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상회의 영애 (3)
(17/210)
17화 상회의 영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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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상회의 영애 (3)
2022.10.20.
오크.
고블린 한 무리조차 치명적인 위협인 자이안의 세계에서, 숫제 걸어 다니는 재해로 취급되는 마물이다.
그보다 강한 몬스터는 목격담 자체가 거의 없어 현실감이 없지만, 오크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요새를 반파시켰느니 수십 명의 희생자를 내고 간신히 토벌했느니 하는 소문이 만들어질 정도로 각지에서 출몰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강해.’
직접 마주하니 상상 이상이었다. 덩치는 자이안의 두 배는 더 커 보였고, 거의 자이안의 몸통만큼이나 두꺼운 팔뚝은 거목을 일격에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코카트리스에 비하면 별거 아냐.’
선공은 자이안이었다. 익힌 지 얼마 안 된 ‘도발’은 지속시간도 짧고 효과도 크지 않다. 뒤쪽에 주의가 향하기 전에 놈을 확실히 잡아둬야 했다.
-고아아아악!
칼날이 목덜미를 베고 지나간 순간 놈이 기성을 터뜨리며 손을 휘둘렀다.
침착하게 거리를 벌리며 자이안은 가볍게 인상을 썼다. 성공적인 기습이었으나 정작 상처는 얕았다. 평범한 호신용 단검으로는 깊게 베기 힘들 정도로 튼튼한 것이다.
‘잘못하면 칼날이 부러지겠어.’
-카아아아!
자이안이 주춤하자, 이번에는 오크가 움직였다. 두꺼운 팔을 거칠게 휘두르는 공격. 일견 무식해 보이지만 피하기 힘든 궤도를 점하며 정확히 머리를 노리고 날아온다.
자이안은 대담하게 안으로 파고들며 팔뚝으로 놈의 공격을 빗겨냈다. 옷자락이 폭발하듯 찢어지며 부딪친 부위가 욱신거렸지만, 출혈도 없고 뼈가 부러지지도 않았다.
자이안은 놈의 왼쪽 가슴께 늑골 틈새를 노리고 단검을 찔렀다. 절반 정도 파고든 칼날이 근육에 붙잡혀 멈췄다.
자이안은 칼자루 끝을 거세게 걷어차 단검을 더욱 깊이 박아 넣으며 그 반동으로 자리를 이탈했다.
-끄르륵……!
단검이 칼자루만 보일 정도로 깊이 박힌 오크가 흉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자이안을 노려보았다. 오크는 소화기관이 단순한 대신 2개의 심장과 3개의 폐를 가졌다.
심장을 하나만 파괴할 경우 힘은 다소 약해지지만, 동시에 극도로 흉포해진다.
그리고 한쪽 심장을 파괴한 상대를 죽을 때까지 쫓는다.
‘이제부터가 문제네.’
무기도 잃었고, 남은 공격수단은 교양으로 배운 마법뿐. 실혈사를 기다리자니 단검이 너무 제대로 박혔다. 반대로 출혈을 억제하고 있어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마침 잘됐군. 자이안, 그걸 하자.」
그런 와중에 프레이가 태평한 소리를 꺼냈다. 공격을 피하면서 수단을 강구하던 자이안은 와락 인상을 썼다.
‘그거라뇨?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맨손으로 오크 잡기.」
상상도 못 한 말에 자이안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췄다. 머리통을 분쇄하려는 기세로 날아오는 주먹을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막아낸 다음, 자이안은 어이가 없어져서 대꾸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되긴? 너 지금도 맨손으로 잘만 막았잖아. 심장 하나가 터지고 흉포해진 오크의 주먹질을 말이다.」
‘어?’
그러고 보니 그랬다. 겹쳐서 막은 두 손바닥이 얼얼하긴 했으나, 그냥 멍이 좀 들었을 뿐이다.
-쿠어어억!
「아오, 저건 좀 침착하게 얘기할 틈을 안 주네. 자이안, 걷어차!」
“어어…… 에라 모르겠다!”
진절머리를 낸 프레이의 외침에 자이안이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림처럼 날카로운 직선으로 뻗어나간 옆차기가 오크의 뱃가죽을 때렸다.
