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상인, 벤야 알즈레드 (2) (20/210)


20화 상인, 벤야 알즈레드 (2)
2022.10.23.


하인의 안내를 따라 저택으로 돌아온 자이안을 반긴 것은 고요함이었다.

‘……아직 얘기를 안 했나? 하긴, 사람이 그렇게 즉흥적으로 행동할 리가 없지.’

귀빈실로 올라간 자이안은 자신의 우려가 괜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안도했다. 곧 하인이 저녁식사를 알렸고, 그는 안내를 따라 홀가분하게 식당으로 향했다.

“유리아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해준 모양이더군.”

“…….”

자이안은 뭔가 크게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어, 어떤 얘기를 말씀하시는지…….”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군. 자네를 책망하려는 게 아냐. 이 녀석 성격을 생각해 보면, 자네도 일종의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지. 그렇지 않나?”

나라의 유력자이자 대부호의 것이라기엔 작고 소박한 식탁에 더없이 거북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자이안은 뭐라 대답도 못하고 유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포크로 해산물 찜을 깨작거리는 유리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너는 밥상머리 앞에서 왜 그리 세상 다 산 표정이냐?”

“……아무것도 아냐.”

부녀의 짤막한 대화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원인 제공자인 자이안은 언제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했다.

“자네에게는 낮에도 한 번 말했지만,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야.”

식기를 내려놓고 손과 입가를 닦은 벤야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상회 규모를 확장하고, 그렇게 얻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꾸준히 시민들에게 얼굴을 비추며 친밀한 인상을 심어주고, 유리아도 전면에 나서서 일을 도왔지. 물론 유리아에게 사정과 의도를 명확히 설명한 뒤 동의를 얻었고 말이다.”

시선이 마주치자 유리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뜻밖이었다. 그건 벤야가 딸인 유리아를 대등한 존재로서 존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차라리 그가 알기 쉽게 나쁜 사람이었다면, 무작정 유리아를 억압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사람이었다면 자이안은 아무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한 벤야는 결코 그런 인간이 아니었다. 자이안은 유리아의 자유에 대한 갈망에 공감했지만, 동시에 딸을 걱정스러워하는 벤야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에 불과해. 이쯤 되면 후보자는 아주 사소한 일거수일투족까지 주의해야 하지. 공식 석상에서 내뱉은 아주 사소한 한 마디, 의미 없는 제스처 하나가 기자들의 안줏거리가 되고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얼핏 화목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던 딸이 갑자기 홀로 여행을 나선다? 민심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나?”

적어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만은 확실했다.

“당선된 뒤에도 문제지. 한창 민생을 다스리고 지지 기반을 쌓아야 할 때 가족에 관련한 추문이 일어나면 민심이 분열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왕정국가에서 나고 자란 자네는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대통령의 권력은 결코 절대적이지도, 불변하지도 않거든. 그러니까…….”

식기들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2, 3년 뒤, 민생이 안정되고 지지 기반이 탄탄해진 뒤에 여행을 보내주기로 했다.”

“……?”

자이안은 뭘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말씀은 유리아 양이 원하는 대로 해주시겠다는……?”

“그렇다만.”

자이안은 얼이 빠진 얼굴로 유리아를 돌아보았다. 정작 당사자는 아직도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니, 대체 왜? 설마 당장 안 보내주고 2, 3년 더 기다리라고 해서?

“그, 그렇군요.”

긴장이 풀린 자이안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늘어뜨리며 힘없이 대답했다.

「뭐야. 결국 잘 풀린 거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던 프레이도 허탈해하며 말했다. 아르스는 처음부터 별 관심이 없었는지 방 한쪽에서 설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무조건 여행을 보내주겠단 말은 아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싶으면 적어도 최소한의 실력은 갖춰야지 않겠나. 용병 중에 실력이 좋은 친구를 엄선해, 그 친구와의 대련에서 실력을 입증하면 여행을 허가하도록 하지.”

식탁을 떠나기 전, 자이안의 곁으로 다가온 벤야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자네의 책임이 아주 막중해졌어. 딸을 잘 부탁한다.”

흠칫 놀란 자이안이 뒤늦게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만족스럽게 식당을 떠나고, 이윽고 자이안과 유리아 둘만 남았다.

“전 두 분이 엄청 크게 싸운 줄 알았어요.”

자이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리아는 무안한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지는 않았어. 사실 나도 엄청 싸울 각오하고 들어왔는데. 아빠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다니까. 내 얘기를 듣고는 혼자 한참 동안 말없이 있더니 그냥 허락해 주더라고.”

“근데 왜 그렇게 불만스러워요?”

“글쎄, 왜 그럴까? 언제는 절대 안 된다고 고집불통이었으면서, 이제 와서 너무 쉽게 허락해줘서 그러나. 근데 내 얼굴 그렇게 티가 많이 나?”

“진짜 큰일 난 줄 알았다니까요.”

자기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져보던 유리아가 이내 멋쩍게 웃었다.

