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15화 (1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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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접어든 뒤로 인터넷 뉴스에는 싸이클럽과 가상화폐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반 대중들에겐 그저 스쳐 지나갈 뉴스였다. 애초에 가상화폐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싸이클럽의 이번 행보가 핵폭탄급 이슈로 부상해 있었다.

-대박 소식! 싸이클럽에서 이번에 가상화폐 발행한답니다. 도토리 대용으로 굴린다는데요?

-진짜예요? 이 판에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아서...

-네이보 뉴스 들어가서 IT섹션 보세요. 난리 났습니다.

-도토리 대용이면 비트코인보다 사용처가 다양한 거 아닌가요?

-에이, 어디 듣보잡 코인을 비트코인에 비빕니까? 도토리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노래 다운받고 미니홈피 꾸미는 정도지.

-그래도 도토리가 워낙 유명하니까 일반인 접근성 하나는 확실하겠네요. 이번 기회에 투자자들 수급되면 다른 코인들도 이득 볼 듯?

-드디어 불장 오나요.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로 일반인 투자자가 유입될 거라는 긍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모두가 싸이클럽의 진출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싸이클럽 폭삭 망했잖아요? 마지막으로 돈 빨고 튀려고 코인 발행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이번은 일반인도 코인 판에 들어올 텐데, 먹튀 하면 정부가 나설지도...

-제가 뉴스 찾아보니까 싸이클럽이 코인 발행하는 게 아니라, 어떤 외국 투자사가 자체적으로 만든답니다.

-WHTS컴퍼니? 처음 듣는 곳인데요.

-딱 봐도 먹튀네.

-회사 홈페이지 찾아보니까 꽤 멀쩡해 보이는데요? 국내에 사무실도 있고, 싸이클럽 최대주주라는 뉴스도 있네요.

가상화폐 커뮤니티 내에서도 이번 도토리 코인이 먹튀다, 아니다로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이번 ICO의 결과만큼은 모두가 이견이 없었다.

-이런저런 말이 많아도 관심도가 역대급이니 ICO는 대박 나겠네요.

-뭐, 싸이클럽 이름값이 있으니까.

-온갖 잡코인도 나오는 마당에 도토리 코인이면 양반이죠. 먹튀라도 초창기엔 가격 엄청나게 오를 겁니다. ICO 할 때 사두면 손해 볼 일은 없을 듯?

-님들 믿고 도토리 코인 나오면 풀매수 갑니다.

-저도 오랜만에 줍줍할 준비 좀 해둬야겠네요. ㅎㅎ

-도토리 떡상 가즈아아아아!

* * *

도토리 코인의 유명세는 가상화폐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스멀스멀 퍼지고 있었다.

비트코인은 몰라도 도토리는 아는 사람이 많았기에 이런 기이한 이슈 메이킹이 된 것이다.

"요놈들이 인터넷에서 이슈 몰이는 성공한 거 같은데, 음..."

이번 도토리 코인의 유명세를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코인업의 대표, 송백호였다.

그는 최근 들어 하루의 대부분을 커뮤니티 모니터링에 쏟아붓고 있었다.

자사에서 위탁 판매하기로 한 도토리 코인이 얼마나 흥행할지 좀처럼 짐작이 안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판매량 1위를 찍고 독점권을 가져오는 건 어렵지 않아. 홍보만 돌리면 사람은 몰리 게 돼 있으니까.'

문제는 이번 도토리 코인이 일반인 관심도가 높은 특수한 케이스라는 점이었다.

만약 홍보비를 잔뜩 써서 독점 상장권을 땄는데, 소문만 요란하고 거래량이 얼마 안 떠버리면 큰일이 아닌가.

'그래도 이런 기회가 흔치는 않으니까 독점권을 먹어두는 편이 낫겠지.'

때마침 부하 직원이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오! 김 주임,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잘 왔어. 이번 도토리 위탁 건 말인데, 홍보비 좀 더 써서 진행해 봐."

"저... 사장님. 도토리 건은 어지간한 홍보비로는 상대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뭔 소리야?"

"비트힛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광고를 걸었습니다."

송백호는 실실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김 주임, 농담이 지나쳐. 포털 메인 광고 단가가 얼만 줄 알아? 기본이 천만 원부터야."

