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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DMZ서 포격 도발... 확성기 겨냥]
북한의 포격 도발 소식과 함께 주가지수는 일제히 폭락하기 시작했다.
온통 파랗게 물든 그래프가 쭉쭉 내려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직접 보고 있음에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북한의 포격 도발은 이번 사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북한의 포격 도발에 남한 대응포격 긴급타전!]
[대통령, 북한 도발에 단호한 대응 지시]
[심리전에 양보 없다. 군, 강경 대응 의지 보여]
[북한 사격에 '진돗개 발령'... 전면전 돌입 직전의 심각한 긴장 상태]
새로운 속보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코스피 지수는 더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5%! 벌써 5% 빠졌어! 아, 아니다. 말하는 중에 6%까지 갔어!"
옆에서 차트를 보고 있던 박태식은 아까부터 흥분을 주체 못 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솔직히 티를 안 내서 그렇지 흥분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아직 확신할 단계가 아니었기에 참고 있을 뿐이다.
'거의 다 왔어. 거의 다.'
나는 떨리는 손끝을 움직여서 코스피 차트를 닫고, 내가 담은 방산주 쪽 상태를 확인한다.
비츠텍 ? 6600원 ▲13.52%
스펙코리아 ? 720원 ▲3.80%
퍼스트텍 ? 2450원 ▲7.51%
휴앤코 ? 12800 ▲5.50%
코어니드 ? 5570원 ▲1.8%
단 하나의 열외도 없이 주가가 치솟고 있었다.
이젠 투자자들도 눈치챈 것이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이야. 내가 알던 미래가 바뀌지는 않았구나.'
주가의 흐름을 확인한 뒤에야 천근만근이던 마음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의 포격은 필연적인 사건이었으나, 그와 연계된 코스피 하락, 방산주 폭등은 어디까지나 내 예측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후..."
긴장했던 상체를 침대에 기댄다. 이젠 당분간은 이런 흐름이 계속될 테니,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나와는 달리, 박태식은 여전히 긴장한 채로 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우혁아. 이젠 꽤 오른 것 같은데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
"일단 존버하고 기다려 봐. 오늘은 때가 아니야."
"존버? 그게 무슨 뜻이야?"
뒤늦게 존버라는 단어가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을 때 유명해졌다는 게 떠올랐다.
물론 그전에도 존버가 없던 말은 아니지만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나 게이머들만 쓰이는 은어 같은 느낌이 강했다.
"대충 버로우하고 기다린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돼."
"버로우면 스타에서 쓰는 그거지?"
"맞아."
"희한한 유행어네."
적당히 얼버무리긴 했다만 앞으로는 내뱉는 단어 선택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들키는 것만큼은 절대 피하고 싶었으니까.
* * *
오후 3시 30분.
국내 주식시장이 마감되는 시간이다.
이후에도 시간 외 거래는 가능하지만, 정식 개장 시간만큼 시세 변동이 크진 않다.
우리는 장 마감이 된 뒤에야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배달시켰다.
메뉴는 초밥과 육회.
나는 가볍게 햄버거나 먹고 싶었는데 박태식이 비싼 걸 사주겠다고 고집피우는 바람에 이런 점심을 먹게 됐다.
"어이구, 북한 놈들. 아직도 저 난리를 치고 있네. 저러다 미국 형님들에게 두들겨 맞으려고."
박태식은 초밥을 흡입하면서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속보가 하나같이 북한군이 군사행동을 한다거나,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는 자극적인 것들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우혁아, 그런데 진짜 신기하다."
"뭐가?"
"어떻게 네가 말한 대로 딱딱 다 맞아떨어질 수 있냐? 그거 어디서 나온 정보야? 평범한 인터넷 찌라시는 아니지?"
언젠간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뒀던 대답을 내놓는다.
"음... 네가 안 믿을 것 같아서 말을 안 했었는데. 내가 머리 다친 뒤로는 꿈에 뭐가 자꾸 보이더라고."