“이게 우중충해 할 일은 아니지. 소리 지르면서 방방 뛰면 모를까. 식사는 어때? 맛있어? 맛있지?”

“맛있어요. 일리움에서는 해산물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는 반도라 그런지 역시 먹을 게 풍부하네요.”

“오! 해산물 하면 또 자랑을 안 할 수가 없지. 원래는 웨코스도 내륙 쪽에선 해산물을 먹기가 쉽지 않았거든? 근데 우리랑 데바인 상회랑 협업해서 개발한 냉동 저장고가 대박을 쳐서…….”

그렇게 둘뿐이지만 화기애애한 식사 시간을 마치고, 자이안은 전속 하인과 함께 귀빈실로 돌아왔다.

“호출할 일이 생기시면 종을 울리시면 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자이안 경.”

홀로 남은 자이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택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부드럽게 해결됐다. 이제 마음 쓸 것 없이 편하게 지내면 되었다.

“삼촌, 아르스 님.”

그러나 방에 돌아온 자이안의 표정은 더없이 얼어붙어 있었다.

「뭐냐?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런 심각한 표정으로.」

「맞아, 맞아. 편하게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두 분은 아무것도 못 느끼신 건가요?”

두 각성자는 영문도 모른 채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렇다면, 어쩌면 자신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부디 그런 것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나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겪은 이상 그럴 리는 없었다.

“……벤야 님에게서 마물의 냄새가 나요.”

자이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 * *

칼베도 체니 용병단장은 벌레라도 씹은 듯 불쾌한 표정으로 인적 없는 뒷골목을 가로질렀다.

“제기랄. 앞뒤 꽉 막히고 멍청한 늙은이 같으니.”

각오를 굳힌 것이 벌써 1년 전 일이건만, 그는 아직도 가끔씩 데바인 상회에 붙은 것이 잘한 일인지 고민하고는 했다. 특히 오늘처럼 맞는 말만 했는데도 욕이나 진탕 얻어먹은 날엔 더더욱 그랬다.

단장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사병을 도적으로 꾸며 유리아의 상단을 덮치고 그녀를 납치하자는 계획을 발안한 것이 그였으니까. 위험부담이 큰 계획이었으나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성공 시 이득도 컸다.

벤야는 딸을 제 눈에 넣어도 안 아파할 정도로 아꼈다. 딸이 납치된 사실을 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거를 포기해서라도 딸을 구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변수로 계획은 실패했지만, 단장은 바로 그 변수가 새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벤야 밑에서 배운 유연한 사고방식 덕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볼렌 데바인 회장은 그의 보고를 믿지 않았다. 책임을 지기 싫어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제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려는 생각도 없이 부하에게만 의지하는 똥자루 같은 놈.’

통신구를 통해 여러 번 자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자이안은 벤야의 손에 넘어갔다.

그리고 최종 보고를 위해 데바인 회장과 대면한 그는 대안 하나 내놓지 못하는 늙은이에게 한 시간 넘게 무의미한 욕만 얻어먹고 힘없이 돌아오는 길이다.

‘지지율은 아직 우세하다. 하지만 마음을 놓아도 될 정도는 아냐. 그 늙은이가 제아무리 인맥과 금력을 통해 정계를 장악해도, 선거는 윗대가리들의 판단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지율이 다소 역전되더라도 데바인 회장이 슬쩍 손장난을 치고 나면 당선은 확실하리라. 그러나 단장은 더 확실하고 안전한 결과를 원했다.

부정을 저지르면 불안이 뒤따른다. 치울 수 있는 불안은 치워야 한다.

‘한 번 더 계획을…… 아니, 그 늙은이가 지금 내 말을 들을 리가 없지. 독단으로 일을 벌여야 하나? 그러다가 나중에 트집이라도 잡히면…….’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 단장.”

순간 단장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벤야 알즈레드의 목소리였으니까. 그러나 그의 오감이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전방의 인기척을 명확히 감지했다.

“회장님? 여긴 어떻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자네가 왜 여기에 있지? 자네가 걸어온 방향은 데바인 회장 저택의 비밀 통로가 있는 곳이 아닌가.”

싸늘한 한기가 단장의 등골을 쓸었다. 단장은 조심스럽게 칼자루에 손을 가져다 대며 임전 태세를 갖췄다.

“대답하지 않아도 돼. 내가 맞춰보지. 그래, 데바인 회장에게 또 불합리하게 욕이라도 먹은 모양이군. 자네도 참 고생이 많아. 나한테 안 들키게 데바인 회장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하, 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농담치고는 너무 악질적입니다, 회장님.”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떠보는 게 아니라, 알고 있는 거니까.”

“……언제부터?”

“모든 걸 알게 된 건 고작 이틀 전이야. 조사는 오래전부터 했지만, 보름 전에 도적단에게 습격당했다는 자네의 보고를 받은 뒤에야 간신히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지. 나는 국내 도적단 근절을 비롯한 치안 관리에도 관여하고 있거든. 그 지역에 지금 상단을 습격할 만큼 간 큰 도적단이 없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더라고. 어떤 방식으로 조사해서 어떻게 전모를 알게 되었는지도 알고 싶은가?”

