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소 후 코인 재벌-1화 (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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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외곽에 있는 허름한 국밥집.

가게만큼이나 오래된 브라운관 TV에서는 뉴스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직원 한 명이 회삿돈 1800억 원을 빼돌린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KN케미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이며... 경찰은 직원 신 모 씨의 신병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800억 원.

서민은 일평생 구경도 못 해볼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래서인지 국밥을 먹던 가게 손님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TV로 돌아간다.

"어떻게 1800억을 빼돌릴 때까지 회사에서 모를 수 있어요? 저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보나 마나 내부에 공범이 있겠지."

"범인이 빨리 잡혀야 돈을 회수할 텐데..."

"회수는 무슨 회수야. 지금쯤 전부 금땡이로 바꿔다가 야산에 묻어 놨을걸? 저놈은 빵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면 평생을 떵떵거리면서 사는 거여."

"이놈의 나라는 성실하게 사는 사람만 바보라니까요."

평소였다면 나도 대화에 끼어들어서 한마디 거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머릴 숙이고 묵묵히 그릇을 비우는 데만 집중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뉴스에 나온 1800억 원 횡령 사건의 범인은 바로 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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