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상인, 벤야 알즈레드 (5)
(23/210)
23화 상인, 벤야 알즈레드 (5)
(23/210)
23화 상인, 벤야 알즈레드 (5)
2022.10.26.
“됐다.”
작게 중얼거린 뒤 유리아는 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희미한 구동음이 들리고, 곧 바닥 일부가 접히며 감춰져 있던 계단이 나타났다. 유리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각오를 굳혔다.
‘시간이 얼마 없어.’
그녀는 직원들을 시켜 사소한 문제를 일으켰다. 그렇게 벤야를 회장실 밖으로 불러낸 것까지는 계획대로였으나, 벤야는 금방 눈치를 챌 것이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20미터가량 내려가자 계단이 끊기고 평평한 통로가 나타났다. 석조 통로 군데군데 램프가 걸려 있어 꽤 밝았다. 안쪽에서는 무언가가 썩은 것 같은 역한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가진 무기라고는 단검 한 자루, 방어구는 평상복 아래 입은 가죽을 덧댄 경장뿐. 아까처럼 마물이 나타난다면 대처할 수 있을까?
지금은 물러났다가 확실히 준비해서 다시 오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그러니까, 시간이 없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유리아는 빠른 속도로 통로를 가로질렀다. 곧 널찍한 공동이 나타났다.
역한 냄새의 정체는 바닥에 흩뿌려진 검붉은 피였다. 동물의 것인지, 마물의 것인지, 그도 아니면 사람의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피가 몹시 복잡한 마법진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설마 아빠가……?”
벤야가 결혼하기도 전, 마법사들의 나라인 ‘보석탑’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예전에 들어 알고 있었다. 다만 그곳에서 그가 무엇을 배웠는지, 왜 보석탑을 나와 웨코스로 돌아왔는지는 얘기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이 마법진은 그 비밀을 풀 열쇠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는 봐도 몰라. 다른 단서는…….’
유리아는 호기심을 억누르고 공동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안쪽에 작은 방 하나가 있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유리아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서재, 아니, 그보다는 연구실에 가까웠다. 마법의 촉매로 보이는 물질과 실험용 기구, 마법이 담긴 두루마리, 두꺼운 연구 서적 등이 난잡하게 널려 있었다.
유리아는 닥치는 대로 그것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손에 든 논문에 시선이 박혔다.
논문에는 완전히 까막눈인 유리아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중간 중간 보였다. 유리아가 옳게 이해했다면, 그 논문은 마물을 세뇌하고 뜻대로 부리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모르는 새에 아주 나쁜 버릇이 들었구나, 유리아.”
“……!”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유리아는 비명을 터뜨릴 뻔했다. 벽에 기댄 벤야가 팔짱을 낀 채 유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일견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고, 어쩌면 원망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냐?”
“아빠, 여기서 무슨 일을 한 거야?”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게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느냐?”
“바깥에 모인 마물들도 아빠 짓이야?”
“……자이안에게 들었냐?”
유리아는 화들짝 놀라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동요한 나머지 불필요한 말을 해버렸다. 그러나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방법 따위는 없었다.
“역시 그 소년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어. 내 실수다.”
“아빠. 이건 미친 짓이야.”
“나도 안다. 그런데 유리아, 때로는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대체 뭐 때문에?”
“하하하. 내가 그걸 순순히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냐? 제 입으로 자기 동기를 떠벌리는 추리 소설 속 범인들처럼? 책을 너무 많이 봤구나.”
“선거 때문 아냐?! 그러면 나도 들을 권리가 있어! 처음에 내가 아빠 유세 활동을 도와줄 때, 아빠가 그랬잖아! 나도 어엿한 파트너라고!”
벤야가 입을 다물었다.
유리아는 어릴 때부터 착하고 총명한 아이였다. 자신의 철없는 꿈이 아버지를 걱정시킨다고 깨달은 뒤로는 그 꿈을 철저히 숨겼을 정도로.
그게 독이 되어 돌아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유리아. 내 딸.”