대답 대신 단장은 미세하게 자세를 낮췄다. 이제 그는 언제든지 장검을 뽑아 벤야를 습격할 수 있었다.

“너무 경계하지 마.”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벤야는 초연한 표정이었다.

“나는 자네를 탓할 생각이 없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다. 자네가 무슨 일을 하든 관여하지 않을 테니, 마음대로 해.”

단장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지금 단장은 알즈레드 상회에 숨어든 병원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궁금하긴 하군. 왜 데바인 회장에게 붙었지? 우리 그래도 10년 넘게 사업 파트너로 지내지 않았나. 내가 자네에게 뭐 잘못한 일이 있던가?”

실없는 질문이었다. 더 큰 돈, 그리고 지위. 용병이 고용주를 배신하는 이유란 그런 것이다.

“당신은, 너무 깨끗해.”

단장은 씹어뱉듯 한 마디만 했다. 그 짧은 대답을 통해 벤야는 많은 것을 추측했다.

“그렇군. 참고가 됐어.”

고개를 끄덕인 벤야가 무방비하게 몸을 돌렸다. 단장은 칼을 뽑으려는 충동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럼 난 가보지. 고생하라고.”

“정말 가는 겁니까? 당신을 배신하고 정적에게 붙은 내게 아무 짓도 안 하겠다고?”

“그래. 아무것도.”

정말로 떠나기 시작한 벤야가 마지막으로 단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경계심을 잊지 말고, 몸 성히 돌아가길 빌지.”

기척이 멀어지고 이윽고 벤야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긴장을 풀지 못하고 굳어 있던 단장은 한참 뒤에야 허리를 펴며 식은땀을 훔쳤다.

“젠장.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기분 나쁜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사방이 고요하고, 생명체의 기척이라고는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잠깐.’

그게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상황인지 단장은 너무 늦게 깨닫고 말았다.

처음으로 들린 것은 이질적인 소리였다. 머리 위에서, 지붕을 밟는 둔중한 발소리. 퍼뜩 고개를 든 순간 이번에는 뒤쪽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자세를 낮춘 단장이 급하게 장검을 뽑았다.

생명체의 기척은 아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얼마 전에도 한 번 느낀 몹시 강대하고 적대적인 존재의 기척이 사방에서 하나둘 나타났다.

-끄르르륵.

-끼에에에? 끼륵. 케에엑!

-쓰르르…… 쓰륵…….

악몽과도 같은 소리를 귀에 담으며 단장은 두 눈을 의심했다.

“마…… 물?”

고블린. 오크. 코볼트. 들개를 닮은, 지네를 닮은, 까마귀를 닮은 이름도 모르는 마물. 골목 모퉁이 너머에서, 지붕 위에서,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 안에서, 마물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온몸이 강철 같은 갑각으로 뒤덮인 지네를 닮은 마물이 바닥을 기어 단장에게 접근했다.

몸을 일으킨 놈의 키는 2미터가 넘었다. 멍하니 올려다보던 단장의 숨이 급격하게 가빠졌다. 냄새, 소리, 다리를 까드득거리는 혐오스러운 움직임 모두가 생생했다.

“으…… 으아아아아아!”

단장이 발작적으로 소리치며 장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무수하게 많은 다리 중 하나를 부러뜨리며 갑각 표면을 긁었다.

물끄러미 그를 내려다보던 마물이 입을 쩍 벌리고 그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 * *

‘교만’은 실로 수천 년 만에 맛보는 감정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감정의 이름은 놀라움, 그리고 즐거움이었다.

‘애완동물 하나가 어린 인간 한 명에게 죽었고…….’

마물의 뼈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옥좌에 앉은 그가 손을 휘저을 때마다, 차원을 투과해 세계를 비추는 상이 이지러지며 뒤바뀌었다.

처음으로 비치는 광경은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간 듯 말라붙은 코카트리스의 유해.

‘내가 허가하지도 않았는데 나의 피조물들이 멋대로 차원을 건너 인간의 어설픈 마법에 복종하고 있구나.’

그다음으로 비치는 광경은 인간 남성의 시체를 끌고 원시적인 문명의 도시를 조용히 빠져나가는 마물의 무리.

“후후, 후후후후……. 인간의 상상력이란 정말 놀라워.”

‘중간계’는 오래전부터 침공이 중지된 세계였다. 힘을 들여 침공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 7종주, 그리고 찬탈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러나 교만은 개인적으로 중간계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하등한 존재가 바글바글 모여 가끔 자신도 생각지 못한 기발한 일을 벌이는 것이 재밌었으니까.

그런 취미도 오래 가지 못했다. 교만은 변덕스럽고 빠르게 질리는 성격이다. 그 성격은 자신이야말로 7종주 중 최강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그런 교만이 이미 한 번 관심을 끊었던 중간계에 다시 흥미를 가진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쪽에서 먼저 손을 내민 이상, 내가 응하지 않을 수가 없지.”

교만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옥좌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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