭하기까지 했다.

"음... 너희가 가상화폐를 잘 몰라서 와닿지 않나 본데, 지금 사두면 나중에 로또보다 더 벌 수도 있다니까? 가상화폐가 초창기보다 4000배 올랐다는 뉴스 못 봤어?"

떠듬떠듬 힘겹게 설명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하필 전화까지 걸려온다. 발신자는 비트힛의 나민성이다.

정지승은 미간을 잔뜩 구기며 전화를 받았다.

-형님! 방금 뉴스 뜬 거 보셨습니까?

소릴 질러서 귀가 따갑다. 정지승은 안 그래도 구겨진 인상을 더 찌그러트린다.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아냐?"

-WHTS컴퍼니가 도토리 코인을 싸이클럽의 공식 화폐로 지정했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헛소리! 그것들이 무슨 권한이 있다고."

-싸이클럽의 지분을 84%나 획득했다고 합니다.

84%라는 소릴 듣는 순간, 정지승은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정지승이 가진 싸이클럽 지분은 10%였다. 그렇다면 여기 앉아 있는 사람 중, 한두 명 빼고는 전부 지분을 내다 팔았다는 뜻 아닌가.

"이, 이 배신자 새끼들!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짐승 같은 놈들!"

정지승은 눈을 까뒤집고서 가까이 있는 직원의 멱살을 움켜쥔다.

"너야? 너지! 네가 그 새파란 놈한테 갖다 바친 거지?"

"저한테 왜 그러십니까."

"너 맞잖아! 이 개새끼야! 내가 건배할 때부터 알아봤어!"

그는 근처에 앉아 있는 직원들을 아무나 붙잡고 윽박질러댄다.

슬금슬금 그를 피하는 직원들.

그러다 참다못해 줄줄이 가게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어디 가? 거기 안 서? 씨발, 내 말이 우습게 들려? 거기 서라고!"

아무리 악을 써도 멈춰서는 직원은 없었다.

순식간에 식당 안이 썰렁해졌다. 남은 것은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술렁거리는 소리가 전부였다.

정지승은 혼자서 이를 빠득빠득 갈다가 휴대폰을 집어 든다.

"야. 민성. 듣고 있지? 우리 소송으로 가자. 소송 걸어서 공식 딱지로 걸고넘어지면 그놈도 아무것도 못 하는 건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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