주르륵 밀려난 오크가 고통스럽게 기침을 했다.
「오오. 사장님 나이스 키익.」
「역시. 무의식적으로 ‘내력(Inner force)’을 활용하고 있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프레이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일렁였다. ‘힘의 마안’을 발동해 자이안을 중심으로 한 MP의 작용을 꿰뚫어 본 것이다.
‘내력이요? 저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요?’
「설명은 됐고,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해봐라. MP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 외부의 MP 말고 네 몸 안을 흐르는 MP다.」
영문도 모르는 채로 자이안은 일단 프레이의 말에 따랐다. 곧 그는 깜짝 놀랐다. 체내에 얌전히 있어야 할 MP가 자이안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신을 순환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전혀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고, 멈추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멈출 수 있었다.
「지금 네가 활용하는 내력은 짬 좀 먹은 각성자라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다. 이제 그 MP의 흐름을 세세하게 가다듬어서, 혈관을 따라…… 근데 너 인체 혈관분포도는 아냐? 이걸 모르면 무용지물인데.」
‘그건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한테 해부 수업을 받으면서 배웠어요.’
「그럼 가르치기는 쉽겠군. 체내를 순환하는 MP의 흐름을 최대한 혈류와 일치시켜 봐.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는 말고, 지금 네가 제어할 수 있는 빠듯한 선까지 해보는 거다.」
터무니없이 어려운 주문이었다. 자이안이 체내 MP 흐름을 제어하는 걸 오크가 얌전히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자연히 전투가 늘어졌다.
자이안은 놈의 공격에 대응하면서 MP까지 세밀하게 제어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단장. 내가 지금 꿈을 꾸나 봐.”
그리고 그 모습은, 내막을 모르는 사람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사람이 오크랑 맨손으로 싸우다니,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아가씨, 현실도피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저희 목숨이 지금 저 소년한테 달려있습니다.”
무기를 잃고 열세에 처한 상황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숭고한 희생정신. 단장은 지금처럼 스스로가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데, 자칫 자이안의 발목을 잡게 될까 두려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만큼 까마득하게 높은 경지의 전투였다.
‘사람은…… 이 정도로 강해질 수 있구나.’
유리아가 품은 감정은 조금 달랐다.
‘저 여린 소년도, 노력에 따라서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 거구나.’
저도 모르는 새 유리아는 두 주먹을 틀어쥐고 있었다. 그 광경은 그녀가 오래 전에 깊이 묻어둔 어떤 감정을 일깨웠다.
작고 약하지만 분명하게 타오르는 불씨가, 타고 남은 재뿐인 줄 알았던 잔해에 불을 붙였다.
“됐……다!”
갑자기 자이안이 환한 목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그의 움직임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프레이의 요구를 어설프게나마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으아아아 뭐야 이거! 힘이 막 넘쳐나요!”
「잘했다. 이제 고생시킨 저놈한테 한 방 선물해줘!」
“흐읍!”
오크의 공격은 여전히 빠르고 강맹했지만, 이제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지른 주먹이 서로 부딪치고 거센 충돌음과 함께 지면이 들썩였다. 손뼈가 으스러진 오크가 비명을 질렀다. 자이안은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
미끄러지듯 접근한 그가 놈의 가슴께에 튀어나온 칼자루를 붙잡아 거침없이 반대편으로 그었다.
칼날은 중간에 부러졌으나, 두 심장이 모두 파괴되고 가슴께가 크게 벌어진 오크는 피를 폭포처럼 쏟으며 무릎을 꿇었다.
‘오크가 이렇게나 간단하게…….’
숨이 꺼져가는 오크를 내려다보며 자이안은 감개무량하게 중얼거렸다.
「넌 강해졌다, 자이안. 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야.」
‘네?! 삼촌만큼 강해졌다고요?’
「농담이다.」
‘…….’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맥 빠진 기분 속에서 오크가 절명했다. 시체가 고목처럼 말라비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자이안은 안심하며 몸을 돌렸다.
급하게 도망칠 준비를 하던 일꾼들, 언제 끼어들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용병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저분들이 왜 저럴까요?’