"농담이 아닙니다. 방금 모바일 페이지 메인에 올라온 걸 보고 온 참입니다."

김 주임은 직접 휴대폰 조작해서 포털 사이트를 보여준다.

포털 메인 광고는 다음과 같았다.

[투자 수익율 5000배에 도전하라! 비트힛에서 도토리 코인 사고, 애플패드 당첨 기회까지!]

송백호는 비트힛의 광고를 보자마자 욕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나민성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잡코인 독점 상장 하나 해보겠다고 수천만 원을 태운다고?"

"일본의 비트체크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번 프로모션비용만 100만 엔을 쓴다는 소문이..."

"뭐어? 100만 엔? 미치겠네, 진짜. 도토리가 뭐라고 그 난리를 치는 거야?"

"근래 하락장이 길어서 신규 가입자 유치가 힘들다 보니, 일반 투자자 유입을 기대하는 게 아닐까요?"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경쟁사들이 움직이는 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껏 코인업이 쌓아온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홍보 경쟁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네이보 광고 담당자 연락처 알아 와. 빨리."

* * *

약 3주에 걸쳐서 개발과 홍보를 거듭한 도토리 코인의 ICO 디데이가 찾아왔다.

나는 반차를 쓰고 오후 일찍 판교 사무실로 향했다.

급하게 가느라 점심을 걸렀지만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로지 3시부터 시작될 ICO 결과가 어떻게 될 지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

도토리 코인의 초기 발행량은 7200만 개. 이번에 거래소로 뿌린 물량은 그 절반인 3600만 개다.

비트코인 1개를 도토리 코인 3000개로 교환하는 형태였기에, 코인이 완판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얻게 될 비트코인은 총 12000개가 된다.

한방에 비트코인 12000개.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린 걸까? 아니다. 이길 판에 크게 거는 건 욕심이 아니라, 지극히 합리적인 베팅이다.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더 빨리 차를 몰았다.

"어? 대표님, 일찍 오셨네요."

이소영의 인사를 시작으로 다른 직원들도 덩달아 고개를 숙인다.

직원들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전해진다. 오늘 ICO 결과에 많은 것이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나까지 긴장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잠시만 주목해주세요. 아주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직원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인다. 다들, 눈빛에 실린 불안이 더 커진 것 같다.

나는 일부러 뜸을 좀 들이다가 말을 이어간다.

"오늘 뒤풀이 장소는 한우 구이집과 대게 전문점 중에 한 곳으로 가겠습니다. 그러니 퇴근 전까지 전 직원이 상의해서 결정 바랍니다."

긴장감만 가득했던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뭐예요. 놀랐잖아요."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네."

아까보다 분위기는 확실히 풀어진 것 같다.

"소영 씨, 거래소 쪽과 토큰 배분 문제가 있었다고 하던데, 그건 잘 해결됐습니까?"

"이미 다 해결하고 두 번, 세 번 검사까지 다시 진행했어요."

"좋네요. 혹시라도 다른 문제 생기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곧장 발걸음을 회의실 쪽으로 돌린다.

회의실에는 박태식이 초조하게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특유의 다리를 달달 떠는 것도 여전하다.

"분위기는 좀 어때?"

박태식은 시선을 노트북에서 떼지 않고 답한다.

"분위기는 언제나 좋았어. 거래소에서 홍보 빵빵 터트린 뒤에는 일반 투자자 유입도 확실히 많아졌고."

"그럼 된 거지. 왜 똥 씹은 표정이냐?"

"도토리만 아는 일반인들이 가상화폐를 얼마나 사주냐가 걱정돼서 그런다. 솔직히... 뚜껑을 열기 전엔 결과를 알 수 없어."

녀석은 담배가 생각나는지 안주머니를 더듬더듬하다가 다시 손을 뺀다.

"일단 예전에 알고 지내던 PB 선배들한테도 연락해뒀으니까, 아무리 못 해도 반절은 팔 수 있을 거다."

"절반만 팔 거면 시작도 안 했어. 무조건 완판 할 거니까 그냥 믿고 기다리기나 해."

"그놈의 자신감하고는."

회의실에 앉아서 잡담을 몇 마디 하다가, 개발팀과 회의까지 한 번 했더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어느덧 3시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제 잠시 후, 세 곳의 거래소에서 동시에 코인 공개가 이뤄질 거다.