벤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를 부드럽게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세상은 네 생각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불합리해. 그런 세상에서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는 일은 거의 없지.”
벤야의 등 뒤로 시커먼 그림자가 불쑥 솟아올랐다.
“제압하고 구속해라. 단, 털끝 하나도 다쳐선 안 된다.”
-그르르륵…….
오크 한 마리가 성큼성큼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유리아는 입술을 세게 깨물어 비명을 삼켰다. 코앞까지 다가온 오크는 성벽을 마주한 것처럼 거대해 보였다.
유리아는 자세를 낮추며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다.
‘……지금!’
교묘하게 숨겨진 칼집에서 단검이 뽑혀져 나오더니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웃돈을 주고 구한 검은 그 값을 톡톡히 했다.
칼날이 두꺼운 근육을 가르며 오크의 한쪽 심장을 파괴했다.
‘약점이 하나가 아니잖아?!’
난생 처음 마주하는 오크의 생태에 유리아는 당혹했으나, 다행히 몸은 훈련을 통해 숙달된 동작을 문제없이 수행했다. 왼손으로 단검을 뽑고, 오른손으로 단검을 바꿔 쥔 뒤 유리아는 재차 오크의 반대쪽 가슴을 찔렀다.
칼날은 절반 정도만 꽂힌 채 멈췄고, 오크는 선 채로 경련하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허어.”
눈을 끔뻑거린 벤야가 아연히 탄성을 토했다.
“오늘 아주 여러 번 놀라네. 평생 놀랄 일을 오늘 한 번에 몰아 겪는 것 같은데.”
“하아, 하아…… 허억…….”
호흡이 가빠지고 팔다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마물을 마주하고 죽였다는 사실, 다른 생명을 죽여 살아남았다는 현실이 한 걸음 늦게 유리아를 엄습했다. 벤야가 인상을 썼다.
“유리아, 그렇게까지 무리하는 이유가 뭐냐?”
“그걸 나한테 물어? 아빠가 지금 잘못을 저지르고 있잖아! 그걸 나보고 그냥 넘어가라는 거야?”
“유리아, 제발. 그냥 잠깐만…… 못 본 척, 모른 척해 다오. 하루, 이틀, 그 정도면 된다. 직원들에겐 몸이 안 좋아졌다고 알릴 테니, 그동안 별관에서 쉬고 있으면 된다. 푹 쉬고 나면 모든 게 끝나 있을 거다.”
대답 대신, 유리아는 오크의 가슴팍에 꽂힌 단검을 뽑아 벤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벤야는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단검의 궤도를 정확히 눈으로 좇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
유리아는 벤야를 찌르지 못했다. 칼날이 너무 가까워지자, 다급히 거리를 벌리려 한 나머지 그녀의 자세가 크게 무너졌다.
치명적인 빈틈이었다. 벤야는 마법을 부여한 푸른색 가루를 유리아에게 흩뿌렸다.
“콜록, 콜록! 이게 무…슨…….”
가루를 들이마신 유리아의 의식이 급속도로 흐려졌다. 유리아와 마찬가지로, 벤야도 그녀를 상처 입힐 수는 없었다.
그가 뿌린 건 마법으로 약효를 증폭하고 지향성을 부여한 단순한 수면제였다.
“어렵군, 어려워.”
쓰러지는 유리아를 안으며 벤야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제 여유가 없다.’
유리아가 지하실을 발견했고, 바깥에서는 최고의 아군이 될 줄 알았던 소년이 적극적으로 계획을 망치고 있었다. 여태까지처럼 체스를 두듯 차근차근 나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어디서부터 뭘 그르친 거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어리석은 자문이었다. 이제 와서 답을 찾는다 해도 벤야의 행동은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딸을 안은 채 지하를 나서는 벤야의 얼굴에는 벼려낸 칼날 같은 결의가 어려 있었다.