"뭐가 보였는데?"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참석하는 거랑 북한이 2차 도발한다는 거."
평소였다면 코웃음을 칠 소리였으나 지금은 그럴싸한 판이 깔려있었다.
그래도 안 믿으면? 그때는 빡빡 우기면 그만이다. 달리 검증할 방법도 없을 테니까.
"그거 예지몽 아냐?"
"거의 비슷한 느낌인 것 같더라."
"와! 죽여 주잖아! 예지 내용은 어떻게 보이는 거야?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꿈으로 막 보여? 아니면 일부만? 이거, 계속 볼 수 있으면 우리 주식 떼부자 되는 거 아니냐?"
이걸 아무런 의심도 없이 곧이곧대로 믿어 버린다고?
"야, 좀 진정해 봐."
"이걸 어떻게 진정해. 내 친구가 쩔어주는 예지 능력자란 걸 알았는데!"
내 말을 안 믿어서 우길 준비만 해뒀지, 이렇게 쉽게 믿을 거라곤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일단 한숨이 먼저 나온다. 내 친구가 이렇게 단세포 같은 놈일 줄이야.
"잘 들어. 그... 꿈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게 아니야. 무작위의 사건을 아주 살짝 느낌만 보여주는 정도라고."
"그것만 해도 대단하지!"
박태식은 잠시 입을 닫고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다 내 눈치를 슬쩍슬쩍 살피다가 말했다.
"혹시 내 미래도 봤냐?"
"그건 확실히 봤지. 왜? 알고 싶어?"
"아냐. 알려달라는 뜻은 아니었어. 그건... 왠지 내가 알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서."
"그냥 알려줄 게."
녀석은 급히 두 손을 내젓는 것으로 모자라 고개까지 도리도리 흔든다. 그러나 내 입을 막긴 이미 늦었다.
"너는 미래에 대머리가 될 거다."
"거짓말!"
"이번 예지몽은 100%야. 서른 살부터 정수리가 점점 비어가다가 어느 순간에 확 벗겨지는 거지."
"아니, 이번 꿈은 왜 이렇게 디테일한 거냐고."
당연하지.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왔거든.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 내가 성공해서 엄청난 재력가가 된다거나, 아니면 연예인 뺨치는 미녀와 결혼하는 미래 같은 거."
"그런 쪽은 심해 바닥처럼 아예 깜깜하더라."
"크흑... 내가 이래서 알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사실, 나는 박태식의 다른 미래도 거의 다 알고 있다.
녀석은 이맘때쯤에 주식으로 큰돈을 잃게 되고, 그 빚을 갚느라 서른 중반까지 결혼은커녕 변변한 연애 한 번 못하는 처지가 된다.
'그런 와중에도 내 면회는 꼬박꼬박 와줬고 영치금도 넣어줬었지.'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고마운 녀석이다. 만약 박태식까지 없었다면 나는 수감 도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박태식은 내게 친구이자 은인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런 녀석에게 보답할 기회를 얻었다.
"태식아, 잘 해보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다른 뭐 이상한 거라도 본 건 아니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녀석의 등판을 팍팍 두들기며 말했다.
"그냥 잘 해보자고."
*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맡에 놔둔 폰부터 집어 든다.
반쯤 감긴 눈을 억지로 떠가며 확인한 것은 당연히 포털의 뉴스 속보 메뉴였다.
[북한의 최후통첩 "대북심리전 48시간 내 중지하라"]
[북한군 군사적 행동 준비에 들어간 듯]
[황해도 해안의 포문 개방 확인]
[화천군 주민 880여 명 우선 대피]
추가된 속보 내용이 많은 걸 보니 밤사이에도 북한이 꽤 설쳐댔나 보다.
나야, 별일이 없을 걸 아니까 느긋하게 잠을 잤지만, 접경지 주민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다.
톡.
폰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옆에 시커먼 놈이 보인다.
접경지 주민만 못 잔 게 아니었다. 간이 의자엔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박태식이 앉아 있었다.
"너, 뭐해? 어제 안 잔 거야?"
