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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반환점(2) (124/210)


124화 반환점(2)
2023.02.04.


세계수 근방의 균열이 모두 닫힌 뒤에도 얼마간은 잔당 섬멸 작업이 이어졌다. 오랜 세월 동안 균열이 열려 있던 탓에 쏟아져 나온 마물들이 워낙 많았고, 그중 소수는 운 좋게 살아남아 몰래 숲속으로 숨어들기도 했다.

“귀찮은데, 그냥 숲을 통째로 싹 태워버리면…….”

“세계수의 숲은 세계수의 마나 정화 기능을 보조하는 단말기의 역할도 겸하고 있네. 그걸 알고서도 그러겠다면, 딱히 말리지는 않겠네.”

“……쩝.”

본인의 자랑거리인 압도적 화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프레이가 아쉬워하는 동안, 숲에 숨어들었던 마물들도 상당수 정리되었다.

아예 한 마리도 남기지 않는 건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숲의 자동 방위 기능이 감당하지 못하는 강한 마물들은 확실히 씨를 말렸다.

남은 마물들은 숲을 지키는 나무들에 둘러싸인 채 숲속 어딘가에서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됐으니 오늘 밤은 연회다.”

팔짱을 낀 프레이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소아레스의 두 눈이 번쩍 빛났다.

“요리라면 제게 맡겨주십시오. 모두를 만족시켜드리겠습니다.”

“모처럼의 연회인데 소아레스도 즐겨야…….”

“자이안 님, 이게 제가 즐기는 방식입니다.”

반론을 허락하지 않는 그 말에 자이안은 황망히 입을 다물었다. 소아레스의 눈은 여태껏 보지 못한 강한 의욕과 기쁨으로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나도 도와줄게. 둘이서 하면 훨씬 수월하겠지?”

“재료가 많이 필요하겠네요. 에일레나를 통해서 엘프들에게 미리 요청을 해놔야겠는데요.”

“숲에 들어가서 직접 재료를 구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어때요?”

유리아와 크룩스, 유민을 시작으로 각자 활발히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신스도 지지 않겠다는 듯 끼어들었다.

“연회에 술이 빠질 수 없지. 지난 몇 백 년 동안 빛을 볼 날이 없었던 비장의 보관고가 제 역할을 할 때가 왔구나.”

“신스의 집은 작년에 한 번 무너졌잖아요. 그런 게 남아 있었어요?”

“술을 상공 수 킬로미터 위에 저장해 놓는 멍청한 놈이 어디 있겠나? 보관고는 지상에 만들어 놨다네. 엘프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몰래 말일세.”

나태가 사라진 뒤에도 틈만 나면 혼자 술을 마시기에 대체 어디서 술을 가져오나 했더니,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

“곡주에 과실주, 청주, 탁주, 양조주, 증류주. 자네들이 생각하는 술은 거의 다 보관돼 있다네. 내가 직접 빚은 것도, 인간들에게 어렵게 구해온 것도 있지. 흠, 나 혼자 가져오기에는 양이 조금 많겠구먼. 자이안,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다.”

자이안은 잠시 멈칫했으나 곧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역할이 어느 정도 정해지고, 모두가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이안은 나뭇가지가 엮여 탄생한 말에 올라타 신스와 함께 나란히 달렸다. 자연물을 동물로 만들어 부릴 수 있는 신스의 힘이라면 저장고의 술을 한꺼번에 가져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굳이 도움을 요청한 것은, 따로 할 말이 있는 게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다른 분들과는 충분히 떨어진 것 같은데요. 이제 슬슬 말씀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스승님.”

자이안 쪽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신스가 작게 웃었다.

“꽤나 적극적이구나.”

“이렇게 따로 저만 불러내셨을 정도면 중요한 말씀이 아닐까 싶어서요.”

“크후후. 잘못 짚었다, 자이안.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말이다. 그저…… 다른 사람이 듣기에 부끄러운 말이었을 뿐이지.”