"3시까지 30초 남았습니다."

거짓말처럼 사무실에 소리가 싹 사라졌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대형 모니터의 시계만 쳐다본다.

"15초."

자리에 앉은 직원들은 거래소로 들어가서 새로고침 버튼을 연타한다.

나 역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앞으로 10초. 곧 열립니다!"

5초를 앞두고부터,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4초... 3초... 2초!"

"1초!"

그리고 마지막 공개 시간이 됐을 때, 가장 먼저 이소영의 '앗!'하고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입니까?"

"코인업 홈페이지가 다운됐어요. 새로고침을 계속해봐도 반응이 없네요."

이어서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 쪽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저도 사이트 접속이 안 되는데요?"

"비트힛도 다운입니다!"

"우리 쪽 사무실 인터넷에 문제 생긴 거 아녜요?"

"그렇다기엔 일본 쪽 비트체크는 정상적으로 들어가 지는데요? 네이보도 잘 접속되고요."

사무실엔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급한 마음에 거래소에 전화를 거는 직원도 있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회의실에서 박태식이 문을 박차고 뛰쳐나온다.

"방금 코인업에서 연락 왔는데, 3초 만에 매진 뜨고 사이트 터졌단다!"

이어서 새로고침을 광클하고 있던 이소영도 급하게 소리쳤다.

"비트힛도 사이트 열렸어요! 이미 솔드아웃에다가 공지까지 떴어요!"

국내 거래소 두 곳에 넘겨준 도토리 코인은 총 2400만 개.

비트코인으로 환산하면 무려 8000개를 확보한 셈이다.

"벌써 완판이래요! 공개하고 5분 만에 완판!"

"커뮤니티에선 물량 더 풀어달라고 난리가 났어요. 누가 대량으로 싹 쓸어갔다는 말이 있네요."

"예이! 대게 파티다! 대게 파티!"

완판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딱 한 사람, 이소영만은 같이 기뻐하지 못하고 자리 앉아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이번 도토리 코인의 책임 개발자를 맡은 뒤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소영 씨, 괜찮아요?"

내가 다가가자 이소영은 옷소매로 얼른 눈가를 닦아낸다.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냥...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봐요."

"사무실에 공기청정기를 놔야겠군요."

"그러게요."

눈물을 보였다는 것이 부끄러웠던 걸까. 이소영은 괜히 바탕화면에 대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나도 굳이 위로해주기보다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려주기로 한다.

"일본의 비트체크 쪽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350만 개가 팔렸어요. 이쪽은 실시간 집계가 아니니까 실제론 이것보다 더 팔렸을 거예요."

비트체크에 푼 도토리 코인 개수도 1200만 개다. 거기서 350만 개면 대략 30% 정도가 팔린 셈이다.

"페이스를 끌어 올릴 필요가 있겠군요."

"일본 거래소의 판매 속도가 느린 편은 아니에요. 한국 거래소 쪽이 비정상적으로 빨랐던 거죠."

"그래서 더 서두르려는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 목표는 처음부터 국내 거래소가 아니라 미국 거래소 진입이었습니다. 하지만 싸이클럽의 이름값만으로 미국 거래소를 뚫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죠."

싸이클럽은 어디까지나 국내 한정으로 먹히는 카드다.

그건 거래량이 8배나 많은 일본 거래소의 반응이 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저는 이번 IPO로 다른 형태의 명성을 얻을 생각이었습니다."

"어떤...?"

"역대 최고 속도로 IPO가 마감된 코인. 그거라면 미국의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일 테니까요."

영화 포스터만 봐도 박스오피스 1위나, 관객 몇천만 명을 동원했다는 문구를 넣어서 홍보하지 않던가.

나는 그것처럼 이번 IPO 성과를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소영 씨, 국내 거래소의 비트코인이 언제쯤 회수될까요?"

"어... 전송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15분 이내엔 회사 지갑으로 들어올 거예요."

"좋습니다. 비트코인이 지갑에 들어오는 즉시, 일본 거래소의 도토리 코인을 싹 쓸어오세요."

이소영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네?' 하고 되묻는다.

"우리가 일본 거래소의 도토리 코인을 사서 조기 매진시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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