* * *
베고 쓰러뜨려도 끝이 없었다. 쉴 새 없이 MP를 빨아들인 육체는 날아오를 듯 힘이 넘쳤으나, 반대로 자이안의 정신은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에 지쳐 있었다.
프레이가 찾아낸 소환진. 마물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이유였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그 마법진은 지구에 나타났던 게이트와 비슷한 기능을 했다.
게이트와의 차이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벤야 그 인간 아주 상또라이 아니냐? 내 생각엔 맞는 것 같은데.」
「뭐어…… 게이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마물을 쏟아낸다니, 제정신으로 할 짓은 아니네에.」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이유가 뭐가 됐든, 설령 선한 이유였더라도 마물을 불러 모아서 일어나는 일은 사람이 죽는 것뿐이다.」
대답이 궁해진 자이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상황만 이렇지 않았다면 당장 그에게 달려가 묻고 싶었다.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가 뭐냐고, 자칫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는 거냐고.
「자이안, 근처다! 정신 똑바로 차려!」
지친 의식을 다잡고 자이안은 주변을 살폈다. 이제 그의 감각에도 주변의 마력 흐름이 일그러져 있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강력한 마법진이 근처에 존재하고 있다.
「저 석상이다! 저게 마법진의 근원이야!」
마법진 주변 마물의 밀도는 과장 조금 보태서 발 디딜 자리도 없을 정도였다. 이대로 하나씩 마물을 쓰러뜨렸다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마법진을 파괴할 수 없다.
‘피해를 감수하고 돌파한다!’
자이안은 순식간에 판단을 내렸다.
“하아아아아아!”
포효를 터뜨리며 자이안이 마물의 벽과 부딪쳤다. 축적되어 있던 MP가 폭발하듯 용솟음치며 그의 전신을 감싸고, 그러고도 남은 힘이 등 뒤로 펼쳐져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프레이가 기겁하며 벌떡 일어났다.
「헤일로다!」
「말도 안 돼! 아무리 그 애 아들이라도 그렇지, 벌써 저게 나와?!」
등 뒤로 일렁이는 여력이 추진제가 되어 자이안의 등을 밀었다.
팔다리가 긁히고, 옷자락이 찢어지고, 흘러내린 피가 눈에 스며들고, 그동안 혹사한 장검이 마침내 반으로 부러졌어도 자이안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눈앞이 탁 트였다. 프레이가 말했던 석상, 그리고 석상을 보호하고 있는 무형의 결계가 코앞에 보였다.
자이안은 부러지고 깨져 이젠 밑동만 남은 장검을 가차 없이 내던졌다. MP를 충만하게 머금은 검이 결계를 종잇장처럼 찢어발기고 이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결계는 곧바로 재생될 거다! 지체하지 마!」
날아오르듯 자리를 박찬 자이안이 그대로 석상을 걷어찼다. 반으로 부러진 석상이 기우뚱 넘어지더니 흐물흐물하게 녹아 사라졌다.
“됐다……!”
「되긴 뭐가 돼, 인마? 남은 마물들은 얌전히 집으로 돌아갈 것 같냐?」
그러고 보니 그랬다. 아직 수백에 달하는 마물이 숲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한시름 놓은 것도 사실이었다.
「막무가내로 달려든 다음 무기고 뭐고 다 날려먹고 마지막엔 맨손 맨발로 싸우는 거……. 이거 완전 나이아 아냐?」
「……그러고 보니 그렇군. 하여간 누가 그 녀석 아들 아니랄까 봐. 어쩜 이렇게 닮은꼴인지.」
[훌륭합니다. 전 주인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활약이었습니다.]
“하하, 하하하하.”
자이안에게 그 말은 최고의 찬사였다.
약 1시간 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자이안은 숲에 남은 마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토벌하는 데 성공했다.
* * *
지하 공동. 의식을 준비하던 벤야는 눈썹을 움찔거리며 잠시 고개를 들었다.
‘소환진이 파괴됐다. 예상보다 빨라.’