잠시 말을 멈춘 신스가 자이안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었다.

“고맙다. 자이안, 그리고 네 친구들과 가족들도 모두. 너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빨리 책무를 마치고 홀가분해질 수는 없었을 게야.”

“그 말, 다른 분들에게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싫다. 부끄럽다. 특히 프레이 그놈. 그걸 가지고 끈덕지게 놀려먹을 게 뻔하지 않느냐.”

얼굴을 붉힌 신스가 시선을 피했다. 자이안은 프레이에 대해 변호하려다가 그냥 말았다. 생각해보니 프레이라면 진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신스가 못 참을 때까지 놀려대다가 한 대 맞은 뒤에야 얌전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신스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자이안, 아마 너도 이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 게다.”

다소 맥락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대로, 자이안은 지금부터 신스가 무슨 말을 할지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었다.

“거의 다 왔군. 여기부터는 걸어가도 될 것 같구나.”

둘이 땅에 내려서자, 두 필의 말이 단순한 나뭇가지로 돌아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신스는 앞서 걷는 대신 그 자리에 서서 자이안을 돌아보았다.

“자이안. 스펙트럼을 들거라.”

자이안은 이유를 묻는 대신 조용히 펜던트를 붙잡았다. 오로라에 감싸인 펜던트가 장검의 모습으로 변해 자이안의 손에 쥐어졌다.

“술을 가지러 오겠다는 것 자체가 그냥 명분이었군요.”

세계수, 엘프의 도시, 일행이 머무는 성, 그 모두로부터 멀리 떨어진 넓고 탁 트인 곳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때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던 것처럼.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보관고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굳이 시간을 오래 쓰지 말고, 짧게 끝내도록 하자꾸나. 너무 늦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 게다.”

신스가 나뭇가지를 들었다.

신스 자신을 그대로 비유하는 듯한 무기였다. 겉보기에는 가느다랗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그러나 그녀의 실체처럼 결코 꺾이지 않는 강고한 무기.

“일격이다. 자이안, 지금 네가 가진 힘으로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

서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약 서른 걸음. 멀다면 멀지만,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좁힐 수 있는 거리.

“너의 재능. 너의 노력. 네가 나에게, 그리고 네 가족들에게 받은 가르침. 네가 살아온 시간. 너의 여정의 의미. 너의 과거, 현재, 미래.”

자이안이 장검을, 신스가 나뭇가지를 서로에게 겨눴다. 망토 자락이 일렁이며 자이안의 눈이 은회색으로 이글거렸다.

프레이의 힘이 그녀가 쥔 나뭇가지에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응축되고 있음을 알렸다. 동시에 유리아의 힘이 그녀에게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는 약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네 모든 것을 증명해 보거라.”

신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이안의 오감은 그녀의 움직임을 정확히 쫓고 있었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것보다도 훨씬 짧은 찰나의 순간. 자이안은 칼을 쥔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스펙트럼이 그의 의지를 충실히 따랐다.

오로라가 뭉치며 새하얀 빛이 칼날을 감쌌다. ‘성검’과는 달리, 크기를 키우는 대신 마치 힘을 압축하듯 눌러 담았다.

칼자루가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순간적으로 거대화했다가 그 힘을 해방하는 ‘성검’만 해도 큰 부담을 주는데, 거대화를 억지로 막고 힘을 눌러 담고만 있으니 금방이라도 파열해버릴 듯했다.

그러나 아직은 유예가 있다. 자이안은 스스로의 한계, 스펙트럼의 한계를 침착하게 가늠했다.

검을 곧게 세운 그가 달렸다.

대지가 찢어졌다. 소리의 벽이 무너졌다. 시간의 흐름이 꼬리 끝을 무방비하게 드러냈다.

“…….”

“…….”