낯선 반응에 자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하하하하하!」
아르스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프레이가 뒤통수를 긁으며 태평하게 말했다.
「좀 과했나?」
* * *
소란스러운 밤이 지나고 다시 해가 떴다. 자이안은 전날과 달리 본래 탈 예정이었던 2번 마차에 홀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유리아는 하루 종일 자이안에게 달라붙어 그의 크고 작은 인생사를 모두 들어야 직성이 풀릴 기세였지만, 그녀와 동승하는 하인들은 아니었다.
자이안만 보면 움찔거리며 두려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자이안을 2번 마차로 보냈다.
「그동안 어영부영 미뤄 둔 얘기가 많았는데, 차라리 잘됐다. 이참에 짚고 넘어가자고.」
프레이는 이 망중한을 쌓인 의문을 해소하는 시간으로 삼으려 했다.
“아르스 님은 어디 가고 혼자 계세요?”
「집에 갔다. 철야는 피부의 적이라고 온갖 호들갑은 다 떨면서.」
자이안은 황망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어디까지나 프레이의 집에 손님으로 온 것이었다.
「조만간 짐 챙겨서 또 올 테니 신경 안 써도 된다. 어제 실패한 건 설비 부족이었다면서 단단히 벼르고 있더군.」
“다시 오기는 하시는군요.”
「어떻게 보면 네 이모라고 볼 수도 있는 녀석이다. 나이아를 끔찍하게 아꼈거든.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다. 하긴, 우리 중에 나이아를 아끼지 않은 녀석이 없긴 했지.」
과거를 되새기며 껄껄 웃은 프레이가 마침내 본론을 꺼냈다.
「우선 내력, 정확히는 네가 쓴 어설픈 내력에 대해서다. 그건 가르치는 사람 없이 홀로 깨우치기는 어려운 기술이다. MP 흐름을 혈류와 일치시킨다는 발상이 뜬금없으니까. 그런데 넌 그걸 무의식 중에 하고 있었지.」
“하지만 저는 내력이란 개념도, 체내 MP가 그런 식으로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도 어제 처음 알았어요.”
「그래. 그게 문제야.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네 MP를 마음대로 제어하고 있다는 건데, 이건 정말 위험한…….」
[해당 설명은 본 기기가 대신하겠습니다.]
그때 펜던트가 가볍게 떨리더니 둘의 눈앞에 메시지 박스가 나타났다.
[아포칼립스가 지적한 현상은 본 기기에 내장된 사용자 보조 기능의 일부입니다. 안정성이 검증된 기능이므로 아포칼립스가 우려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게 뭔 개소리야?」
프레이가 삐딱하게 인상을 썼다. 자이안은 아는 게 없었으므로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건 원래는 있지도 않던 기능이고 위험이 없는데? 잠깐, 이거 말투는 또 왜 이래? 원래 훨씬 더 싸가지…….」
그 순간 펜던트가 거세게 떨리고 프레이의 눈앞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이상 생각 없는 언동을 계속할 시 본 기기는 아포칼립스를 영구히 블랙리스트로 등록할 것임]
[이는 본 기기의 자주적 방위 기능에 의거한 합당한 판단임]
[아포칼립스는 블랙리스트에 등록되고 싶지 않다면 향후 이와 같은 화제를 두 번 다시 꺼내지 않기를 바람]
숫제 협박이나 다름없는 메시지에 프레이는 말을 잃었다. 어벙한 표정의 자이안을 보니 이 메시지는 프레이에게만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펜던트 나부랭이가 사람을 가리면서 제 주인한테만 살갑고 다른 사람한텐 싸가지 없게 구는 것이다!
「……와 나 진짜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서 그냥 아무래도 좋아졌다.」
[현명한 판단임]
「반어법이다 이 고물아!」
갑작스러운 호통에 애꿎은 자이안만 깜짝 놀랐다. 프레이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이안과 교신하기 위한 주도권을 펜던트가 쥐고 있는 이상 괜히 눈 밖에 나는 건 악수였다.
아니꼬워도 어쩌겠는가. 아르스가 대책을 찾기 전까지는 감수해야지.