알면 알수록 놀라운 소년이었다. 수백의 마물이 지키고 있는 마법진을 고작 소년 한 명이 파괴했다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을까? 고대 신화나 영웅 서사시도 그보다는 현실적이리라.
‘지금쯤 모든 게 끝난 줄 알고 방심하고 있겠지.’
소환진은 미끼였다. 정확히는, 미끼로 쓰기로 했다.
애초에 계획을 2중으로 구성했다. 일이 잘 풀린다면 소환진만으로도 목적을 이룰 수 있겠지만, 그게 불가능해진 이상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 했다.
“큭…….”
자리에서 일어선 벤야가 한 차례 비틀거렸다. 피를 너무 많이 뽑았다. 마법의 영약으로 생명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보통은 실혈사했을 양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자이안의 눈부신 활약 덕분에 예비 계획을 서둘러야 했으니. 준비가 덜 된 계획을 억지로 실행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나의 혈육을…… 생명을, 네게 하사한다.”
창백하게 질린 입술을 떼고 벤야는 계획의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피와 살점으로 그린 마법진이 불길한 빛을 발했다. 벤야는 아득해지려는 의식을 붙잡으며 주문을 마무리했다.
“내게로 오라. 주인의 부름에 응하라. 오라. 와서, 나를 받들라.”
힘이 풀린 벤야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단 한 순간도 마법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일신의 힘이 강력함은 물론, 다른 마물에 대한 지배력까지 발휘하는, 통칭 ‘지배자’급 마물을 복마전으로부터 소환하는 고도의 의식 마법.
그 마법이 오차 없이 완성된 것을 확인한 후에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꼴로 있을 수는 없지. 너무 얕보였다간 세뇌가 풀릴지도 모르니…….”
공동 전체가 검붉은 빛으로 가득 찼다. 축축한 악취를 머금은 바람이 사정없이 온몸을 할퀴었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벤야는 꼿꼿하게 몸을 펴고 엄중한 표정을 유지했다. 소환된 지배자급 마물에게 자신의 주인임을 확실히 인지시킬 수 있도록.
“놀랍군. 정말로…… 놀라워.”
갑자기,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름다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벤야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장난삼아 시도해 본 것이었건만. 정말로 나를 끌어당길 줄이야. 너의 노고가 실로 빛나는구나.”
바람이 멎었다. 빛이 마법진 중앙으로 모였다. 그 안쪽에서 ‘그’가 걸어 나왔다.
“인간이여, 이름을 대보려무나. 내가 친히 너를 축복하겠다.”
희게 빛나는 관을 쓰고 호화로운 붉은 망토를 두른 그 모습은 실로 제왕의 위용이었다. 매료된 벤야가 황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아아……! 저는……!”
그리고 자신의 혀를 힘껏 깨물었다.
“나는……!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다!”
“호오.”
남자의 눈이 요사스럽게 빛났다.
“너는, 뭐냐! 어떻게 나타난 거지? 너 같은 괴물을 고작 이 정도 마법으로 불러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의 힘을 알아보겠느냐?”
“네가, 적어도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끔찍한 괴물이라는 건 안다!”
한 차례 고개를 기울인 남자가 빙긋 미소 지었다. 아찔하리만치 고혹적인 미소였다. 의식을 다잡고 있었음에도 벤야는 눈앞의 남자를 주군으로 모시고 헌신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혔다.
“볼수록 흥미롭구나. 너희 같은 하등한 종족이 이런 가능성을 품고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남자가 스르륵 움직였다.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어느새 벤야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벤야는 반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러나 온몸이 거미줄에 묶인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답례를 하고 싶구나.”
남자가 벤야의 가슴에 손을 댔다. 두 눈이 붉은빛으로 번뜩였다. 그 빛이 벤야의 영혼을 틀어쥐었다.
“거부하지 말려무나. 내 축복은 절대적이다.”
남자가 자애롭게 말했다. 그의 손이 살갗을 찢고 뼈를 부수며 벤야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벤야의 의식이 까맣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