지근거리. 서로를 마주 보고, 침묵을 나눴다. 새하얀 빛의 칼날이 신스의 목덜미에 거의 닿을 듯 말 듯 했다. 예리하게 베어진 나뭇가지가 둘의 발치에 툭 떨어졌다.

신스가 나뭇가지의 잘린 단면으로 스펙트럼을 슬쩍 밀었다. 새하얀 빛이 흩어져 사라지고, 칼날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멋진 일격이구나.”

살짝 찢어진 목덜미에 하얀 핏방울이 한 방울 맺혔다. 자이안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목덜미에 맺힌 핏방울을 바라보다 넋을 잃은 듯 멍청히 눈을 깜빡였다.

한계를 맞이한 팔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며 제발 쉬게 해 달라고 악을 쓰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신스는 핏방울을 손끝으로 닦아내고, 그 손으로 자이안의 팔을 붙잡았다. 상냥한 힘이 천천히 흘러들어오며 한계에 달한 자이안의 몸을 부드럽게 진정시켰다.

엘프에게는 기원과 진실을 알 수 없는 온갖 기상천외한 소문이 많다. 엘프의 피가 불로불사 영약의 재료가 된다는 전설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하이엘프의 피는?

“……스승님. 혹시, 절 봐주신 건…….”

도저히 믿지 못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직후, 자이안은 그게 얼마나 무례한 소리인지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졸업이다, 자이안.”

신스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 * *

“너희들은 술 가지러 어디까지 갔다 왔냐? 소아레스가 못 참고 벌써 요리를 시작해 버렸다고!”

연회가 시작되었다.

자이안과 유리아, 소아레스, 케이. 프레이와 아르스, 크룩스, 유민. 그리고 신스. 마지막으로 얼떨결에 프레이에게 붙잡혀 강제로 참여하게 된 에일레나까지.

“저는 아직 근무가 안 끝났는데요, 프레이 님. 그냥 일하러 가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못 가!”

본격적으로 연회가 벌어지기 전부터 술을 거침없이 마셔댄 프레이는 벌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술주정의 첫 번째 희생자는 에일레나가 되었다.

“너희 엘프들이 말이야, 어? 로봇도 아닌 게 휴먼, 휴먼 이러면서 로봇처럼 딱딱하게 구는 거, 얼마나 꼴 보기 싫은지 아냐? 응?”

“저는 이제 그런 말투 안 쓰는데요…….”

“사람이 말이야, 유우머가 있어야지, 유우머가! 안 되겠다. 내가 엄청난 개그를 전수해줄 테니 귀담아듣고 그대로 받아 적어라. 왕이 궁궐에 들어가기 싫을 때 뭐라고 그러는지 아냐?”

“……?”

“궁시렁궁시렁!”

“…….”

“소고기가 없는 나라는? 소고기뭇국! 사자마자 후회하는 의자는? 팔걸이 의자!”

에일레나의 표정이 점점 차갑게 굳었다. 다른 일행들도 프레이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형한테 술 먹인 사람 누구예요? 나쁜 말 안 할 테니까 자수해요.”

“……저, 저요. 격식을 따지는 자리도 아닌데 먼저 먹으면 좀 어떠냐면서 갖다 달라고 해서…….”

유리아가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크룩스는 쏟아지려는 탄식을 삼키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저거 보면 알았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절대 안 그럴게요.”

실패를 가슴에 새긴 유리아가 굳게 반성하며 다짐했다.

“근데 각성자는 술에 잘 안 취하잖아요. 아저씨는 왜 저래요?”

“무조건 취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체내 MP 수용량이 클수록 기본적인 내장기능도 강화되지만, 형 정도로 MP 제어력이 뛰어나면 일부러 간 기능을 일반인 정도로 약화시키는 것도 가능하죠. 자칫 장기에 장애가 남을 수도 있어서 별로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저 형이 좀 취한다고 그런 실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오, 하고 유리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이안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각성자에 대해서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일이 많았다.