「……그래. 뭐 그럼 내력에 대한 건 이쯤 하자고. 어휴. 이게 다 멋대로 펜던트를 건드린 나이아 잘못이지.」
“어머니께서는 분명 좋은 의도로 펜던트를 개조하셨을 겁니다. 덕분에 내력이라는 오의를 쉽게 익힐 수 있었잖아요?”
그런 문제가 아니었으나 프레이는 그냥 묵비권을 행사했다. 자이안은 겉보기와 달리 고집이 센 편이었고 나이아에 관한 화제가 되면 특히 더 그랬다.
[주인의 말이 옳습니다. 올마이티는 언제나 선의로 행동하며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훌륭한 사용자였습니다]
“역시 펜던트가 뭘 좀 아네요!”
「제기랄. 그래, 너희 말이 다 맞다.」
프레이는 문득 아침 일찍 돌아간 아르스가 그리워졌다. 그녀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2:1로 일방적으로 얻어맞진 않았을 텐데.
「아무튼! 내력이랑 나이아 얘긴 됐고. 자이안 너, 전부터 스승이 있었다고 몇 번 말하지 않았냐.」
“그러고 보니 그 얘기를 안 드렸네요. 유년기에 저를 가르친 스승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9살부터는, 아시다시피 제대로 교육을 받을 처지가 아니었죠.”
「그렇구만. 유년기라. ……유년기? 그러니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를 데리고 해부 수업을 가르치는 미친 스승이 있다고?」
“잠깐만요. 아무리 삼촌이라고 해도 스승님을 나쁘게 말하는 건 넘겨들을 수가 없네요. 어서 취소하세요.”
「어? 아니, 응…… 미안. 잠깐, 이게 내가 사과할 일인가?」
기세에 밀려 사과한 프레이가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자이안은 평소의 온화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엄한 표정이었다.
“스승님께선 착오나 실수 따위는 저지르지 않는 분이십니다.”
뜬금없는 스승 자랑이 시작되었다. 살아있는 몸으로 수천 년을 살아온 하이엘프다, 인간은 범접할 수도 없는 깊은 지혜와 강대한 힘을 가졌다, 알레프 가와의 오랜 인연 덕분에 사사할 수 있게 됐다, 고되지만 충실한 시간이었다, 기타 등등.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버린 자이안의 모습에 프레이는 떨떠름하게 고개만 끄덕거릴 따름이었다.
“제가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건, 절반은 어머니 덕분이고 절반은 스승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머니께선 제게 신념을, 스승님께선 제게 힘과 기술을 가르쳐주셨죠.”
그렇게 표현하면 분명 대단한 사람이지만, 실제로 그 하이엘프 스승이 한 일은 예닐곱 살에 불과한 자이안을 가혹하게 훈련시킨 것이었다. 지구 태생인 프레가 보기에는 아동학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본인이 납득하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군. 유년기의 훈련이 인격 형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지도 않고.’
프레이는 결국 판단을 미뤘다.
「언제 한 번 그 스승이란 작자 얼굴이나 보고 싶구만.」
“안 그래도 여행 중에 한 번은 스승님께 찾아갈 생각이에요. ‘강해진다’라는 목적을 생각하면 가장 올바른…….”
문득 말을 멈춘 자이안이 자세를 바로 했다. 말을 탄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몸짓 등을 볼 때 높은 확률로 여자였고, 개인적으로 자이안을 찾아올 만한 여자는 일행 중 한 명뿐이었다.
“안녕? 혼자서 심심할까 봐 걱정돼서 잠깐 보러 왔어.”
천막을 들추며 유리아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자이안은 미소로 맞이했다.
“오랜만에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좋네요.”
“그래? 그럼 말 상대는 필요 없어?”
“저야 고맙죠.”
유리아가 재주도 좋게 말에서 마차로 넘어 들어왔다. 고양이처럼 매끄럽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에 자이안은 작게 감탄했다. 따로 훈련을 받지는 않았다는데, 그렇다면 천성의 재능이었다.
“저기…… 부탁이 하나 있어.”
쭈뼛거리던 유리아가 입을 열었다.
“염치없는 소리인 건 알지만, 너밖에 상대가 없어서…….”
그녀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나한테 강해지는 법을 가르쳐줘.”