"잠이 안 와서 그냥 날밤 까버렸지."
녀석은 방금까지 보던 노트북을 내 앞으로 가져온다.
"밤사이에 할 일이 없어서 어제 외신 기사 내용 정리해뒀다. 국내에 보도된 내용은 빼고 추린 거니까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으음..."
"큰 도움이 안 되는 건 알아.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밖에 없잖아."
"아냐. 정보는 많을수록 좋은 거지."
노트북을 가까이 끌고 와서 정리된 기사를 훑어간다.
외신 기사는 주로 군사적 움직임과 미국 내에서 이번 사태를 대하는 관점 같은 내용이 많았다.
특히 미 공군과 해군의 전투기가 출격 준비를 마쳤다는 기사는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사태 때 미군의 군사적인 움직임이 이렇게 많았었구나.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
미군이 이렇게까지 움직였다면 북한은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을 거다. 그러니 여기서 더 도발하기보다 적당한 자존심을 챙기는 선에서 합의를 하고 싶겠지.
마침 오늘은 금요일이라 다음 이틀은 휴장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오늘 주식을 매도해야 했다.
나는 박태식에게 다시 노트북을 돌려주며 말했다.
"오늘 주식 다 털 거야. 준비해둬."
코스피 지수는 개장도 전에 2% 넘게 떨어진 상태였다.
이후에도 시장엔 악재만 가득했기에 온라인 토론방에도 얼마가 더 떨어질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우혁아, 장 열렸어! 쭉 내려간다!"
모두의 예상대로 코스피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패닉에 가까운 하락장은 대형주, 소형주를 가리지 않았다. 그나마 붉은색으로 버티는 주식은 우리가 사들인 방산주가 유일했다.
'어쩌지? 좀 더 쥐고 있을까?'
잠시 고민하는 동안에도 코스피 지수는 무서운 기세로 하락을 거듭했다.
북한 관련 속보만 쏟아내던 포털 뉴스에서도 이젠 코스피 하락에 관한 내용이 보도될 정도였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8.52포인트 떨어진... 연중 최저치를 기록 중입니다.
쌓여가는 악재와 주가의 움직임만 보면 주식을 쥐고 있는 쪽이 맞는 판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2차 도발 이후의 주가 흐름은 예측을 벗어난 운의 영역.
사실상 홀짝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자, 쥐고 있던 주식에 대한 미련이 싹 사라진다.
"태식아, 지금이다. 다 팔자."
"나눠서 팔까?"
"필요 없어. 그냥 한방에 다 던져!"
우리가 보유한 주식 수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매도 주문은 순식간에 체결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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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잔고/손익]
매수금액 386,000,000원
매도금액 720,820,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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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실현손익 335,820,200원(▲8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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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식을 매도하고 받아든 성적표다.
주식계좌에는 3억3500만 원의 수익을 냈다고 찍혔지만, 신용거래로 인한 수익까지 더하면 실수익은 그보다 더 높아진다.
'보유금 7억2000만 원에 대출금 2억3600만 원을 제하면... 내 몫은 4억8천만 원 정도다.'
내가 가지고 있던 현금이 고작 4천만 원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실제 투자 수익은 12배가 넘었다.
단 이틀 만에 투자금의 12배.
내가 해 먹고도 어이가 없는 투자결과다.
만약에 내게 여윳돈이 4천만 원보다 더 많았다면 수십억, 수백억의 수익을 내는 것도 가능했으리라.
'이것이 내가 가진 미래 정보의 힘이구나.'
단순히 돈이 되겠거니 생각만 하던 것과 실제 통장에 숫자가 찍힌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파괴적인 정보의 힘을 한 번 겪어보니, 이젠 이 정도로 만족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정보로 더 큰 이득을 낼 순 없을까?'
의외로 답은 가까이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들뜬 표정으로 폰을 보고 있는 박태식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걸친다.
"태식아, 우리 한 번 더 들어가자."
"뭐? 지금?"
"그래, 이번은 반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