“요리는 충분하신지요?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마음껏 드셔도 됩니다.”

소아레스는 다 먹을 수나 있을까 싶은 많은 양의 요리를 끝도 없이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지친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엘프 시종 두 명이 그녀를 보조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재료 손질 같은 간단한 일만 대신할 뿐 거의 대부분의 요리를 그녀 혼자서 전담했다.

심지어는 멀쩡히 돕고 있던 유리아까지 쫓아냈다. 각성자 특유의 강한 체력. 그리고 예민한 오감은 그녀가 지치지 않고 극상의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많이 만들어도 괜찮겠어? 우리 이거 다 못 먹고 남을 거 같은데.”

“걱정 마십시오, 유리아 님.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소아레스가 작게 웃으며 뒤쪽을 가리켰다. 손질된 통돼지가 직화로 구워지고 있는 바로 앞에 케이가 먹이를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얌전히 앉아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소아레스! 이거 이제 먹어도 될 것 같아! 내 코가 그러는 걸 보니까 확실해!”

“케이 님. 맛을 더할 수 있도록 향신료를 뿌려드릴 테니…….”

“못 참겠다! 크르르릉!”

케이가 입을 쩍 벌렸다. 그의 머리가 성룡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통돼지 한 마리를 그대로 흔적도 없이 한입에 먹어치웠다.
언젠가 프레이가 그랬듯, 케이 역시 소아레스의 요리 솜씨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지금보다 더 많이 만들어야 할 겁니다. 안 그러면 케이 님이 못 참고 다 먹어치울지도 모르니.”

농담처럼 말한 그녀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자이안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요리를 만들고 누군가 그 요리를 행복하게 먹을 때, 그녀 역시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되기까지, 엄청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치?”

잠시 멀어진 유리아가 에일이 가득 담긴 잔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자이안은 꾸벅 인사하며 잔 하나를 받아들었다. 나란히 서서, 둘은 연회가 벌어지는 모습을 잠시 조용히 바라보았다.

주정을 부리는 프레이를 유민과 아르스가 뜯어말렸다.

크룩스는 그 옆에서 태평하게 손뼉을 치며 양쪽 모두를 응원했다.

간신히 프레이로부터 도망친 에일레나가 울상을 지으며 신스에게 안겼다.

신스는 그녀를 쓰다듬으며 달래다가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맞아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죠.”

자이안이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침묵이 찾아왔으나, 말보다도 더 많은 감정이 둘 사이를 교류하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연회 속에서 둘 모두 어렴풋하게 같은 예감을 느꼈다. 또 하나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는 사실.

……다음 날.

“말과 마차는 준비해두었다. 원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게다.”

신스의 말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 말을 들은 자이안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조금만 더 머물다 가도 괜찮을까요?”

“원하는 만큼 그러거라. 이제 내가 하나하나 충고하지 않아도 제 앞가림 정도는 잘하리라 믿는다.”

며칠에 걸쳐 천천히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마차에 하나하나 짐을 담고, 헤어지게 될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가장 처음 만났던 순찰대장. 신스의 불합리한 지시로 직위가 해임됐지만 지금도 다른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전 북부 산맥 수비대장.

규칙만을 들먹이며 뜬구름 잡는 소리로 자이안을 화나게 했지만, 결전의 때에는 누구보다도 앞장섰던 장로들.

그리고 에일레나.

그리고, 신스.

“에일레나가 다른 엘프들을 다스리고, 그 미련한 습성을 뜯어고칠 때까지는 내가 곁에서 보살펴줘야겠지. 당장은 어렵겠지만, 시간을 내서 만나러 가마. 그러니 그런 표정은 하지 말거라.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할 것도 아니지 않느냐?”

자이안과 신스는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두 뺨을, 이마를 차례대로 맞대며 마지막으로 친애를 나눴다. 이윽고 자이안이 마부석에 앉았다.

숲이 길을 열었다. 마차는 길을 따라 곧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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